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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75면)
“하시모토 선생의 수업은
‘다면적으로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입시 공부는 기억력 하나로 밀어붙이는 단순한 주입식
학습만으로는 꾸려갈 수 없다. 관찰력, 판단력, 추리력, 종합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효과를 발휘한다. 그 토대가 되는 것이 국어 실력이다. 국어 실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른 교과를 이해하는 힘도 크게 달라진다. 수학이든 물리든
발을 깊이 들여놓고 주제의 핵심에 다가가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힘이 바로 ‘학력의 토대’이며 국어 실력이다. 국어 실력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이 중학교에 입학하면 무엇보다 국어 과목이
중요하다.”
(122면)
“단어 속에는 넓은 공간이
있다. 단어 하나를 철저하게 이해하면 역사, 문화, 사회,
전통 등 다방면에서 지식의 폭이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 속독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그 폭을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 좋다. 에티 선생의 수업은 단어가 지닌 무한한 공간을 즐기면서 교재에
얽매이지 않고 호기심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한다. ‘은수저 노트’가 학생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학생들은 정답이 있는 교재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에 스스로 찾아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써 넣고, 그것을 다 같이 발표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생각을 넓고 깊게 만들었다.”
: 이 책은
일본의 한 국어 선생이 한 권의 소설책을 중학교 국어과정 3년동안 가르치고 변화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젊은 국어 선생 하시모토(에티 선생)는 대학
졸업 후 시골의 한 사립학교에 부임하게 됩니다. 얽매이지 않은 수업 방식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에티 선생은
자신의 소신대로 학생들에게 ‘진득한’
국어 수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에티 선생의 국어 수업과 학교가 유명해진 것은 동경대 진학이
전무하던 시골 학교에서 선생이 가르치기 시작한 후, 다수의 학생이 동경대를 진학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이 에티 선생의 의도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이 결과는
다분히 변화를 경험한 학생들에 나타난 수많은 결과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모든
학생이 국어 수업을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타인을 배려하고 경청할 줄 아는 성숙한 성인으로 사회에 진출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제자들의 이야기들이 있었기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수업 방식도 84년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국어 실력이 ‘모든 학습의 토대’이며, ‘살아가는 힘’이라는 표현에 저는 깊이 공감을 했습니다. 올해 초에
들었던 장석주 작가의 강연에서, 작가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좌뇌’만 상당히 발달한 사람이다,고 말하시더군요.
우리의 교육은 정보와 지식을 기억하고 수리력, 추리력만 발달한 인간으로 키워낸다는
말이었습니다. ‘우뇌’를 잘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잘 놀아라’이런 말을 하셨었고요. ‘잘 놀 수 있게 준비된 수업’이 에티 선생의 국어 수업이라고 봅니다. 소설 <은수저>에서 주인공이 ‘막대사탕’을 먹는 대목에서 에티 선생은 준비해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막대사탕’을 풀어놓고, 학생들이
소설의 저자가 경험하고 느꼈을 법한 감정들을 학생들도 스스로 체험하게 합니다. 주인공이 연을 날리는 대목에서는
미술선생과 상담하여, 직접 연을 만들어 국어 시간에 밖에 나가서 연을 날리고 놉니다.
책에 나오는 에티 선생의 국어 시간뿐만 아니라 선생의 삶 자체도
감동적이고 존경스럽습니다. 에티 선생이 백수(百壽)를 맞은 2010년, 이 책의 마지막 교열 원고를 들고
찾아간 저자가 이제 선생님은 수업의 진짜 목적을 이루셨으니 100점 만점입니다,고 하니 대꾸하는 에티 선생의 말이 걸작입니다.
“지금 나는 <은수저>의 새로운 커리큘럼 작성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요즘 학생에게 맞는 <은수저> 연구 노트입니다. 이번 노트는 이전 것보다
‘조사할 것’과 ‘써 넣을 것’의 분량을 늘렸습니다. 작품과의
시간이 더 벌어진 만큼 좀더 재미있게 옆길로 새는 항목도 늘렸고요. 그러니까 이것이 완성되지 않으면 만점이라고
할 수 없지요. 그 밖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환갑을
두 번 맞이할 때까지, 한 120세는 살아야겠네요.”
이 책을 읽고나면 교육분야에서 일하시는 분이나,
학부모에게 권해주고 토론을 해보고 싶네요.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는 ‘선행학습’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읽고, 어른들의 욕심에 앞서서 과연 아이들의 행복이 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론을 통해서, 에티 선생이 자율적이고 소신있게 수업을 해나갈 수 있었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더불어 아이를
지도하는 데 여러 가지 방향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지만 무럭무럭
크고 있는 조카네에 이 책을 한 권 사서 주고 왔습니다. 조카가 학교를 들어가서도 행복하게 커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학창 시절에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앞으로 다가올 지난한 인생에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하시모토 선생의 수업은 ‘다면적으로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입시 공부는 기억력 하나로 밀어붙이는 단순한 주입식 학습만으로는 꾸려갈 수 없다. 관찰력, 판단력, 추리력, 종합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효과를 발휘한다. 그 토대가 되는 것이 국어 실력이다. 국어 실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른 교과를 이해하는 힘도 크게 달라진다. 수학이든 물리든 발을 깊이 들여놓고 주제의 핵심에 다가가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힘이 바로 ‘학력의 토대’이며 국어 실력이다. 국어 실력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이 중학교에 입학하면 무엇보다 국어 과목이 중요하다.
단어 속에는 넓은 공간이 있다. 단어 하나를 철저하게 이해하면 역사, 문화, 사회, 전통 등 다방면에서 지식의 폭이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 속독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그 폭을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 좋다. 에티 선생의 수업은 단어가 지닌 무한한 공간을 즐기면서 교재에 얽매이지 않고 호기심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한다. ‘은수저 노트’가 학생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학생들은 정답이 있는 교재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에 스스로 찾아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써 넣고, 그것을 다 같이 발표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생각을 넓고 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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