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기운에 오래 간만에 집에서 뒹굴하다가 읽게된 <헤밍웨이의 말>(마음산책). 헤밍웨이가 두 번의 비행기 사고를 통해 살아남았지만 부상으로 점점 쇠약해져기던 시기에 담은 보다 진솔한 인터뷰를 읽는 동안 한 사람의 삶을, 그리고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삶을 떠올려본다.

대학 시절 ‘헌책방’에서 구한 <나의 형 헤밍웨이>(을유문고)라는 책(저자: 헤밍웨이의 사촌동생 라이체스 헤밍웨이)이 생각나 먼지를 털고 책을 펼쳐드니 책 속에 20년 전 내가 넣어둔 꽃잎 하나가 보인다. 그리고 색연필로 표시해둔 헤밍웨이의 낚시하는 장면과 이 책의 저자인 사촌동생에게 이런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장면까지...헤밍웨이가 <헤밍웨이의 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낚시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속에서 ‘만들어’본다.

비행기 사고 이후 쿠바에 있는 농장이 딸린 그의 집 ‘핑카비히아(전망 좋은 농장)’에서 힘겹게 회복을 하고 있었을 헤밍웨이의 모습이 또한 오버랩된다. 인터뷰를 하러 방문한 인터뷰어 로버트 매닝과 부상후 첫 낚시 출항에서 로버트가 헤밍웨이의 모습을 잘 그려주고 있다. 헤밍웨이의 모습은 쇠약해가는 저자 자신에 대한 우울감을 비추어주고, 과거 저자 스스로 만들어간 자신의 신화에 대한 향수였을까. 아마도 헤밍웨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며 그 수많은 알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간간이 낚싯배의 조타를 잡았을 것이다.




(인용) <헤밍웨이의 말> (마음산책) 95면
*인터뷰어 로버트 매닝이 헤밍웨이가 불쑥 꺼낸 말을 기록한 대목

“있잖습니까,” 그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총으로 자살했어요.”
침묵이 흘렀다. 헤밍웨이가 아버지의 자살에 대해 절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물었다.
헤밍웨이는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모든 사람의 권리지만, 거기에는 약간의 이기주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경시가 담겨 있어요.” 그는 책 몇권을 집어 들며 화제를 돌렸다.



[메모: 2018.0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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