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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시작 - 알, 새로운 생명의 요람 ㅣ 사소한 이야기
팀 버케드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5월
평점 :
<가장 완벽한 시작>
(원제: The Most
Perfect Thing)
팀 버케드(Tim Birkead) 지음
| 소슬기 옮김 | MID
달걀파동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조류독감(AI) 소식을 접했다. 우리 사회는 ‘가장 완벽한 영양’을 지니는 완전 식품이라는 달걀의 수난 시기를 겪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달걀을 비롯한 새알은 생물의 진화 단계에서 포유류 이전 상태로 여겨지는 조류들의 생명을 담고 있는 씨앗이다. 곧 새알은 생명의 근원 뿐만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준 한 개체에 대한 인큐베이터이다. 아울러 난각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면도 동시에 외부로부터 물질이 유입되어야하는 구조를 숙명적으로 타고난 존재이다. 알에서 우리의 조상이 태어났다는 신화만 보더라도 알이라는 존재가 생명의 근원임을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보다 근원적인 생명에 대한 인식과 맞닿아 있다.
저자인 팀 버케드 교수는 40년 넘게 바다오리를 연구한 전문가라고 한다. 분명 이토록 오래, 평생을 새와 새알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에게는 나처럼 짜장면 위에 계란 후라이 하나 쯤은 있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마는 사람과는 달리, 달걀 하나도 다르게 다가올 것같다. 저자가 이토록 평생을 한 주제에 관해 천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해답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바다오리 연구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곧 바다오리가 해양오염에 취약한 종이라는 것, 따라서 바다오리의 알을 포함하여 생태 전반을 이해하는 일은 바다오리 보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바다오리는 해양 먹이 사슬의 중심을 차지하고, 북반구 해양 생태계의 대들보가 되는 조류라고 그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곧 바다오리를 이해함으로써 이들을 보존하고 싶은 것이 저자의 큰 희망이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저자의 연구에 대한 진지한 사명감과 그 중요성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조류에 대한 기술이 아니라 단지 새알에만 집중하여 3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쓴다는 것은 보통의 사명감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가장 완벽한 시작>은 새알에 관한 많은 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다. 버케드 교수는 절벽을 타고 내려가 절벽에 걸쳐있는 바다오리 알 수집가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논의를 꾸준한 회의와 질문으로 기술하고 있다. 계속해서 알이 그러한 색 및 무늬를 가지게 된 이유와 그 진화적 의미를 추적해 나감과 동시에 알의 흰자와 노른자, 곧 알의 내부의 생태학으로 그 시선을 이동하며 우리에게 친절하게 새알에 대한 많은 사실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알 자체에 대한 지식 못지 않게 알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 예컨대 새알 수집의 역사까지도 언급하며 새알에 관해 보다 다양한 면모와 지식을 전해주는 책이다. 특히 새알 수집은 1600년대 시작되어, 18-19세기에 알 수집이 많은 이들에게 인기였다는 점을 알게 된다. 안타까운 점은 알 수집의 역사는 곧 알 수탈의 역사였으며, 다시금 인간의 탐욕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매일같이 한 개 정도의 달걀을 섭취하는 나로서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새알에 대해 뭐 그리 대단할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인상깊게 느끼게 된 점은 저자 팀 버케드 교수가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무지’를 누누이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새알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버케드 교수는 선배 연구가들의 결론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40년 이상 바다오리를 연구한 세계적인 새 전문가임에도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여전히 많은 것들에 대해 ‘무지’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우리 나라 학계의 풍토를 떠올려보면 매우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연구를 더 신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19면)
“놀라운 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알에 대해 그토록 많은 연구를 했음에도 우리가 답할 수 없는 문제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다.”(133면)
이 책에서 저자는 바다오리 알의 모양에 대한 논의를 상당히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바다오리는 알을 바위 절벽의 좁은 공간에 위태롭게 올려놓고 품는 모양이다. 그리고 알의 형태는 서양의 배처럼 한 쪽이 뾰족하고 다른 한 쪽은 좀더 뭉툭하고 둥근 형태를 지니는 것이 특정이다. ‘알의 모양에는 대개 목적이 있다.’라는 선배 조류학자의 주장을 인용하기도하며 저자는 바다오리 알, 나아가 알이 다른 모양을 갖는 이유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붙들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고백은 우리가 알의 모양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점을 고백하기도 한다. 책을 다 읽어도 결국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가능성 있는 대답은 많겠으나 저자의 견해를 포함하여 이 문제는 결국 수수께기로 남는다.
“조란학적으로 광신적인 언동이 수세기 동안 있어왔음에도 우리는 알이 왜 그렇게 생겼는가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아는 것이 없다.”(103면)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저자는 새알이 가장 완벽한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저자에게 ‘완벽’이란 상대적인 개념이다.
“새알이 완벽하다는 것은 여러 압력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을 본 결과라는 측면에서의 이야기이다. 이 선택 압력이 변하면 지금 완벽한 것도 미래에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335면)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선택 압력’이라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어느 생물 종이 특정한 방향으로 자연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추동하는 자연의 조건(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다오리에게 ‘선택 압력’은 상당히 극적인 변수다. 바다오리에게 노출된 다양한 번식환경은 알의 크기와 형태, 색에 다양한 선택 압력을 미쳤으며, 새와 알은 이 압력에 반응하여 진화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로서 나는 새알을 완벽한 것의 표본, 또는 적어도 새알에 가해지는 다양한 선택압력을 완벽하게 절충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332면)
결국 저자에게 갖는 ‘완벽’이라는 개념의 상대성은 진화라는 유동적인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새알이 진화의 관점에서 ‘완벽’하다는 저자의 의미는 여러 외부 조건이 영향을 미치고 이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룬 상태로서의 완벽함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새알이 완벽한 존재로 언급되는 또 다른 맥락으로서 여러 조류가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고 지켜가는 환경을 생각해보게 된다. 새알이 생명의 시작이 되는 요건을 갖춘 존재로 ‘완벽’한 것은 지구 상에서 거의 100도에 가까운 온도 차이를 갖는 폭넓은 환경에서 생명을 지켜가는 존재로서의 기능때문이다. 황제 펭귄은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겨울에 번식하며, 그레이걸(grey gull)은 낮 기온이 영상 50도가 넘는 칠레의 사막에서 알을 품는다고 한다. 이처럼 새알은 다양하고 극한 지구 상의 환경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인큐베이터로서 극한 자연의 선택 압력에 반응하고 진화하여 존재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동안 새의 생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버케드 교수가 장기적인 생태학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은 특히 새롭게 느껴진다. 바다오리 연구에 25년 이상 지속되던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자 시각 예술가와 공동 작업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노력은 환경문제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부족한 국내의 실정을 고려하면 눈여겨보게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다오리에 대한 장기적인 생태학 연구가 ‘우리 환경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DDT의 사용으로 생물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의 목소리는 이처럼 과학 연구의 결과를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버케드 교수의 노력 속에 잘 살아남아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자신의 오랜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발표하는 과정을 넘어, 과학자의 사회적 의무와 역할에 대한 하나의 모델로서도 눈여겨볼만 하다고 본다. 공공의 자금을 지원받는 과학연구는 그 연구 결과가 다양한 형태로 다시 대중에게, 일반인들에게 전달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나아가 과학자가 나서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함을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참고】
책의 안쪽 표지에 보이는 저자의 사진에는 자신의 얼굴보다 훨씬 더 큰 새알을 들고 있는 사진이 보인다. 이 새알은 아마도 저자가 ‘지난 천년 동안 멸종해버린 마다카스카르의 융조(elephant bird, 몸무게 400 kg)’의 알일 것 같다. 그 이유는 우선 저자가 손에 들고 있는 정도 크기의 온전히 보관된 공룡알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BBC 자연다큐멘터리 진행으로 유명했던 데이비드 아텐보로우(David Attenborough)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멸종된 새의 새알 조각 파편을 복원하여 보여주는 영상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방송인이었으며 자연주의자로서 잘 알려진 데이비드 아텐보로우가 젊은 시절 알수집을 하기도 했다는 언급이 이 책에서도 나오고 있다.
(내가 본 영상참고: http://www.bbc.co.uk/nature/life/Elephant_bird#p00dzfyy)
: Jigsaw Puzzle영상 클릭
영상에 나오는 젊은이가 바로 현재 아흔 살을 넘긴 데이비드 아텐보로우의 청년시절 모습이다. 영상에서 젊은 데이비드가 이미 멸종된 융조의 난각 조각 퍼즐을 원주민 아이로부터 구입하여 이를 다시 맞춘 후, 초원 어딘가를 응시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마도 이 거대한 새의 멸종은 몇 백년 밖에 안된 것으로 추정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 새의 멸종은 아마도 인간에 의해 이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19면) "나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연구를 더 신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133면) "놀라운 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알에 대해 그토록 많은 연구를 했음에도 우리가 답할 수 없는 문제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다."
(327면) "어떤 적응도 완벽하지 않다. 그 이유는 진화하는 것들은 항상 여러 선택 압력 사이에서 타협을 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332면) "생물학자로서 나는 새알을 완벽한 것의 표본, 또는 적어도 새알에 가해지는 다양한 선택압력을 완벽하게 절충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335면) "완벽은 상대적인 것이다. 새알이 완벽하다는 것은 여러 압력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을 본 결과라는 측면에서의 이야기이다. 이 선택 압력이 변하면 지금 완벽한 것도 미래에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339면) "장기적인 생태학 연구는 우리 환경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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