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 메타포 2
클라라 비달 지음, 이효숙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10살부터 100살까지의 독자를 위한 '올에이지클래식'시리즈를 낸 보물창고에서, 이번에 '메타포'란 이름의 문학전문 브랜드로 펴낸 두번째 책이다. 127쪽의 얇은 두께라 읽기에도 부담없고, 모두가 지향하는 '좋은엄마'와 상반되는 '나쁜엄마'라니 충분히 호기심을 끌만하다.

자녀를 키우는 엄마라면, 나는 좋은 엄마인가 나쁜 엄마인가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지게 된다. 때론 독한 맘으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쁜엄마 역할을 자처하게도 된다. 그것은 물론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아이를 사랑함에는 추호도 의심이 없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나쁜 엄마'는 멜리에 대해 사랑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어쩌면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임신이 되어 원망스럽거나, 아이가 자기 인생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명확하게 나오진 않아도 툭툭 내뱉는 말 속에 이런 느낌을 받았다. 멜리도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많이 괴로워한다.

더 어릴때는 친절한 엄마는 분홍엄마로, 쌀쌀하고 무서운 엄마는 검은엄마로 부르며, 엄마가 마치 쌍둥이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분홍엄마가 돌봐주는 그 사랑을 받고 싶어, 아픈게 다 낳았어도 여전히 아프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여지없이 검은엄마로 돌변해 멜리를 밀어낸다. 정서적으로 엄마에게 거부당하는 느낌이 얼마나 참담할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 큰 딸은 5학년 때, 꿈속에서 '엄마가  나를 불태우려 했다'며 굉장히 억울해 했다. 사춘기에 엄마와의 날선 대립이 그런 꿈을 꾸었을거라 생각되면서, 좀 더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한 엄마로서 자책도 했다. 지금도 툭하면 그 꿈이야기를 팔아먹지만, 엄마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기에 웃는 말로 하는 것이다.^^

딸 가진 엄마라면 누구나 봉긋하게 피어나는 딸의 가슴과 붉은 장미꽃을 피워내는 초경을 설레이며 기다린다. 자신의 초경과 피어나던 가슴은 부끄러웠으면서도, 딸의 성장을 상징하는 그런 일들은 자랑스럽고 뿌듯한 기쁨이 된다. 얼마나 멋지게 축하를 해줄까 이벤트를 준비하게 된다. 우린 큰딸의 초경을 맞아 아빠가 속옷을 선물하고, 날짜를 새겨넣은 실반지와 케익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엄숙하게 축하를 해줬다. 어린 남동생에게도 누나는 어른이 되는 귀한 몸이니 놀리거나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며 훈시했었다.^^

그런데, 멜리 엄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가슴이 봉긋하게 올라 '브래지어'를 하고 싶다는 딸에게, "자 어른처럼 굴고 싶어서 브래지어를 원한다 이거지! 내가 널 위해 찾아 낸 걸 보렴, 내가 너한테 젖먹일 때 했던 브래지어다. 이 브래지어의 나이는 네 나이하고 똑같지, 하지만 거의 새 거다. 그때 난 가슴이 없었거든, 이제 아가씨께서 가슴이 있다니까 네가 하면 되겠구나!" 라면서 침대에 던져둔다. 멜리는 더할 수 없는 역겨움과 분노와 모욕감을 느끼며 "나쁜 엄마, 못된 엄마, 언젠가 복수하고 말거야!" 라며 이를 간다.

초경을 했으면서도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처리하며 비밀에 부치는 멜리가 가엽다. 3개월째 엄마에게 들켜버린 멜리는 엄마처럼 여자가 된다는 게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는, "나쁜 년! 이런 쓰레기! 가서 씻어! 추잡한 돼지 같은 계집애! 정말 역겨워!" 라고 소리치며 최대의 모욕을 준다, 어떻게 자기 딸에게 이런 말을 퍼부어댈 수 있는가? 도저히 정상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멜리에게 끼치는 정서적인 학대는 정말 섬뜩하다!

책에서는 우울증이나 정신병이라고 명쾌하게 표현하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아팠다고만 말한다. 그래서 멜리 아빠도 떠나, 늘 아빠의 자리나 역할도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로서의 불행이, 엄마로서 딸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남들에겐 최고 좋은 엄마로 인식되었는데, 정작 멜리는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뿐더라 싫어한다고 느꼈으니, 그건 멜리의 과장이나 사춘기적 몽상은 더욱 아니다.

열네 살에 웃지 않는 아이, 사랑받지 못하는 멜리가 웃을 일이 있을까? 모든 게 변해버린 멜리를 아무도 이해하지 않고,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혀 주술같고 마법같은 주문을 외워대며 견디는 멜리는 드디어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문제의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 정서장애가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멜리는 자유롭고 비로소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란 희망적인 마무리라 다행이다.

나는 좋은 엄마인가, 나쁜 엄마인가? 고개을 갸웃거리며 내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들이 읽고, 자녀와의 소통을 위해 진지하게 대화를 가져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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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3-2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끔찍하군요. 멜리 뿐아니라 엄마도 정신과 치료를 같이 받아야겠네요. 비단 이런 게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이런 엄마들이 있겠지요. 아이의 탄생은 모두의 축복을 받을 선물인데, 환영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아이가 느낄 정도라면 너무 비극적인 일이에요.
최근 둘째 언니는 이사갈 집 구하느라 몹시 힘들어했는데 자라면서 숱하게 이사 다니느라 고생한 엄마가 처음으로 이해가 됐대요. 그 맘이 오죽 힘들었을까...라면서요. 자식은 결혼을 해봐야, 또 아이를 낳아 길러봐야 철이 들겠죠. 전 아직 철부지에요..^^;;;

순오기 2008-03-22 18:39   좋아요 0 | URL
정말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게 얼마나 큰 학대인지...저도 쬐금 반성이 돼요.ㅠㅠ 엄마가 돼봐도 엄마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따라 살기는 많이 부족합니다.직접 경험해봐야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성숙에 이르는 것 같아요.^^나는 이사를 별로 안 한 편이군요. 인천에서 광주로 오고, 광주에서 이사 두번하고 이 집을 지었으니까요. 감사할 일이죠.^^

세실 2008-03-2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이도 오늘 한의원 다녀왔는데 조금 있으면 초경을 하겠다고 합니다. 옆지기에게 속옷 사오라고 해야 겠네요. 실반지도 좋고~~~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의 이중성이 모든 엄마에게 해당되겠지만 그래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 겠죠. 요즘 '소리 지르지 않기, 눈 맞추고 말하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순오기 2008-03-23 07:17   좋아요 0 | URL
초경축하를 엄숙하게 해 주라는 구성애님의 조언, 특히 남동생이 '거시기'를 놀려먹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대로 그렇게 했어요. 쑥쓰러워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좋은 엄마되기도 열심히 노력해야 되는 일 맞아요. 특히 '내 성질 죽이기'가 제일 요구되는...^^

프레이야 2008-03-2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저도 웃지 않았던 열네 살이었어요.
엄마에게서 따뜻한 정서를 획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우리아이들에겐 그러고 싶지 않아 노력은 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대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23 07:10   좋아요 0 | URL
저도 중2부터 우울한 사춘기 보냈어요. 현실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내가 못한 걸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 공감,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게 또 쉽지 않지요?
 

하루 30분 텔미~ 영어 독해 - 쉬운 독해, 30일 코스
진형진 지음 / 북카라반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서평단으로 뽑혔는데 엄청나게- 한달도 훨씬 지나(신청하고 거의 두달만에) 도착해 제대로 살펴보기가 어려웠어요.^^ 그리고 홈스테이 한다고 신청했는데, 기다리는 사이에 홈스테이가 끝나버려 배워도 써먹을 기회가 없어졌어요.ㅠㅠ 하지만, 리뷰 올리는 게 오늘까지라 일단은 책값을 하려면 날짜는 지켜야겠죠!^^

공부하는 책답게 휴대하기 편하게 크기가 작아서 좋아요. 학생들이 가방에 넣거나 멋쟁이들의 핸드백에 쏙 들어가기가 좋군요. 한 달에 하나씩 살펴보기 좋도록 '첫 번째날'부터 '서른번째 날"까지 색깔을 달리해서 보기도 좋아요. 자, 확인 들어갑니당~  색깔도 파스텔톤이라 눈의 피로감이 없어 충분히 호응을 받을만하군요. 게다가 메모할 수 있도록 예쁜 색깔의 메모지까지 첨부한 센스도 굿이야요.^^

강조 부분은 색깔을 달리해 밑줄을 그어가며 안내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만화적인 그림까지 넣은 '친절한 금자씨(?)'같은 책이네요. 문제는 읽기만으로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 외워야 한다는 겁니다.ㅠㅠ 이 책에서도 몇 개 되지 않으니 외워두라고 말하는군요. 그런데 매번 그런 멘트라 결국 '직독직해'라고 하면서도 외워야 할 영어공부라는 확인을 거듭하게 되네요. ㅎㅎ

결국 영어공부하겠다고 호기있게 펼쳐들었던 중3 아들녀석은 좌절모드로... 중간에 접어버리네요. 이제 막 제대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중1 막내는, 아직 문법을 잘 모르니 이해가 어렵다면서 '직독직해'는 학교선생님이나 학원선생님도 문장을 우리말 순서로 해석하지 말고, 나오는 순서로 바로 해독해야 긴 글도 볼 수 있다고 가르친다고 하네요. 이책에서 강조하는 '직독직해'가 바로 그것이지요.

나는 한번에 두 챕터씩 보았는데, '아하~ 이런 거였구나!' 이해를 하면서도, 써 먹으려면 머릿속이 하얗게 아무 생각도 안 난다는 것이..... OTL 그래도 보고 또 보면 좀 낫겠지요. 제가 순오기인지라 한번 펼치면 끝까지는 보지요.^^ 뭔 소린지 못 알아먹어도 영어회화 10주 과정 이번에도 신청했어요. '영어몰입'시대, 언젠가 도움 되리라 생각하며.... 이 책이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 이번엔 회화샘의 설명도 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 30분 텔미 영어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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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8-03-1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후엔 중국어 공부하느라 정신없지 않을까요?ㅠ
그나저나 이 글의 제목보구 넘 웃겨죽는줄 알았어요~.ㅎㅎㅎ

순오기 2008-03-15 03:30   좋아요 0 | URL
중국어~ 그게 또 하나의 복병이겠군요.^^
제목이 웃겼어요~ㅎㅎㅎ 설명 끝에 거의 그렇게 나오거든요!^^
우리말은 안 외워도 척척하면서 외국어는 그게 안 된다는 게 문제겠죠.OTL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우리 부모의 셋째딸이며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엄마다. 내 큰딸은 책 속의 위녕이처럼 교대를 갔고, 아들은 둥빈보다 서너 살 많은 중3이다. 막내는 제제보다 훨씬 커서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우리 가정이 책 속의 가정처럼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했던 경험이 두번이나 있었다. 첫번째는 큰딸이 세 살 때, 두번째는 큰딸이 중3, 아들이 초등5학년, 막내가 초등3학년 때였다. 이때는 정말 이혼서류도 다 준비했고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이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면서 이혼을 생각하지 않은 부부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정말 인내심이 없다면 홧김에라도 이혼할 수 있는 게 부부다. 내 인생만 생각한다면 이혼해서 생길 나쁜 것, 좋은 것 다 책임지고 살 수 있지만, "신이 내 행실을 적은 치부책을 펼치면서, 너는 아무래도 지옥으로 가야 하겠지? 물으면, 아니에요, 이건 이래서 그랬고, 저건 걔가 그래서 그랬던 거에요.......하면서 박박 우기려고 했는데, 신이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그럼 위녕은? 하면 엄마는 넵! 하고 바로 지옥으로 내려갈 거 같다" 고, 책 속의 위녕엄마처럼 나도 말할 것이다. 자녀에게 부모의 이혼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죄악이거나 상처일 수 있다. 나도 아이를 셋이나 두고 이혼한다는 게 미친 짓 같아서 멈추었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운 나의집'이 되지 못한 상처는 끝까지 남을 것이다. 이제는 그 아픔의 시절이 지나 그런대로 살만하다.  어른들 말씀처럼 인내하면 또 좋은 시절이 오는 것이겠거니 믿는다.

  이 책을 읽은 2월 24일은 딸의 대학 입학을 마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느라 잠시 동생집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신경 쓸 일이 많아서였는지 계속되는 두통에 눈이 빠질 것 같아 쇼핑도 할 수 없어 두통약을 먹고 쉬는 중에 읽었다. 그 와중에 주체못할 눈물이 쏟아진 건 위녕에게 외할머니가 하신 말씀 때문이었다.

   
  네 에미 원망하면 안 된다. 네 에미처럼 노력했던 사람은 없어. 할머니도 그만큼 노력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너를 떠나보내고 난 후, 네 에미가 몹쓸 일을 겪을 때마다 외할아버지하고 나하고 밤새 번갈아 네 에미 방 앞을 지켰다.  
   

  위녕은, 밤새 방문 앞에 서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숨죽임 때문에 엄마가 살았다고 느낀다. 부모의 사랑은 바로 이런 것, 어떤 고통과 좌절속에서도 자식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지켜내는 것처럼 신성한 일이 있을까? 우리가 이혼의 기로에 있을 때, 며느리의 방자함이 못마땅했을 시어머님도 내게 와선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고 가만히 손을 잡아 주셨고, 사위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넘쳤을 내 친정엄마도 전화로 "열심히 살라!"는 말씀만으로 침묵하셨기에 우리 부부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거라 생각된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세상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 부모의 사랑으로 우리는 또 제 자식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살아나간다.

  가족은 세상이 모두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때도 무조건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힘인가! "아빠는 내 딸이 세번이나 이혼한 여자가 되는 건 싫다...하지만, 네가 불행한 건 더 싫어. 건강만 챙겨라. 앞만 보고 가라.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우리가 다 안다. 그러니 주눅들지 말고 당당해라.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지금은 오직 너와 아이들만 생각해라." 라고 말했던 외할아버지의 응원은 위녕엄마가 세 아이들과 살아가는데 힘을 실어주셨다. 위녕이 새엄마에게 맺힌 맘을 전할때 잘못인 줄 알면서도, 위녕엄마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전적으로 동지가 되어준다. 이렇게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이 되고 내편이 되어주는 유일한 사람들이 가족이다.

  이 책은 작가의 체험을 소설화한 성이 다른 세 아이와 살아가는 특별한 가족이야기다. 세번의 사랑과 상처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갈등과 사랑, 감정폭발이 열아홉 살 위녕의 시선으로 잡아 낸 톡톡 튀는 문장으로 다가온다. 우리네 삶과 별다를 것 없는 위녕가족의 일상이 섬세하게 그려지며 감동으로 눈시울을 젖게 한다. 그러면서도 유쾌 상큼한 대사와, 치열한 설전에서 오가는 대화에 우리도 저런 말을 했었지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의 삶과 자녀 문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이혼을 했든 안했든 자기만의 무게를 감당하는 그 누구의 삶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상처를 감싸고 보듬어 안으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위녕엄마와, 오늘도 한부모 가정에서 버거운 삶을 살아갈 이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고 큰딸은 책과 비슷한 상황인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읽으면, 불끈 힘이 솟아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힘이 들어도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역정을 잘 이겨내자고...

  위녕엄마는 아이들과 살아가면서 "밥을 먹는 일은 신성하다" 고 강조한다. 밥을 먹는 일이나 밥을 버는 일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신성한 일이다. 오늘도 난 봄나물에 쓱쓱 비벼 신성한 일을 수행하면서, 기숙사에 있는 큰딸도 신성한 이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그리고, 넌 찬란한 청춘이니까 미모도 꼭 챙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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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8-03-10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공지영의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리뷰에 섞여있는 순오기님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네요.

순오기 2008-03-10 08:27   좋아요 0 | URL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일거라는 생각에...부끄러운 내 얘기도 풀어봅니다. 화창한 봄날, 오늘도 열심히 삽시다!^^

마노아 2008-03-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다가 코끝이 찡해졌어요. 작가의 마음도, 리뷰를 쓴 이의 마음도 진솔되게 전해져서 그런가봐요. 저도 이 책 읽을래요. 나중에요~

순오기 2008-03-10 21:27   좋아요 0 | URL
눈물이 많은 난, 이 책 읽으며 여러번 울었어요. 그러면서도 곧 유쾌하게 깔깔거릴 수 있어요. 절망의 순간에도 '미모는 꼭 챙겨야 해'라고 말하는 가족이 있어 삶을 지탱할 수 있었다 싶을 만큼...^^
 
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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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BS에서 방송되는 '지식채널e'를 시청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감동의 울림은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배경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져 더 큰 감동을 주는 듯하다. 이렇게 영상으로 담아낸 우리 시대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는 즐거움도 컸다. 부담스럽지 않은 짧은 분량이라 아무 때나 어떤 곳을 펼쳐 읽어도 울림이 있는 책이다. 차례로 좌르르 읽지 않고 여기 저기 골라 읽으니 꽤 오랜동안 읽었다. 사진에서 받는 감동과 사건의 전후 배경을 알 수 있는 상세한 해설이 곁들여져 좋았다. 특히 용어나 어휘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 수 있어, 개념 없다는 책망을 받는 요즘 젊은이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 또 관련된 책을 소개해서 관심분야에 깊이 있는 독서를 유도하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은 졸업과 입학 시즌인 요즘 선물하기에 딱 좋을 책이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 친구들이나 조카에게도 선물했고, 이 책과 더불어 시즌2까지 선생님께 선물해도 손색없는 책이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어 선생님들에게 필독서가 될 듯하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방송을 보여주어서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막내는 담임선생님이 수업을 마치고 5~6분의 시간이 남을 때마다 한 편씩 보여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먼저 방송으로 보았던 것들을 찾아 읽었다. 햄버거 코넥션, 블러드 폰, 축구공 경제학, 광주이야기인 2-34 2-35 2-36, 크리스마스 휴전, TV끄기, 황우석과 저널리즘을 읽었다. 학교에서 방송을 보고 시간이 없어 토론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방송을 진지하게 보았으니 뭔가 마음에 담았을거라는 말도 했다. 방송에선 영상과 음악이 좋았는데 책에서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 좋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아직 초등생이라 세상을 다 알고 이해하기엔 어리지만, 초등고학년이면 읽고 눈높이 만큼의 이해를 하는 것으로도 족하다.

중학생 아들녀석은 미술선생님께서 미술에 관련된 것으로 반 고흐의 '마지막 초상화'를 보여주었고, 예술분야와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을 보았다고 했다. 중학생들에게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자료로 활용한 미술선생님이 멋져 보였다. 낯선 것보다 한번이라도 접했기에 친근한 느낌으로 책을 펼치는 녀석의 표정이 의미심장했다.

고등학생 딸은 논술수업에서 '논술자료'로 많이 활용했단다. 논술을 잘 하려면, 무엇이든 머리에 많은 정보를 저장해야 한다. 자료와 정보를 많이 갖고 있어야 적합한 사례나 근거자료로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은 과외를 받거나 테그닉을 배워서 해결되는 게 아니고, 잡동사니일지라도 얼마나 많은 독서의 내공이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충분히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훌륭한 자료집이라 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읽고 나면 가슴이 촉촉해지는 느낌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함께 산다는 것은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의 문제라는 인식이 가슴을 후비기도 한다. '아름답고 소중한 5분'을 위해 나머지 23시간 55분을 버리며 살아왔다는 제작진의 노력을 책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쩌다 시청하던 EBS '지식채널e'를, 책을 읽고 나니까 시간을 챙겨가며 시청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은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것'이라는 머릿말이 가슴으로 이해된다. 교육자료로 활용되어 아이들의 가슴에도 따뜻함이 채워지는 좋은 책으로 자리매김되고, 부모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며 실천을 의논하는 좋은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햄버거나 패스트푸드를 가능한 먹지 않으며, 커피 마시는 횟수를 줄이고 차를 마시는 작은 실천을 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이 책을 활용하는 선생님들이 참 고맙다. 나도 따뜻한 가슴이 식어지지 않도록 이제 시즌2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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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2-1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ww.joajoa.ba.ro에 가시면 바로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순오기 2008-02-14 18:15   좋아요 0 | URL
놓쳐버린 것들을 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bookJourney 2008-02-1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추천만 꾸욱~

순오기 2008-02-16 09:05   좋아요 0 | URL
호호~ 그냥 추천이 제일 고마운거죠!^^

fallin 2008-02-1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서 이 책의 리뷰를 읽고, 어제 서점에 갔더랬죠.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순오기 2008-02-17 16:59   좋아요 0 | URL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을 가슴에 새기며 함께 살아가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이제 2편을 읽고 있어요. 천천히 음미하며~

수아빠 2008-06-0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라일락 피면 - 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4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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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라일락 피면'을 읽고 쉽게 리뷰를 올리지 못했다. 무언지 모를 부담감에 편안하지 않았다. 내 인생의 나이테가 10대라면 희망에 부풀어 어떤 선택이든 할 것 같지만, 이제는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두고 유혹을 느낄 나이도 지난 듯하다. 그래도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이 그들 인생의 첫번째 선택이 아니었을까? ^^ 어른들은 재미로 묻지만, 어린 그네들은 엄마 아빠 눈치봐서 답해야 되고, 그 답에 따라 희비쌍곡선을 지켜봐야 했던 경험으로,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어렴풋이 감지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치기어린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를 선택하고, 자기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학교와 진로를 선택함에는 오히려 부모가 더 많이 개입하는 아니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부모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끝없는 대리만족의 폐해를 자녀는 선택의 여지없이 당하기도 한다. 몇 살이면 내 인생의 행로를 선택할 자유가 주어질까? 물론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시대적 상황까지도 감당해야 할 인생이라면 누구든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표제작이며 첫번째 수록된 공선옥의 '라일락 피면'은, 5.18  한 복판의 광주에서 고등학생 석진의 시대적 선택을 보여준다. 피가 뜨거운 나이에 라일락 향기같던 아랫방 누나 윤희의 죽음에 감전되듯 5.18에 동참한 석진은 죽음으로 청춘을 마감한다. 부채처럼 짊어지고 사는 '산자들의 죄의식'을 알기에, 라일락 향기 진동하는 봄밤 석진의 기일에 쏟아내는 어머니의 통곡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80년 광주를 겪은 세대가 어떤 선택을 했든 함께 지고 가는 시대의 아픔이다.

방미진의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여고생들의 교실에서 벌어지는 형액형 논쟁을 맛깔스럽게 그려내 아주 유쾌하고 상큼하게 읽힌다. 혈액형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아는 그녀들의 풋풋한 수다가, 마치 영희가 대단한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양 몰아가며 O형을 선택하게 되는 풍경이 발랄하게 펼쳐진다.

성석제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가장 소설다운 작품으로 읽혔다. 자신이 그림에 소질이나 특기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아버지의 가지 않은 길이었던 화가가 되어야 했던 나 - 백선규와, 글짓기에 소질이 없었던 부잣집 딸이 사생대회에 나가 비슷한 위치에서 그려낸 히말라야시다 그림의 비밀이 잘 짜여진 구조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복선과 반전이 잘 그려진 수작이다.

오수연의 '너와 함께'는 자기 내면과의 대화로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오진원의 '굿바이, 메리 개리스마스'는 성적 소수자의 특별한 가정에 입양된 소녀 보린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엄마이면서 아빠인 두 남자의 인생을 새롭게 이해하는 이야기다.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려나?

조은이의 '헤바 HEBA'는 청춘의 여신인 헤바라고 자칭하며 사는 이종누나 윤이를 바라보는 성호의 좌충우돌 사춘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사춘기의 성적호기심과 동경이 윤이누나를 통해 해소되고 이해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남들은 바람둥이 팜므 파탈이라고 치부할지라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소신껏 당당하게 사는 윤이가 살짝 부러웠다.^^

최인석의 '쉰아홉 개의 이빨'은 재혼가정에서 새아버지 장목사의 폭력을 견뎌야 하는 순근의 자기찾기다. 장목사의 아들 우석과 딸 우연과의 정신적 연대감에 가슴이 짠했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녀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여지없이 몰아부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친아버지는 쉰아홉개의 이빨을 갖고 있었으니 자신도 예순개로 늘어나기를 기다리며 견디는 순근이, 가정이나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어떤 어떤 부모를 원할까?

표명희의 '널 위해 준비했어'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아들을 세상으로 이끄는 어머니의 배려가 눈물겹게 읽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6학년 때 서둘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소년은 정신적 성장이 신체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듯, 세상이 두려워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같은 아픔을 겪는 친구들과 인터넷으로 소통할 뿐이다. 한때 단절의 세계에 빠졌던 어머니가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떨까? 그 아들을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준비한 어머니의 선물,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 쓰고 기다려온 오토바이 할리를 타고 나서며 비로소 깨닫는 어머니의 사랑에 찡한다.

자의든 타의든 끊임없이 선택의 길목에 들어 선 10대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을 지고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두지 않을 인생이면 좋겠다. 이제 중3 되는 아들녀석도 자신의 인생을 펼쳐가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아름다운 청춘들과 부모가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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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학으로 만나는 5.18
    from 파피루스 2008-05-19 04:48 
    다른 지역보단 5.18을 가까이 느끼며 자랐을 광주의 초등학생들은 5.18을 얼마나, 혹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해마다 5.18기념일이면 학교에서 교육하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5.18의 실체가 궁금해서 정의를 내려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5.18의 실체와 정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해, 나역시 작은 역할이라도 담당하려고 5월 이야기 한 꼭지라도 들려주고 풀어내는 커리큘럼을 짠다. 작년에는 3학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