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행진 - 야누시 코르차크 양철북 인물 이야기 1
강무홍 지음, 최혜영 그림 / 양철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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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부를 축적한 사람이 권력을 얻고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출판계는 이들을 앞세워 성공신화로 도색된 자서전과 자기계발서 출판에 열을 올리고, 어른들의 성공신화나 자기계발서는 어느 틈에 어린이용으로 둔갑해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세상의 가치를 물질에 둔 어른들의 기준에 어린이도 세뇌시키려는 이런 현상에 편승하지 않은 책이 나왔다. 이타적인 삶을 산 진정한 위인인 ‘야누슈 코르착’의 생애가 그림동화로 나와 어린이들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소재의 무거움이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초등 고학년에게 좋을 책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과 어려운 낱말을 설명해주면 저학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림책이라 부담 없이 집어 들고, 거칠고 투박한 전사 그림에 담긴 야누슈 코르착의 생애를 살펴 볼 수 있다. 자신만 잘 먹고 잘 살기를 꿈꾸는 현실에 깊은 반성과 자기 성찰을 주는 책이다. 이기적인 삶에 물든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 주면 좋겠다. 

  야누슈 코르착은 촉망받는 의사였지만, 병원에도 올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그는 거리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돌봐줄 수도 가난을 치료할 수도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의사의 길을 버리고 고아들의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다.

  야누슈 코르착이 고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은 다시 버려질까봐 두려워했지만, 자기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줄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 가난과 학대와 무관심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쉴 곳을 찾아주고, 세상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되돌려 준 것이다. 그는 의사이며 교육자이고 작가였지만, 영원한 고아들의 아버지로 자신의 생애를 그들과 함께 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사는 게 쉽지 않기에, 그의 이타적인 삶이 더욱 빛난다.

  그는 자신의 철학이자 신념인 인권존중을 실현하고자 고아원에 ’어린이공화국’을 도입하여, 어린이들이 존중받는 것이 무언지 생활에서 깨닫게 한다. 혹 잘못하는 친구가 있으면 아이들은 법정에 세워 해답을 찾을 때까지 토론했다. 전쟁 중에도 인권을 존중받는 아이들의 행복이 밝은 색조의 그림으로 보여 진다. 고아원에서 존중받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독자도 잠시 즐거워진다.

  검은 군홧발과 철조망으로 그려진 1939년 9월, 침략군 독일에 무너진 폴란드 바르샤바에 '게토'가 설정되고, '고아들의 집'도 강제 이주 당한다. 이 세상에서 유대인을 없애겠다는 히틀러의 미친 짓거리인 참혹한 학살을 비켜갈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부족한 식량을 구걸하러 나선 코르착은 길에서 만난 아이들을 데려온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배운 아이들은 자기 것을 덜어주는 성숙함을 보인다. 코르착에게 본대로 배운 대로 사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독자는 잔잔한 감동에 뭉클해진다. 

  천사들의 행진이라 일컬어진 죽음의 행렬은 가슴을 울린다. 당시 저술활동을 했던 코르착은 게토지역에서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거라 짐작된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 닥쳤을 때, 그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신이라면 아이들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는 200명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여름휴가’를 떠나자며, 놀라거나 겁에 질리지 않도록 앞장 서 나아갔다. 그들은 코르착 할아버지를 천사라 말했고, 코르착은 아이들을 천사라고 생각했으니 그들은 분명 천사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행진은 죽음의 가스실로 가는 기차, 죽음의 길을 알지 못한 소녀는 코르착의 품에 안겨 꿈을 말한다. "할아버지, 나는 농부가 될 거에요. 밀을 많이 길러서 언니랑 오빠들과 할아버지에게도 줄 거예요." 소녀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스며드는 가스에 졸린 눈을 감는다. 소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은 코르착도 1942년 6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그림책이라 그의 삶을 세세히 펼쳐내지 못한 아쉬움은, 말미에 덧붙인 생애를 조명한 글과 사진으로 덜 수 있다.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은 독일군의 학살에 맞서,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숭고함으로 저항한 그들의 죽음은 가장 아름다운 행진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담겨 있다. 1979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제연합은 그의 정신을 기려 ’세계 어린이의 해’이자 ’야누슈 코르착의 해’로 제정하였다. 또한 1989년에는 코르착의 어린이 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어린이 권리 협약’을 제정 선포했다.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한 진정한 위인 야누슈 코르착은, 어린이들이 존중받고 사는 세상이 되도록 헌신했음을 알 수 있다.

  이타적인 삶을 산 위인을 접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남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 있기에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라 발견하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천사들의 행진’에서 야누슈 코르착을 만난다면, 이기적인 삶이 아닌 이타적인 삶을 살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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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8-15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아이들>이라는 책은 제가 옆에 두고 수시로 들춰 보는 책 중의 하나이지요.
고학년들의 독후 소감은 역시 현실적이군요.
저도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8-08-16 11:5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알라딘에서 미리보기만 했어요.
굉장한 교육자이고 실천가였던 듯...

마노아 2008-08-1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에서 생동감이 느껴져요. 양철북은 줄곧 번역서만 내왔었군요. 그건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다음 시리즈도 기대되어요. ^^

순오기 2008-08-16 11:58   좋아요 0 | URL
출판사들은 번역물을 내는 게 쉬운 듯...ㅜㅜ
국내작가들의 작품도 계속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기대해요.^^

순오기 2008-08-17 20:15   좋아요 0 | URL
리뷰를 2천자로 맞춰 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수정했더니 양철북이 처음으로 국내작가 책을 출판했다는 내용이 사라져 댓글이 안 어울리게 됐네요~ ^^

BRINY 2008-08-1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인천시내 소극장에서 연극으로 봤었어요. 다는 기억안나도 맨 마지막 장면의 인상은 강렬했었지요.

순오기 2008-08-18 00:18   좋아요 0 | URL
헉, 인천소극장이라니 인천서 학교 다니셨어요?
나도 중2때 인천으로 전학와서 15년을 살았죠. 지금은 친정엄마와 형제들이 살고요~ 이번 주말에 올라갑니다.^^

BRINY 2008-08-1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서 중, 고교 다녔어요. 그 시절, 답동성당 건너편에 미추홀 소극장이라고 있었어요. 인천 출신의 유명한 배우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던데... 그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다방(!지금 생각해보니 무슨 문화다방 분위기였어요)에서 표를 팔았는데, 생화가 장식된 입구 카운터에서 아리따운 아주머니에게 국어선생님으로부터 얻은 학생할인권을 내고 표를 사면서 훔쳐본 다방 내부도 로망이었죠~ ㅎㅎ. 무대도 따로 없고 객석은 몇십개짜리 지하 소극장. 어린 나이때는 그런 체험이 대단한 컬쳐 쇼크였답니다.

순오기 2008-08-18 21:25   좋아요 0 | URL
헉~ 답동성당 건너편 미추홀 소극장은 우리땐 '돌체소극장'이었던 거 같아요. 인천에 판토마임의 대부로 불리는 최규호씨랑 부인이 된 박상숙씨가 활동하던 초기에 저도 몇번 공연을 봤거든요. 내 보물창고를 열어보면 그때 연극 팜플렛이 있을텐데. 오호~ 인천에서 중고교를 다니셨다니 더 반가워요! 나도 고등학교는 답동 아래 신생동에 있는 학교 다녔어요~^^

파란여우 2008-08-19 21:05   좋아요 0 | URL
저는 Briny님이 제가 나온 여고 옆 학교를 나오신거 알고
또 순오기님이 나오신 학교도 인천**이라는 거(남인천여중하고 한 교정)
짐작합니다. 이뭐, 학교 얘기가 아니고요.ㅎㅎㅎ
돌체극장은 기독병원 구관 앞에 있는 지하소극장입니다.
돌체다방에서 표를 구입했죠.
미추홀 극장은 답동 성당 아래 골목길안
연극배우 정진씨가 운영했던 2층짜리 건물이죠. 드라마 한명회로 뜬 이후
돈을 벌어 극장을 인수한걸로 압니다. 그 골목끝까지 나가면 율목교회가 나오고 율목교회 옆길로 돌면 인하대 최원석 교수집이 나오고 시립도서관이 나옵니다.
제가 다니던 때는 20원을 냈었죠.^^

순오기 2008-08-20 04:43   좋아요 0 | URL
하하~ 파란여우님, 정말 사악한 여우시군요~ 전부 꿰뚫고 계시다니 인천출신인가요?^^ 남인천여중과 같이 있다가 갈라져서 남인청여중이 먼저 이사했을 겁니다~ 그럼 두분중에 한분은 인일?ㅎㅎ
돌체랑 미추홀이랑 그렇게 다르군요~ 난, 처음엔 애관극장옆의 음악감상실 2001인가 했어요.결론은 내가 미추홀도 돌체도 확실히 몰랐다는 얘기~ㅋㅋㅋ 정진씨가 한명회로 나올때 열심히 봤는데~ 율목교회는 친구들이 성탄공연할 때 한번 가본거 같고, 최원석교수집은 모르고, 시립도서관은 알겠고... 아니, 20원 냈다면 파란여우님이 나보다 연배신가요? 급 궁금... ^^

순오기 2008-08-21 01:13   좋아요 0 | URL
헉~ 제물포에서 놀았다면 모자가 멋졌던 미션스쿨이거나 제물포를 장악한 00재단? ^^ 근데 Briny님 글에 우리 둘이 댓글 놀이 해요.ㅎㅎㅎ
시립도서관 입장료는 생각나지 않고 공설운동장 사격장에서 총쏘고 과녁표를 갖다 내야 했던 교련숙제가 있어서 200원인가 내고 사격했던 생각만 나요~ 공부를 안 했으니 시립도서관 입장료가 생각날 턱이 있나~ㅋㅋㅋ
알라딘에선 내가 나이테가 많은 측에 속할거라 생각은 해요~~~ 파란여우님 서재가 '뻥'이잖아요ㅎㅎㅎ밤에는 제법 서늘합니다~ ^^

호타루쨩- 2010-03-0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ㅂ-중딩입니다지금현제요 ㅠ
아정말감명깊습니다그리구
숙제도정말잘해갈수 있어서 진심으로감사드립니당...
아.....야누슈 코르착....
대단한 사람입니다라고생각됩ㄴㅣ다...... ㅠ.ㅠ
그에비해 저는 왜이렇게 초라한지....아....ㅠ_ㅠ;;
 
톰팃톳 네버랜드 세계 옛이야기 2
스베틀라나 우슈코바 그림, 이상교 글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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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옛이야기로 나라마다 에피소드는 조금씩 다르지만, 큰 줄거리인 이름 알아맞히기는 똑같다고 한다. 이름을 통해 상대를 알아내고 특별한 관계를 맺기 때문에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배경지식을 갖고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할 콜라쥬 기법의 환상적인 왕비 옷에 공주 딸들은 좋아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기들 마음대로 디자인해서 왕비와 공주옷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미래의 디자이너를 위해 살짝 공개. ^^



내 성향으론 이런 황당한 얘기와 자기 노력없이 운좋게 해결되는 결말이 맘에 안 들었고, 이런 얘기가 주는 교훈이 뭘까 썩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아무리 주변상황이 꼬이고 자신이 한심스러워도 올바른 목표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하면 못 할 것이 없단다. 음~ 아이들 스스로 그렇게 느끼면 좋겠지만 조금은 독서지도가 필요한 부분이다.

어른인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했다. 이야기가 황당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마치 환타지 세계를 경험하듯 좋아한다. 이야기에 왕과 왕비가 나오고 귀여운 괴물이 나오니 아이들이 싫어할 이유는 없는 듯하다. 게다가 평범한 집 딸이 왕비가 되고 왕이나 괴물을 속여 뜻을 이루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겠다.

살짝 이야기를 엿보자. "내 딸은 오늘 파이 다섯 개나 먹어 치웠다네." 딸을 흉보는 노래를 부르던 어머니는, 지나가던 왕이 노래를 청하자 부끄러워서 가사를 바꾼다. "내 딸은 오늘 실을 다섯 타래나 자았다네."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란 왕은 왕비로 달라면서, 일년 열한 달은 즐겁게 지내고 마지막 한 달은 하루에 실을 다섯 타래씩 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될 거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딸이 왕비가 된다는 생각에 덜컥 약속을 해 버렸다.

시작부터 딴지를 걸자면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ㅎㅎ 일을 잘한다고 왕비로 달라는 왕이나, 본인의 뜻은 묻지도 않고 덥석 약속하는 엄마나 다 맘에 안든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처리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서 앞 뒤 생각없이 결혼하고 신나게 지낸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열한 달이 지나자 왕은 왕비를 구석방으로 데려가 실을 자으라고 명령한다. 겁이 난 왕비는 엉엉 울어 버렸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열어보니 꼬리가 길고 온통 검은빛 괴물이 서 있었다. 괴물은 대신 실을 자아주고 하루에 세번씩 자기 이름을 맞히는 기회를 준다고 했다. 약속한 한달은 금방 지나가서 마지막 날이 되었다. 자~ 어떻게 괴물의 이름을 알아 맞힐 수 있을까? 이름을 맞히지 못하면 왕비는 괴물의 부인이 되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말자, 다 해결되는 수가 있다.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쉿, 비밀이다.^^ 왕비와 괴물의 그림을 본다면 이름이 떠오를지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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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수 없는 날 이야기 보물창고 11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글, 원지인 옮김, 수잔나 나티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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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재수 없는 날'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아이들이 공감한다면 충분히 사랑받을 책이다.
더구나,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2008년 여름방학 권장도서로 뽑혔으니,
이 책을 읽은 어른들도 공감했다는 증거 아닐까? ^^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거나 일이 꼬이는 날이 있다.
바로 이런 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던가!
주인공 '로널드 모건'에게 머피의 법칙이 통한 날, 바로 '왕재수 없는 날'이다.

책상 밑으로 떨어뜨린 연필을 주우러 들어갔는데 '굼벵이'라 불렸다.
(초등저학년들은 굼벵이를 아는 아이와 모르는 아이로 나뉘어 좀 시끄러웠다.^^)
숙제 검사를 맡으려는데 엄마가 사인을 안해서, 엄마가 난처할까봐 슬쩍 사인 했더니
선생님은 그건 나쁜 짓이란다. 게다가 엄마 이름도 틀리게 적었으니 망신이다.
배가 고파 소시지 샌드위치를 몰래 꺼내 먹었는데, 내가 싸온 게 아니라 지미가 싸온 것이었다.
연습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
거기다 꼴지 분단에 앉은 로즈마리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도 들었다.
.
.
꼴찌 '로켓' 분단의 책 읽기 시간 내 차례가 되었는데
'농부가 사는 농장이 보였어요'를 '농장이 사는 농부가 보였어요'라고 읽었다.
또 집으로 돌아오기 전 화분에 물을 주다가 화분을 깨뜨렸다.
왜 재수 없는 일만 일어나는 것일까?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도 말이다.
온통 먹빛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
타일러 선생님이 쪽지를 내밀었다. 혼자 읽기 어려우면 엄마의 도움을 받으라고...

"네가 우울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내 마음이 아프구나."
모건에게 공감해 주는 선생님의 편지는 단박에 우울한 마음을 바꿔주었다.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먼저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표하라고...
이 책이 좋은 책으로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책으로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어린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선생님의 위로와 공감에 있을 것이다.

제일 늦게 와서 혼자 이 책을 읽은 1학년 세은이는 독서록에 이렇게 적었다.
"로널드 모건은 왕재수 없는 날이었지만
모건의 마음을 선생님이 알아 주어서 '왕재수 있는 날'이 되었어요."

아무런 교육이론을 갖지 않은 1학년도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소리를 다 알아 들었다.^^

타일러 선생님의 편지를 혼자서 읽어 낸 모건은 글을 모르는 아이가 아니었다.
단지 종일 재수없는 일로 기분이 나빠서 책을 잘못 읽었을 뿐이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가장 친한 친구 마이클에게 자랑하는 걸 보면 천진한 어린이다.
모건은 순수한 마음으로 내일 선생님 생일에 화분을 선물해야지 생각하지만,
학부모 마인드가 작동한 나는
편지에 선생님 생일이라고 꼭 써야 했을까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요즘은 '모둠'이란 예쁜 우리말을 쓰는데 분단이라 번역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그 모둠의 이름이 '인공위성' '우리별' '로켓'이라는 것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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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생들의 왕재수 없(있)는 날
    from 파피루스 2008-07-24 05:11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2008 여름방학 권장도서로 추천된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자기들도 되게 재수없는 일이 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끌렀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일이 재수 없는지, 혹은 재수가 있는지 한번 들어보는 것도 즐겁다. 누구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는지 댓글을 남겨주시면 더 고맙고요.^^ 왕재수 없을 때   1-3 김채은 1.길에서 한경이를 만났는데 주먹으로 내 가슴을 때렸을 때 2.엄마가 애들이랑
 
 
bookJourney 2008-07-2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재수 없는 날, 왕재수 있는 날~ 표현이 너무 재미있어요. ^^

순오기 2008-07-23 21:19   좋아요 0 | URL
애들이 잘 쓰는 말이죠~ 재수 없는 중에서도 최고인 왕~ㅎㅎㅎ

마노아 2008-07-2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 눈에 띄었어요. 그런 내용이었군요. 마지막에 재수 좋은 날이 되었으니 기뻐요. ^^

순오기 2008-07-23 21:19   좋아요 0 | URL
마지막에 재수가 좋았으니 된건가요?ㅎㅎㅎ
마노아님도 재수 좋은 일만 생기기 바래요!^^

뽀송이 2008-07-2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정말 멋져요.^^
결국~ 모건의 마음을 선생님이 알아 주어서 '왕재수 있는 날'이 되었군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선생님과 함께 한다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인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7-23 21:20   좋아요 0 | URL
선생님과 부모님이 내 맘을 알아 준다면~ 왕재수 있는 날!^^
 
악동들의 주머니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최정인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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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검은 그림자를 앞세운 녀석들의 심상치 않은 표지 그림에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다. 악동들이라니~ 문제아 이야기일까 기대하고 펼쳤는데, 뭔지 모르게 하이타니 선생의 기존 작품과는 다른 맛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간결한 상황묘사로 사건을 들이민다.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여덟 명의 악동에 휩쓸린 느낌이다. 녀석들의 마음과 환경도 한두 마디 대화로 짐작케 한다. 한 챕터가 3~4쪽으로 길지 않고, 소 제목을 이해할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고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하이타니 선생의 글맛이 낯설었지만,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로 끌어 당겼다.

6학년이지만 성장이 늦은 어벙이가 경비원에게 붙잡혀 얻어터지는 것보다, 친구들한테 왕따당하는 게 더 싫을 거라는 걸 이해하는 아이들, 훔쳐낸 왕구슬의 노을 냄새가 행복한 녀석들이지만, 노래를 부를 만큼 좋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아는 악동들이다. 싹수가 노란 녀석들은 일찌감치 잘라 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선생을 ’사나이는 절대 변명하지 않는다’며 적으로 여기고, 공부는 못해도 쓸모 없지 않다는 자의식을 갖고 있다.

악동들의 대장격인 세이조는 모자란 어벙이를 잘 챙긴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수수깡은 공부를 못하지만 다른 것으로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먹을 것이 생기면 반은 가져가는 효녀다. 경마에 빠져 호강시켜 줄 수 없는 아버지 때문에 뚜비루바와 애고애고라는 별명이 붙은 형제. 다보와 오타양까지 여섯 명의 사내녀석에 도메코와 수수깡은 여자 아이로 모두 여덟 명이 악동 멤버다. 이 녀석들이 비록 돈이 없어 도둑질하지만, 나름대로 의리 있고 따뜻한 마음씨의 녀석들이다.

학교에서는 녀석들의 비행을 막기 위해 다른 반으로 분산시키려는데, 가바시마 선생은 끝까지 아이들을 맡겠단다. 전근 오자마자 문제아를 맡았으나 아이들에게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 선생중엔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던 녀석들은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악동들의 행보가 뻔할거라 예상하다가 외톨이 할머니를 돕는 녀석들에게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더구나 오해와 누명을 쓰면서까지 할머니의 비밀을 지켜준 찐한 의리에 감동의 파도가 출렁였다.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가바시마 선생님 때문에 녀석들은 고민하고, 눈물 흘리는 선생님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지만 끝까지 침묵한다. 그때 어벙이가 침을 줄줄 흘리며 온몸으로 말하는 "아아아아아, 아아앙, 아아아아아, 아아아, 아아앙, 아아아아아, 아 아앙 아 아아, 이 이이. 응. 아아아아아아앙......." 소리를 알아 들으려고 애쓰던 선생님은, 땀과 침으로 번들거리는 어벙이를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은 듯하다. 이 책에서 선생님의 역할이 크지는 않지만 상당히 비중있다.

처음으로 상냥한 선생님을 경험한 녀석들은 가바시마 선생님이 좋아질 것 같다. 선생님 이야기는 눈꼽만큼도 하지 않던 녀석들이 자꾸만 선생님 이야기를 하고,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열린 결말로 독자의 마음도 훈훈해진다. 선생님이 개입해 해결하는 뻔한 이야기가 아닌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무리 된다. 초등 고학년이면 녀석들의 마음과 우정에 충분히 공감할 것 같다.

문제아나 비행청소년이라 불리는 악동들의 주머니엔 전리품보다, 따뜻한 인간애가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배려하는 선생님의 사랑에, 악동들도 마음의 빗장이 열린다. 편견의 거울로 들여다보며 문제아로 매도하지 않는 선생님이 그리운 현실이지만, 이런 선생님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도 분명 있을거라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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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22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공부에 대해 묻지 않고,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어주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그 말씀이 더 감사했고요 ^^
우리 주변에도 아이들의 마음을 챙기고 보듬어주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많을 거에요, 그쵸? 그렇게 믿고 싶어요~

순오기 2008-07-22 16:30   좋아요 0 | URL
예~ 알고 보면 또 그런 선생님도 많이 있지요~~ 공부보다 친구들 관계에 관심갖는 엄마나 선생님은 좀 짱이지요.^^

바람돌이 2008-07-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아이들이라면 비행청소년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것같은데요.
무조건 아이들을 믿어주고 보듬어주는 것, 생각보다 정말 어려워요. 현실의 아이들은 정말 너무 너무 다양하고 어떤 유형으로 일반화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걸 늘 느낍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워요.

순오기 2008-07-22 16:32   좋아요 0 | URL
하지만 녀석들은 여러 차례 도둑질을 해요~~ 하지만 의리 있어요.^^
현실에선 무조건 믿어주고 보듬어주기가 어렵다는 걸 저도 인정해요. 사실은 어려워요~~~~ㅜㅜ
 
누가 해를 먹고 있어요 미래그림책 28
에릭 거니 그림, 루스 선본 글, 주영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누가 해를 한 입 베어 먹었다는 암탉의 호들갑스런 뉴스로 농장 식구들은 발칵 뒤집혔어요. 암탉, 수탉, 오리, 돼지, 염소에게 소식이 전해지고 허둥지둥 달아나는 설정은, 동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라 신선함은 없지만 아이들은 점층적 이야기 구조에 재미를 느끼지요.^^  달려가는 그림과 어우러진 '날개를 치면서, 허둥지둥, 깃털을 휘날리며, 푸드덕 푸덕' 하는 묘사는 상황의 긴박함을 잘 나타내고 동물들의 경악스런 표정은 웃음을 선사하지요.^^



모두들 해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난리를 떨고 있을 때 등장하는 여유있는 목소리,
"조용히 일식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 설마 일식 구경을 놓디고 싶지는 않겠지?"
달이 지구와 해 사이에 일어나는 아주 드문 일이라며 지식을 자랑하는 자뻑 거북이가 등장하지요.
해를 점점 검게 가리는 달 그림자, 지금 달이 지구와 해 사이에 들어와 나란히 한 줄로 서 있는 거에요.



모두들 해가 영영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할 때, 얄따란 해 조각이 다시 나타나 다시 점점 커졌어요. 하늘은 점점 밝아졌고~ 이제 달이 지나가고 있는 거에요. 해는 그냥 제 자리에 있었고요.

"해님 만세!"
"크고 멋진 해님 만세!" 
"오, 세상에! 아무도 해를 먹지 않았구나."

농장 동물등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하지요. 염소는 풀을 뜯고, 돼지는 진흙탕에 들어가고, 오리는 염소에서 물놀이를 하고, 수탉은 울타리에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암탉은 푸드덕 푸덕 날개를 치며 바닥에 떨어진 옥수수를 콕콕 쪼아 먹었지요.

한여름의 해님이 너무 뜨거운 이런 일식이라도 일어나서 잠시 해님을 가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이에게 일식을 설명하는 재미난 동화로 맨 뒤에는 일식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어요.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 다들 건강 관리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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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어요. 또, 찌임~~~ ^^

순오기 2008-07-20 21:02   좋아요 0 | URL
요런 정도는 지역도서관에 있을거에요. 나온지도 오래 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