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부산 리포트 1
마음이 마음을 낳다
나비님의 '마음이 마음을 낳다'에 박수를 보내면서 여전히 '부산 리포트'라는 제목으로 열어요. 무슨 행사든 유통기한(?^^) 지나서 올리는 보고서는 뻘줌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부산모임은 2탄을 기다리고 있을 듯하야~~ 어제 중학교 시험감독하곤 고단했는지 우리 애인 귀가도 모르고 잠들었다가 신새벽에 일어나 끼적입니다.^^
여기는 해운대가 아니라 광안리 바닷가라굽쇼~~~ 부산에 사는 프레이야님은 우리가 바닷물에 발 담그러 왔다는 걸 모르고, 그냥 눈으로만 보면 되는 줄 알았을 듯... 헤헤, 바다가 그리운 촌사람들은 바다에 오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바닷물에 발 담그기다. 우린 부산행을 맘 먹을 때부터 예정된 순서였고, 그에 걸맞게 바지가 젖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발목이 드러난 옷을 입어주신 것.^^
저 발은 나의 발, 저 발은 뉘 발~~~ 바닷물 잘박거린 저 발들은 그날 행복했었다.^^
뉘 발인지 아시겠죠?
영화촬영소 주변을 배회하다가 해운대로 가기 전, 지귀나무와 유도화가 유난히 많았는데 차 속에서 찍은 솜씨론 제대로 보여드릴수가 없구만유~ ㅜㅜ 자귀나무는 미모사처럼 해가 지면 입이 접혀지기 때문에 합환목이라고도 하는데 요즘은 꽃을 피워 유혹적인 자태를 뽑낼만하죠. 고향에서 많이 보고 자란 나무라 광주와서 살던 90년초에 분재를 만나 덥석 거금을 주고 샀더랬는데...
그래도 해운대로 가는 길목에 만난 접시꽃이 아쉬움을 달래줬어요.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으로 비로소 제대로 대접받은 이름~~ 하양색, 분홍색, 자색도 있지만 해운대에선 달랑 요거 뿐.^^
광안대교처럼 시야를 가리지 않아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가 좋았어요.
저 건너 보이는 둥그런 마을은 '달맞이 고개'로 우리 모임의 행복한 마무리가 된 '달맞이 길'을 품고 있지요. 사진으론 별로지만 유럽의 어느 곳과 비교해도 좋을 듯한 멋진 풍경이었어요. ^^
오른쪽 보이는 산책길을 오르면 정상들이 모였던 동백섬의 누리마루가 나오지만 우리는 올라가지 않았어요. 동백섬쪽에서 산책하려다가 차 댈곳이 없어서 눈으로만... 순오기는 지난 가을 이금이작가 부산강연때 갔던 곳이기도 했고요.
"다 주부들이신가?"
라고 물으셨다는 프레이야님 옆지기 말에 박장대소했던 우리는 분명 주부들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얼굴을 드러낸 기념촬영도 여러번 했지만, 일단 뒷모습만 구경하세요.^^ 부산갈매기와 더불어 우리를 반기고 배웅했던 부산 까치도 나쁘지 않았어요.
해운대를 벗어나서 달맞이 길로 고고씽~~
달맞이 고개에 추차된 차들~ 둥그런 산자락이라는 게 느껴지나요? 해운대에서 바라볼 때 둥그런 마을이었는데, 바다와 등대 보이시죠. '오 해피데이'의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바라본 부산의 저녁놀~~~~
저녁놀에 감탄하며 근사한 식사도~ 테이블 전체를 찍고 싶었지만 안쪽에 앉아 접시만 찍었다는...
1편에서 점심 먹은 '행복한 횟집'에 이어 저녁 식사를 한 곳은 우연히도 '오 해피데이'였기에 우리 만남 컨셉인 '행복한 날'과 딱 맞아떨어졌지요.^^
하루 해가 너무 짧았던 우리 만남은 KTX를 예매한 그녀들의 시간을 훨씬 넘겼다. 내가 처음에 9시차로 예매하랬더니 서울 도착시간을 고려해 7시 30분으로 했던 그녀는 "시간 늦춰도 돼요" 라면서 8시 30분이나 9시 차도 좋다고 했다는. ㅋㅋ
우리의 행복한 만남은 절정을 치닫고 있었으니, 어느 결에 '공공의 적-강철중'을 찍듯 콘테이너 차들이 포진한 항만부두를 달리고 있었다. 부산역으로 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끝도 없는 부두길만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저만치 있는 분들에게 길을 물으려 내렸던 만치님을 버려둔채(?) 출발하려던 프레이야님의 기행이 그날의 하일라이트였다는.ㅋㅋㅋ
친절한 부산시민에게 상세한 길안내를 받아 온 만치님 덕분에 야경이 멋지다는 광안대교를 건너 무사히 부산역에 닿았다. 광안대교의 야경샷은 보너스~~ ^^
종일 엄마를 빼앗은 염치없는 주부들을 원망할 프레이야님 두 따님한테 미안해 우린 7시 30분차로 돌아오려 했었다는 것, 하지만 프레이야님이 기어이 저녁을 먹여보내야 된다고 달맞이 길 '오 해피데이'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는 걸 확실히 밝혀둡니다.^^
우리의 만남을 기억하기 위해 각자 마음에 든 좋을 시를 골라 읽고, 그녀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시집을 차에 둔채 내린 순오기는 기회를 날려버리고, 부산역으로 가는 차 속에서 마음에 드는 시집을 고르게 했다는.... ㅜㅜ
프레이야님은 신경림의 '낙타', 나비님은 김경미의 '고통을 달래는 순서'를, 만치님은 정끝별의 '와락'을 골랐다.
부산역에 도착해서도 잠시 정차한 '그놈의 차' 때문에 길고 찐한 포옹도 못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는 것~~ 헤헤, 종일 우리를 태워준 차한테 미안하지만, 프레이야님 표현대로 '그놈의 차'때문에 우린 일일히 포옹하지 못하고 헤어졌다고요.^^
----- 만치님과 나비님은 부산역에서 KTX를 타러 가고, 순오기는 초딩단짝 영도댁 금봉이가 배웅나와서 잠시 얼굴 도장 찍고 두둑한 차비까지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는... 종일 수없이 전화해대며 일정을 조정했지만 결국 오붓한 만남을 갖지 못한 내 친구 금봉이 왈,
"가시나야~ 니 이렇게 왔다 갈려면 온다고 연락도 하지 마라~~~ "
내친구 금봉이에겐 박성우의 '가뜬한 잠'을 건넸다. 바로 요 시 때문에~~~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억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우물에 미숫가루를 부은 적은 없지만 장롱 위에 얹어 둔 미숫가루 내리다가 재봉틀 의자가 쓰러지는 바람에, 미숫가루통도 엎지르고 방바닥에 나자빠졌던 유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순오기. 님들도 비슷한 추억 하나쯤 있으신가요? ^^
식구들 다 떨쳐두고 화려한 외출을 감행할 자유부인을 꿈꾼다면 조금만 기다리세요. 초등고학년만 되어도 같아 다니지 않으려 해서 어디라도 데려가려면 사정을 해야될 때가 멀지 않았다면, 곧 자유부인의 계절이 온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랍니다. 가족 먼저 미국으로 보낸 나비님, 남편과 따님을 한탄강 래프팅에 보낸 만치님, 이제는 다 커버려서 엄마가 어딜 가든 상관없는 순오기와 부산가이드 프레이야님까지 합세한 자유부인들의 화려한 외출, 부산 리포트는 요렇게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