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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권 독서법 -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1만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지음 |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독서를 하면 좋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잊을만 하면 대중매체에서 평균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지 성토하는 기사가 눈에 띈다. ‘책을 많이 읽어라’라는 말은 많이 들리고, 소위 ‘인문학 열풍’이 불기시작한지 한 참 지나도 여전히 비슷한 기사들만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4차 혁명’을 이야기하고, 우리는 무한에 가까운 정보의 바다에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이 한 달에 0.8권에 그치고 있다는 식의 기사만 여전히 나오고 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 이들이 많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책을 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새해를 맞아 올해는 책을 좀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여전히 작년과 같은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나를 발견한다. 마치 언덕아래로 굴러떨어진 돌을 끊임없이 언덕위로 밀어올려야하는 시지포스의 신화처럼 무기력의 무한궤도에서 벗어나기 힘든 나를 발견할 뿐이다.
<1만권 독서법>은 내가 책을 좀더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다른 독서의 고수들은 어떻게 책을 읽을지 궁금하던 차에 발견한 책이라서 단숨에 읽게 되었다. 저자 인나미 아쓰시는 일본에서 서평가로 활동하면서 하루에 한 권 이상, 평균 2권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자신의 경험을 간결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아쓰시는 ‘정보화시대’를 넘어 ‘정보과잉’시대에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독서 행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이 책에서 이야기 한다. 나아가 저자는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언급 뿐만 아니라 ‘독서 행위’에 대한 의미나 바람직한 독서 습관, 독서 팁, 글쓰기(서평쓰기), 책 고르기 및 관리, 처분하기 등에 관해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선 저자인 아쓰시는 독서법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책을 시작한다. 과연 ‘정독’만이 독서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아쓰시는 ‘정독’에 대한 속박이 잘못된 학교 교육의 저주라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따라서 정보가 넘처나는 시대에 저자는 속독 기술이나 안구 운동에 대한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읽는 독서가’가 어떻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책들을 읽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각각의 책에도 적절히 읽는 속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며, 모든 것을 기억하려는 욕심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른바 ‘플로우 리딩’으로 기억해두려고 담아두지 말고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을 제한하고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 – 숨쉬기(들숨과 날숨)의 비유)
아쓰시가 제시하는 속독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읽기는 숨을 쉬는 행위와 같다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숨을 들이쉬기만 해서는 생명을 유지하는 호흡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너무 많은 양을 읽기만 해서는 건강한 독서생활이라 할 수 없다.”(59면)
따라서 읽기(들숨)만 할 것이 아니라 쓰기(날숨)의 과정을 병행할 것을 제시한다. 이 쓰기의 과정에는 독자가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나면 ‘암기’하려고 하지 말고 옮겨 쓰는 ‘필사’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재구축’과정이 일어나고, 책으로부터 자신만의 에센스를 뽑아 두어 자신이 만든 요약집을 갖게 된다면 이는 책을 읽으며 자신이 들이쉬고 내쉬는 모든 것을 담는 독서를 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쓰기와 에센스가 되는 문장의 취사선택)가 동반되는 독서과정을 하게되고, 이것이 결국 빠르고 깊게 읽는 독서법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결하게 정리해낸 자신만의 독서팁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핵심적인 사항이 바로 ‘키워드 독서법’이다. 이 방법은 우선 책을 읽을 때 자신이 그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고, 머리말과 차례를 잘 읽어 전체의 흐름을 파악한 후 키워드를 정해 읽는 적극적인 독서법이다. 이 키워드 검색법을 적용하면 키워드와 연관성이 적은 부분은 넘겨 읽거나 빠르게 읽어나가고, 키워드가 포함된 부분은 ‘필사’를 해두면 된다. 또 한가지 팁은 책을 읽으며 책에 밑줄을 긋지 말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독서의 고수들이 적극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으로서 독자가 인상적인 구절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여백에 노트를 하라는 말을 많이 하곤한다. 하지만 어떤 독서의 고수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어서 혼동이 되기도 한다. 과연 어느 것이 나에게 적합한 방법인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 같다. 다만 저자인 아쓰시는 ‘밑줄 긋기’는 무의미한 활동으로 대부분 다시 보지 않으며, 자기 만족으로 끝나게되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쪽이나 맞고 틀린 방식이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1만권 독서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독서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좀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의 고민과 경험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저자는 하루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서평가로서 수많은 책을 관리하고 처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책을 어떻게 내보낼 것인가하는 문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갖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저자는 책의 처분을 어떻게 하며, 그 기준은 무엇일까. 아쓰시는 “불필요한 책을 처분하면 비로소 필요한 책이 보인다."(146면)라는 기준을 내세운다. 책읽기나 책관리 모두에 있어서 ‘플로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소유하기보다는 나를 거쳐서 내보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읽다 만 책으로 2년이 넘은 책들은 다시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처분기준에 들어가고, 오래된 책이라 시대에 맞지 않는 책을 우선적인 처분 대상으로 삼는다. 만약 망설여진다면? 저자는 그 책과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의식하라고 조언한다. 책과의 인연을 고려한 현실적인 조언이다. 그리고나면 남은 책장은 3개월 마다 정리하여 남길 책을 정한다. 3개월 전에 남기기로 한 판단도 지금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독서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버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남기느냐에 있다.”(155면) 어디에서 읽었는지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서재 정리에 대한 부분이 기억난다. 작가 코엘료는 자신의 서재에 400권 정도의 책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팔거나 기증한다는 것이다. 아마 코엘료는 이 책의 저자 아쓰시의 서재 관리에 큰 인상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책’만을 남겨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정리)
결론적으로 말해 <1만권 독서법>에서 저자인 아쓰시가 1년에 700권의 책을 읽는 방법의 대상으로 삼은 책은 제한적이다. 저자가 말하는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은 경영서, 자기계발서에 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 에세이와 같은 플롯을 갖는 스토리물은 이 책에서 제시되는 속독의 대상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급하는 속독의 대상이되는 책을 분명히하고 있으며 모든 책을 빨리 읽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독서고수들이 언급했듯이, 꼼꼼하게 읽어야할 책이 있고, 빠르게 건너 띄고 핵심만 점검하며 읽어나가도 되는 책이 있다. 이 판단은 결국 독서과정에서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이 책이 독서법에 관해 언급하는 다른 서적과 다른 점은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라는 말도 있듯이 이 책에서 제시되고있는 속독법들은 일본의 다독가인 다치바나 다카시나 독서광인 장석주 시인등이 언급한 내용들과 많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저자의 방식을 마치 진리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거나 강요한다는 점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방법을 소개하되 여러 가지 경고 및 주의사항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예컨데, 저자는 다독을 할 수 있는 속독의 팁을 이야기하면서도 지식만을 위한 독서는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결국 ‘무언가를 위한’ 독서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을 것을 우리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아울러 이 책에서 언급하는 속독의 대상이 되는 경영서나 자기계발서가 아닌 문학서적이나 철학서적과 같은 ‘빨리 읽기 어려운 책’들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과 병행하여 읽고, 특히나 시간을 요하는 책들은 독서계획에 들어있지 않은 ‘쉬는 날’에 읽으라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잊지 않고 있다.
다시 이 책을 덮으며 돌이켜보면 ‘느리게 읽는 독서가’였던 저자 인나미 아쓰시는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들에 대한 책읽기의 팁을 전해준다. 아울러 생각해볼만한 ‘독서의 가치’를 전하며 독서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들을 포괄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다. 책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머리말과 목차를 꼼꼼하게 살펴보라는 저자의 조언대로 이 책의 목차를 다시 살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 짜놓은 목차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소설이 아닌 정보를 전달하는 책들도 종종 목차를 보고 책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만큼 소홀하게 작성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지는 않지만, <1만권 독서법>은 나의 선입견을 깨고, 보기보다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특히 균형감있고 합리적인 저자의 견해에 공감을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아주 새롭고 놀라운 사실이나 팁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 었고, 독서법의 대상이 되는 책의 범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인 아쓰시의 조언대로 이 책에서 내가 만난 인상적인 문장을 고르라면 다음과 같다.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1퍼센트를 만나는 데 있다.” (23면)
어느 책에서 하나의 강렬한 인상을 받고,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가 달라져있다면 분명 그 책은 내 책장에 오래 남아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독서계획에 이 책의 조언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23면)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1퍼센트를 만나는 데 있다."
(67면)‘한 줄 리뷰‘쓰기에 대해 "최고의 문장에 마음이 움직인 이유를 기록한다."
곧 저자는 독자가 만난 인상깊은 문장에 대해 감동받은 이유를 써보라는 조언으로 감상문 쓰는 습관 들이기를 권하고 있다.
(84면) "쓰면서 읽어야 빠르고 깊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소유하지 않는 독서법‘을 말하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암기하지 말고 그대로 옮겨 써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라 조언한다.
(115면) "외우지 않아야 잊지 않는다."
이 말도 곧 같은 맥락에서 외우지 말것을 주문한다.
(131면) "책읽기의 진정한 묘미는 새로운 관심이 피어나는 순간에 있다."
내키지 않는 책도 읽어서 좋았던 부분이 대부분 있다. 책에서 이 1퍼센트의 가치를 찾으면 될 것이다.
(149면)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책을 소장하고 자주 환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책 관리와 처분에 대한 저자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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