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감정의 여행 사진들과 주시성에 대해
《박상우의 포톨로지》
: 베르티옹에서 마레까지 19세기 과학사진사
박상우 지음 [문학동네] (2019)
세상에 나온 지 70년도 더 된 카메라, 그리고 표면에 코팅 없이 80년 여 년 전에 나온 렌즈 하나를 달랑 들고 이탈리아의 도시를 산책하다 찍은 사진들이다.
여행 사진을 어떻게 정리할까 생각하다 단지 예쁜 사진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하나의 지배적인 감정에 맞는 사진을 골라보고자 했다. 각 이미지는 촬영자/감상자의 기억과 반응하여 만들어내는 ‘감정의 결’에 주목한 결과다. 따라서 일반 여행사진에서 부각되는 장소성과 역사성에 관한 정보는 최소화된다. 다만 아직 시퀀싱(순서 배열)은 마음에 들게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필름 사진을 이야기할 때 흔히 ‘감성’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피상적이고 모호한 말이다. 필름은 다분히 제약이 많은 매체다. 아쉽고 부족하다 느끼지만, 필름 사진은 나로 하여금 이런 제약과 부족함을 보완하고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작업 과정과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프레임에 들어온 사물이나 인물의 이미지를 쉽게 지울 수도 있는 디지털 사진과는 매우 다른 매체다.
19세기 과학사진사를 전개했던 《박상우의 포톨로지》에서 저자는 카메라 렌즈와 눈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는데, 19세기 프랑스의 해부학자 루이 페스(Louis Peisse)가 한 말을 인용한다.
“눈은 사물에서 주시하는 것만 본다. 그리고 눈은 정신에 관념으로 이미 있는 것만 주시한다.”(68)
다시 말하면 렌즈에 들어오는 빛이 나르는 모든 정보를 선별 없이 남기는 카메라-렌즈 메커니즘과 달리, 인간은 눈은 ‘주시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가 ‘그냥 본다’와 달리 대상을 우리의 이전 기억/경험과 결부지어 ‘인식 한다’는 의미에서 ‘보는 것’을 포괄하는 말이다.
눈이 사물을 주목할 때, 인간은 배경에 대해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반면 특정한 사물에 눈길이 가지 않은 상태라면, 그 사물이 속한 배경 전체를 비로소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한다’고 누군가를 비판할 때, ‘인간의 눈은 원래 그렇게 작동한다’고 말해줄 수 있겠다. 그러니 ‘너도 그렇다’라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말해주면 된다.
[선별한 사진들 슬라이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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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hakdon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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