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들의 모임인 '구루지회'로 서울 언니집에서 모였다. 함께 가겠느냐는 물음에 침묵하는 남편에게 아양 떨며 꼬시고(?), 사정하기 싫어서 큰딸과 둘이서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모임 당일에 전화한 언니의 불호령으로 졸지에 우리 다섯 식구가 가게 되었다. 12년간 모임에 개근한 막내는 이번에 언니가 가니까 빠지기로 했었고, 아들녀석은 당근 안 간다고 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아빠가 "무슨 소리야? 이제 누나랑 같이 여행하기도 어려우니까 다 가야지!" 라는 한마디에 "응, 나는 간다고 했었어."살짝 꼬리내리는 아들넘을 보고 우리는 쓰러졌다. "와~ 본래의 네 모습이 이런 거였어? 아무리 그래도 깨깽도 못하고 배신때리냐?"는 반응에 멋적게 웃는 녀석이 구엽다. ^^
토요일 오후 3시 늦게 출발했는데 한시간도 못 가서, 2000년식 카니발 17만 킬로를 달린 충성스런 애마가 병이 났나 보다. 조금만 달리면 엔진이 과열되어 혹시 폭발(?) 위험을 느껴 달릴수가 없었다. '정읍'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기아서비스센터에 연락했다. 서비스맨 출동과 부품을 가져오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2시간 30분만에 수리가 끝났다. 얼마 전 교체한 라디에터에 문제가 있어 순환이 잘 안 되었다던가~~~~~~
그 2시간 30분 동안 카니발 속에서 삼남매의 개그가 펼쳐졌는데, 정말 나 혼자 보고 듣기엔 너무나 아까운 장면이었다. 수능이 끝난 날부터 오로지 TV와 컴퓨터를 벗삼은 큰딸과 하모니를 이뤄 엮어내는 삼남매의 TV,영화 패러디는 압권이었다. 무한도전, 팀버튼의 화성침공, 유령신부와 부랑부랑 빵상~ 등 손발이 척척 맞는 댓구에 엄마는 감탄하며 쓰러지고... 어려서부터 셋이 뭉치면 너무 재미있게 잘 노는지라, "역시, 내가 셋 낳기를 잘했지? 너희는 엄마 아빠의 탁월한 선택에 감사해야 해!" 라고 읊어대는 순오기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밤10시, 기다리던 형제들이 기립박수로 맞아줘 온 집안이 활기로 가득찼다. 5년 만에 나타난 비만 30%를 웃돌던 아들녀석의 175 훨친한 키와 빼빼마른 모습을 보고 '꽃미남''완소남'구호가 터졌다. 녀석도 내심 기분 좋은지 빙그레 썩소를 날려주시고~~~ ^^ 우리식구를 위해 차린 밥상을 사진 찍는 내게 '우~'하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꿋꿋이 찍어대는 순오기, 찍고 나니 훈제오리가 나오는지라 다시 찍으려니까, '배고픈데 빨리 먹게 해!'추상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에구~~~ 아무리 된장아줌마라는 순오기도 더 이상은 못 찍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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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 굴은 작은언니가 직접 채취한 100% 자연산이고, 훈제오리는 안 보여도 연어가 밥상을 살려주는군! ㅎㅎ
다음날, 부평 친정으로 와서 엄마가 바리바리 주시는 온갖 것들을 싣고 남편과 아이들은 먼저 광주로 갔고, 나는 주안역사에서 장미꽃 한송이 들고 있겠다는 멜기세덱님과 만났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과 알라딘과 사는 이야기를 무려 서너시간 나누고, 음~~ 아들 키우기가 버거워 멜기님의 조언도 들었다. 지난번 책선물을 두권이나 받았기에 맛난 것도 사드리고 책도 사드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흥 골목에 마땅한 식당도 찾지 못해 일식돈가스전문점에서 너무나 간소하게 접대해 미안했는데, 또 멜기님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우리 큰딸을 위한 '가르칠 수 있는 용기'와 순오기를 위한 '백석 시집 정본'을 주셨다. 이렇게 황송할 데가......멜기님이 고른 e지식 1권은 주안역서점에서 샀는데 2권은 알라딘에 주문 넣으려고 주춤, 아줌마의 지독한 알뜰정신......멜기님, 실명과 핸번은 아니까 주소만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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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님의 서재 대문 "讀書, 是人間第一件淸事" 과 '待人春風 持己秋霜' 이라는 말씀이 감동이다. 요걸 거기서 봤으면 정확한 해석을 듣고 왔을텐데, 해설을 못들어서 대략 헤아려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월요일 12시 30분, 알라딘의 새애인인 마노아님과 종로3가에서 만났다. 그리고 돌아오는 6시 30분까지 장장 6시간의 수다... 에너지가 넘치는 순오기 때문에 부도덕한 체력의 마노아님은 힘들었을거얌. ㅠㅠ 마노아님의 우리 삼남매를 위한 선물과 순오기를 위한 북다트에 완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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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들이 패션시계에 완전 뿅~~갔어요. 역시 마노아님은 센스 짱!! 큰딸 민주와 막내 민경이가 어떤 시계를 골랐을까요? 그리고, 아들녀석은 바지를 입고 하체만 찍자는 엄마 말에 "내가 별짓을 다해요!" 이러면서도 나름 포즈를 취했어요.^^ 허리는 1인치 늘려야겠어요. 숨을 못 쉬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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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시간을 뒤로 한 채 광주행 고속버스에 올라 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40분, 알라딘 브리핑을 보고 기웃거리며 댓글도 달고, 이 보고서를 올리고 꿈나라로 가렵니다! 즐거운 시간 함께 해주시고 선물까지 안겨준 멜기세덱님과 마노아님께 감사의 인사, 꾸~~벅!!
***우리가 너무 열심히 수다 떠느라 사진 찍는 것도 깜박해서 지하철 타기전 마노아샘 핸폰으로 찰칵. 우~~~ 우리가 닮았다기에 내 눈이 너무 작아욤! ^^ 말쑥한 멜기님께 사진 찍자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가방속의 디카만 만지작거린 순오기의 슬픈 전설을 멜기님은 아실려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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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님, 학교 끝나고 집에 왔더니 민경에게 보낸 책이 도착해서 추가로 올려요~ 이, 웬수(?)를 다 어떻게 갚을꼬? ㅎㅎ 광주이벤트로 확실하게 쏠테니 기다리세요요용!
우리 삼남매에게 고슴도치 이모로 확실히 각인됐어요.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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