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많지 않아도, 별다른 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잘 할 수 있는게 있다. 그건 다정함이다. 사람, 자연, 그리고 나에게도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주고, 웃으며 바라보며, 얘기를 들어주면 된다. ‘다정함은 못난 얼굴을 예뻐보이게 한다. 밑바닥으로 한없이 가라앉으려는 마음을 다독이며 끌어올려준다. 치미는 슬픔을 멈추게 하며 애써 웃게 만든다. 누구라도 할 수 있어 다정(多情)은 공평하다.

 

거기에 곁들여 맛있는 빵과 차 한 잔이 있으면 그 다정함은 더할 나위 없다.

 

백수린 산문, 다정한 매일매일은 작가의 일상과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을 여러 가지 빵으로 연결시킨 에세이이다. 이 책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한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단행본인데, 여러 소제목에 책과 빵에 대한 짧은 글들이 있다. 작가는 어릴때부터 베이킹에 관심이 많았다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엔 빵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볼 수 있다. 책의 감상과 빵의 특징을 절묘하게 조화시켰고, 일러스트도 좋았다. 책에 대한 백수린 작가의 감상은 책이 책으로서만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책이 들어있는 듯 하다.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갖는지가 항상 궁금하다. 매번 그렇듯 여러 책에 대한 글을 싣고 있는 책을 읽으면 내가 읽은 것은 별로 없다. 이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작가와 책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책에서 소개된 책을 다 읽어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지켜지는 경우도 없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여기에 나온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또 생긴다. 다 읽어내지 못할게 뻔한지라 몇 권만이라도 선택해 읽어야겠다.

 

4월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 하지 않는 다정함을 4월의 햇살만큼이나 환하게 뿜어내기를.

당신과 나에게 기대해본다.

 

 

 

 

 

 

 

 

 

 

 

 

 

 

 

 

 

 

 

 

 

 

 

 

 

 

 

 

 

 

 

 

 

 

 

 

 

 

 

 

 

 

 

 

 

 

작가의 말-내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읽고 쓰는 나날을 기록한 소박한 글들이 온기,라는 단어와 어울렸으면 하는 것이다......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우리의 매일매일이 다정하다고 섣부르게 믿고 있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다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P6

생일 케이크,레이먼드 카버,‘대성당‘-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일까? 나는 삶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 이 소설 속 빵집 주인이 건넨 한 덩이의 빵을 떠올리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 P22

트로페지엔,베른하르트 슐링크,‘여름 거짓말‘-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하지만 여름의 끝을 알리는 폭우마저 그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트렁크를 창고 깊숙이 넣어두어야만 한다. 틀림없이 쓸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일이지만, 계절은 바뀌고,괄호 안에 넣어두었던 것들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은 우리를 어김없이 찾아오니까. - P42

브라우니즈 쿠키,김희경,‘마음의 집‘-올해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처럼 억지로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어떨까? 마치 내일이면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모든 일을 당장의 손해와 이익으로 계산하지도 말고. 싫어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들이 부른다고 해서 억지로 따라 부르지 않는다면, 고통을 쉽게 외면하거나 누군가의 상처에 대해 가볍게 말하지 않는다면. 새해에 당신과 내가 들여다보았으면 하는 것은 오직 마음. - P58

멜론빵,기시 마사히코,‘단편적인 것의 사회학‘-당신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속으로 몇번이나 중얼거린다. 당신은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판단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보하는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가지고 손쉽게 누군가에게 선이나 악으로 꼬리표를 붙이려 하는 순간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세상 어딘가에 나와 공명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많은 작가들과 이런 식의 특별한 우정을 남몰래 쌓아왔다. - P88

슈크림빵,캐서린 맨스필드,‘가든파티‘-"인생이란 게..."...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어떤 단어로도 포착할 수 없으나 분명 거기에 존재하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그런 감정은 밤의 들판에 버려진 아이처럼 인간을 서럽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밤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소설들이 있는 한, 우리는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 P94

떠나보내는 여름-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타인의 죽음을 끊임없이 살아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은 결코 온전히 극복되지 않는 상실이다.....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매번 처음처럼 절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죽음은 하나의 세계가 문을 닫는 일이고, 아무리 목 놓아 소리 질러도 열리지 않는 문의 이쪽 편에서 무력함을 확인하는 일이니까.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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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4-01 06: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고 따듯한 사람. 곁에 두고 달달한 빵이랑 함께 커피 한잔하고 싶어지네요. ^^

페넬로페 2021-04-01 09:21   좋아요 2 | URL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과 먹는 커피와 빵은 더 좋을것 같아요, han님! 잘 도착하셨죠?
그곳에서 건강하시고 알라딘에서 자주 봬요^^

새파랑 2021-04-01 0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4월의 첫날 시작하시길 바랍니다^^(사랑의 역사 책 보니까 반갑네요. 올해 읽은 책중 제일 좋았던 책인데 ㅎㅎ)

페넬로페 2021-04-01 09:23   좋아요 3 | URL
네, ‘사랑의 역사‘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어 꼭 읽고 싶더라고요.
새파랑님께서 제일 좋았던 책이라고 하시니 밀린 책 밀어내고 어서 읽어야겠어요**

청아 2021-04-01 07: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페넬로페님~♡ 올려주신 글이랑 밑줄, 빵이름으로 맛있는 냄새랑 온기가
고스란히 전달돼요!ㅋㅋㅋ4월도 따뜻하게, 다정하게 함께 읽어요!
♡( ´・֊・` )フッ♡

페넬로페 2021-04-01 09:28   좋아요 5 | URL
다정한 미미님♡♡
책도 4월처럼 따뜻하고 다정하게^^
넘 좋으네요~~
네, 꽃향기 맡으며 열심히 책 읽어요^^

coolcat329 2021-04-01 07: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빵~하면 떠오르는 이야기는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에요.
오늘 점심은 빵으로 결정했습니다. 😊

페넬로페 2021-04-01 09:32   좋아요 4 | URL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은 읽은지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이 책 읽고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coolcat님!
저도 오늘 점심은 빵과 커피로 정했어요. 제가 사는 동네의 빵집은 종류가 한정되어 있어 아쉬워요^^

scott 2021-04-01 0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라우니즈 쿠키-멜론 빵-슈크림 빵~ㅋ*
4월은 빵!빵! 빵!
먹으며 페넬레페님이 올려주신 책들 골라 읽어야겠네요.
4월의 꽃 받으세요 ~*
⠀ ᕱ⠀⠀⠀ᕱ⠀ ⠀🌸🌸⠀
⠀(๑◕ܫ◕๑) 🌸⠀⠀⠀ 🌸⠀🌸⠀

⠀૮⠀⠀⑅ ⠀づ ⠀⠀⠀⠀⠀⠀⠀🌸

페넬로페 2021-04-01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월의 첫 날에 주신 꽂선물!
기분좋고 행복합니다.
항상 다정하게 선물 주시는 scott님도
멋진 4월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