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과학책이라니

<이토록 아름다운 뇌>


래리 W. 스완슨 외 지음

정지인 옮김 | 정재승 감수 [아몬드] (2025)

 




자녀가 그림만 그리거나 낙서만 한다고 자녀를 혼내신 적 없으신가요? 100여년 전 스페인에 오로지 그림만 그리고 싶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라는 이름의 아이에게는 인간의 몸을 잘 이해하기 위해 정확한 관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아이가 그린 놀라운 그림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어 의사의 길, 의사의 사명으로 새롭게 이끌어준 부모의 지혜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그림만 그리던 아이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현대 신경학이라는 학문을 사실상 만들어 낸 인물이 되었습니다. 신경 신호 전달의 기본이 되는 단위세포인 뉴런을 처음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인물로 기억되고요. 그의 발견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또 세포 내에서 합성된 단백질을 전달하는 세포 소기관으로 알려진 골지체를 명명한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카밀로 골지라는 과학자의 획기적인 세포 염색 기법을 도입하여 평생 아름다운 신경 세포 그림을 3000점 가까이 남겼습니다. 물론 본인은 1만여 장을 그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건, 이 모든 아름다운 그림들이 오로지 당시에 개량되고 있던 현미경과 그의 그림 실력만으로 이루어진 업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라몬 이 카할은 꾸준히 연구한 결과 골지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뇌>에서는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의 아름다운 신경 세포 그림 80여 점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던 신경 세포를 우리의 시야에 가져온 인물, 생명체의 신비를 알아가는 데 큰 전환점을 마련한 사람인 거지요. 개인적으로는 산티아고가 19세기에 막 등장하여 아직은 대중적이진 않았던 사진술에 흥미를 가졌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당시의 사진술은 빛과 렌즈의 광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현상과 인화에 필요한 화학 지식도 갖추어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당시의 사진술은 시각 매체에 대한 흥미만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도 필요한 활동이었던 셈이죠. 이 책에는 라몬 이 카할 자신의 모습을 담은 초상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는데요, 그는 평생 자신의 초상 사진을 일종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처럼 찍었다는 사실이 저의 눈길을 끕니다. 시각적인 매체에 상당한 관심과 흥미를 가졌던 인물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과학자로서 그는 다분히 시각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과학과 예술은 별개의 것인가?’라는 우문에 대한 답이 바로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참에 그가 직접 젊은 과학자들에게 남기는 전언을 모은 <카할의 과학하는 삶>(절판 되긴했으나)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참고로 산티아고는 이름이고 라몬 이 카할이 그의 성입니다. 부모 모두에게서 물려받은 성인데요, 책 제목에서 이렇게 카할이라는 부분적인 성만을 써서 제목을 쓴 것은 편집자가 모를리는 없을 테고, 편집자 혹은 출판사가 이 점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칭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자신의 성을 일부만 써서 이름을 바꿔 놓고, 대중에게는 틀린 성으로 불리는 일을 좋아할까요?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 생각합니다.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나 이건 고정된 활자, 박제된 텍스트의 형태로 오래 남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차후 이 책이 다시 출간될 경우 수정되었으면 하는 점이 바로 이 제목에 제시된 이름입니다. 아직 그의 이름은 이 분야의 전문가나 전공자들 외에는 널리 알려진 것 같지는 않으니, 앞으로 라몬 이 카할의 책이 좀 더 번역되어 소개되고, 또 이름도 정확히 불러지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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