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요즘 시험기간이다.
아침이 늦어지면 마음이 바빠질까봐 식사시간을 표안나게 이삼십분쯤 당겼다.
덕분에 마음이 여유로워진 건우가 밥상머리에서 엄마에게 말이 많아졌다.
건우 : 엄마, 밤새 컴터에 난리났어요
나 : ?
건우 : 공지영이 김연아랑 인순이를 깠대요. 종편 출연했다고... 근데 사람들이 공지영도 조중동에 글쓰고 인터뷰하지 않았냐고 계속 까나봐요.
나 : 공지영이 그런 전력이 있긴 하지.
건우 : 그러면 웃긴거 아닌가?
나 : 글쎄, 온전히 정당하지는 못하지만, 건우야 내가 부끄러운 일을 한 전력이 있다해서 너한테 부끄럽게 살지 말라고 하면 그게 잘 못인가? 그리고 솔직히 나는 공지영보다 김연아가 좋아. 나는 개인적으로 김연아나 박지성이 네 롤모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이 있어. 김연아든 박지성이든 그들이 종편에 출연하는건 자유지. 그러나 그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표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는건 어차피 팬을 기반으로 활동을 해온 이들의 당연한 숙명이지. 또한 공지영은 그녀의 과거도 안고 비판과 실망을 표현한 거겠지.
건우 : 엄마가 나에 대해 비판하는 것 같아요.
나 : 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나의 의견이지.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커. 늙어 죽을때까지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보완하는거지. 김연아나 박지성에 대한 나의 과도한 기대치도 돌아보고, 박지성이나 김연아도 본인들의 사회적 위치에 따른 처신도 생각해보아야겠지. 그리고 공지영도 본인의 과거도 안고 가면서 발언을 한 거겠지. 나는 공지영이 경솔했지만 그녀의 김연아에 대한 애정의 과도함을 드러낸 글이라고 봐. 그리고 딱히 못 할 말도 아니지. 다만 공지영이든 김연아든 너무 경직되지 않게, 그러나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이들인만큼 사회적 책임도 생각하면서 행동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 사회적 책임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정의가 기본으로 따라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
건우 : 엄마, 거기까지...^^
나 : 밥먹자.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컴터에서 공지영을 검색하니 공지영에 대한 공격이 적나라하게 모니터에 떠오른다. 그녀의 이혼경력, 과거 중앙일보 연재, 조선일보 인터뷰, 이번 발언 등
최근 잠시 주춤했던 보수언론이 기다렸다는듯 이빨을 드러내고, 일군의 네티즌들의 공격까지, 오늘의 대세는 공지영이었다.
이 추세라면 사람하나 죽이는건 아무것도 아닐 터이다.
나는 공지영 팬도 아니고 팬이라면 오히려 김연아나 박지성의 팬이다. 그러니 그들의 종편출연도 씁쓸한데, 공지영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비판은 씁쓸함을 더 가중시킨다.
이 사태속에 이제 어른이어야 할 공지영을 더 원숙하게 하고 한창 젊은 박지성이나 김연아를 좀 더 어른으로 성숙하게 하는 그런 토론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는 것인가?
누구나 실수하고 고치며, 어른이 되어간다.
그들이 택하는 사고 기준이 보수든 진보든, 나는 이사회의 원로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자산이라 생각한다.
공지영도 김연아도 박지성도 조금 덜 상처받으며, 그들의 사회적 위치에 걸맞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뒤에서 흔드는 보수언론의 이빨을 막는건 앞에 나서지 못하는 비겁한 우리 모두의 몫이니, 우리까지 그들을 상처내지 말고 비난과 비판은 구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