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의 세계적인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의 마지막 콘서트 같은 기록 영화 <오퍼스 opus>를 보고 왔다.



암투병의 여파인지 젊은 시절의 인상과 많이 달라 보였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에 안타까웠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이 관람객들에게 들이미는 악기 브랜드 “야마하 YAMAHA"의 텍스트가 영화 내내 거슬리고 힘들었다. 결국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느낀 점은, 이 영화가 거장을 이용한 악기 광고 같다는 인상만 받았던 것. 이 점이 가장 아쉬웠다. 상업적으로 영상에 상품명이나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었다. 당연히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 나는 이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토나 그를 좋아하는 팬들, 관람객들이 있던 것이 아니라, 악기에 대한 기업의 자부심과 잠정적인 고객만 있을뿐이란 생각만 들게했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배회하는 악기 브랜드명. 화면의 중앙이나, 화면의 경계 언저리에 배회하는 ‘야마하‘ 상표는 시종일관 나의 시선을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화면 처리, 연주자를 잡는 앵글, 편집 방식 모두 왠지 모를 경박함이 느껴지는 영상이었다. 악기 브랜드에 대해 개인적인 악감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영화감상을 끊임없이 방해했던 시간이었다.



카메라 감독이나 편집한 이는 과연 거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앞에 있었다면 뒷통수를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들이 관람객에게 들이미는 악기 브랜드의 텍스트는 심지어 폭력적이란 느낌도 받았다. 내가 예민한가보다. 끊임없이 들이미는 브랜드명이 나를 압박하고 답답하게 했다. 영화를 보다가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의 반응은, 우수한 악기를 만드는 한 회사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는 시각 언어를 감상자에게 어떻게 제시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며, 한 거장 음악가에 대한 존중의 문제인 동시에, 타인-감상자를 얼마나 배려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영상을 만든이들 마음 속에는 자신들의 CV나 이력서 말고 거장이나 관람객들이 과연 얼마나 자리잡고 있었을까 묻고 싶다.



<오퍼스>의 영상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라틴어 문장,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란  키치스러운 문장이 내게는 이렇게 보였다.


“인생은 짧아도 야마하는 길다.” 


내게 이 영화는 거장을 이용한 악기 광고처럼 보였다.

거장의 생각을 담은 책을 읽거나 OST나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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