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은 채식주의자

무민은 채식주의자 ㅣ 짧아도 괜찮아 4
구병모 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11월

책이 집에 도착하기 전, 직장 동료에게서 "무민은 채식주의자를 보니까 육식을 못하겠어"란 이야기를 들었다. 일시적인 감정이겠지만 <무민은 채식주의자>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동물권을 제기하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전해주고 있었다. 총 16명의 작가가 쓴 16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하나 같이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글들이었다. 한 편의 소설은 10장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내용이라 페이지는 금방 넘어갔고 전쟁터 의료 실험견, 병사견의 폭파임무, 보호자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묘, 번식력이 엄청난 햄스터와 토끼를 대하는 사람의 태도, 70일령이 되면 도축되는 농장의 닭 이야기 등이 담긴 글은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오늘의 기원>에 등장하는 어린 닭은 70일령이 되면 자신이 도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어미는 산란계로 살아 400일령을 넘게 살았고 그런 어미의 시간을, 누군가의 어미가 된다는 것을 부러워한다. 자신은 70일령이 되면 죽어야하기에. 농장 주인은 찾아오는 구경 온 사람들에게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이라 닭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생활한다고 어필한다. 도축 또한, 마취 가스를 주입한 뒤 도축하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첨언까지 한다. 그 말을 들으며 곧 도축될 어린 닭은 '정말 고통 없는 죽음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소름이 끼쳤다. 동물복지도 결국 인간을 위한 기반일 뿐, 인간은 그 기반 위에 서서 끝없이 동물을 생산해내고 도축한다. 애완동물은 또 어떠한가. 나 역시 어릴 적 토끼, 햄스터, 병아리, 개를 키웠었다. 90년대 한참 미니토끼가 인기를 끌 때였다. 엄마는 청계천의 한 가게에서 미니토끼 두 마리를 사왔고 그 토끼가 커져서 케이지가 비좁아 질 때쯤 다시 청계천에 들고 가 다른 미니토끼와 바꿔오곤 했었다. 그럼 케이지에는 새로온 미니토끼가 귀를 쫑긋하며 나를 보았다. 그 뒤에 그 토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관심이 식었을 것이고 청소는 엄마의 몫이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토끼는 없어지지 않았을까. 값싸게 살 수 있는 작은 동물들에 대한 생명을 우리는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작은 생명까지도 직시할 수 있다면 사회에 만연한 부끄러운 일들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테지만, 우선은 나부터란 생각이 든다.

[마이리뷰] [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사람들에게 타인의 일은 모두 이벤트였다.

관계의 품격,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7가지 법칙

관계의 품격 -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7가지 법칙
오노코로 신페이 지음, 유나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12월

  '관계' 쓰고서도 한참을 고민하게 되는 단어이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단절되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따라 붙는 꼬리표가 아닐까 싶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관계의 어긋남에서 시작된다. 가출을 하는 것도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것도 혹은 전학을 이사를, 극단적으로는 아무도 모르는 무인도에 살고 싶은 마음까지 모두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내 바운더리를 지키며 원활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 즉 <관계의 품격>을 갖추는 기술은 무엇일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바운더리', 관계의 핵심 열쇠인 바운더리는 자신과 타인 사이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관계가 무너질때는 대부분 바운더리 오버를 저지르기 때문인데, 예로 자녀의 감정, 생활 등을 자신의 통솔하에 두는 부모나 선의로 행한 일에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는 일 등이 이에 속한다. 

바운더리 오버를 행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생각한다. "나는 좋은 뜻으로 한 건데...", "다 너를 생각해서 한 일인데..."라고 말하며 오히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딱 잘라 선을 긋는 것이 힘들수는 있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양보하는 순간 바운더리의 영역은 점차 모호해질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싶다면 상대방에게 곤란함을 알려야 한다.

대화할 떄 전부 다 말하지 않는 것은 바운더리를 자유롭게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신에 관해서는 최소한의 것만 말하자. 현재 상대방이 요구하는 부분에 관해서만 적절하게 대답하고 요구하지 않는 부분은 일일이 말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런 자세는 품격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신비로움이 있거나 자존감이 높아 그 사람을 더 알고 싶고 따라하고 싶어진다. 생각해보면 그런 이들은 대체로 자신만의 바운더리가 명확한 사람들이었다. 의외의 매력이 있거나 결단력이 있고 막 대하면 안될 것 같은 긴장감이 든다. 하나같이 내게는 없는 영역들이지만 그 중 꼭 바꾸고 싶은 수동적인 태도는 오랫동안 자존감을 끌어 내렸다. 결정권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소소한 일에서부터 결정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 '나는 다  좋아, 그러니 니가 선택해'란 일상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보기.  

대화가 엇나가기 시작하면 더 논리적으로 말하거나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쪽이 승기를 잡는다. 그러니 자존감에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G.F.E.R 대화법'을 익히는 편이 좋다.

매우 공감가는 글이다.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편이라 논리적이지 않다며 핀잔을 주는 남편과의 대화가 단절된 경험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G.F.E.R 대화법'을 알고 있었더라면 좀 더 정확히 내 의중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나의 인관관계 파악하기

  하루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오늘 하루 몇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는지, 메일과 SNS소통은 몇 사람과 했는지, 누구의 어떤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를 파악하여 일주일간의 인간관계를 정리해본다. 또한, 인간관계에 들어가는 돈의 흐름으로 관계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나의 '인간관계 지도'를 그릴 수 있으며, 과거, 현재, 미래의 관계를 파악하고 반드시 필요한 이와 질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관계의 품격>은 실제 내게 소중한 16명의 관계를 추리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소리의 탄생

소리의 탄생 - 소리와 듣기에 대한 폭넓은 역사적 탐험
데이비드 헨디 지음, 배현.한정연 옮김 / 시공사 / 2018년 11월

  소리에 대해 생각할 때는 울림이란 말이 같이 떠오르곤 한다.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는 담당자로서 소리가 주는 울림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소음이라 불리우는 천덕꾸러기도 존재한다. 낮잠을 방해하는 공사소리나 비행기가 낮게 뜨는 소음까지 소리는 다양하고 시대가 발전할수록 진화하고 증폭되는 느낌이다. <소리의 탄생>은 6장으로 구성되어 선사시대부터 라디오 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소리와 듣기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들로 가득하다. 

  선사시대의 사람들이 동굴에서 거주했다는 역사적 사실들은 익숙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동굴의 공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모르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동굴은 벽면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메아리가 울리고 퍼지고 그 소리가 다시 나타나는 공간들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어느 고고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동굴에서 메아리로 인해 소리가 나는 지점에 선사시대 미술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주목할만한 사실을 밝혀냈다. 음파나 반향과 같은 과학적인 원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소리로 들렸을 것이고 그 벽면에 선, 면, 곰, 고양이 등의 그림들을 그려넣음으로 그 메아리의 실체를 그들만의 상상력으로 나타냈던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소리라는 것은 책의 머리말의 쓰인 것처럼 형태가 없고 쉽게 빠져나가기에 역사적 의미에서 소리에 관해 저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리의 탄생>을 보았을 때도 목차를 가장 먼저 확인했다. 도대체 어떤식으로 역사적 소시를 서술하려고 한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다행히도 문서로 기록된 소리에 관한 역사들이 꽤 존재하고 이를 통해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인 '소리'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일하라

생각하고 계획하고 일하라 WorkFlowy
홍순성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8년 11월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하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의 바램일 것이다. 이른 아침 눈을 떠 일터로 향해 늦은 밤이 되어서야 퇴근하는 지독히도 고된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자하는 마음이 한켠에 있기 마련인 직장인의 모순적 마음처럼 나 역시 내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수직적인 의사소통 방식으로 인해 생각없이 지시한대로만 일을 하는 요즈음 <생각하고 계획하고 일하라> 책은 무기력함을 씻겨주는 상쾌한 바람과도 같은 존재였다. 

  '생각', '정리', '도구'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 생각정리법은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생각하고 계획하여 일하는 것만으로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 일상이 통째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큰 변화를 일으키는 '하루 계획'은 퇴근 후의 폭신하고 따뜻한 침대를 기다리며 흘려보내는 하루를 돌아보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습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쉽지만 매일 지킨다는 것은 큰 다짐과 성실한 실천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고 지식을 얻는 것에서 멈춘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지만, 실천한다면 그 날부터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모든지 실천이 관건이다.

 워크플로위(WorkFlowy)란 생각 정리 도구를 활용한 '생각'하고 '계획'하고 '일'하는 방법은 아이디어를 목록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컴퓨터와 스마트폰 모두 접근이 가능하다. 생각을 정리한 메모를 상위 목록-하위 목록으로 구분하여 카테고리를 만들어 간편하고 생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관리 시간이 적게 들고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 생각나는대로 일하는 습관으로 인해 중요한 업무를 놓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면 활용해볼만한 프로그램일 것 같다. 워크플로위(WorkFlowy)를 만나고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일과 삶을 성장시켰다는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 위크플로위 사용법을 구성하여 한층 더 실제적인 정보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