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전쟁
반다나 시바 지음, 이상훈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10 뉴스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30여년 만에 수몰되었던 마을과 바닥이 드러난 모습을 기억이 난다. 수자원 관리 담당자는 현재 남아있는 물로 내년(2016) 봄까지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11월이 되자 여전히 계속되는 가뭄에 정부, 내년 6 전까진 가뭄해소 어렵다!’ 타이틀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정부에선 내년 봄까지 가뭄해소가 어려울 같다고 발표하더니 이제는 초여름이 되는 6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슬쩍 늘여서 말하고 있었다. 가뭄이 심각한 모양이다. 우리는 집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것만 보게되는 상황이기에 물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사항인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도 지난 며칠간 내린 가을 단비로 가뭄이 조금은 해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세계적인 환경주의 사상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인도를 비롯한 세계의 환경문제, 그리고 세계화에 맞서 저항해온 반다나 시바 여사의 책을 들게 되었다. 반다나 시바가 저술한 책은 대개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세계화의 질서 속에 놓인 우리의 자연환경 자원의 약탈 문제를 독자에게 고발한다. <물전쟁> 역시 전통적으로 공유하던 물이 어떻게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상품으로 변해버렸는지를  얘기한다. 책의 제목에는 물전쟁이란 제목과 함께 영문P 시작하는 개의 단어가 보인다. 민영화(Privatization), 오염(Pollution), 영리(Profit) 단어가 부제로 붙어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전쟁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3개의 단어로 요약되어 있었다. 반다나 시바 여사의 원래 전공은 물리학이었다. 하지만 어렸을 물장구치며 놀던 히말라야 지방의 개천이 사라진 것에 충격을 받고 환경문제를 비롯한 생태학에 눈을 돌려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만큼 물은 저자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분리될 수는 없는 존재이면서도 오염이 되거나 훼손이 되어야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곤한다.

     역사적으로 물은 성스러운 , 생명을 잉태하게 해주는 존재, 어머니,  치유와 정화의 이미지 등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있다. 책의 앞에도 생명의 이라는 고대 인도의 문헌 <리그 베다> 나오는 시로 시작한다. 신성성과 생명의 상징으로서의 . 신화와 상상력이 결부된 질료서의 물이 언젠가부터 상품이 되어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민간에게 병에든 생수를 판매하도록 허가가 났다고 한다. 역시 생수를 판다는 사실에 생소했고, 당시 어른들은 봉이 김선달처럼 물을 판다고 황당해하기도하고 혀를 차기도 했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수도물을 먹었고, 수도꼭이제 정수필터를 달아서 먹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는 상품이된 물을 구입하여 이것에만 의지해서 먹고있는 것이다. 반다나 시바의 다른 저작들처럼 책은 세계화 진행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물과 연관된 가혹한 운명에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물과 관련하여 세계화의 전형적인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차관을 받은 개발도상국은 강물을 막아 댐을 만든다. 과정에서 지역적으로 물을 관리하던 분권화된 물통제 구조는 정부주도의 중앙집권적인 구조로 전환된다. 차관을 제공하던 경제 기구들은 협정 조항에 외국 기업이 나라에 진입하여 사업을 있도록하는 조항을 집어넣는다. 따라서 차관을 받고, 댐과 같은 국책사업을 벌인 국가에서는 이런 공공의 자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권한이 민영화되어 외국의 기업에게 넘어가게 된다. 다시말해 엄청난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해놓은 댐과 여기에 있는 수자원은 외국 기업의 통제하에 전적으로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민영화 과정을 통해 수자원에 대한 소유권 외국의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면 이들은 마음대로 나라의 자원을 이용할 있게 된다. 이들은 물을 제조하여 판매하기 위해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관정을 뚫고, 동력을 이용하여 지하수가 채워지는 것보다도 많은 물이 끌어올려 최대한의 생산성을 확보한다. 수자원에대해 염두해야하는 중요한 사항은 자연이 주는 물의 양에는 제한이 있다는 , 그리고 물은 대체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물은 전통적으로 공유재로서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공동관리가 되어왔다. 하지만 외국의 기업에서 이런 사정을 인도적으로 고려해주지는 않는다. 아울러 댐을 만들면 수천에서 수만명의 수몰민이 발생하여 강제이주를 강요받게된다. 민영화를 주도한 기업의 탐욕으로인해 수많은 이들이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야한다. 세계적으로 댐건설로 인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야했던 수몰민이 ( 책이 저술되었던 2000년대 초를 기준으로) 4000-8000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정치적, 종교적 문제 혹은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물에대한 권리를 박탈당하고 떠나야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아스포라 생겨나는 것이다. 앞으로 자유무역 여파로 고향을 떠나야하는 새로운 디아스포라는 꾸준히 증가할 같다. 반다나 시바가 책을 저술할 당시에는 아직 중국의 삼협댐 완공되지 않았을 터인데, 중국의 삼협댐이 완공되면 하나만으로도 1000만명의 수몰민이 고향을 떠나야한다는 대목에 말을 잊었다.

     반다나 시바는 댐건설로 인하여 해당지역의 집단적인 수리권이 지역 공동체 지방 의회 내지는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로 이전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전통적인 지역의 수리권이 물을 사용할 있는 권리에서 물을 소유할 있는 소유권 되기 때문이다. 물을 사용할 있는 권리가 중앙권력에 귀속되면 과거에 융통성을 가지고 지역특색(기후나 이용가능한 물의 ) 맞는 작물을 기르거나 개별적인 관개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지게되, 결국 민주주의 치명적인 위협이 수가 있다.

     물이 상품화 되고 수리사업이 민영화되면 수몰민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댐건설로 인한 유량의 변화로 하나의 강에 여러 지역, 혹은 여러 나라가 걸쳐있는 경우, 이는 새로운 정치적 분쟁의 씨앗이 된다. 한편 녹생혁명이라는 구호아래 물소비는 많아도 생산량이 높은 작물을 지역의 특색을 고려하지도 않고 단일 재배하게 된다. 결국 이는 물이 풍부했던 지역도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만들어버리게 되고, 토지의 표토 유실이 심해져 토지의 황폐화를 초래하며, 농장과 주변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그렇다면 어업관련해서는 어떤가? 예를 들어 세계은행, 국제무역기구등의 차관으로 인도에서 성행한 새우양식 경우, 주변 지하수에서 새우양식에 필요한 물을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주변 지역의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지하수의 염분화를 촉진시키는 사례를 있다. 결과 물이 풍부하던 마을에서 물을 구하기 힘들어 마을을 떠나거나, 주정부가 급수차를 동원하여 제한적으로 물을 공급받고, 심지어는 여성들이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거리를 물항아리를 이고 물을 구하러 시간씩 걸어 다니게 되었다. 염분화된 지하수는 주변 농장의 토지의 염분화를 촉진한다. 토지가 황폐화되어 작물의 수확에도 커다란 차질을 빚는다. 지역과 공동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집약적 사업이 세계의 자원을 수탈하고,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며, 지역민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세계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이 상품화되면서 가난한 이들은 무료로 얻을 있었던 물을 이제는 사먹어야하는데, 돈이 없으면 갈증을 해소할 권리마져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것이 세계화의 구호속에 자유무역을 추진하고, 외국의 민간기업에게 국가의 핵심적인 사업의 권한을 넘겨주어 발생하는 전형적인 결과가 것이다. 이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우리 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프랑스 미국의 거대 기업이 민영화과정을 통해 물사업에 뛰어든 결과, 일자리가 줄고, 수질 악화로 인한 피해자가 오히려 늘었으며, 물값은 예외없이 올랐다. 물값을 통제하는 것은 나라의 정부가 아니라 외국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나다 온타리오의 지역에서 세균에 오염된 물을 공급하여 대장균 감염으로 소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을 , 물공급을 담당하던 회사 측에서는 수질시험 결과를 지적소유권이 적용되는 기밀사항이라는 구실로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자유무역협정의 조항에 의해 캐나다의 정부는 회사에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자료를 공개하라고 명령할 없다. 만약 이를 강제할 경우, 회사는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회사의 예상 영업 이익에 반하여 압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은 이제 우리 나라 정부도 충분히 겪을 있는 일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이미 체결했고, ‘현재로선 문제는 없어보인다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정부관리가 있는 , 언젠가 미국의 대기업들로부터 우리 정부는 끊임없는 소송을 제기당하거나, 아니면 민영화의 결과 감당해야할 비용들을 국민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강요하게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같다. 최소한 인도, 멕시코, 남미 등의 여러 나라를 비롯한 사례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예외적으로 문제없이 지혜롭게 지낼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과거의 전통적인 제조 산업 아니라 대기업이 운영하는 현대적인 집단공장식 농업 형태 또한 오염을 심각하게 유발하며, 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방식임을 반다나 시바는 다른 책에서도 누누이 언급했다. 우리의 실정을 고려하면 우리 나라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역할을 하는 나라이기에 <물전쟁>에서 반다나 시바가 언급한 반도체 산업에서의 과도한 물사용에 관한 언급은 쉽게 지나칠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리콘 웨이퍼 제조와 회로 패터닝에 수많은 맹독성 화학물질 아니라 엄청난 양의 중화된 물을 사용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어야하겠다.

     반다나 시바는 세계화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속에서 수리 사업과 물의 사용권을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야한다고 역설한다.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면 계획된 수리 사업에 숨겨져 있거나 파악하지 않았던 비용들을 고려할 있고 이를 사업에 반영할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인도에서 수세기 동안 토착 기술자와 지역 공동체에 의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형성된 물관리시스템 조직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물저장소에대한 이야기가가 인상깊었다. 이는 심지어 인도에 건너온 영국식민주의 시대의 관개기술자들도 인도의 물관리시스템과 조직적인 저장소를 보고 광범위하고 완벽하게 배치된 상태에서 새로운 저장탱크를 찾기는 무척 어렵다.’라고 말할 정도로 감탄하였다. 나아가  팔라르라는 커다란 그릇을 이용하여 빗물을 받아 모아 마을에서 공동으로 물을 확보하려는 지혜를 배우게 되었고, 아울러 하리잔이라는 카스트의 가장 하층 계급의 사람들에게 관개관리인의 역할을 맡겨 수리시스템의 중립성을 유지해온 사례에서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도인의 전통적 수리관리 시스템은 지혜롭게 분권화된 양식으로 경제적 강자로부터 수리시설을 지키는 민주주의가 이미 오래전에 체계화되었던 것이다.

     앞부분 에서도 언급했지만 물은 전통적으로 성스러움의 대상이었고, 생명과 치유 정화의 힘을 갖는 근원이었다. 하지만 물이 상품화가 되어 생수병에 넣어지면서 물은 자체로서의 신화적 상상력을 상실하였다. 물은 자연과 인간을 신화와 이야기로서 연결해주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물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물은 단순히 H2O 되어버렸다. 물리적으로 오물을 씻어줄 있으나, 우리의 영혼을 정화해줄 수는 없게 것이다. 카톨릭 신부이자 사상가였던 이반 일리치는 물의 상품화를 통해 물에 일어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소위 음용수라는 이름의 , 아이들에게 냉장고 생수병 물을 마셔라,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그건 마시지 말고라고 말하는 물을 받아서 아이에게 세례를 베풀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현실이다. 바로 그게 오늘날 질료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나는 세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아니다. 그저 오늘날을 살아간다는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는지, 얼마나 끔직한지 한번 보라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나면 순간의 열정과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게 것이다.” [<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 274면에서 발췌]

     반다나 시바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이 거대 기업들의 그늘 밑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어떻게 지키고 살아야할지 몸소 저항함으로써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고 참여함으로써 모범을 보이고 있다. 물을 비롯한 우리의 자원, 우리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성의 회복과 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한다. ‘성스러운 물항아리 쿰브를 지켜라라고 글을 끝맺으면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창조할 것인지 우리는 각자의 책임이 있음을 호소한다. 반다나 시바의 <물전쟁> 읽으며 인도인의 물에대한 지혜를 새롭게 배우게 되었고, 내가 매일 마시는 생수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할을 무엇이 것인가? 아마도 이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가 것이다. 끝으로 십년 마하트마 간디가 의미심장한 말을 되새겨본다. “지구가 가진 자원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소수의 탐욕을 위해서는 부족하다.”  

"20세기의 전쟁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다."
- 세계은행 부총재 이스마일 세라겔딘의 말(1995년)

"댐이나 핵폭탄이나 모두 대량 살상 무기다. 모두 정부가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둘 다 20세기의 상징으로서 인류 역사에서 인간의 지성이 생존의 본능을 포기한 시점을 나타내는 기념물이다." (122면)
- 세계적인 소설가 아룬하티 로이의 말

"16년 동안 우리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주민들은 관개, 물, 생산량의 증가 등 아무 것도 얻지 못했으며 생활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117면)
- 1986년 간디 수상의 보고서

"댐은 권력을 의미한다. 물을 소유하게 되면 권력을 소유하는 셈이다."
- 터키 경찰 간부의 말

"댐 개발로 인한 편익을 얻기 위해 받아들일 수 없고, 때로는 불필요한 돈이 자주 사회비용 또는 환경비용의 형태로 지불되었다. 이런 비용은 대개 수몰민, 하류의 공동체, 납세자 그리고 자연환경이 부담하게 된다."
- 세계댐위원회의 보고서

"지구가 가진 자원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소수의 탐욕을 위해서는 부족하다."
- 마하트마 간디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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