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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사는 귀신 -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ㅣ 시읽는 가족 3
한선자 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온 한선자, 박방희, 이옥용, 박영식 시인의 수록작 외에도,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던 여덟 분의 초대시인 작품이 실려 상상력과 기지가 발휘된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다.
'마트에 사는 귀신'이란 제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부추겼다. 책을 열기 전 "마트에 어떤 귀신이 살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더니, ‘달걀귀신, 처녀귀신, 총각귀신, 도깨비, 강시요’ 제각각 상상의 나래를 펴서 답했다. 글쎄~ 주부인 난 표지그림을 보고 어느 정도 상상이 됐는데, 아이들은 전혀 깜깜이었다. 자, 어떤 귀신이 사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 엄마 하는 말이
마트에는
지갑을 터는 귀신이 산대요.
요기까지만 읽어도 녀석들은 “오호~~~ 아하~~~~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주머니에 든 현금이나
카드를 다 턴다고
보이지 않는 강도래요.
“맞아요, 맞아. 우리 엄마도 마트 갔다 오면 지갑을 다 털렸다고 그랬어요.”
아이들은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다.
웬만하면 우리 엄마
나는 데리고 다니지도 않아요.
내가 가기만 하면
달걀귀신도 아니고
달디 단 귀신에 홀린다고 그래요. <마트에 사는 귀신 부분>
“아하, 그래서 우리 엄마가 나를 안 데려가는 구나!”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아낸 게 신기한 모양이다.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낸 듯 아주 쉽게 쓰여 설명이 필요 없이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아이들은
“그거 집에 빌려 가면 안돼요?”
라는 말로 반응을 나타냈고, 충분히 호응도를 짐작케 했다. ‘단골, 숟가락, 검은 콩, 벌, 와르르 와르르, 수영장에서, 양파 까기, 개기’ 등 어떤 시를 읽어줘도 고개를 끄덕였고, ‘요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만만한 맘이 들었는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는지 다들 한 편씩 끼적였다. ‘횡단보도 사다리 타기’에선 시인의 눈을 발견한 듯 모방작을 만들기도 했고, 말의 재미를 표현한 시를 읽고는 비슷한 것들을 찾아내느라 시끌시끌했다.
예전의 푸른문학상 수상시집에선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좀 무리인 시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번엔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춰진 듯 어려울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없는 시가 어린 독자들의 맘을 사로잡는데 최대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아이들은 책을 빌려다 맘에 드는 시를 골라 공책에 가지런히 쓰면서 감상했다. 덕분에 이 책은 손때가 많이 탔지만, 어린 독자에게 사랑받는 흔적이라 생각하며 감수한다.
어른들도 ‘마트에 사는 귀신’을 읽으며 순수한 동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눈을 되살려내면 좋겠다.
*우리 동네에 수능 전날 '홈 플러스'가 오픈 했는데, 마트 귀신에게 지갑을 털릴까 봐 겁나서 아직 못 갔다. 6학년 막내가 친구들이랑 구경 간다며 방금 나갔는데, 마트 귀신에게 지갑을 털리고 오는지 지켜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