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만화가 열전 21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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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책에 관심도 많고 다양한 책을 많이 읽고자 하는 욕심도 있다. 현재 내 삶에서 책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책읽기가 좋고 즐겁다. 하지만 한 번씩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책읽기에 몰두하면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도 걱정된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과연 독서 중독자가 맞는지 궁금하여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읽었다. 어떤 면에서는 책으로 인해 내 삶이 조금 뒤죽박죽 엉키는 느낌도 들어 독서 중독자들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심정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정해 놓은 독서 중독자의 기준은 엄청 높다. 내가 이제껏 읽은 책 정도로는 독서 중독자에 낄 수도 없다. 운동이 배드민턴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그 어디를 가도 고수는 늘 존재한다.” 배드민턴계에서 매번 좌절하는 남편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p.5

 

(페넬로페)4남매 중 막내로,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책 읽기를 좋아했고, 그 결과로 생각과 고민이 많으며 성격이 급하고 예민하지만, 그 나머지는 아닌 걸로....


나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지지 않았다.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집안에서 설기는 혼자 책을 좋아한 아이였다. 사서로 일하면 한적하게 책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도서관에 취업하지만, 막상 그곳에서 하는 일은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 사서 업무는 책과 관련 없는 엉뚱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가 많았으며, 특히 도서관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해야 했다. 일에 지치고 오히려 독서량이 줄어든 설기는 독서 중독자들이 포진한 독서모임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설기가 참가한 첫 날, 독서 모임에서는 전통에 따라 새 회원인 설기에게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을 읽어 준다.


[책은 인간과는 달리 마음을 짓누르거나 수다를 떨거나 떼어 버리기 어렵지가 않다. 책은 불러내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이 책이나 저 책을 집어 들 수 있다.

 

책들이 자기들의 의견을 말하면 그도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그들은 나름의 생각을 발언하고 그에게 생각하도록 자극한다그가 침묵하면 전혀 그를 방해하지 않고 오직 그가 물어볼 때만 말을 한다.

 

책과 그의 관계는 다른 모든 일과의 관계가 그렇듯이 자유의 관계였다.

-슈테판 츠바이크위로하는 정신-p37


 이런 구절을 읽으면 당장 츠바이크의 책 전부를 읽고 싶어진다.

 


계속해서 독서 모임에 참가한 설기는 그곳에서 독서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듣는다.

 

1) 책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가?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야 하는가?

2) ‘잘 알아서 끌리는 주제잘 몰라서 끌리는 주제

3) ‘blind date with a book’-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자주 하는 이벤트

4) 뉴스에서 전문가를 인터뷰할 때 배경에 보이는 책장의 책에 관심이 간다. 인터뷰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5) 아무리 책을 많이 읽은 독서 중독자라도 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난처해진다. 누군가에게 전혀 취향이 다른 책 선물을 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6) 수십 년간 헤비하게 책을 읽어 온 결과, 독서 중독자들의 취향은 복잡하고 확고하고 제 각각이다.(p.84)


-p80~81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독서 중독자들의 내공은 빛난다초심자와는 다르다.


-p.127~128

 

사람들은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성급히 판단을 내리지만 독서 중독자들은 독서를 통해 논리적 추론 능력이 강화되어 맥락을 살펴볼 줄 알고 판단을 뒤로 미룰 수 있다.


-p.244~245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은 약간 싱겁기는 했지만 웃음을 주는 임팩트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1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독서 중독자들의 독서 리스트가 너무 거창할 정도였다. 약간 유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공통분모가 들어있다. 행간을 읽을 수만 있다면 나름 괜찮다.


-p.166

 

어쨌거나 독서 중독자들은 숨을 쉬듯 끊임없이 책을 읽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책이 좋아 도끼자루 썩는 줄을 모를 뿐이다.

 

 

요 며칠 내가 좋아하는 이선균 배우에 대한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져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정상에 서 있고 아내도 유명한 배우이며, 두 아들을 두고 있으면서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하고 나쁜 중독에 빠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남들에게는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고민이 있고, 힘든 것이 있다는 걸 물론 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가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독서 중독자였다면 그런 길로 빠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세상의 얘기로 시작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더 넓은 시각과 마음으로 다시 세계를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서 중독자의 조건에서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는 있어도 자신을 망치게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하게 해 주고 자존감을 높여 준다. 적어도 나에게 책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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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23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기에서 말하는 독서중독자 아니네요 책도 제목 아는 책 몇 권 없고 읽은 책 겨우 한권이네요 《어린 왕자》...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아도 살지만, 읽으면 좀 더 나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려면 읽지만 않고 생각해야겠네요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하겠지만...


희선

페넬로페 2023-10-23 14:29   좋아요 3 | URL
이 책에서 독서 중독자들이 어린 왕자를 선물받고 화를 내는 장면이 있어요 ㅎㅎ
희선님은 여기에 있는 책 말고 다른 책 많이 읽으시니 독서 중독자 맞아요.
책을 엄청 좋아하시잖아요.

dollC 2023-10-23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행입니다. 전 독서중독자가 아니군요😀
아무렴 어때요. 어쨋든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지만 주변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아갈테니까요.

페넬로페 2023-10-23 14:31   좋아요 2 | URL
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것~~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 믿고 싶어요.

yamoo 2023-10-23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중독자는 아니네요..ㅎㅎㅎㅎ

페넬로페 2023-10-23 14:32   좋아요 3 | URL
여기 기준으로는 그런데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모두 중독자라고 인정하고 싶습니다.

새파랑 2023-10-23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은 진정한 독서 중독자 이십니다~!

저도 가짜뉴스에 안속아 넘어갑니다. 뉴스자체를 잘안봐서... ㅋㅋㅋ

책 읽어봤자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거 같아요. 예외라면 출판사? ㅋㅋㅋ

페넬로페 2023-10-23 14:34   좋아요 2 | URL
사실 책 읽느라 유튜브나 Tv를 잘 안봐 가짜뉴스를 잘 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니 나를 위해 독서를 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남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독서하면서 계속 성장할 것 같아요.

미미 2023-10-23 14: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페님이 1권보다 별로라 하시고
저도 그럴거라 예상해 아직 2권 엄두를 내지 않았는데 페페님의 이 글 때문에 2권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도 중독자 해당 사항에 꼭 맞진 않아 씁쓸한 미소가...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10-23 14:37   좋아요 3 | URL
1권보다 많이 재미없고 별로였는데~~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갈 수 없듯 독서 중독자들이란 단어에 그냥 지나갈 수가 없더라고요 ㅎㅎ
사실 저기 기준은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10대때는 다른 즐거운 일이 많은데요~~

서곡 2023-10-23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ㅇㅅㄱ 배우 소식에 깜놀했습니다...아휴

페넬로페 2023-10-23 14:38   좋아요 2 | URL
충격적이었어요~~

서곡 2023-10-23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중독자 이야기보다 이배우 소식에 댓글 달게 되는 저는 독서중독자가 아닙니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3-10-23 14:38   좋아요 2 | URL
독서중독자라서 그 배우에 대해 더 안타까움을 느낄 것 같아요.
˝책을 읽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10-24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과 고민이 많고 어휘력이 풍부하지만 남에게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
ㅋㅋㅋ 전 입가에 미소가 아니라 마지막 문장에서 빵 터졌는데 이건 독서 중독자인 듯 중독자가 아닌 듯 그런 거겠죠?
남에게 별도움 되지 않는다! 넘 공감됩니다.ㅋㅋ
이 책 반응 좋던데 왜 그런지 좀 알 것 같네요.^^
이선균 배우는 저도 충격이었습니다.
앞서 유아인 배우도 안타까웠는데 이선균 배우는 가정까지 있는 사람이....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네요.
그런 자리에 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발을 뺄 수 없는 것일까요?
페페님의 마지막 문단들이 모두에게 명언입니다.

페넬로페 2023-10-24 12:44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는 독서 중독자인게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사서 읽고, 도서관 가서 대여해 오고, 서재 친구가 좋다는 책, 찜하고~~
책때문에 몸과 마음이 바쁘잖아요 ㅎㅎ
이 책 정말 유치한데 사람을 약간 성찰하게 해줘요 ㅎㅎ
책을 좋아서 읽긴 하는데 과연 이런 책만 읽는 삶이 맞는지 고민되었어요.

제가 유아이도, 이선균 배우도 좋아 하거든요.
제발 아니길 바라지만
사람 시선 돌리느라고 터트린 거라 정황이 없지는 않을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