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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낸 메일 전문이다. 엄청 길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반까지 상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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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화로 하려다가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메일로 써.
사실 나는 가두시위를 하는 촛불집회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어.
그래서 촛불 문화제가 가두시위로 점차 변해갔을 때는 안 나갔지.
어쨌든 불법은 불법이란 생각이었고 (집시법이 헌법에 위배되네 어쩌네 해도...)
무엇보다 저들이 80년대 스타일로 돌아간다고 해서
시민들까지 80년대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거든.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는 현장을 보고,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이 조금씩 변해갔어.
유시민 씨가 서울대 프락치 사건 당시 쓴 '항소이유서'의 한 부분도 떠오르더라고.
'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양심의 명령을 따르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양심의 명령을 따르는 일.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본 상황에 내 양심은 동참하라고 말하고 있었어.
더군다나 지방에 있는 친구도 학교 차원에서 올라온다고 하니
그래도 근처에 사는 내가 안 나가볼 수도 없잖아.
부랴부랴 준비해서 대학교 친구랑 시청으로 갔어.

한 9시 쯤에 도착해보니까 행진 준비 중이더라고.
깃발들고 뛰어가는 대학생들에 같이 끼어서 행진했어.
지나가던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해주시고 생수병 하나씩 주시길래 받아서 잘 마셨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행진하는 도중 닭장차에 가로 막혔어.
선두 대열에 있어서 생생하게 잘 보였지.
'평화집회 보장하라' 구호도 외치고 애국가도 부르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노래도 부르고
그러다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이 닭장차 위로 올라가는거야!
깜짝 놀랐지. 학생들 참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데 교복을 입고 와서 더 걱정되더라고.
닭장차 위에 올라간 학생이 뒤에있는 전경들을 향해 뭐라고 말하는데 그것까지 들리진 않았어.
그러다가 그 학생이 닭장차 위에서 전경들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하는거야.
비킬 때까지 하겠다는 건지 다리를 비틀비틀거리면서도 계속해서 꽤 오랫동안 절을 했어.
그 사이에 여자분 두 분도 더 올라가셔서 같이 절을 하고.
애가 거의 쓰러질 지경으로 보이는 그 상황에
기자들이 다닥다닥 따라올라가서 사진 찍고 인터뷰하다가 욕 많이 먹었지.
'기자들 내려와라!' '어른이면 애 데리고 내려와라!' 플러스로 '조중동은 꺼져!' ㅎㅎ
절을 하던 애가 뒤돌아서 우리를 향해 소리쳤어.
"여러분! 전경분들이 저흴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뒤를 보아달라고 말 좀 해주세요!"
열렬히 터져나오는 '뒤돌아! 뒤돌아!'
그러다 닭장차를 전복시키려고 다들 내려오라고 했어.
그 남자애가 조금; 영웅주의에 빠져있는게 느껴져서
비웃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정열까지는 비웃을 게 아니잖아.

닭장차가 흔들리고, 사다리가 오고,
함성소리와 함께 예비군들이 착착 들어와 최전방으로 향했어.
아우! 후줄근하게만 보이던 군인 아저씨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인건 난생 처음이었다니까!
폭풍간지 예비군분들!!!!!
그러다가 어떻게 해서 옆에 좁은 틈이 뚫렸고
다들 '천천히'를 외치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어.
그렇게 모인 곳이 정확히는 어딘지 서울 지리를 몰라서
확실치는 않지만 경복궁 근처로 청와대로 가는 길목이래.
거기도 닭장차로 좌우가 막혀 있었고 가운데는 잘 보이지 않았어.
나랑 친구는 여전히 선두 대열이었어.
'이명박은 물러가라'구호가 가끔씩 '쥐명박은', '쥐새끼는'으로 바꿔 외쳐지기도 했고.
닭장차에 올라가거나 흔들려는 사람들에게 소화기같은 걸 뿌려서 뿌옇게 연기가 일었어.
최루탄인 줄 알았는데 소화기 같은 거라고 하더라고.

그러다 12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루머가 돌기 시작했어.
12시 땡치면 전경들이 진압 시작한다고. 초긴장 상태로 12시를 맞았는데 아무 일 없었어.
그러다가 같이 온 친구가 어머니는 허락하셨는데
아버지가 자꾸 들어오라고 전화하시는 바람에 먼저 가게 됐어.
난 지방에서 온 친구랑 연락해서 그 쪽으로 옮겼고.
넓은 차도에 차는 하나도 없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걸어다니고 있었어.
'해방공간'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더라고.
내 앞에 촛불을 든 20대 남자분이 가고 계셨는데
4,50대로 보이는 남자 어른이 갑자기 다가와서 촛불을 뺐으며 욕을 했어.
"어린 노무 섀끼가, 니들이 뭔데 촛불을 들고 지랄이야! 지랄이! 엉?!
니네가 뭔데?!! #%#&)*&%$@#!@!!!"
남자분은 그냥 꿋꿋하게 대꾸없이 길을 가셨는데 보는 내가 짜증이 치솟더라고. 후~
그런 분들은 말을 해도 듣지 않으시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친구한테 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서 다른 집회 장소로 갔어.
사람들이 많았는데 닭장차를 전복시키려는 사람들 머리를 향해 직방으로 물대포를 쏘더라고.
난리였어.  

1시 쯤에 친구가 있는 곳에 무사히 합류했어.
서울지방경찰청 앞이던가?
경복궁역 3번 출구 근처였는데 먼저 있었던 두 곳보단 사람이 적었어.
대부분 대학생이었고 알고보니 한총련 쪽이더라고;
사실 나 한총련 쪽 별로고 거부감도 들어. 반미투쟁, 민족 해방 어쩌고 하는 게 싫더라고.
앉아서 따로따로 문선같은 거 추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고 있는데 하는 일도 없어 보였어.
오죽했으면 내가 첨 본 친구 선배 언니한테 다른 쪽에 있다가 왔는데 여긴 너무 하는 게 없다고,
다른쪽은 시민들이 살수차에 당하고 있다고 거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막 그랬어.
알고보니 거기는 '뚫는 곳'이 아니라 '막는 곳'이래.
여기가 뚫리면 전경들이 지금 시위하고 있는 저 사람들을 뒤에서 친다는 거야.
'토끼몰이'라고 다 포위하게 된대.
머리로 이해는 해도 감정적으로는 그게 안 되서 불만만 가득 차 있었지.
게다가 한총련 노래를 부르는데 이건 뭐; 가사가 너무 격한 거야.
적의 심장을 어쩌고 저쩌고; 쓰는 단어가 북한같아서 반감 최고조!

근데... 오늘 한총련 없었으면 엄마 딸 지금 길바닥에 쓰러져있다가 닭장차 실려갔을거야.
어쩌면 구급차였을지도...

사람들 대부분이 길바닥에서 잠들고 나도 졸고 있는데 3시 54분.
누군가 외치며 우릴 깨우기 시작했어.
"여러분! 이제 곧 4시에 진압이 시작됩니다! 이미 저쪽은 시민들이 살수차에 희생당했습니다!
여러분 시민들이 당했습니다! 정신차리십시오!
우리가 졸고 있을 때입니까?! 진압이 곧 시작됩니다!"
다들 일어섰어.
그리고 4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아까처럼 그냥 루머였나?
진압하면 인터넷에 올라가니까 이제부터는 이렇게 아무 대응도 안 하다
우리가 지쳐 돌아가길 기다리는건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4시 10분쯤 진압이 시작됐어.
살수차가 우릴 향해 물대포를 쐈어.
대열을 이룬 전경들이 방패를 들고 일제히 걸어왔어.
방패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어.
우리도 조를 이뤄서 옆사람과 손을 잡고 줄을 섰어.
진압이 시작된거야.
살수차가 물대포를 쏘고 전경들이 밀어붙이고, 사방은 방패소리와 고함소리로 가득했어.
"남자분들은 앞으로 오세요! 남자분들은 앞으로 오세요!"
무장한 전경들을 남자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았어.
나는 남자 대열 바로 뒤에 있어서 전경들 얼굴까지 생생히 보였어.
찡그리고, 짜증내고, 욕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전경 쪽에서 물병같은 걸 던져서 여자들 있는 데까지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거야.
맞을까 봐 조마조마 했어.
그렇게 아무리 버텨도 조금씩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다른 곳에 있는 시위대와 모두 합류하게 됐어.
어딘지도 몰라. 굉장히 커다란 도로였어.
밀리고 밀려서 거기에 다들 모인 거야.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모였어.
그리고 날이 밝았어. 조금씩 조금씩 밝아지다 완전히 환해졌어. 

살수차가 계속 추가되고 경찰 쪽에서 여자분이 계속 방송을 했어.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 집회를 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의 주장이 소중한 만큼 다른 시민들의 안전도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주장은 공정한 방송매체를 통해 듣고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위와 같은 말을 무한 반복. 그야말로 심심하면 계속 하드만.
사람들은 '닥쳐라', '공정한 방송매체가 뭐냐?' '우리가 시민이다!' 를 외쳤어.
살수차가 사정없이 우릴 겨냥해서 물대포를 쏘았어.
이번에도 남자분들이 여자들을 감싸고 몸으로 막아냈어.
머리를 숙이고 빽빽하게 모여있으면 그 겉을 남자들이 둘러싸고 막아.
내 앞에 계시던 분이 막아내는 수압이 나한테까지 다 느껴졌어. 
그렇게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미칠 것 같아.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좌우에서 물소리가 들리면 
'아, 이제 곧 우리 차례겠구나' 하며 기다리는 게 사람 돌게 만들어.
비가 미친듯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온 몸이 흠뻑 젖었어.
한번은 내 옆구리에 스쳐지나갔는데 와~ 제대로 맞았으면 나 날아갔을 거야;
다리에도 왔는데 휘청 거렸다니까.
살수차를 얼굴에 맞아 안경이 날아간 분이 안경을 찾아왔는데
알이 깨진것도 아니고 깨끗하게 날아가 있었어.  
이번에 물대포 때문에 뇌출혈 일으킨 사람하고 고막 날아간 사람들 있다고 했는데 뻥 아닐거야.
그만큼 수압이 장난이 아니었어.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시민으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이 뛰어다녔어. 

엄마, 나는 믿지 못했었나봐.
아무리 사진을 보고, 생중계를 보고 했어도
'설마, 설마 전경이 무기도 안 든 시민들을 다치게 하겠어.' 하고 생각했나 봐.
내 바로 '눈 앞에서' 한 남자분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실려가는 걸 보면서도 실감이 안났어.
설마 전경이 저사람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믿을 수 없었어. 현실이 아닌 것 같았어.
기자들은 미친듯이 플래쉬를 터뜨렸고, 각 방송국 방송차에서 우릴 찍는 걸 봤어.
앞에서 대열을 갖추고 있다가 신발이 벗겨져 맨발로 도로를 다니던 남자애가 있었어.
모두들 흠뻑 젖었고 비옷과 돗자리가 동원되었어.
물이라면 징글징글해질 정도로 살수차가 사정없이 물대포를 쐈어.
한 대에 물이 떨어지면 두 대가 증원됐어. 7대쯤 있었을걸? 추워서 몸이 덜덜덜 떨렸어.

그리고...
사람들이 "깃발 앞으로! 깃발을 앞으로!" 라고 외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졌어.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그 노래를 부르긴 처음이었는데 마음이 복잡해졌어.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이 노래가 또 다시 이렇게 불려져야 하는 건가.
그것도 나같이 이 노래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금 이 시대에.
하는 진지한 생각 아주 잠깐. 

뭐 그래도 그 상황에서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유머감각은 여전하더라구. ㅎㅎ
살수차가 증원되어 새로 도착하면 
시민들은 와~ 하고 양손을 흔들며 반가워 하는 척을 하고,
우리를 겨냥하면 '온수, 온수!' '따슨물, 따슨물!' 외치며
기왕 쏠 거 따뜻한 물로 해달라고 귀엽게 조르기도(?) 하고,
전경쪽 여자분이 계속해서 방송을 하면 '노래, 노래!' '개인기, 개인기!'를 연호하고.
대학교에서 선배들이 노래를 시켰을 때 애가 못 부르면 곯려주려고 부르는 '나가리송'도 나왔어.

'한박자 쉬고! 두박자 쉬고! 세박자 마저쉬고 하나둘셋넷!
둘둘셋넷! 셋둘셋넷! 아 넷둘셋넷!! 이번 판은~ 나가립니다! 다음판을 기대하세요. 다음판도 나가리면! 쏘주 한 병 원샷입니다! ' 

예전엔 시위가 그야말로 '투쟁적'이고, 목숨을 걸고 한 치열함 자체였다면 오늘날은 달라.
이걸 진지하지 못하다고, 가볍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지. 그 말도 맞다고 생각해.
분명 오늘 이렇게 모이는 사람들 중에는 그냥 재미삼아서, 감정적인 인터넷의 무언가를 보고 욱!해서 온 사람들도 많을거야.
당장 나부터도 그렇게 엄숙한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오고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오늘날의 시위는 비폭력을 외쳐. 순간순간 축제같이 즐기기도 해.
그리고 나는 시대가 흐르는 방향은 이 길이라고, 이 것이 옳다고 생각해...

처음에 내가 했던 생각, 저쪽에서 80년대 식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도 80년대로 가면 안된다고 했던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어.
그렇게 내내 밀리고, 버티고, 밀리고, 또 밀리고.
그러다가 몇몇 남자 대학생분들이 외치셨어.

"일빵빵(?)이다. 일빵빵(?)이다!"

옆에 다른 사람이 일빵빵이 뭐예요 라고 물어보니까 대충 이런 식으로 설명하시더라고.
쟤넨 조낸 잘 패고, 조낸 잘 달린다. 쟤넨 답이 없다.
그래서 앞을 보니까…
악! 이건 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대열 앞에 있던 그 많던 분들 다 사라졌어!!
시민분들도 안 보이고 대학생들만 보이더라고.
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늘어선 전경대열이 눈 앞에 있었어.
나중에 기숙사 돌아와서 기사 보니까
그게 테러진압 등을 위해 움직이는 '경찰특공대'라고 하더라고...
그런 특공대가 '100xx' 식으로 숫자가 일, 공, 공으로 시작되나봐. 그래서 '일빵빵'인 거 같아.

우린 폭력 시위 아니었어. 화염병, 죽창, 쇠파이프 그런 거 하나도 없었어.
맨몸에 비옷, 돗자리가 윗분들 눈에는 살인무기로라도 보였던 걸까?  
아무튼 그래서 겁나 쫄아있었어.
'앞보고 천천히!' '뛰어!' '뒤로 돌아 천천히!' 등의 외침에 따라 뒤로 빠졌어.
그러다 어느 순간.
"뒤돌아 보지 말고 뛰어!!!!!!!!!!!" 
친구 손잡고 미친듯이 뛰었어. 엎어질 것 같았고 사람들이 다 미친듯이 뛰었어.
우리 위치가 전경하고 가까이 있어서 더 무서웠어.
뛰다가 친구가 더 못 뛸 것 같아서 여자 선배랑 같이 인도로 빠졌어.
인도로 빠지면 안 잡는다 그러던데 혹시 모르니까 지하에 있던 계단으로 숨었어.
내가 궁금해서 살짝 나와서 구경했는데
시위대는 저 앞에 보이지도 않고 완전무장한 일빵빵들이 뛰어가는데...
와~ 끝이 없어, 끝이.
빤딱빤딱거리는 헬맷때문에 바퀴벌레같이 보였는데 진짜 전경들이 바글바글해.
근현대사 사진 속에서만 보던 그런 사진있잖아.
환한 도시에서 많은 수의 전경들이 막 쫓아가는 거. 딱 그런 광경이었어.  
그렇게 끝났어. 시간은 6시 32분.

시청 앞에서 각 대학교들이 모이고 난 지하철 타고 기숙사로 향했어. 흠뻑 젖은채로.
이른 아침이라 한적한 지하철에 앉아 가다가 문득 안을 둘러봤어.
출근하시는 직장인들 같았는데 대부분 피곤한 듯 꾸벅꾸벅 졸고 계셨어.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운거야. 너무 일상적인거야. 너무 아무렇지 않은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10만 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밤을 새며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내 눈앞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던 사람이 실려갔고,
살수차에 온 몸이 흠뻑 젖고,
경찰특공대에 의해 쫓겼는데 말이야.
실감이 나지 않아. 엄마.
이 사람들은 알까?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8시. 기숙사에 도착했어. 옷 갈아 입고 내내 잤어.
다른 애들은 집에서 절대 못 가게 막고, 허락해 줘도 밤은 못 새게 하는데
난 나 하고싶은 대로 하니까 그 대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 해줄려고 썼어.
써보니까 엄청기네.;
다시 또 갈지는 모르겠어.
가보니까 대학교나 단체 차원이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들겠더라구. 우리 학교는 잘 안가;
어제 있었던 이야기 끝!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 니콜라이 알렉셰비치 네크라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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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말시험을 앞두고 중3 아들을 광화문으로....
    from 파피루스 2008-07-03 17:26 
    7월 5일 촛불집회에 중학생 아들녀석이 서울로 가고 싶어한다. 거기엔 대학생 딸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5.31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누나가 보낸  e메일을 보고 그대부터 서울 집회에 가고 싶어 했었다. 문제는 아들녀석이 7월 7일 월요일부터 기말고사다. 뭐~ 별로 공부에 열심을 내는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험을 앞두고 보낸다는 건 망설여졌다. 며칠전 진보신당에서 문자가 왔는데, 아주 혹하는 내용이었다. "5일 서울상경 1시
 
 
Mephistopheles 2008-06-0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조선인 2008-06-0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도, 순오기님도 존경합니다.

네꼬 2008-06-0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울었어요.

행복희망꿈 2008-06-0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께는 정말 힘들고 지치는 하루였겠어요.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제 마음이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무스탕 2008-06-0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느 순간 전 '눈먼자들의도시'인줄 알았어요..
민주양. 고생했어요.. 같이 울고 싶어지네요.. ㅠ.ㅠ

도넛공주 2008-06-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라로 2008-06-0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하다고도 고맙네요,,,

바람돌이 2008-06-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요. 민주양! 우리가 이따위 세상을 만들어놓아서....

마노아 2008-06-0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이에요. 훌륭한 따님 키워줘서 순오기님께도 고마워요!

큰딸! 2008-06-0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 어쩐지 엄마가 알라딘에 올릴 것 같더니만;
그래도 전문을 올려놓을 지는 몰랐는데 ㅎㅎ
아휴, 저한테 미안해하시고 고마워하실 게 어딨어요~ ^^;
전 그냥 머릿수 채운 거 밖에 못 했어요.
앞에 계시던 분들이 고생 많이 하셨죠... 많이 다치시고...
엄마, 걱정하지는 마! 항상 몸조심할게!

순오기 2008-06-02 09:50   좋아요 0 | URL
성주는 메일 보고 함께 하지 못한게 아쉽고 유감이래~
민경이는 한편의 소설 같다며 감동 먹었고~~~
아빠는~~~~ 걱정하지만, 내심 뿌듯한 듯...
그래서 토요일에 금남로 촛불 시위에 동참하기로 했단다!
밥 잘 먹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우리딸!^^

하늘바람 2008-06-0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정말 훌륭한 따님을 키우셨네요

마늘빵 2008-06-02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승주나무 2008-06-02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순오기 님께 존경스러운 맘이 들지 않을 수 없네요. 이런 소양과 감성을 가진 젊은이가 대한민국에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글샘 2008-06-02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같이 똑부러진 젊은이들이 한 사람의 촛불인 것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지금 국민이 얼마나 똑똑한지... 저들은 아마 몰랐겠지요.
좀 겁주면 촛불은 꺼질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살수차 정도면 중학생 촛불 휙 꺼질 거라고...
이번 '혁명'의 성공은 그 촛불의 배후는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데 있는 것 아닐까요?

bookJourney 2008-06-02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고맙고, 너무 미안합니다.

뽀송이 2008-06-02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처절히 절규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이지 가슴이 아픕니다.
나라꼴이 이 지경이니... 따님에게 훌륭하다고 전해주세요.

2008-06-02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6-02 09:52   좋아요 0 | URL
누구나 처한 상황에 따라 열심히 살면 그것도 애국이지요.
누군가의 희생으로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나고 그 댓가를 누리고 살면서 빚진 마음도 있으니까요~~ 기회가 되면 저도 동참할려고요. 열심히 응원하자고요!!

2008-06-02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6-0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이 고마운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 우리의 자랑이지요.
남편은 5.18 한복판에 있었으면서 막판까지 동참하지 못한 죄의식을 갖고 있는게 읽혀져서...우리 딸은 그런 부채감을 갖지 않도록 할 수 있으면 동참해야지요~~ 엄마가 해줄 일이 없어서, 시위에 가기 전 준비해야 될 일을 메일로 보내줬어요. 시위현장에 계신 분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근신합니다!

세실 2008-06-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납니다. 참 고맙고 화도 납니다.

홍수맘 2008-06-02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대단하세요. 따님도, 엄마도....

순오기 2008-06-03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홍수맘님...시위 참여하는 모든 분들께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이죠.
더 큰 희생이 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