연우의 담임선생님은 정년을 앞둔 분으로 학교에서 호가 나게 무서운 분이시다.
몸도 안좋으시고 얼마전에 남편상까지 당하신 이후론 더욱 상황이 안좋아 사실 담임으론 피하고 싶었던 분이었다.
입학식날 담임선생님자리에 그선생님이 계신걸보고 아이의 등을 밀어 앞으로 보내기가 천길 낭떠러지 앞으로 보내는것 같았다.
큰아이가 있어 학교사정에 밝은 몇몇엄마도 사색이 된게 보였다.
연우의 담임선생님 성함을 듣곤 건우가 기겁을 하고 제 동생에게 겁을 주었던 모양이다.
퇴근후 집에가니 입학식을 마치고 온 아이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나는 한눈으로 건우를 나무라고 연우를 다독였다
나: 연우야 그선생님이 조금 무서우신건 사실인것 같아. 하지만 이유없이 혼내시지는 않으니까 네가 조심하면 돼. 연우가 신경쓸것 몇가지만 가르쳐줄께. 첫째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는다. 둘째 준비물은 전날 꼭 챙긴다. 셋째 궁금한것은 되도록이면 집에와서 엄마나 아빠에게 묻는다. 넷째 지각하지 않는다....
연우: 그러니까 선생님이 무섭긴 하단거지요?
나: 남자애들이 해마다 주로 혼났고 여자애들은 좀 덜했던 것 같아. 선생님이 몸이 안좋으시니까 피곤해서 그러셔. 그러니까 엄마가 아플때 네가 도와주었던 것처럼 너도 선생님을 좀 도와주면 어떨까?
다음날부터 연우는 날마다 한둘씩 혼나거나 벌선 아이들의 사정을 얘기하며 입학한지 며칠 안된 아이들을 그렇게 혼내키면 아이들이 어떻게 좋은 학생이 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부모가 되어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제말이 부모의 동의를 흔쾌히 얻지 못하니 연우는 그조차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결국은 감기와 스트레스를 못견뎌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엔 물도 못마시고 내리 토했다.
노랗게 뜬 아이 얼굴을 대하며 봉투라도 보내야하나 며칠을 참으로 난감한 고민에 싸여 지냈다.
엄마의 자존심과 아이의 불안감이 서로 엇갈려 싸운 토요일 새벽 연우는 간신히 구토를 멈추었다.
다행히 몸이 좀 좋아지니 연우는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 갔다.
주말엔 다행히 제 실내화도 빨아널고 일기도 쓰면서 편안하게 보냈다.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이랴. 오늘아침 건우와 연우를 내보내고 출근을 서두르는 내게 베란다에 널어놓은 연우의 실내화가 보였다.
아뿔싸, 연우의 실내화를 챙기는걸 깜박하고 빈주머니로 보낸것이다.
몇년전에 그선생님이 실내화를 챙겨오지 않은 아이를 나무라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나고 눈앞이 노래졌다.
서둘러 실내화를 들고 학교로 뛰는데 아는 엄마가 연우가 교문앞에서 울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자꾸만 허방을 딛는 걸음을 서둘러 학교에 도착하니 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꺼이꺼이 우는 연우가 보였다.
연우: 엄마 신주머니가 왠지 가벼워 보니 비어 있지 뭐예요...
나: 미안해 연우야, 엄마가 깜박했어. 안그래도 베란다에 네 실내화를 보곤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 이제 괜찮지?
연우: 네... 근데 엄마.
나: 응
연우: 제 얼굴이 빨갛지요? 운거 표시 많이 나나요?
나: 쪼금.. 그래도 숨한번 크게 쉬면 운 표시가 사라질거야.
연우: 후웁... 이렇게요?
나: 응, 이제 별로 표시가 안나네.
연우: 이제 빨리 출근하세요. 엄마가 지각해서 벌이라도 서게 되면 창피하잖아요. 저는 괜찮아요.
올해가 지나면 연우가 어지간한 일엔 놀라지 않을 수 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저는 괜찮아요,하는 아이의 조그만 등이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