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5
이경혜 지음, 박철민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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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셋째 딸로 태어나 셋째 며느리가 되었고, 세 아이의 엄마다. 셋이 기본이라고 큰소리를 치며 지인들에게 셋은 낳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셋을 낳아보니 셋째는 쉽게 쑥 나왔고, 키우기도 수월했다. 엄마도 셋을 키우면서 별스런 경우를 다 겪게 되니, 비로소 남의 자식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안하고 다 받아들이게 되더라. ^^

우리가 잘 아는 '선녀와 나무꾼'은 날개옷을 감춘 나무꾼이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자 날개옷을 보여주었고, 선녀는 세 아이를 업고 양 팔에 끼고 하늘로 올라갔단 이야기다. 그 후 나무꾼이 하늘에 올라가 행복하게 산다는 '혼인형'과 끝내 만나지 못하는 '이별헝', 그 후일담인 '수탉 유래담'의 세 유형이라는데, 이 책은 그 후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펼쳐져서 유치원기보다는 초등 저학년에 더 알맞을 책이다.

그림은 차분한 색조로 분위기를 잘 맞추고 표현 기법도 옛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그림이나 바탕이 너무 어두운 감이 있으나 이야기 진행상 너무 밝은 색조면 안 어울릴 것 같다. 이 책은 그림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아야기로 끝나지 않고, 그 후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충족시킨다.

문제는 나무꾼이 너무 한심하게 나온다는 것. 아내와 아이들을 잃고 통곡하니 노루가 다시 나타나 방법을 알려주지만, 자꾸만 주의사항을 어겨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마지막 세번째 박씨를 심어 박넝쿨을 타고 하늘에 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아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 마침내 하늘에 올라가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만, 옥황상제의 세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삼 세번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옛이야기에 익숙하게 나오는 삼 세번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옥황상제의 시험 세가지는 변신한 옥황상제 찾아내기, 나무꾼이 보이지 않게 숨기, 옥황상제가 쏜 세개의 화살을 찾아오기다. 그런데, 나무꾼이 자기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모두 아내의 도움으로 해결한다는 설정은 마음에 안 든다. 하긴 천상의 선녀와 인간세계의 나무꾼이 어찌 견줄만 하겠냐만, 그래도 한가지라도 제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게다가 아내의 주의사항을 듣고도 지키지 못하는 나무꾼의 한심함은 마지막 시험에서 극에 달한다.

아~ 이런 사람은 우리 곁에도 많이 있다. 어쩌면 나도 저런 한심한 모습일지 모르겠다. 나무꾼의 노력이나 지혜로 하지 않고 아내의 도움으로 해결하니까, 이런 한심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이구나 쓴웃음의 교훈을 찾는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금기를 어기는 약한 사람이 하늘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성장하는 이야기라지만, 어린 아이들이 그런 성장통을 이해하기엔 버겁다. 그저 여러번의 시련을 거쳐 끝내 가족과 하늘나라에서 잘 살았대! 라는 결말에 휴우~ 다행이다 숨을 몰아쉬는 것으로 재미있는 옛이야기의 후일담을 접수하면 족하다.

초등 저학년들은 제 마음대로 후일담을 지어봐도 좋을 듯하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별로 끝내든 다시 만나게 하든 자유롭게 이야기를 꾸미면서 녀석들의 생각도 쑥쑥 자라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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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땐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선녀와 나뭇꾼에서 나뭇꾼은 선녀 입장에서 치한이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뭇꾼이 나중에 홀로 외롭게 지낸 것이 샘통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만 보면 옛 이야기는 뒤집어 생각할 것들이 참 많아요. 토끼 간이 필요했던 거북이도 따지고 보면 사기꾼이라는 등 말예요^^ㅎㅎ

순오기 2008-04-08 17:12   좋아요 0 | URL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그렇죠.
예전엔 보쌈해서 업어도 갔잖아요. 지금도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bookJourney 2008-04-0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뭇꾼이 너무 한심해 보였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군요. 마노아님의 '샘통'에 한 표~~

순오기 2008-04-09 03:44   좋아요 0 | URL
'샘통'은 이럴 때 '쌤통'으로 읽힌다는...^^
한심한 나무꾼...ㅎㅎㅎ
 
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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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으로 유명한 권정생님의 작품이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따뜻한 시선을 주게 하는 그분은 이 책에서도 역시 그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부자들이 많은 돈을 들여 꾸민 빛나는 정원이 아니라, 들풀처럼 소박한 우리네 꽃밭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이끌어 준다. 유치원기나 초등저학년에게 좋은 책이다.

꽃과 나무를 심는 봄이다. 엊그제 식목일이라 나무 한 그루, 꽃 한포기라도 심은 가정은 뿌듯한 맘으로 보냈겠지만, 대다수는 식목일과 별 상관없이 살고 있다. 내가 나가는 학교는 식목일이라고 화단에 갖가지 꽃을 조르르 심어 놓았다. 그런데, 그게 대부분 외래종 꽃이라 이 책에 나오는 꽃밭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퇴근길에 꽃을 보면서 반가움에 빙그레 미소가 번졌다. 꽃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

오소리네 꽃밭은 어디일까? 회오리 바람에 장터까지 40리나 날려갔던 오소리 아줌마, 장구경도 하고 오소리 냄새가 풍기는 길을 따라 돌아오다가 예쁜 꽃밭이 있는 학교 울타리도 슬쩍 넘겨다 본다. 봉숭아, 채송화, 접시꽃, 나리꽃......이름조차 모르는 꽃도 많이 피었다.

'와아~~~ 예쁘다. 우리집도 꽃밭을 가꿔야지!' 감탄하고 돌아와 남편에게 꽃밭을 일구자며, 꾸벅꾸벅 졸다가 날려갔던 건 시치미 뚝 떼는 귀여운 오소리 아줌마.^^ 괭이를 들고 나선 남편 오소리, 괭이질을 하려는데 모두가 꽃천지다. 패랭이꽃, 잔대꽃, 용담꽃, 도라지꽃... 어디를 파서 꽃밭을 일구어야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우리집 둘레엔 일부러 꽃밭을 만들지 않아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구나!"   "그건 그래요. 이른봄부터 진달래랑 개나리랑, 늦가을 산국화까지 피고 지고 또 피니까요."  "겨울이면 하얀 눈꽃이 온 산 가득히 피는 건 잊었소?"

부부는 하하 호호 웃으며 자연이 준 꽃밭을 맘껏 즐거워한다.^^ 이 책 속의 모습은 나 어릴때 눈만 뜨면 보이는 모습이었다. 누구네 집이나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멋진 꽃밭이 있었고, 들판이나 산자락 길모퉁이까지 지천으로 피는 꽃을 내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꽃이름 나무이름을 절로 알게 되는 자연공부였는데, 요즘엔 식물원에 가거나 도감을 찾아서 이름을 익혀야 되니, 아이들은 슬기로운 생활을 어려워한다.ㅠㅠ

이 책의 비밀 하나. 표지만 들추면 살짝 숨겨놓은 그림처럼 오소리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잘 드러나지 않게 비밀그림처럼 숨겨놓은 건, 무심코 넘겼다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배려일까?^^ 정승각선생님이 그린 검은바탕에 굵은 붓자국과 검은선의 그림이 좀 산만스럽지만, 여러번 보면서 그림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 아이들 반응도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자꾸 들여다보며 그림의 맛을 느끼는 듯했다. 나오는 꽃 이름중에 아이들이 아는 것은 봉숭아, 채송화, 나리꽃 정도... 접시꽃은 그나마 할아버지댁이 시골에 있는 아이들만 알았다. 

 

자~ 권정생선생님이 들려주는 오소리네 꽃밭을 읽고, 아이 손잡고 나서기 좋은 계절에 어딘가에 남아 있을 자연 꽃밭을 찾아 봄나들이라도 떠나실까요? 더불어 '이름모를 꽃'이라 하지 말고, 꽃이름 나무 이름도 익히면 더욱 좋은 체험학습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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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故 권정생 선생님을 추억하며...
    from 파피루스 2008-05-17 16:35 
    2007년 5월 17일,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과 다섯 평짜리 흙집을 남기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곁으로 가신 동화 작가 권정생님. 바로 오늘은 하늘로 돌아가신지 1년이 됩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을 기리며, 선생님께서 남기셨던 유언을 올려봅니다. 살아 생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동화를 선물해 주셨던 선생님은, 유언에서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
 
 
bookJourney 2008-04-0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볼 땐 잘 모르다가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보면서 더 정이 드는 책이지요~ 꼭 오소리네 집 꽃밭처럼요. ^^

순오기 2008-04-06 16:54   좋아요 0 | URL
아하~ 님도 그러셨군요. ^^ 오소리네집 꽃밭같은 자연이 그립군요.

마노아 2008-04-0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판 리디아의 정원 같은 느낌일까요? 우리 꽃이라니 더 정겨워요.
그나저나 한약은 다 드셨어요? 요샌 밀가루 먹을 수 있어요??

순오기 2008-04-06 23:41   좋아요 0 | URL
리디아의 정원은 리디아가 손수 가꾼 거지만, 오소리네 꽃밭은 자연이 주신거라는 게 다를까요! ^^ 하여간 꽃피는 봄이라 꽃이야기 책이 읽히네요.
한약은 다 먹었고, 선식을 안 먹어서 어제부터 수요일까지 쉬니까, 하루 세끼 다 선식 먹고 있어요. 한 2Kg 빠지려나 기대하며...^^ 한약먹으며 덕분에 커피도 끊었고, 밀가루음식이나 고기류는 가급적 먹지 않고 있어요.
 
나는 쇠무릎이야 작은도서관 4
김향이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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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 1학기 읽기 다섯째 마당에 실린 '비둘기 구구'의 원작 동화책이다. 교과서에는 내용을 간추렸기에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어 가능하면 원작동화를 꼭 읽어보라 추천한다. '비둘기 구구'는 4학년에 실렸지만 저학년이 읽어도 슬프지만 따뜻한 마음을 촉촉히 느낄 수 있다. 예전에 TV프로그램 느낌표 선정도서였던 '달님은 알지요'의 김향이 작가 작품으로, 작고 하찮은 것들을 홀대하던 마음을 부끄럽게 여기며, 모든 생명있는 것은 존재가치가 있는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게다가 연필삽화에 색깔을 살짝 덧입힌 잔잔한 그림이 그런 마음이 들도록 한 역할을 한다. 유기훈 그림의 책을 여러 편 보았지만, 연필 텃치로 가볍고 익살맞은 그림이었는데, 이 책에선 포근한 느낌이 배어나온다. 어린이 책은 그림이 주는 감동도 내용 못지 않게 오래도록 기억된다.

표제작인 '나는 쇠무릎이야'는 잡초로 뽑아 버리는 여러해살이 풀 쇠무릎이, 어린 순은 나물을 해먹고 뿌리는 술을 담그며 한약재료로도 쓰이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다른 꽃들에 비해 볼품 없는 모습이라 기죽어 있던 쇠무릎이 쓸모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느끼는 기쁨을 독자도 맛볼수 있다. 원줄기의 마디가 튀어나온 것이 소의 무릎뼈 같아서 쇠무릎이라 불렸다고 한다.

 

'비둘기 구구'는 학교 사육장에 갇혀 살다가 자유를 찾아 날아간다. 하지만 바깥 세상은 만만치 않아 먹이를 찾다가 연줄에 걸려 꼼짝할 수 없다. 다행히 가게 할머니가 풀어주어 하늘을 날고 무리에 끼여 살지만 가끔씩 먹이를 주던 사육장을 생각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선 댓가를 치룬다는 것과 우리는 남북으로 갈려 오갈 수 없지만 새들은 훨훨 날아 간다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쓸만한 놈'에선 버려진 깜장돌이 오이지 누름돌, 쥐구멍막이돌 등 식구마다 생각하는 쓰임새가 달랐지만, 할아버지는 산수경석을 몰라본다고 하신다.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소중한 쓰임새와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

'별고개에 오신 산타할아버지'는 미화원 아저씨의 삶과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다. 4편의 단편이 모두 가볍지 않은 주제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어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하찮아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제각각 쓰임새가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으면 될 듯...

책을 읽고 뒷동산이나 공원에 나가 풀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어릴 때 식물채집을 통해 풀이름도 많이 배웠는데, 요즘엔 환경차원에서 식물채집은 금하는 것 같다. 뽑지는 말고 사진찍거나 도감을 찾아 이름을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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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먹이와 자유, 무엇이 더 중요한가?
    from 파피루스 2008-05-24 10:13 
    초등 4학년 1학기 읽기 다섯째 마당에 실린 '비둘기 구구'의 원작 동화로, 4학년들이 곧 배우게 된다. 교과서에선 사육장에 갇힌 구구가 하늘을 나는 참새를 부러워하며, 갇힘과 자유를 생각해보게 한다. 사육장에서 몰래 빠져 나와 겪는 어려움과 먹을거리 문제도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글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구구를 치료하고 놓아주는 할머니의 염원일 것이다.  "못난 사람들은 땅에다 철조망으로 금긋고 오가지 못하고 살아도, 너희들은 마
 
 
bookJourney 2008-03-3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얘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던 책이에요. 전 '쇠무릎'도 좋지만 '쓸만한 놈'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

순오기 2008-03-31 09:40   좋아요 0 | URL
가볍지 않은 주제를 아이들에게 맞춰잘 풀어냈다는 건 작가의 역량이겠죠?^^
잔잔한 감동이 가슴에 오래 남지요~~~
 
까마귀의 소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까마귀의 소원'은 교훈적(?)인 내용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열광하지는 않았다. 너무 교훈을 드러내는 책은 재미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좋아해서 동화구연 선생님이나 독서지도사들이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내용보다는 그림이 마음에 쏙 든다. 유아기에 접하는 에니메이션이 화려한 원색이 주조를 이룬다면, 초등 저학년에 걸맞을 이 책은 파스텔톤의 색감이 침착함과 안정감을 주어서 좋다. 거기에 까마귀나 개구리 들쥐를 비롯한 동물과 나무 하나 풀꽃 하나도 세심한 묘사로 감탄을 자아낸다. 자아~ 그림을 한번 감상하시죠.^^

반짝이는 것을 주워 모으는 까마귀의 특성에 맞게 잘 묘사한 방이다.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필요할 때 찾아 쓰기 좋게 정리해 두었다. 까마귀의 깃털이나 나뭇잎, 화면 아래 꽃들까지 세심한 묘사로 사실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이 섬세하고 색깔이 눈부시지 않아 안정감이 듬뿍 묻어난다. 한 면을 다 차지한 그림과, 다른 쪽엔 꽉 채우지 않은 작은 그림에 몇 줄의 글만 넣어 여백의 미와 공간의 여유를 주는 편집이 좋다.


늙은 까마귀가 덫에 걸린 백조를 구해주고 받은 별가루는, 자기 전 베개 밑에 조금 뿌리고 소원을 빌면 아침에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마법같은 환상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마법같은 소원빌기... ^^ 까마귀는 주머니쥐의 생일초대에 짧은 꼬리로 갈 수 없어 슬퍼하는 생쥐에게 별가루를 준다. 또 선물 살 돈이 없어 슬픈 청개구리에게도 나누어 준다. 생일잔치에 같이 갈 친구가 없어 슬픈 토끼에게도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나눠준다. 모두 생일잔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까마귀는 몰래 숨어 혼자 외롭게 구경한다.

지친 까마귀는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늙어서 반짝이는 것들을 주워 올 수 없어 슬퍼한다. '나도 예전엔 젊고 멋있었는데...... 나도 소원을 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데 반짝 달빛에 별가루 하나가 보인다. '아~ 다시 젊고 활기찬 새로 만들어 주렴.' 다음 날 아침, 까마귀는 힘찬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르며 소원을 이루었을까?

자기 소원보다는 슬퍼하는 이웃에게 별가루를 나누어 준 착한 까마귀가, 자신의 소원도 이루어 힘차게 날아오르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늙은 까마귀를 다시 젊은 까마귀로 되돌린 마무리가, 마치 노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내맘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 온 늙은 까마귀에게 도움받은 이웃들이, 잔치에 초대해 위로했다면 더 뻔한 이야기일까? ㅎㅎ

하여간 이야기는 별하나 감점이지만, 그림에 높은 점수를 줄만한 책이라 추천한다. 아이들은 그림에서 본 장면과 색감을 자기도 모르게 모방하므로, 좋은 그림책을 많이 보는 것이 그림 솜씨를 키우는 방법도 된다. 내용이 교훈적이라 재미는 덜하지라도 뭔가 의미를 찾아 생각에 잠길만한 책이다.

<전에 올린 책이 절판이라 검색이 안되어 새로 올라온 책에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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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3-3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꽉 찬 그림이 인상적이에요. 순오기님의 구연동화를 꼭 듣고 싶어요^^

순오기 2008-03-30 23:07   좋아요 0 | URL
내 구연동화는 애들 반응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ㅎㅎ
 
선인장 호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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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은 생태계의 질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온갖 동물들의 호텔이 되어주는 사구아로 선인장은 미국 남부의 사막과 멕시코 북부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키 20미터, 무게 8천 킬로그램에 수명이 200년이나 되는 거대한 사구아로 선인장의 일생을 다룬 그림책이다.

예쁜 그림을 곁들여 펼쳐지는 이야기를 초등 1,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동화로 들려주면 눈빛을 반짝이며 빠져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막에 사구아로 선인장 씨앗 하나가 떨어져 사막을 아름다운 선인장 숲으로 바꿔가는 생명의 신비를 알게 한다. 자기 종족 보존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보존까지 가능케 하는 철학 이야기로 새겨진다.



환경문제와 생명체의 최대목표인 종족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른들은 이런 이유로 좋은 책으로 손꼽지만, 실제 어린이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주제의 무거움에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저학년도 좋지만 고학년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그러나 그림책이라 실제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접한다. 그래서 저학년에게 읽어줄때는 선인장의 성장을 강조하여, 다섯살 어린이만큼, 엄마 키 두배만큼, 아빠 키 세배 만큼...... 오버하듯 읽어주었고, 고학년에겐 생태계의 순환과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주제로 접근하도록 도와 주었다. 


이 책을 읽고, '사구아로 선인장'과 '팔로버드 나무'를 알게 되어 참 좋았다. 사구아로 씨앗 하나가 사막을 선인장 숲으로 만든 자연의 신비와 경외를 느낀 멋진 책이다. 책 뒤에 '사구아로 선인장'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 학습에도 좋다.^^

<전에 올린 것이 절판이라 검색이 안 되어 새로 올라온 책에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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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3-2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내용은 못 보았던 책인데 ... 이런 내용이군요.
찜해두고 용이한테 읽으라고 해야겠네요 ~

순오기 2008-03-30 10:01   좋아요 0 | URL
못 본 책이라 해서 용이를 위한 서비스로 그림을 스캔받아 다시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