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플
글라피라 스미스 지음, 권가람 옮김 / 바람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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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검정개 트러플 이야기

<트러플>
글라피라 스미스 글/그림
권가람 옮김



“개의 수명은 너무 짧다. 정말이지, 그것이 개들의 유일한 단점이다.”
_라이너 마리아 릴케


책표지를 넘길 때 보이는 강아지 스케치들과 릴케의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이 책은 어느 한 강아지와 함께한 사람에 대한 그래픽 노블이라는 짐작을 했더랬다. 물론 아주 틀린 짐작은 아니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글라피라 스미스는 스페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스토리텔러라고 한다. 이번에 만나게 된 <트러플>은 그녀의 첫 작업물이다. 간결하고 자유로운 작가의 선이 덤덤한 느낌이면서도 정겨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트러플은 고가의 버섯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품에서는 호세 루이스라는 남자의 가족과 16년 넘게 함께 살았던 검정개의 이름이다. 표지를 넘기면 보이는 스케치는 에너지 넘치고 발랄해보이는 강아지의 모습이 나를 맞는다. 이어서 본문에서 제시되는 장면들의 시점이 시간 순서대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어서, 마치 트러플과 함께 했던 사람의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간듯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6년이 넘는 시간 동안 트러플은 호세 루이스의 가정에서 함께 살았다. 간간이 보이는 장면의 전환은 호세 루이스의 눈으로 바라보는 트러플의 모습과 트러플이 바라보는 루이스 가족의 모습들이 교차하기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책에 보이는 장면장면들이 어느덧 우리와 17년을 함께 살다 간 강아지 ’쭈‘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쭈’ 역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트러플이 살았던 시기와 비슷하게 우리 가족과 수많은 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내게는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쭈’도 트러플처럼 나를 저런 시선으로 쳐다보았을까 싶다. 공놀이와 술래잡기를 좋아하던 에너지 넘치던 ‘쭈’는 마지막에 걷는 것마저 힘들어 해서 집 여기저기에 대소변을 놓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집 ‘쭈’처럼 트러플은 호세 루이스 가정의 한 식구로 특히 호세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트러플과의 이야기만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을 잃은 듯 보이는 루이스 부부의 평범한 일상이 솔직담백하게 담겨있다. 또한 호세 루이스의 은퇴와 재기의 모습도 보이고, 루이스 부인의 암진단-항암치료-사망으로 이어지는 한 가정의 부단한 인생사가 교차하고 있어 더 실감나게 읽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 항암 치료를 받다가 떠나 보낸 가족이 있기에 <트러플>의 이야기는 작가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작업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이야기 같아 가슴 한켠이 헛헛하고 시렸다. 정말이지 강아지뿐만 아니라, 길다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우리 인간의 삶 또한 이렇게나 짧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정말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말이다. 우리의 삶 역시 이렇게나 짧은 것인가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걷기도 힘들어했을 우리집 ‘쭈’역시 숨이 멎은 후, 트러플처럼 꽃길을 달리고 나와 공놀이하는 꿈도 꾸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작가 글라피라 스미스의 <트러플>은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지구 반대편의 어느 작가가 포착하고 그려낸 이야기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삶을 관통하는 듯하다. ‘트러플’의 이야기는 내게 ‘영혼을 가진 존재’가 친구로서 어울려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재확인해주고 있는 듯하다. 나아가 내 주변에서 나와 함께하는 존재들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떠올리고, 우리의 일상을 함께 지내는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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