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어느새 십이월이다.

어제밤 군대에 간 건우가 전화를 했다. 전화기너머로 강원도 화천의 한기가 넘어와 가슴이 시렸다. 입김이 하얗게 묻어나오는 것같은 시린 목소리 . . 

건우가 삼월이면 제대를 하니 이달 말부터 복학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건우가 온다고 집으로 오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군에서 돌아올날이 얼마남지 않으니 기쁘다.

이렇게 추위를 지나고 전방의 고립감도 지나며 아이는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힘든일을 물을때마다 괜찮다 하고 필요한것 없냐고 물을때마다 원하는게 없는 아이가 안쓰럽다.

깊은밤 눈이 떠지면, 면회가서 보았던 건우와 또래의 새파란 아이들, 그 어린 청춘들을 낯선 숲속 어딘가에 모아놓고 자는 나의 단잠이 싫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9-12-31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20-01-0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 행복한 새해되시길 . . .
수험생부모노릇도 만만찮더라구요. 늘 건강하시고 자주 뵈어요^^
 

   살아가는게 늘 탄탄대로일리는 없을 것이다. 

제법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 중년이 되어버린 그와 나는 십수년을 한곳을 바라보며, 때로는 다른 곳을 보기도 하며 그렇게 어깨를 겯고 살아왔다. 

당연한 듯 알고 있던 우리의 동행이 어느틈엔가 헐거워지고, 이것이 생활이라는 이름의 관계가 갖는 숙명은 아닐까 하다가 문득 문득 우울해지곤 했다. 

 

   어제 그는 후배들과 술을 마시다 살짝 우울모드로 빠질 모양이었다. 

옆에 앉아 술잔을 주고 받는 것도 아니니 술이 아직 덜 올랐을때 보라고 문자를 보냈다. 

<당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당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거라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

그의 술기운이 답장을 보내 왔다. 

<내가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걸 당신이 알까?> 

 

    우리는 이제 가족에서 동지가 되어가나 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11-02-0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의 문자 내용 감동입니다.
그런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부가 흔한 건 아닙니다.

...다시 읽어보니 조금 닭살이긴 하네요.=3=3=3

건우와 연우 2011-02-1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닭살이죠?
열심히 연습중입니다. 어쨌든 우린 이 험난한 세상에 제일 가까운 동지니까요..^^
그나저나 왜그리 적조하셨나요? 무슨일이 있으셨던건 아니지요?
 

친정엄마와 아버지는 자식을 여럿 두고 몇십년을 부부로 살아왔으면서도 살아온 세월만큼의 벽을 쌓아두고 사신다.

두노인네가 서로를 측은지심으로라도 불쌍해하며 의지가 되어주면 좋으련만....

 

퇴근무렵무터 여간한일로는 전화하는법이 없는 남동생이 전화를 했다.

사이도 좋지않은 엄마와 아버지는 생일은 어쩌자고 앞뒷날로 딱붙어,  매번 자식들좋자고 하루에 묶어 보낸터라 올해도 우리는 모두 예사로 그렇게 예년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당항한 동생 목소리를 들으니 그 생일이 사단이 난 모양이었다.

공교롭게 생일은 매번 아버지 날짜에 맞추어왔던 모양이고(사실 우리는 두분을 함께 챙긴다는 생각에 어느분 날짜라는거에 거의 무신경했다) 엄마는 두고두고 그게 서운하셨던 모양이었다.

주말에 맞추어 모인다는 생각에 우리들은 각자 그전에 휴가계획도 세웠었고, 엄마는 그게 또 더 서운해서 남동생과  언니에게 한소리 하신 것을, 듣고 못넘긴 아버지가 엄마의 염장을 지르신 모양이었다.

이래저래 진정되지 않는 노인네의 서운함에 언니는 비행기표며 여행계획을 부도내고 이집저집 일정이 죄 꼬여버렸다.

일을 키운 아버지의 퉁박이 짜증도 나고 한편으론 두노인네가 가여운 밤, 냉장고를 뒤지니 먹다남은 와인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맥주컵에 와인을 한컵 무식하게 따라 베란다에 앉으니 물이 불어난 갑천이 드문드문 가로등불빛에 몸을 뒤척이며 흐른다.

 

세월은 물같이 바람같이 흐르는데, 미움은 흐르지도 않는 것일까....

비내리는 열대야가 계속되는 여름, 건우아빠옆에 누우니, 공부에 지쳐 잠들었던 그가 잠결에 중얼거린다.

  술마셨구나...

엄마와 아버지곁을 지나간 세월이 물소리를 내며 우리 옆으로도 지나가고 있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08-19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내내 비가 왔습니다.

우나기라든가요, 일본이름의 태풍영향을 살짝 받은듯도 했던 장대비가 천변의 물을 무섭게 불리는 주말이었습니다.

하필이면 고르고 골라 잡은 택견전수관 캠프일정이 엉망이 되어버린 건우와 연우는 1박2일을 꼬박 비에 젖은 강행군을 마치고 일요일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여름이라 말하기 무색하게 파래진 입술과 젖은 옷을 입고, 양손에 젖은 빨래가 든 가방을 들고 돌아온 두녀석은 아직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불어난 물에도 철이 없어 겁도 별로 안났던 모양입니다.

그저 부모없이 지낸 간밤에 친구들 다 물린 모기에게 한방도 물리지 않았다며 침을 튀기며 자랑을 했습니다.

 

건우와 연우의 무모한 캠프뒤로 컴을 켰습니다.

오랫만에 서재에 들러보니 반가운 분이 발길을 하셨더군요.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라 눈가가 시큰하게 반가웠습니다.

누구라고 말씀은 드릴수 없지만, 그래도 참 반가웠는데 전해주신 소식은 많이 서운했습니다.

많이 속상해하면 그도 실례일것같아 조심조심 속상해하기로 합니다.

무슨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나, 어디서든 내내 평화롭고 즐거운 일들이 같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좁은게 세상이니 가끔씩 살아가는 근황 전해주실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제 바람이  가는이에게 무거운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여름 건강히 나시고 단풍지고 흰눈도 내리는 계절의 변화속에서 자주 생각날 것이라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건우와 연우 2007-08-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 보냈시요...^^

Mephistopheles 2007-08-0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닙니다..그분이.!

건우와 연우 2007-08-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당연히 아니어야지요.
메피님까지 서운한 소식을주시고 종적을 감추시면 서재가 사막이 될거예요.ㅠ.ㅠ
 

지난주부터 옮겨간곳으로 출근을 했다.

아직 집을 옮기지 못해 집에서 사무실까지 출근하는데 세시간 넘게 차를 탄다.

십분 안팎이면 출근하다 아침저녁으로 여섯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다니니 보이지 않게 진이 빠졌던 모양이다.

언제부터인지 몸이 무섭게 피곤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는 표시일까...

거실에 누운채 얕은 잠에 빠져있다가 들어가자라는 건우아빠의 말에  몸을 일으키자 머리속에만 혼곤하던잠이 이때다 하며 달아나버렸다.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봄을 보내며 진해진 꽃들이 시속140키로의 차안에서도 눈부시다.

종종 다니던 출장길에 멀리서 보던 풍경은 딱 그 거리만큼 떨어진채 익숙하다.

그러나 출장이 아닌 생활이 된 출근길은 낯설다.

고속도로를 타고 머릿속으로 계산된 시간이면 나타나는 기흥도 천안도 처음보는 지명처럼 까칠하다.

지도에 보이는 지명은 익숙한데 눈은 길을 잃은 것일까....

 

토요일에 건우는 다른학교 축구팀 아이들과 친선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기 두시간 전부터 땡볕에 나가 저희들끼리 팀을 나눠 시합을 하고 놀던 건우네는 막상 다른 학교와의 게임에선 체력저하로 3:2로 졌다.

유난히 태클을 많이 당한 건우는 팔꿈치며 무릎이 다깨져서 들어왔다.

씩씩거릴줄 알았던 녀석은 비교적 멀쩡했다. 

< 너무 무리를 했어요. 땡볕에 너무 미리 뛰어서 체력이 딸렸어요.>

패인을 분석하며 다음을 위해 기초체력을 더 다지겠다는 녀석을 보며 나는 자꾸만 공부도 기초가 중요한거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지금 축구는 열한살 건우에겐 인생이고 내겐 미로다.

고속도로옆 풍경이 생활속에서 낯설듯 취미가 아닌 인생을 걸고 싶어하는 건우의 축구는 취미와 인생의 간격만큼 낯설다.

일주일의 피로가 덕지덕지 묻은채 누구라도 붙들고 길을 묻는다.

이길이 맞는 길이냐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7-06-1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누가 알겠어요? 이 나이에도 아직 모르는걸요. 그냥 가는 거지요.

건우와 연우 2007-06-1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냥 가다보면 어디쯤에선가 그럭저럭 잘 걸어왔노라고 말하게 될까요?
안녕하시지요?

치유 2007-06-18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길 출퇴근 하시느라 몸 상하실까 염려되네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