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의 아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7
아서 밀러 지음, 최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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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가 요청한 인간의 조건


- 모두가 나의 아들

(원제: All My Sons)


아더 밀러(Arthur Miller, 1915.10.17-2005.02.10)

최영 옮김 [민음사] (2012)



 

어제(2025.02.10)는 미국의 극작가 아더 밀러(Arthur Miller, 1915-2005.02.10)20주기되는 날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메릴린 먼로의 남편 혹은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 들어 본 작가의 연보때문인지, 대출하고 말았다. 그는 20세기를 거의 온전히 살아내고, 나와 동시대를 호흡했던 작가였기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작가 연보를 보다보니 아더 밀러가 유독 나치 수용소 생존자와 만나 대화하거나 나치 전범 재판을 직접 찾아가 참관한 행보가 눈에 들어왔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알지 못했지만, 그가 어떤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뉴욕 할렘가에서 출생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물론 유대인이라고 모두가 그처럼 적극적으로 나치의 범죄에 대해 파고들지는 않았을 테다.


 

우연히 빌려온 그의 희곡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희곡이다. 켈리 집안의 가장 조 켈리는 항공기 부품을 납품하는 군수업자로 자성가한 인물이다. 현재는 아내 케이트 켈리, 큰아들 크리스 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조와 케이트의 둘째 아들 래리는 군용기 파일럿이었고, 항공기 사고로 사망했다.


 

경제 대공항을 겪은 미국 사회와 이를 겪으며 살아내는 한 가정을 배경으로 한 대표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처럼, 이 작품도 당대의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여 작품에 녹여 내었다. 이 작품은 외형상 한 군수업자 일가의 몰락을 그린 비극이다.


 

연극의 시작은 켈리 집의 마당에 있던 사과나무가 밤새 험한 날씨에 부러진 어느 8월 일요일 아침이다. 이 때는 래리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다. 래리의 형 크리스는 동생 래리의 약혼녀 앤에게 청혼을 하려고 그녀를 초대했고, 이를 직감한 앤은 이를 받아들이고자 초대에 응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 계기를 시작으로 하여 오랜만에 모인 앤과 그의 오빠이자 변호사로 개업한 조지가 켈리 집안에 모임으로써 과거에 덮였던 추악한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가장인 조 켈리가 하자 있는 비행기 부품이 있음을 알면서도 군에 납품하도록 강행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의 부하 직원이자 앤의 아버지인 스티븐만 억울하게 수감된 상태였다. 조는 곧바로 혐의를 벗고 지금껏 존경받는 가장이자 경영인으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의 회사가 납품한 하자 있는 비행기 부품으로 21대의 전투기가 추락하게 된 것에는 스티븐 외에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당신을 위해서, 여보, 당신과 크리스를 위해서였어. 그게 내 삶의 목적 전부였어...”(130)

 


결국 드러나는 전말은, 조 켈리가 오로지 자신이 이룩한 모든 성공의 결실을 가족을 위해, 특히 큰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일할 뿐이다. 둘째 아들 래리가 비행기를 몰고 자살하기 전에 그의 애인인 앤에게 보낸 유서를 통해 래리의 항공기 사고가 우연이 아닌, 아버지의 추악한 행위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 때문이었음이 결국 드러난다.

 


이 작품은 세상에 나온 지 70년이 지났지만, 전쟁과 자본 논리에 마비되고, 개인적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한 인간의 양심에 관한 문제를 묻고 있다. 형식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작품 속의 주제 의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혹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한편 작품의 제목인 모두가 내 아들이라는 표현은 인간에 대한 연대의식과 책임을 요청하는 작가의 구체적인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연히 읽게 된 아더 밀러의 작품을, 그의 20주기에 맞춰 짧은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모두가나의아들 #아더밀러 #민음사 #비극 #최영번역가

[1] 크리스 켈리: "온종일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면, 적어도 저녁에는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정을 원하고, 아이들을 원하고, 자신을 바칠 수 있는 뭔가를 이루고 싶어요."(29) - P29

[2] 조 켈러: "애니. 우린 늙어 가고 있단다."(41) - P41

[3] 크리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개들이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다들 오늘 여기 살아있을 수 있었다는 거. (...) 그런데 나에게 전에 없던 게 생겨난 것 같더라. 일종의 ... 책임감이라는 것 말이야. 인간이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이해하겠니?"(61) - P61

[4] 크리스: "내 말은 다들 자기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전쟁에서 얻은 것들이며, 자기 차를 몰면서도 그게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거야."(62) - P62

[5] 조 켈러: "크리스, 내가 널 위해서 이루어 놓은 것들을 누렸으면 좋겠어..."(66) - P66

[6] 크리스: "하늘에 계신 하느님, 도대체 아버지는 어떻게 되어먹은 인간인가요? 젊은이들이 그 실린더 헤드에 의지해서 공중에 떠 있었어요. 아버지는 그걸 알고 계셨다고요!"
조 켈러: "널 위해서다, 너를 위한 사업이었으니까!"(120)
크리스: "대체 아버지는 뭐예요? 아버지는 짐승조차도 아니에요."(121) - P121

[7] 짐: "프랭크가 맞아요... 누구나 별을 하나 갖고 있다는 거요. 자신의 정직함이라는 별을요. 우린 그걸 찾기 위해 인생을 다 써 버려요. 그런데 그 별은 일단 빛이 꺼지게 되면 다시는 빛을 발하지 않거든요."(125) - P125

[8] 케이트(어머니): "여보... 가족을 위해서 그 일을 했다는 게 이유가 될 수는 없어요."(129) - P129

[9] 조 켈리: "당신을 위해서, 여보, 당신과 크리스를 위해서였어. 그게 내 삶의 목적 전부였어..."(130) - P130

[10] 크리스: "이 땅은 거물급 개들의 나라야. 이곳에서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아. 잡아먹을 뿐이야! 그게 법칙이지. 우리의 유일한 생존 법칙... (...) 여긴 동물원이야, 동물원이라고!"(136) - P136

[11] 조 켈리: "내가 감옥에 간다면 이 빌어먹을 나라 절반이 감옥에 갇혀야해! 그게 네가 내게 그러게 말 못하는 이유다."(138) - P138

[12] 조 켈러: "이 편지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라면 이 편지는 대체 뭐란 말이오? 물론이지, 그 애는 내 아들이었어. 하지만 래리는 그들 모두가 내 아들이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생각에도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군.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아. 곧 내려오겠소."(141) - P141

[13] 케이트(어머니): "우리가 이 이상 더 뭐가 될 수 있겠니?"
크리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단 한번만이라도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계가 있다는 것과 거기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아는 것 말이에요. 만일 그걸 모르신다면 두 분은 당신 아들을 저버린 거예요. 왜냐하면 그게 바로 래리가 죽은 이유니까요."(142)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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