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꾼 만남>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 자포자기해서는 안된다. 뜻을 지극히 하고 힘을 부지런히 쏟아 책을 읽고, 책을 베끼고, 글을 지어야 한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면 못 쓴다. 폐족(廢族)으로 글을 못 읽고 예법도 없다면 더더구나 어찌 견디겠니. 보통 사람도 다 백 배의 노력을 더해야 간신히 사람 축에 낄 수 있을 게다. 내 고생이 몹시 심하지만, 너희가 능히 책을 읽고 몸가짐을 삼간다는 말을 듣는다면 아무 근심이 없겠다. 큰아이는 4월 10일쯤 말을 사서 타고 오너라. 하지만 헤어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아려온다. 임술년(1802) 2월 7일.(27쪽)
...... 절대로 과거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주저 물러앉지 말고, 부지런히 경전을 읽어야 한다. 독서하는 종자가 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2월 17일(28쪽)
다산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로, 자식을 걱정하는 어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폐족이기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 사람 축에 끼일 것이니 독서하는 종자가 끊어지지 않기를 당부하며, 아직 만나지도 않은 아들과의 헤어짐을 안타까워하는 아비의 마음이 뭉클하다. 다산은 1802년 4월에 아들 정학연이 강진을 다녀 간 뒤에 다시 또 편지를 보냈다.
나는 이처럼 욕스럽고 괴로운 가은데서도 예서(禮書)공부를 단 하루도 쉬어본 일이 없다. 의리의 정밀하고 미묘함은 파껍질을 벗기는 일과 같더구나. 네가 있을 적에 네게 한 말은 반 넘어 거친 껍질이었다. 대부분 버리는 것이 되고 말았다. 아마 연말까지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중략)
궁함을 안 뒤라야 저서할 수 있음을 비로소 알겠더구나. 반드시 지극히 총명한 인사가 곤궁한 지경을 만나, 하루 종일 흙덩어리처럼 앉아서 사람 말소리나 수레나 발자국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지 않게 한 뒤에야, 경전과 예학의 정밀한 뜻을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천하에 이 같은 공교로움이 있겠느냐? 대개 옛 경전을 검토하고서 정현과 가규의 주장을 살펴보니 거의 매번 잘못 풀이해놓았더구나. 독서의 어려움이 이와 같으니라. (29쪽)
다산은 유배지에서 오로지 공부에 몰두할 수 있음을 감사하는 듯하다. 편지에 거론한 대학자들이 공부하랴 술마시랴 마음이 나뉘어 학문에 몰두할 형편이 못 되었다며, 공부는 너희 같은 폐족이 하는 것이니 목숨을 걸고 공부만 하라고 아들에게 당부한다. 출사를 원천봉쇄 당한 아들에게 오로지 공부만 해야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세상 선비들이 공부를 못 하는 이유를 시험 준비 때문이라고 한 다산이, 입시를 목표로 한 줄 세우는 성적을 강요받는 오늘의 교육현실을 보면 뭐라 하실까?
다산을 알려면 정조시대를 알아야되니까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 16권 정조실록>과, 정조와 정약용이 같이 실린 <한국사傳>을 참고하면 좋을 듯.
나는 다산 관련 책을 여러 권 사들였지만 필요한 부분만 들춰보고 꼼꼼하게 제대로 읽은 게 없다. 한승원 소설 <다산> <흑산도 하늘 길>과 어린이 책을 읽은 정도라, 새해 첫날부터 정민 선생이 쓴 <삶을 바꾼 만남>을 읽으며 올해는 다산을 집중탐구(?^^)해볼까 생각했다. 어머니독서회원과 다산 관련 책을 읽고 정민 교수를 초청하진 못하지만, 다산을 연구한 이웃 교수님 초청강연을 구상하고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구청에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을거라면서 초청강연을 욕심내고 있으니 참....^^
이웃 교수님은 우리 독서회 고문이고 나와는 초등학교부터 같이 독서회 활동을 한 언니이기도 하다. 늦깍이로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다산으로 박사논문을 썼는데, 올해는 다산(1762. 6. 16 ~1836) 탄생 250주년이라 여러 방면에서 다산이 화두라고 한다. 덕분에 다산 관련 강연 초청도 많다고 한다. 하긴 공직자들은 목민심서와 흠흠신서 등 필독도서 목록에 다산의 저서가 들어 있고... 어찌됐든 올해는 다산의 저서와 다산 관련도서가 많이 팔리고 읽히는 해가 될 듯하다.
목민(牧民)이란 비록 덕망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위엄이 없으면 하기 어렵고, 비록 하고 싶은 뜻이 있다 하더라도 밝지 못하면 하지 못한다.
사람으로서 두려워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백성과 하늘과 자기의 마음이다. 뜻에 정성스럽지 못한 것이 있고 마음에 바르지 못한 것이 있어서, 상급 관청을 속이고 나라를 속이고, 구차스레 형벌을 피하고, 이익과 녹(祿)을 꾀하기를 도모하고, 스스로 천하의 제일가는 재주꾼인양 여기지만 터럭만한 거짓도 백성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 자기의 죄를 알려면 모름지기 백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상사와 임금은 속일 수 있어도 백성은 속일 수 없고, 천지신명이 빽빽하게 늘어서 환히 보고 있으니 하늘을 속일 수 없고, 애써 태연한 척 해도 맥이 빠져 우러러보아도 굽어보아도 부끄러우니 마음은 속일 수 없다.
흠~ 흠흠신서는 검색해도 많지 않은데 목민심서와 정약용 관련서는 어른과 청소년 및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출판사마다 한 권씩은 다 낸듯, 엄청 많군요. 나는 어려운 책을 읽기 싫어해서 천소년이나 어린이용으로 보면 이해도 잘되고 좋던데... ^^
지난 여름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한 완도 보길도 답사에서, 정약용을 연구한 다산연구소장 박석무 씨도 함께 동행했다. 내게는 학자보다 지역 국회의원으로 더 낯이 익어 시댁이 목포라고 인사했지만...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이 양반의 저서도 읽어볼 참이다. 다산연구소(http://www.edasan.org/index.html)에서는 '다산 목민 대상자'를 찾는다. 다산 목민대상은 지방 자치 단체장이 갖추어야 할 자질로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단발머리님, 다산 관련 좋은 책 추천 부탁하셨는데, 제가 읽은 게 많지 않아서... 여기 담긴 책 중에 맘에 드는 걸 고르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의 생애를 보려면 한승원의 <다산>을 읽어도 좋을 듯, 소설이지만 완전 허구는 아니니까요. 정약전을 중심으로 한 한승원의 <흑산도 하늘 길>과 김훈의 <흑산>도 당시의 천주교 박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광주에 사는 덕에 다산 초당은 세 번을 가보았다. 광주의 학부모독서회라면 강진의 영랑생가와 다산초당은 빼놓지 않는 순례코스다. 봄, 여름, 가을의 다산초당은 가보아서, 앞으로 눈쌓인 다산초당을 가보고 싶은데 아직.... 다산초당도 좋지만 선생이 흑산도에 유배된 형님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천일각(다산 유배시에는 천일각 건물이 없었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1권, 69쪽)에 서보는 것도 좋다. 바다 건너 형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보면서... 다산초당을 비롯한 남도를 여행하려면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남도답사 1번지>를 참고하시라. 나도 문학기행이나 답사를 갈 때는 꼭 챙겨보는 교과서다. 유홍준 선생은 다산을 알기 위한 몇 권의 필독서를 소개하는데, 오래전에 출판되어 대부분 절판이라 이후에 출판된 책을 찾아보면 될 듯.
7~8년 전인가, 초등동창들과 미사리 찻집에 간다고 나섰는데 일행을 헤아리던 친구가 찻값만 해도 20만원이 넘겠다며 찻집에 들어가지는 말자고 했다. 더 웃기는 건 머슴아 친구가 "야, 이런데는 남의 거(?)랑 와야지, 동창들과 올데가 아니야!" 그러는 거다. 남의 거랑 와야 비싼 찻값도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쓰는 거라며... ㅋㅋ
모처럼 맘먹고 나섰는데 그냥 돌아올 수가 없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정약용 유적지에 갔다. 복원한 다산생가와 언덕에 모신 선생의 묘소에 올라가 인사를 드리고 왔었다. 그 덕분에 흑산에서 묘사하는 두물머리 전경을 알 것 같았다.
남양주시에서는 다산문화제도 열고 다산을 알리기 위해 여러가지 행사도 한다. 초등 고학년이면 다산유적지에 들러 다산기념관과 실학박물관에서 공부도 하고 전시된 모형 거중기 등 살펴볼 것이 많다. 무엇보다 선생의 묘소에 올라 선생이 들려주실 말씀을 헤아려보면 체험학습으로 유익할 것 같다.
덧붙이자면, 정약전의 현산어보는 오래전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도서를 구입할 때, 회원들의 추천도서라서 샀는데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읽기는 만만치 않아... 한동안 끼고 있으면서 쬐금만 보고 도로 반납했더랬다. ㅠㅠ
그래서 청소년/어린이 대상으로 나왔을 때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