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만의 가뭄이라는데, 갑천의 물은 아직 꽤 찰랑찰랑하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야 이미 관상용으로 전락한 물줄기를 보며 그닥 목타하지 않건만 조금만 나가면 말라죽는 것 천지다.
120ml를 예상하던 빗줄기는 감질나게 뿌려 간밤에 눅눅했던 것보다 강우량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다.
고작 먼지나 충실히 가라앉혔다고 해야 할까?
토요일, 딱 걸린 일직에 출근시간에 맞추어 아침을 서두르니 간밤에 늦게 잠이든 건우녀석의 짜증이 만만치 않다.
<올핸 정말 비가 안오네, 어젠 좀 오나했더니...>
<그렇지요 엄마, 그래서 제가 축구 하기엔 좋았어요...>
<임마, 요즘같이 가물땐, 그런말도 죄로 가는 것 같다. 농사짓는 사람들 피눈물 나는 것도 생각해야지.>
<엄마, 가물면 쌀값이 오르나?>
<농민입장에서는 가물면 농사가 안돼서 손해고, 쌀값은 물가 때문에 비축미를 풀거나 수입을 해버리니 제값을 받을수 없어서 손해...대책이 없다고 해야 하나...>
<물이 부족하면 수돗물 받아다 주면 돼지>
<식수와 농업용수는 가격차이가 있고, 식수를 농업용수로 대체하면 그 비용이 올라가 경제성이 없지. 그리고 지금처럼 비가 안오면 식수부족도 금방이야.>
도시 아이들의 상상력의 한계란 이런 것일까?
제법 책도 읽고 신문도 본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아직 강물이 차있으니 농사짓는 이들의 고달픔과 말라죽는 식물의 관계가 잘 이해돼지 않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어른이 돼면, 가난한 이들은 다 가난할만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아닐까, 더럭 겁이 났다.
지금 앞도 보고 뒤도 보는 버릇을 들이지 못한다면 점점 어려워 질지도 모르는데...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라고 도서관에 데려다줄 생각은 하면서도 아이들을 붙잡고 오래 얘기해볼 엄두를 내기는 쉽지가 않다.
시간에 쫓겨 출근을 서두르는 길,
비는 여전히 감질나게 찔끔거리고, 나도 자꾸 갈증이 난다.
후두둑거리며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그립다. 오래 못 본 친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