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몇 개의 문 앞에 설 수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명작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다. 유년 시절 그 명작동화를 읽으며, 책만 있다면 혼자여도 좋고 버틸 수 있다는 어쭙잖은 나만의 자신감을 길렀던 것 같다. 엄마가 전집으로 사주신 그 책들은 동화와 소설의 중간쯤 되는 단계였다. 책이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빨간 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와 셜록 홈스등, 수많은 인물들은 책에서 묘사되는 성격과 말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그 뒤로 계속해서 여러 책들의 완역판과 전집,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미 내 속에 그들이 그대로 있었기에 다시 읽지는 않았다.

 

열린책들, NOON시리즈를 통해 다시 만난 셜록 홈스가 그래서 반가웠다. 어릴 때 읽어서 그런지 홈스가 해결한 사건의 내용보다는 홈스의 말투와 행동이 더 기억나지만, 다시 읽는 홈스는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이 시리즈에는 단편소설들만 실려 있어 그런지 몰라도 각 책의 표지에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있다. ‘아서 코넌 도일’, 이제야 홈스를 창조한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코넌 도일을 읽으며 이다혜 작가가 이끄는 대로 다시 홈스와 도일을 만난다.

 

홈스의 무대인 런던, 그 중에서도 셜록 홈스와 왓슨의 하숙집이었던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를 시작으로 코넌 도일이 태어나고 대학을 나온 에든버러’, 그가 처음으로 병원을 개원한 포츠머스’,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배경인 다트무어를 책을 통해 방문하며 도일의 삶을 따라갈 수 있었다. 작가의 인생의 각 시기의 삶과 홈스가 태어난 배경,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 설명으로 더 자세히 홈스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내가 여지껏 전혀 모르던 사실이 있었다. 홈스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단다. ‘저는 그의 명성이 피곤합니다라는 도일의 토로와 함께 급조한 악당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폭포에서 홈스가 같이 떨어져 죽는 것이 작품 마지막 사건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때가 겨우 홈스 시리즈가 시작되고 3년이 지난 정도이니 홈스는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얻었던 것이다.

 

[도일은 1893마지막 사건을 내놓은 이후 8년간 셜록 홈스 이야기를 발표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1901<스트랜드>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발표했을 때 귀환도 부활도 아닌, 1889년 사건에 대한 회상의 형태였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진짜 부활1903년에 출간된 빈집의 모험에서 시작한다. -p185~186]

 

홈스의 영원한 단짝 왓슨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셜록 홈스와 왓슨은 그냥 하나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같이 있어야만 빛이 난다. ‘왓슨이라는 존재야말로 홈스를 돋보이게 하는 도일 최고의 발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이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홈스는 또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도일이 다녔던 에든버러대학’. 특히 의과대학은 18세기 계몽주의를 주도한 곳 중의 하나였다. 셜록 홈스 시리즈 대부분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기가 끝나가던 18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가스등이 켜진 거리, 말이 끄는 이륜마차 등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도일의 소설에서 빅토리아 후기의 격변하는 삶과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작가는 서술한다. 세상의 변화를 작품에 담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도일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의 첫 번째 아내 루이자가 10년 동안 병석에 있는 와중에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되는 레키와의 만남을 가진다. 말년에는 과학적인 추리소설을 쓴 작가답지 않게 심령술에 빠져 사후세계를 믿으며 세계 강연을 다닐 정도였다. 또한 그는 제국주의자였고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으며 반공주의자였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도일보다 15년 뒤에 태어났는데, 탐정소설의 본질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탐정소설은 현대 삶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가장 초기적이고 유일한 대중문학이라고. 한때 숲을 탐험하고 나무를 오르던 인간은 이제 거대한 가로등과 굴뚝을 나무나 산꼭대기의 풍경처럼 인식해 도시 자체가 야생적이고 알기 쉬운 무엇이라고 깨닫는다는 것이다. -p161]

 

통속문학에서 범죄소설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기 시작한 19세기의 분위기에 대해 서술하며 이다혜 작가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말을 인용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작품이 마침 NOON시리즈에 수록되어 있어 홈스와 함께 같이 읽기로 한다. 이 작가는 나에게 생소하다. 위키백과에서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저널리즘, 철학, 시집, 전기, 로마 가톨릭교회 작가, 판타지와 탐정 소설들을 다작하고,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역설들을 잘 사용함으로써 역설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도일과 체스터턴은 거의 동시대에 같이 작품 활동을 했다.



아서 코넌 도일

이 책에는 보헤미아 스캔들’, ‘빨강 머리 연맹’,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실려 있다. 언제나 냉철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천하의 홈스도 실수를 하고, 사건 해결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들에서 보여주고 있다. ‘보헤미아 스캔들은 홈스 소설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여성이 등장하고 또 그 여자, ‘애들러에게 홈스는 멋지게 당한다.

 

[이것이 바로 보헤미아 왕국이 엄청난 스캔들에 휘말릴뻔했던 사건이자, 한 여성의 기지 앞에서 홈스가 공들인 계획이 틀어져 버린 사건이었다. 홈스는 여성의 영리함을 두고 비웃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소리를 도통 하지 않는다. -p48]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읽을 땐 내가 먼저 홈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홈스, 존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안돼요. 그가 위험해질 것 같아요.” 그러나 홈스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결국 존은 살해당했다. 홈스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의 영웅 홈스에게 약간 실망했다.

 

빨강 머리 연맹에서의 홈스의 활약상이 내가 알고 있던 홈스와 가장 비슷하다. 홈스의 기지가 돋보였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느긋함을 보이는 그의 성격도 멋있었다. 이다혜 작가는 이 빨강 머리 연맹에서 수수께끼라는 데 방점이 찍힌 사건들을 도일이 잘 다루었다고 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여기 전형적인 동부 촌사람답게 둥글고 넓적한 얼굴에 두 눈은 북해처럼 공허한 작달막한, 이름까지 평범한 브라운 신부가 있다. 키가 크고 몸이 날렵한 플랑보라는 사람도 있다. 이 두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숙한 탐정이고, 가장 착한 범죄자이다. 하지만 브라운 신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이다. 그의 다른 장점은 범인을 밝혀내고는 꼭 그 사람을 회개시키고 고개 숙이게 만드는 데 있다.

 

처음 읽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추리소설, ‘푸른 십자가’, ‘기묘한 발소리’, ‘날아다니는 별들’,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처음에는 약간 밋밋하게 읽혔다. ‘브라운 신부라는 소박한 성직자가 범죄를 해결하고 그가 잡은 범인은 다 플랑보이다. 첫 번째도 플랑보, 두 번째도 플랑보, 세 번째에는 설마 했는데 역시 플랑보였다. 네 번째 소설에서는 더 우스운 일이 일어난다. 플랑보가 브라운 신부의 감화와 설득에 동화되어 탐정으로 거듭난 것이다.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는 홈스와 왓슨 못지않은 환상의 콤비이다. 추리소설로써 이 책은 과학적인 근거와 설정이 조금 미흡했지만 웬일인지 읽어가면서 점점 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범죄소설의 형식을 바탕으로 해학과 역설로 사회의 여러 어두운 부분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으로 영국은 끝없이 발전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팽창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그에 따른 휴유증으로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심해졌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이 단편에는 그러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가득하다. 그런 점이 나에게 좋게 읽혔다. 거의 같은 시기에 작품을 발표한 코넌 도일의 소설과 이 부분에서 대조적이다. 체스터턴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의 한사람이란 이유도 이 소설들에서 충분히 납득되었다. 또한 이 작품들이 NOON시리즈에 실릴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범죄자로 살아가는 플랑보를 설득하는 브라운 신부의 말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그만두게. 자네 안에는 아직도 젊음과 명예, 유머가 있지 않나. 이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들이 영원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버리게. 선함의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악함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네. 그 길은 계속 내리막이야.

- ‘날아다니는 별들중에서,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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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4 2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홈즈는 사랑입니다!
어린 시절 독서의 세계로 빠지게 만들었던 명작동화!
몇번이고 되풀이 해도 전혀 지루 하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이젠 몇번이고 되풀이 하는 책이 거의 없는 어른으로 성장 ,,,
책보다 더 잼나는 것들이 많아 져서 일까요?

브라운 신부는 어렸을때 만화로 입문 했는데
추리 소설계의 고전 중의 고전!
요즘 읽기 고루해 보여도
전 좋아 합니다 ^ㅅ^

페넬로페 2021-09-14 20:52   좋아요 5 | URL
홈스는 정말 몇번이고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기 북플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을것 같아요^^
생각보다 저는 체스터턴 작품이 좋더라고요. 은근한 위트와 역설이 있더라고요^^

미미 2021-09-14 2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이야기도 기대되네요~♡ 저 <다섯개의 오렌지 씨앗>읽고 로다주 나오는 셜록홈즈 2편 연속해서 다 봤어요ㅎㅎ모리아티 이후에 부활했군요! 전집이 있으셨다는것 부럽네요. 저는 셜록 전집이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0:54   좋아요 5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가 넘 순수했어요. 마블영화 보는 요즘 세대에는 안 먹힐듯 한 고전이더라고요~~
저도 넷플릭스에서 셜록 하나씩 보려고 해요^^

mini74 2021-09-14 2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 다 무지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고보면 홈즈는 끊임없이 나오는거 같아요애니에서 영화 드라마 또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드라마. 그렇지만 홈즈의 아버지는 ㅠㅠ 홈즈 여동생이 나오는 영화도 있답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엘이 홈즈 여동생으로 나와요. 에놀라홈즈~ 전 재미있게 봤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1-09-14 21:39   좋아요 4 | URL
정말 홈스를 소재로 한 버전이 다양하네요~~홈스의 아버지와 여동생 얘기는 처음 들어요
미니님, 영화 제목을 좀 알려주시면 안되시려옵니까?

mini74 2021-09-14 21:58   좋아요 4 | URL
제목이 에놀라홈즈 이옵니다 ㅎㅎ*^^*아 홈즈아버지는 코난도일을 말한 거예요. ㅠㅠ

페넬로페 2021-09-14 22:36   좋아요 4 | URL
감사해용^^
이미 아까 말씀 하셨네요 ㅋㅋ

새파랑 2021-09-14 2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네요. 한번에 두 작품! 제가 페넬로페님 글 보니 제가 읽어내지 못한 부분이 보이네요 😅 페넬로페님 홈즈 광팬이시군요 ㅋ 예정이 듬뿍 느껴져요 😄

페넬로페 2021-09-14 22:32   좋아요 4 | URL
네, 홈스와 뤼팽의 팬이었죠 ㅎㅎ
저도 그래요. 같은 책을 읽고 다른 분이 쓰신 글을 읽으며 제가 놓친 부분이 있더라고요^^

막시무스 2021-09-14 22: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에 대한 구매유혹이 점점 증강되고 있습니다!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도 눈이 머무네요!ㅠ 알라딘 앱을 지워야 할 듯요!ㅎ

페넬로페 2021-09-14 22:35   좋아요 4 | URL
이 시리즈는 우리가 읽은 책이 많이 들어 있다는게 흠이예요.
근데 오늘처럼 전혀 모르던 작가를 만나는 기회도 주더군요~~
그래서 참 애매모호한 책이더라고요^^
저는 요즘 책 디톡스중이라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붕붕툐툐 2021-09-14 2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홈즈 너무 좋아해요~ 죽었다 살아난 것도 알고 있었지요오~ 영드 홈즈도 세번째 시리즈까지는 본 거 같은데 벌써 시즌 6인가 그렇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보고 싶네요~
그리고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새파랑님 리뷰에서 처음 봤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꼭 읽어보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3:50   좋아요 0 | URL
툐툐님은 벌써 알고 계셨네요.
진정한 홈스 팬이십니다~~
저도 이제부터 한편씩 드라마를 보려고 해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이름이 넘 어려운데 이 시리즈에서 만나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