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1
한강2
한강3
한강4
한강5
한강6
한강7
한강8
한강9
한강10
한강 세트 - 전10권 - 양장본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중2인 아들 녀석에게 읽으라고 했더니, 6학년인 민경이가 "나도 읽어도 돼?" 묻더니만 먼저 휘리릭 읽어버렸다. 이제 대학가는 큰딸은 너무 독서수준이 높으면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된다며 극구 말렸다. 자기는 중2때 읽었는데도 친구들과 많은 거리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우리 막내는 거의 문자중독 수준이라 읽는 걸 금할 순 없다. 게다가 만화 박정희, 전두환을 봤기에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싶어 엄마는 말리지 않았다. 간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는가만 물었을 뿐이다. 학교에서 사회를 배우니까 그것도 한몫은 한 거 같다. 중학생이 읽으면 좋을 책이지만, 초등 6학년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면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곧 중학교에 입학할 민경이가 '한강'을 읽고 남긴 글이다.

'한강'을 읽고     -6학년 선민경-

  한강은 1960년, 6.25가 끝나고 전라도에서 유일민, 유일표 형제가 서울로 상경하면서 시작된다. 지금은 어딜가나 아파트에 주택, 자가용이 도로에 굴러다니는데 그 때의 서울은 정말 가난했다. 무허가 판잣집이라도 있으면 꽤 있는 집이었으니까 50년만에 이렇게 된 게 정말 대단하다. 한강에는 유일민, 유일표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들 대부분이 가난한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화려한 경제성장의 뒤에서 그만큼 고통 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공장에서 일했던 전묘숙, 나윤자, 공장에서 일하다가 술집으로 옮겼던 박보금, 깡패 일을 했던 서동철, 막일을 전전하던 천두만 같은 사람들 등등. 이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기계에 손가락이 4개나 잘리고도 치료비밖에 받지 못 한 사람, 회사 사장들이 집을 수십채나 가지고 비싼 술을 마실 때 먼지로 인해 기도가 막히고 폐암에 걸린 여공원들.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순식간에 눈치 채 해고시키고, 사장들끼리 일치단결해서 더 이상 취직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읽다 보니까 낯익은 사건들이 많이 나왔다. 4.19와 박정희의 집권, 광주에서 일어났던 5.18, 월남 파병과 중동 등등... 아는 일들이 나오니까 더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알았지만 잘은 몰랐던 사실들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교 선생님들이 뭉쳐 부당한 정권에 대해 한마음 한 몸으로 싸웠던 4.19는 정말 하나 된 군중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 주었다. 또한 지식인들은 정말 깨어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조차도 4.19의 열기를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가족이 정치 쪽과 관련이 있던 사람과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던 사람들은 데모에 참가하지 못 해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던 강숙자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만 해야 했던 유일민 같이 말이다.

  그렇게 무능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고, 군인인 박정희가 정권을 차지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쳐 점점 경제성장이 되고 살만해 진다. 그러나 잘 살게 됐다곤 해도 서민들은 그다지 잘 살지 못했다. 여전히 있는 사람은 잘 살고 없는 사람은 못 산다. 잔인한 현실에 굴복해 비리에 무릎 끓은 4.19세대도 있었다. 참, 돈 없다는 게 뭔지... 돈을 벌기 위해 월남과 중동에 일하러 가고,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로 갔다가 병을 얻어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모두가 노력해서 정말 잘살아 보기 위해 노력한다.

  부정부패가 판치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은 살지도 못하며 근로기준법이 있는 지도 몰랐던 그런 시절은 알게 모르게 뒤에서 노력했던 사람들에 의해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은 천국과 지옥정도로 극명하게 갈린다. 이제 불행했던 과거를 지나 힘차게 비상하는 대한민국이 되야 하지 않을까.

 

*아들녀석은 이제 3권을 끝내고 4권을 읽는 중이다. 녀석은 자기 서재에 1,2편을 올렸다. 하루에 하나씩 올린다. 아들녀석만 읽으면 이 책 사들인지 5년만에 우리 다섯식구가 다 보는거랍니다. (이 뿌듯함, 아시죠?^^)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뽀송이 2008-01-17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민경이가 요 책을 다 읽었다니 정말 대견하고 예뻐요.^^
'너무 독서수준이 높으면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된다.'고 말한 큰따님의 만류에도 읽어내는
민경이 이해는 잘 한 것 같은데 정말 많이 앞서가는 것 같아요.^^;;
저희 집 큰 아들 녀석은 독서기피증이라 걱정입니다.
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서만 아주 쬐끔 한다는...ㅡㅡ;;

순오기 2008-01-17 15:35   좋아요 0 | URL
이 책 읽고나서, 오늘 온 '나는 전설이다'읽고 있어요. ^^
얘는 문자중독이에요~~~ㅋ~~~~~~ ㅠㅠ
아드님, 필요한 것을 잘 읽으면 되지요.^^

전호인 2008-01-1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울 범석이 녀석도 내가 읽는 책을 읽곤 합니다.
이번에 연수원에 있을 때 읽었던 책들을 모두 가지고 왔는 데 그중에서 몇권을 읽더라고요.
가능하면 동물을 의인화하였던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구요.
꼭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제가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조정래님을 사상적으로도 좋아하거든요. ㅎㅎ

순오기 2008-01-17 14:56   좋아요 0 | URL
애들은 부모가 읽는 책이 궁금하겠죠? 우리 애들도 거의 같이 뒤적거려요.^^
조정래님의 사상을 특정한 사람들은 걱정하지만, 이분의 기본 신념은 '빨갱이도 사람이다' 이게 통해야 통일도 할 수 있다는 것... 저도 동의합니다.

비로그인 2008-01-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듯하시겠습니다.^^ 근데 정말 독서를 통해 또래보다 성숙해지면 친구 사귀기도 어려울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순오기 2008-01-17 14:58   좋아요 0 | URL
너무 차이가 나면 대화가 안 통하는 이유가, 스스로 다른 아이들을 낮게 보는 오만함과 정신수준의 차이 때문이라는...큰딸의 설명입니다.

마노아 2008-01-1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녀분들이 독서수준이 너무 높아서 저는 너무 부끄러워요. 아유 예쁜 녀석들!

순오기 2008-01-17 14:59   좋아요 0 | URL
자기들이 좋아하는 책만 열심히 읽어요.^^
마노샘이야 알라디너가 인정하는 공식다독인이잖아요.
스쿱에 나온거 봤어요. 대단해요~~~~~~^^

잎싹 2008-01-1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민경이 대단하네요.
5학년 우리 딸은 언제 민경이처럼 수준높은 책을 읽을까?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는데...

순오기 2008-01-18 00:58   좋아요 0 | URL
ㅎㅎ님의 따님도 독서를 많이 한다니 어련하시겠어요.^^
책읽기야말로 부모가 시켜서 되는 일은 아니고, 먼저 보여주는 거울이 돼야 할 일 같아요. 자기 아이가 책 안 읽는다고 말하는 엄마들치고, 엄마가 책을 좋아하거나 독서하는 걸 즐기지 않는거 같더군요. 그쵸?

BRINY 2008-01-1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합니다. 짝짝짝!!!

순오기 2008-01-19 10:0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어른의 어버이라는 말을 또 다시 실감하죠.^^
짝짝짝!!! 2

프레이야 2008-01-18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민경이 독서력이 대단하네요. 요즘 아이들 참 가벼운 책만 읽으려드는
애들이 더 많잖아요. 그 어머니에 그 아이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참 보기에 좋습니다.^^

순오기 2008-01-19 10:04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신 혜경님께도 박수~~^^
방학이니까 하루 종일 널려 있는 시간이라~ 책을 잡았다하면 완독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