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사는 귀신 -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3
한선자 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온 한선자, 박방희, 이옥용, 박영식 시인의 수록작 외에도,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던 여덟 분의 초대시인 작품이 실려 상상력과 기지가 발휘된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다.

'마트에 사는 귀신'이란 제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부추겼다. 책을 열기 전 "마트에 어떤 귀신이 살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더니, ‘달걀귀신, 처녀귀신, 총각귀신, 도깨비, 강시요’ 제각각 상상의 나래를 펴서 답했다. 글쎄~ 주부인 난 표지그림을 보고 어느 정도 상상이 됐는데, 아이들은 전혀 깜깜이었다. 자, 어떤 귀신이 사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 엄마 하는 말이
마트에는
지갑을 터는 귀신이 산대요.

요기까지만 읽어도 녀석들은 “오호~~~ 아하~~~~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주머니에 든 현금이나
카드를 다 턴다고
보이지 않는 강도래요.


“맞아요, 맞아. 우리 엄마도 마트 갔다 오면 지갑을 다 털렸다고 그랬어요.”
아이들은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다.

웬만하면 우리 엄마
나는 데리고 다니지도 않아요.
내가 가기만 하면

달걀귀신도 아니고
달디 단 귀신에 홀린다고 그래요.
<마트에 사는 귀신 부분>


“아하, 그래서 우리 엄마가 나를 안 데려가는 구나!”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아낸 게 신기한 모양이다.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낸 듯 아주 쉽게 쓰여 설명이 필요 없이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아이들은
“그거 집에 빌려 가면 안돼요?”
라는 말로 반응을 나타냈고, 충분히 호응도를 짐작케 했다. ‘단골, 숟가락, 검은 콩, 벌, 와르르 와르르, 수영장에서, 양파 까기, 개기’ 등 어떤 시를 읽어줘도 고개를 끄덕였고, ‘요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만만한 맘이 들었는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는지 다들 한 편씩 끼적였다. ‘횡단보도 사다리 타기’에선 시인의 눈을 발견한 듯 모방작을 만들기도 했고, 말의 재미를 표현한 시를 읽고는 비슷한 것들을 찾아내느라 시끌시끌했다.


예전의 푸른문학상 수상시집에선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좀 무리인 시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번엔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춰진 듯 어려울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없는 시가 어린 독자들의 맘을 사로잡는데 최대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아이들은 책을 빌려다 맘에 드는 시를 골라 공책에 가지런히 쓰면서 감상했다. 덕분에 이 책은 손때가 많이 탔지만, 어린 독자에게 사랑받는 흔적이라 생각하며 감수한다.


어른들도 ‘마트에 사는 귀신’을 읽으며 순수한 동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눈을 되살려내면 좋겠다.


*우리 동네에 수능 전날 '홈 플러스'가 오픈 했는데, 마트 귀신에게 지갑을 털릴까 봐 겁나서 아직 못 갔다. 6학년 막내가 친구들이랑 구경 간다며 방금 나갔는데, 마트 귀신에게 지갑을 털리고 오는지 지켜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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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1-2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어 보여요.
저는 최근에 책값으로 지출이 너무 많아 자중해야 하는 처지인데, 도서관에 이 시집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이 책을 보면 아마도 저희 아들 녀석이 제게 한 마디 할 거에요. "엄마, 알라딘에 사는 귀신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이지요. ^^;;

순오기 2007-11-25 10:35   좋아요 0 | URL
ㅎㅎ~ 알라딘에 귀신이 사는 거 맞아요!!
도서관에 신청도서로 올려놓으면 쫌 빨리 볼 수 있겠네요.

뽀송이 2007-11-2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시집 저도 좋더군요.^^
신인들이라 신선하고, 책도 예뻐서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전 오늘 마트에 가서 마트귀신에게 털렸어요.^^;; 후훗

순오기 2007-11-25 10:37   좋아요 0 | URL
참신하고 쉬운 동시... 전체적으로 참 좋았어요.
마트에 사는 귀신에게 털리고 오셨군요~~^^
전, 무서워서 못 가요~
우리 집 아래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거기 갑니다.
거기서도 물론 가져간 돈 다 털리고 오지만, 충동구매할 건 없으니까요!

비로그인 2007-11-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귀여운 발상. ^^
(하지만 처음엔 제목보고 진짠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_-)

순오기 2007-11-25 10:38   좋아요 0 | URL
헤헤~ 엘신님, 진짜 귀신이 사는 거 맞아요 맞아!
주부들은 다 아는데......ㅎㅎㅎㅎ

비로그인 2007-11-25 15:16   좋아요 0 | URL
엉....정말요? =_=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룡소의 그림동화 7
존 버닝햄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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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글이 많고 그림도 상당히 거칠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보르카를 통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곰곰 생각하게 된다.

버닝햄의 젊은 시절 첫번째 그림책으로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주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받은 작품이란다. 어린이 그림책에선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한 특징이다. 따라서 어린 독자의 눈길을 잡아 끄는 것도 역시 그림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 끌지도 붙잡아 두지도 못한다. 또한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어렵고 집중하는 시간도 짧다. 왜 그럴까 따져보니, 보르카를 제외한 등장인물의 이름이 귀에 낯설고 입에 올리기도 어렵기 때문일거라 생각됐다. 게다가 매끄럽지 못한 번역, 우리말 어순에 맞지 않는 문장이 간간이 눈에 띈다. 출판된지 10년도 넘었으니 번역을 다듬어서 개정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의 특성에 맞게 세심하게 살펴보자. 검은선으로 굵게 처리된 그림이 강하고 거칠게 느껴진다. 보르카가 부딪혀야 할 세상이 이렇게 거칠고 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부모형제의 사랑을 받으며 곱게 자라야 할 보르카는, 남들과 달리 깃털없이 태어났기에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 깃털이 없는 것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놀림거리가 된다. 포근한 깃털처럼 회색실로 털옷을 짜 입힌 어머니조차도 보르카의 외로움을 알지 못한다.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자녀의 성장기에 엄마 역할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아이가 부르면 달려가서 안아주고 놀아줘야 하는데, 엄마는 바쁘다고 혼자 놀아라 방치하는 경우가 있으니 플럼스터 부인과 다를바가 없다.

혼자 갈대밭에 들어가 엉엉 우는 보르카가 우리 아이의 모습은 아닐까 돌아보게 한다. 바쁜 일상에 아이를 소홀히 하여 울게 하지 않는지,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못해 끙끙 앓는 일은 없는지 세심한 보살핌으로 키워야 한다. 보르카가 수업에 빠지거나 겨울여행에 빠졌어도 알아채지 못한 부모라면 온전하게 돌봤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보르카는 이제 세상에 버려져 혼자 거친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세상은 따뜻한 온실이 아닐진대 이 일을 어쩔거나?

보르카, 눈물만 흘려서는 안돼! 자~ 온통 회색빛으로 보슬보슬 비까지 내리는 바닷가의 풍경은 보르카가 헤쳐나갈 세상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용감하게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보르카는 어두컴컴한 바닷가 불거진 배 한 척을 골라 올라갔다. 멍멍 짖어대는 개를 만나 지붕 있는 곳에서 쉬고 싶었다고 말한다. 스스로 용기를 내어 다가서는 것, 바로 이것이 장애우가 세상에 나아갈 때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누가 먼저 손내밀거나 도와주지 않아도 움츠러들거나 뒤로 물러서지 말고, 남들과 달라도 먼저 손내밀어 세상과 함께 손잡고 가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보르카는 코롬비 호에서 멍멍이 파울러의 도움으로 선장과 사람들과도 친해진다. 물론 당당하게 배삯만큼 일을 거들고 맛난 음식을 듬뿍 받는다. 장애우라고 무조건 동정이나 일방적인 도움만 받아서는 안된다. 스스로 한몫을 감당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보르카는 선원으로서 한몫을 담당하고 드디어 런던에 도착한다. 이제 회색바다가 희망에 찬 붉은 그림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보르카의 앞날에 희망이 보인다. 혼자 남겨졌어도 포기하지 않고 새 길을 열어간 보르카는, 이제 도전하면 앞이 보이고 노력하면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알 것이다.

런던에 도착한 선장은 온갖 기러기들이 살고 있는 큐가든에 보르카를 내려 놓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건 서운하지만 런던에 오면 꼭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작별한다. 큐가든에선 아무도 보르카를 보고 놀리거나 웃지 않는다. 모두들 친절하고 보르카가 부족한 것을 가르쳐 주었다. 보르카는 그들과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이 장애우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라고 말한다. 나도 처음 한두 번 읽었을 땐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형제도 결국 어쩔 수없이 버리거나 시설에 맡긴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여러번 읽어주면서 그게 다일까? 곰곰 생각하니 또 다른 것들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장애우 스스로 헤쳐가야 할 세상 이야기로 해석한다. 가족에게 버림 받았다고, 또는 선장이 수용시설에 맡겨버렸다고 슬퍼하고 좌절했다면 보르카가 큐가든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바로 자기에게 닥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는 결코 자신을 행복하게도, 발전시키지도 못한다. 보르카는 큐가든에서 친구들의 친절에 감사하며 함께 어울려 비로소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장애가 아니라도 남들과 다른 특성 때문에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보르카도 깃털 없는 것 외에는 다른 문제가 없었으니까. 소심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로도 해석된다. 먼저 나아가고 먼저 손내밀며 같이 어울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나가 될 수 있다. 장애 때문에 버리거나 입양 보내는 경우가 있듯이, 보르카도 런던으로 혹은 수용기관으로 입양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가족만이 책임질 일이 아니고 사회가 같이 감싸안아야 할 일이다. 보르카가 큐가든에서 행복했듯이 남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도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를 사회가 찾아줘야 한다.

존 버닝햄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큐가든 같은 세상을 꿈꾸며 보르카를 내 놓았을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큐가든 같은 낙원을 이 땅에 실현하자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그의 음성이 들린다. 우리도 보르카와 약속을 지킨 선장과 파울러처럼, 큐가든을 찾아가 행복한지 살피며 세상을 향한 그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하리라!

초등학교 저학년은 저학년대로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눈높이에 따라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주제에 접근하도록 어른들이 이끌어주면 좋을 책이다. 요즘은 장애우를 소재로 한 동화가 많다. 아이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마음도 준비되었고 실천할 의지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그런 준비가 충분치 않다. 따가운 눈총도 불쌍히 여기는 눈길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때마다 장애우들도 움츠러들거나 물러서지 말고 당당히 현실과 부딪혀 보르카의 큐가든 같은 세상을 이루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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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1-19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사는 세상이 큐가든 같은 곳이면, 모든 사람들이 선장과 파울러 같았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7-11-19 10:33   좋아요 0 | URL
아이구~ 새벽에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새벽에 올리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횡설수설 한 것 같아 읽어보며 수정했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주제에 접근하려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네요.

마노아 2007-11-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독서 수업에 저도 참여하고 싶어요. 배울 게 너무 많아요(>_<)

순오기 2007-11-20 00:0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알라디너들에게 저도 많을 것을 배우고 있답니다.
 
오늘 고흐 아저씨를 만났어요
닐 윌드만 지음, 김이경 옮김 / 파란자전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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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쓰고 그린 '닐 윌드만'은 아주 어렸을 때, 고흐의 그림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바로 고흐의 그림에 넘쳐 흐르는 기쁨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 추억을 갖고 있던 작가는 고통받는 고흐를 뉴욕으로 데려와 도시 곳곳을 구경시키고 싶다는 상상으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소년 버나드는 뉴욕에 온 고흐를 만나, 곳곳을 다니며 그림 그리는 고흐와 이야기 한다. 함께 다니며 북쪽의 할렘가와 남쪽의 자유의 여신상, 동쪽의 브루클린 다리까지, 그리니치 빌리지, 차이나타운, 타임스 광장과 5번가 거리...... 이 책의 장점은 뉴욕의 아름다움을 바로 고흐 스타일로 그려낸 그림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것. 또한 표지 그림으로 겹쳐진 고흐와 별이 빛나는 밤도 들어 있고, 책이 커서 삽입된 그림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고흐의 특징을 살려 낸 또 다른 화가의 고흐를 만나는 기쁨도 있다. 



고흐와 같이 미술관에 간 소년 버나드는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을 보며 숨이 막히고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듯했다. "이 그림은 바로 고흐 아저씨의 그림이죠?"  소년 버나드는 소리쳤지만 고흐는 대답이 없다. 버나드는 슬픔에 잠겨 미술관의 고흐 그림 앞으로 돌아온다.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 고흐의 그림 앞에서 그림을 그린다. 바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책의 속지에 실제 어린이들이 따라 그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여러작품 들어 있다.

한 소년이 고흐의 작품에서 받은 강한 충격으로, 먼 훗날 그의 화풍으로 그리는 화가가 되었으니, 고흐의 작품이 소년에게 끼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또 이 책의 영향을 받은 독자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기대되는 책이다. '모방이 곧 창조'라는 말이 실감나고, 요즘 요구되는 '창의성'을 멋지게 보여주는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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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1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관심이 가는 책인 걸요.^^
'별이 빛나는 밤' 그림 좋군요.
그림과 더불어 함께 하는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순오기 2007-11-14 09:26   좋아요 0 | URL
그림에 관심있는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책이죠.
아래에 있는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도 정말 멋진데... ^^

개구리 2007-11-1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독특한 설정이네요. 읽고 싶어집니다.
고흐, 좋아해요 ^^
좋은 책 알아갑니다~ 댕큐!

bookJourney 2007-11-14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제가 먼저 보고 싶네요. (한 때 고흐에 열광했던지라 ^^)
아래에 있는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도 멋질 것 같고요.

비로그인 2007-11-1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지냈던 사람에게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기에 더욱 궁금해집니다.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순오기 2007-11-15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리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요? 저도 역시...
용이랑슬이랑님, 한때 고흐에 열광했군요. 지금은?
민서님, 익숙함에 새로움이 추가된다면 싫증나지 않겠죠?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5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5
니나 레이든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내가 지른 탄성은 "와~~ 이런게 창의성이구나!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이런 그림책을 만들어 낼 수 있는거지?" 감탄이 절로 나온 책이었다. 초등 저학년이나 고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해도 각자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한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었다. 오히려 화가 피카소와 마티스를 아는 고학년들이 더 열광했다면 과장이 심한건가? 하여간에 아이들의 호응이 대단했던 책이다.

노란바탕의 표지에 그려진 돼지와 황소 캐릭터부터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속지와 본문에 펼쳐지는 그림은 이야기를 읽기도 전에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먼저 그림만 주루룩 넘겨보는 것도 재밌다. 좌우 페이지가 다르게 펼쳐지는 그림 스타일과 색채의 화려함에 현혹된다. 왼쪽은 모두 돼지가 주인공인 돼지그림, 오른쪽은 황소가 주인공인 황소그림의 절묘한 대비가 표현법과 색감으로 확실하게 구별된다. 오호~~ 피카소와 마티스 그림의 특징을 절묘하게 잡아낸 '니나 레이든'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여간 참신함이 돋보이면서 다름을 이해하는 책으로, 님도 책을 보시면 나의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고 공감하실 것이다.

자~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피가소라는 돼지는 남들은 진흙에서 뒹굴며 노는데 아주 이상한 그림만 그렸고, 무티스라는 황소도 씨름을 하지 않고 매일 그림만 그렸다. 크고 화려하고 대담하게! 둘은 곧 유명해졌고 모두들 피가소와 무티스를 만나고 싶어 시장통처럼 시끄러운 돼지마을과, 법석대는 황소마을이 되어 둘은 조용한 곳을 찾아 떠났다. 공교롭게도 둘은 조용한 마을의 이웃이 되었고, 사이좋은 친구로 지내던 이들은 서로의 그림을 흉보기 시작했다.

무티스는 피가소 그림이 ‘엉뚱한 돼지, 두 살짜리 그림, 진흙색’이라고 비꼬았고,
피가소는 무티스 그림이 ‘날뛰는 황소, 야수 같은 그림, 물 장난감’ 같다고 소리쳤다.

마침내 둘은 엉망이 되도록 싸웠고, 서로 뿌려댄 물감은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정말 이 부분이 압권이다. ㅎㅎㅎ~아이들은 자기들도 이렇게 맘껏 물감을 뿌리며 놀고 싶어 했다.

 

둘은 그림으로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둘은 자기 집에 어마어마한 그림을 그렸고, 서로 다른 그림이 보고 싶지 않은 돼지와 황소는 커튼을 닫아 버렸다. 서로의 그림이 보기 싫어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둘은 사이에 큰 담장을 만들었고 비로소 평화롭게 자기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서로가 보고 싶어졌고, 상대편의 그림이 나쁘지 않다며 인정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화해의 방법으로 자기의 담장에 그림을 그렸다...... 서로의 그림이 궁금해 달려간 그들은 서로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또 웃었다. 왜 웃었냐고요? ㅎㅎㅎ 그림을 보시라! 짠~~~~



             둘은 '피가소가 무티스를 만났을 때', '무티스가 피가소를 만났을 때'라고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모두들 그 작품을 '영원한 걸작'이라고 불렀다!

서로 다름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그림과, 굵은 글씨로 강조하는 글은 화가 피카소와 마티스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 책의 끝에 '피카소와 마티스의 진짜 이야기는 이래요'라는 페이지에선 20세기 가장 뛰어난 입체파 피카소와 야수파 마티스의 생애와 우정을 알려주며 마무리한다. 내겐 창의성이 무엇인지 무릎을 치게 했고, 미래의 꿈나무들이 기발한 착상을 한 수 배울 수 있는 그림책으로 별 다섯을 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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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01:21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순오기 2007-11-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난, 이 책이 더 좋아서 리뷰를 먼저 올렸는데 고흐한테 밀립니다요 ^^

bookJourney 2007-11-1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초등 3학년인 아이가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는데... 알라딘 분류는 4-6세네요 ^^;

순오기 2007-11-15 08:04   좋아요 0 | URL
유아기나 유치원 또래가 읽으면, 서로 잘난체 해서 싸우면 안된다는 얘기로 알지 않을까요? ㅎㅎ 피카소나 마티스를 알아야 역시 제맛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엄마의 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2
베라 윌리엄스 지음,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집 거실엔 뉘집이나 있을법한 소파가 없다. 거실 중앙에 커다란 책상이 있고 아랫목엔 요를 깔아놓았다. 물론 식구들끼리 한 이불에 발을 넣고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이름하여 흥부네 컨셉이다! ^^ 아이들 어릴땐 둥그런 개인용 소파를 놓거나 기역자형 소파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나갈수록 책이 늘어나서 거실을 서재로 만들다보니 소파를 놓을 수가 없었다. 있던 소파도 옥상방으로 올려보내고 기역자로 책장을 놓았지만 여전히 넘쳐나는 책은 거실 책상에 쌓여 있다. 훗날 우리 아이들은 한이불 속에 발을 몰아넣고 지냈던 시절을 추억할 것이다.

'엄마의 의자'를 보면 추억이 담긴 물건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겐 하찮은 것일지라도 자기만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면 귀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 작가 베라 윌리엄스는 이 책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바친다고 했으니, 바로 작가의 추억을 바탕으로 했구나 싶다. 작가는 돈이나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가족이나 이웃, 친구들의 이야기로 여럿이 함께 사는 즐거움이나 사람들간의 따스한 정을 풀어나간다.

블루타일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도와 어린 나는 양파 껍질도 벗기고 잔심부름도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돈은 커다란 유리병에 모은다. 엄마도 팁으로 받은 잔돈을 유리병에 넣는다. 외할머니도 채소나 과일을 싸게 사고 남은 돈을 유리병에 넣으신다. 바로 식구들이 함께 할 의자를 사기 위해서......

일년 전 집에 불이 나서 살림이 타버리고, 이웃들의 도움으로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소파도 커다란 의자도 마련하지 못했다. 엄마가 일하고 돌아와 무거운 발을 올려 놓을 것도 없고, 할머니가 콧노래를 부르며 감자를 깎을 편안한 의자도 없다. 그래서 식구들은 유리병에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바로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나 어릴 때 우리 엄마가 하셨던 절미운동(쌀 씻기 전에 한 옹큼 따로 모은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드디어 유리병이 들 수도 없을만큼 가득 차서 은행에서 지폐로 바꾸고 의자를 사러 간 가족의 즐거움이 눈앞에 펼쳐진다. 큰의자 작은 의자, 높은 의자 낮은 의자, 푹신한 의자 딱딱한 의자 등 온갖 의자에 다 앉아보고, 마침내 가족 모두가 꿈꾸어 온 의자를 발견했다. 빨간 장미가 그려진 폭신한 의자를......

배달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달려온 이모부가 실어 온 장미꽃 의자... 하얀 바탕에 빨간 무늬가 있는 커든이 드리워진 창가에 놓고 사진도 찍었다. 이제 낮에는 할머니가 이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에는 엄마가 식당 일을 마치고 돌아와 여기 앉아서 텔레비전도 볼 수 있다. 저녁을 먹은 다음엔 엄마의 무릎에 안겨 잠든 나를 안은 채 팔을 뻗어 전등불도 끌 수 있는 행복한 의자다.

식구들의 정성으로 마련한 폭신한 의자에 가족의 애환이 담겨, 먼 훗날 추억이 묻어나는 장미꽃 의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이들보다는 추억을 되새김할 엄마들이 뭉클할 이야기, 눈시울이 젖어올 추억 하나쯤 간직한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따뜻한 이야기다. 마치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나올 듯한 가슴 울리는 이야기를 주인공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으로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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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1-12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뭉클해요. 이 책도 보관함으로^^;;;

순오기 2007-11-12 13:00   좋아요 0 | URL
어버이 날 쯤에 보면 더욱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오늘도 '사랑은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