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리뷰라기보다는 '책읽기'와 관련하여 한 부분을 발췌하여 저의 생각을 연장해봅니다.

 

(41-42) 「적어도 반복해서 읽는다」

 후루이 요시키치는 이어서 또 한마디 합니다. 자신으로서는 이제 두 손 들고 말 것 같은 것을 말하고 있어, 요컨대 읽어도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어쩐지 싫은 느낌이 드는 것이야 말로 독서의 묘미, 읽고 감명을 받아도 금방 잊어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자기 방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다 읽으면 잊어버리고, 그래서 반복해서 읽는 거라고 말이지요. 이런 것을 가볍게 말해버리는 사람이 동시대에 살고 있으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늘 염두해 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읽어도 전혀 모르겠다, 머리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지루해서 왠지 싫은 기분이 든다고 하는 것, 다들 뭔가 자신의 능력이 뒤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화를 내거나 책을 내팽개치거나 하는 것입니다. 번역이 나빠라고 한다거나 좀더 쉽게 쓰란 말이야라며 다른 사람 탓을 하거나 좀 더 공부해야겠는걸, 좀 더 쉬운 책은 없을까라든가, 초급이 있어야 중급이 있고 중급이 있어야 상급이 있다는 듯한 지()의 서열 문제로 생각합니다. 그런 일종의 열등감이나 분노를 이용하여 엉터리 같은 입문서나 비즈니스 책이나 팔아치우며 독자를 착취하는 패거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 첫 책 <야전과 영원>을 내고 일본에서 일약 유명해진 사사키 아타루의 두 번째 책입니다. 일본의 니체라고 불릴정도로 일본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장석주 시인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아타루가 보여주는 문체에 대해 문체의 압도적인 힘에 놀랐다.라고 평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장석주 시인이 말한 '압도적인 힘의 문체'를 느끼기보다는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해버리는 작가라고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늘 인용한 부분은 책읽기에서 많은 독자들이 부딪혀본 문제일 겁니다. 어려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쉬운책을 읽어야하나하는 고민들. 저자는 거리낌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읽어가라, 그리고 적어도 반복해서 읽으라'라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마치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질문에 '꾸준하고 열심히 하라.'라고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달리 다른 방도가 있을까요? 정면승부를 하라는 말이아닐까요?

이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제목은 독일의 시인 파울 첼란의 시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제목만 봐서는 '뭐야 이거'라는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책에대해 짐작하기는 힘듭니다. 이 책은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책읽기와 넓은 의미에서의 문학, 즉 읽고, 쓰고 생각하는 행위를 담은 모든 활동으로서의 문학의 혁명성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문체란 어떤 것일까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아직 압도적인 힘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못한 걸 보니 아직 제가 이를 파악하기에는 많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다만 기존의 인습적, 관습적 사고와 어렴풋이 받아들이는 정보와 그 관행에 관해 도적적이고 독창적인 견해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서 통독을 하고 재독을 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위에 발췌한 것처럼 적어도 여러번 반복해 읽어나가야겠습니다. 

  여기에 인용한 부분은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서운 것, 그만큼 진지하고 심각한 일이라는 것이죠. 읽어서 다 이해가 되는 책이면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가 가미된 도전적인 책을 쓰는 것이 책 쓰는 사람, 작가로서의 의식에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한 번 읽어서 나에게 다 이해되는 책은 나를 미쳐버리게하고 나를 바꿀버릴만한 혁명적인 책은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아타루는 자신의 독서량에 만족하는 행위의 무의미성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책 읽는 행위에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600페이지가 넘는다는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夜戰)과 영원(永遠)>은 자음과모음에서 10월에 출간 예정이라는데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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