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자라서 친구가 되고, 아들은 자라서 애인이 된다.
친구보다 애인이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
어떤 땐 친구가 그립고 가끔은 애인이 그리운 인생이 무한반복되니까.
우리 애인은 요즘 모든 것에서 우선 순위다.
먹을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남편 셔츠는 다림질하지 않아도 애인 교복은 다림질한다.
하지만, 올 여름엔... 애인 교복을 다려 입히는 것도 거부할만큼 무더운 여름이었다.
이 녀석을 낳은 다음해,
녀석이 걸음마를 배워 하루내내 종종거리던 94년 여름은 내 생애 최고의 더위로 기억한다.
그리고, 올 여름이 두번째 무더운 여름으로 기억되리라.
새벽에 나가 심야에 별을 보고 귀가하는 고딩이지만, 어제는 일찍 돌아왔다.
그제 '언제 시험 보냐?' 물어도 답이 없었고,
전날에도 늦게까지 컴퓨터에 붙어 있더니 모의고사를 봤단다.
말은 항상 잘 봤다고 하지만, '잘 봤다'는 수준과 개념이 큰딸과는 다르다.ㅜㅜ
요즘 화려한 외출과, 광주에서의 일정도 만만치 않아 후유증이 몰려오기에
혼자서 저녁밥을 먹고 좀비처럼 잘려고 했는데~
막내도 학생회 일로 학교에서 저녁밥도 안 먹고 돌아왔고, 애인도 왔으니 간만에 피자를 시켰다.
큰딸이 왔을 때 사주려고 했는데, 급히 가는 바람에 못 사주고 피자값을 줘서 보냈는데...
막내는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고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한 조각만 먹었고,
일찌감치 저녁밥을 두 그릇이나 먹고도 피자를 두 조각이나 먹어 치운 나는 뭐냐고?
놀러 왔던 와일드보이는 저녁을 안 먹었어도 피자 한 조각에 콜라는 절대 안 먹던데.
자기 누나가 아토피라 음식에 철저한 엄마 덕분에 초등 1학년임에도 콜라를 안 먹다니 놀랍다.
그리고 책을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서 아침 6시 10분, 모닝콜이 울릴때까지 잤다는 야그다.ㅜㅜ
물론 세수도 안했고 피자 먹고 양치질도 안하고 잤다는...
내 피부가 좋은 이유는 이런 게으름이 한 몫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ㅋㅋ
모닝콜이 울리기 전 잠이 깨어 몇 시나 됐을까 쌀 씻어야 되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안 일어났지만
모닝콜에 후다닥 일어나 쌀 씻어 속성으로 밥을 해서 그래도 애인 아침밥은 먹여 보냈다.
후식으로 사과 한 알까지 먹고 갔으니 됐지 뭐.
뭔 소리를 하려다 쓰잘데 없이 길어졌을까?
아~~~~~ 이매지님께 요거 보여주려고 시작했는데....
난 쥐다. 그럼 인간은?
http://blog.aladin.co.kr/783768195/4124223
어제 일찍 왔다고 이 책을 뚝딱 읽고는 자기 서재에 리뷰도 올렸다.
왜냐면... 돈이 필요했으니까.ㅋㅋ
춘추복 셔츠을를 줄인다고 세탁소에 맡겼으니 수선비가 필요했던 거다.
비록 애인일지라도 용돈을 그냥 주지 않으니까
녀석은 용돈이 필요하면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그려면 내용과 분량이 만족스러우면 5,000원을 준다.
"땅 파봐, 단 돈 100원이라도 나오나!"
라고 주장하는 엄마에게 세뇌되어 군소리하지 않는다.^^
녀석이 어제 이 책을 펼치더니, 자기가 본 어떤 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프로필을 보곤 '오토제국의 아기도깨비'를 그린 화가라고, 역시 자기 생각이 맞다고 좋아했다.
오토제국은 이현주 목사님이 쓴 동화로 아이들이 좋아한 책이다.
속지의 메모를 보니 2002년에 사줬는데 초등 3학년 때 읽은 걸 기억하다니~ 대단한 녀석! ^^
녀것이 쓴 '난 쥐다' 리뷰를 보면, 재밌게 금세 뚝딱 읽었다 는 걸 알 수 있다.
삽화만 봐도 아주 재미있을 거 같다. 청소년들이 보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