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一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클로드 모네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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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알고 있던 모든 시화집 중 표지부터 질감, 크기, 폰트, 여백, 그림까지 완벽했다. 물론 주관적일수 있겠지만, 시를 알지 못하는(시알못) 사람으로서 시와 그림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고 심지어 마음에 드는 구절을 외워 사람들에게 그 감정선과 진실, 감동을 전파하려는 행동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시가 가진 힘을 설파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이 시화집이 사람을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더구나 열두 개의 달, 즉 12권의 시화집이 시리즈로 있다는 사실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는 1월의 시화집이고 2월부터 12월까지 각각의 주제를 가진 시화집들이 있다. 매 달 한 권씩 사서 보겠다는 설렘을 간직하며 이 출판사 '저녁달 고양이'의 마케터의 능력에 마음속으로 존경을 표했다.

   '윤동주', '백석', '정지용' 등의 12인의 시인들의 작품과 함께 자연을 주제로 한 인상주의 화풍으로 유명한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담겨있는 열두 개의 달 중 1월의 시화집은 겨울답게 눈을 주제로 한 시와 그림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겨울하면 시린 추위를 떠올리기 쉽지만, 담겨 있는 시에서는 따스함이 느껴졌다. 때론 그리움도 스쳐 지나갔다. 시의 매력은 읽는 이에게 제각각의 이미지를 선물한다는데에 있지 않을까싶다. 어떤 이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어떤 이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 정답이 없기에 내 마음껏 해석할 수 있다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보면 입시공부를 하며 시를 주입식으로 배웠으니 얼마나 재미가 없었을까. 지금이라도 시의 매력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위의 사진은 여러 작품 중 가장 움찔했던 시와 그림. 겨울 햇살을 바라보는 모습을 함축적이면서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표현으로 써내려간 시를 보며 인간의 머리로 어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책의 뒷면에는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란 글이 적혀있다. 멍하니 문장을 두세번 읽어보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경험했다는데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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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 뇌과학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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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로운 뇌과학서적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은 컬러풀한 캐릭터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들을 엄선하여 뇌와 사람의 관계를 실제 실험을 근거로 접근한다. 인간은 뇌를 진화하여 고도로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뇌로 인하여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다. 뇌과학으로 접근하여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학자나 의사들도 있고 기업들은 이를 이용하여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도 하니, 인간의 뇌는 여전히 관심분야이고 구 대상일 것이다.

친구들 중에는 문과 과목과 이과 과목을 가리지 않고 잘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릴때는 이과적 소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더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과적 소양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흔히 문과와 이과의 특성을 구분하여 완전히 다른 영역에 둘을 놓고 비교하지만, 어떤 현상을 이해하거나 그것을 잘 풀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함을 살아가면서 깨닫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구체적인 실험의 수치를 통한 인간의 뇌와 심리를 설명함으로 신뢰를 높인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주제, '참으면 참을수록 인내력이 떨어진다'의 실험은 6분간 코미디를 보여주며, 한 그룹에는 맘껏 웃으며 악력기를 힘껏 누르라고 요청하고 다른 그룹에는 웃지 않고 악력기를 힘껏 누르라고 한다. 악력기를 오래 누른 그룹은 이 중 맘껏 웃으며 코미디를 본 사람들이었다. 웃음을 참은 그룹은 힘을 주는 시간이 무려 2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으레 알고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실험을 통해 상관관계를 조사하니 더 설득력있는 접근이 가능했다. 이 실험은 '자아소모'를 이야기했는데, 사람이 참고 또 참으며 자아를 소모하면 결국 인내심이 바닥남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실험은 이뿐만이 아니다. 무려 63가지의 실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덕에 책은 조금 두껍지만 일상의 단조로움을 새로이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다.

뇌는 효율성만을 놓고 따지기에는 너무도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한발 더 나아가 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점을 분명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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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콜린 더브런 지음, 황의방 옮김 / 마인드큐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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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약간은 오글거리는 그 꿈을 때때로 추억한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조금씩 희미해진 그 꿈은 여러모로 적합한 어떤 이가 여행작가로서 명성을 떨쳐나갈 때 일렁이며 불쑥불쑥 얼굴을 들이밀고는 한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여행작가라 불리우는 '콜린 더브런'은 여행작가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해박한 역사 지식과 글, 풀어내는 이야기의 매력까지 더없이 완벽한 작품을 보며 조물주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다.

한국의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으나, 워라밸, 소확행 등이 화두로 떠오르듯 개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여행 또한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를 텐데 작가는 무려 100가지의 여행을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 많은 이유를 버려두고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그래서 작가는 여행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크로드>를 들으면 중고등학생 때 공부했던 역사가 떠오를 것이다. 초록창에 검색을 해보면 고대중국과 서역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역을 하면서 정치·경제·문화를 이어 준 교통로의 총칭이라고 명하고 있다. 작가는 무려 240일간을 중국 시안에서 터키 안티오크까지 1만2천키로에 달하는 지역을 여행했는데 그 노선이 맨 앞 장에 지도로 그려져 있다. <실크로드>는 여행작가라면 능히 갖춰야만 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진을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글이 주는 존재감이 더 눈부시게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 실크로드 즉 비단길이라 불리우는 역사적인 이 길은 화려하고 흥했던 시기를 지나왔다. 역사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지는 알고 있으나, 지금 현재 그 땅이 어떤지는 사실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건 유령을 따라가는 것이다.

실크로드는 아시아의 심장부를 관통하지만, 그 길은 공식적으로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분명하지 않은 경계선,

지도에는 등재되지 않은 민족들 같은 그 희미한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따라서 어디서건 헤매기 일쑤다.

길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여럿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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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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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 배달부 키키>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작품의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를 그린 저자는 누구일까? 그 저자의 삶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그런 설레는 마음으로 꺼내 든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는 제목만큼 알록달록한 표지가 설렘을 더욱 증폭시켰다. 1935년생인 가도노 에이코는 84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사하고 발랄한 백발과 딸기색이 정말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작가란 것이 느껴졌는데 자신을 대표하는 딸기 이 있다는 것도 디자인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색상들을 좋아하는 모습까지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국제 안데르센상을 받을만한 개성있고 순수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했다.

 

  에이코 할머니의 일상부터 일상적 식생활, 개성있는 패션철학과 그녀의 삶까지를 다룬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에는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내용이 있었는데 바로! 책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살아가는데 책은 최우선 순위이며, 그렇게 정해두면 아주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에이코 할머니의 집에는 부엌 선반의 그릇 수를 줄여서 책을 꽂아 넣고 화장실 선반마저 책에게 자리를 내줄 정도로 책을 사랑한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처음부터 마음이 훅 움직였는데 집 정원에서 감귤나무를 심어 매일 아침마다 주스나 과즙을 넣은 드레싱을 만들어 먹는 사진과 포목점에서 천을 떼어 단골집에서 옷을 지어입는다는 그녀의 심플하면서도 단정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만의 스타일, 개성,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자신을 구축하는데 주요하고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때론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거나 한 눈에 그 사람이 연상되는 것 그런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코 할머니는 40살이 넘어 딸기색을 자신의 색으로 규정했다고 하니 자신만의 색이란 것은 켜켜히 쌓이는 시간만큼 진하게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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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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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책답게 주인공인 니체 외에도 헤겔, 하이데거, 마르크스, 부처와 예수까지 다수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 철학이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깨닫기에 철학은 늘 어려웠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는 철학자뿐 아니라 듣도보도 못한 철학용어도 꽤 등장하지만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본문에 인용된 니체의 글 대부분을 저자가 직접 번역하여 신뢰도가 꽤 높았을 뿐 아니라 어려운 이야기는 저자 본인의 흔적들을 가지고 와서 그 뜻을 좀 더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대학생때부터 어떤 선택 및 행위를 할 때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면 무가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습관성 의미찾기에 큰 타격을 주었던 글이 있었다. '의미를 찾지 않을 때 의미 있는 삶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이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충격적인 글이었다.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인 낙타를 지나 냉소적인 분노하는 사자가 되어 니힐리즘에 빠지다가 새로운 활력을 회복하며 아이의 단계로 발전해간다고 본 니체는 염세주의의 극적인 형태의 니힐리즘의 출현이 가장 본질적인 성장, 새로운 존재 상태로의 이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아이의 정신'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삶의 의미를 묻게 되는 것은 삶이 더 이상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때'라며 때론 '인생의 의미'가 제기될 필요도 없이 삶을 유희처럼 살아가면 무거운 짐 같은 마음이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 말한다. 

 

  삶을 사는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그 동안 굳건하게 지켜왔던 신념들을 의심하고 깨보는 것도 한 단계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에서의 10가지 질문문에 대한 이야기들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들어볼법한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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