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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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Survival of the Friendliest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버네사 우즈(Vanessa Woods) 지음

이민아 옮김 | [디플롯] (2021)

 



가 곧 가 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바뀔 수 있다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는 여성에 대한 불신으로 잔혹해진 술탄에게 매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살아남는다. 이 소설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관대하며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인간의 본성을 전제로 한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과학자이자 작가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인간의 본성을 신경과학, 인류학, 심리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저자는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이하 가설’)에 기반을 둔 친화력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가설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천일야화의 술탄처럼 다정하면서도 언제든 잔혹해질 수 있는 존재다.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친화력과 함께 타인의 마음과 연결 짓는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 능력은 인간이 가장 탁월하지만 개와 여우의 가축화에서도 발견된다. 가축화된 동물의 친화력은 호르몬 농도변화 같은 생리적 변화와 신체의 외형 변화를 동반한다. 저자는 이와 유사한 변화를 사람의 경우에서도 찾아 제시하며, 여러 인간 종 가운데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비결이 친화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류사의 중요한 전환점은 인간 집단의 규모가 구성원의 협력과 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증가한 사건이다. 사회적 관계망이 확장된 것이다. 인간은 친화력과 남다른 자제력으로 집단을 키우고 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인간 집단은 기술 혁신과 문화 전수가 가능해져 강력하고 성공적인 종이 된 것이다. 이 때 새로 형성된 집단 정체성은 집단 내 타인에 대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다.

 

  문제는 인간 집단이 위협을 받을 때다. 다정함이 집단 외부의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가설에 의하면 공격성은 친화력이 강화된 우리 종에게 새로 주어진 부산물이다. 인간의 공격성은 비인간화 개념으로 설명된다. 비인간화 기작은 상대방에 대한 편견과 타인에 대한 공감의 소멸이 더해져 작동한다. 르완다 대학살 당시 후투족은 투치족을 비인간화함으로써 이들을 잔인하게 공격했다. ‘가설은 신경망 활동의 둔화로 인간(투치족)에 대한 공감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의 비인간화 본성을 다스리는 방안으로 접촉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서 화자 이슈메일은 식인종 출신의 작살 잡이와 우정을 쌓으며 인종적, 문화적 편견을 극복한다. 동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접촉을 통해 유대감과 동료의 생각에 대한 감수성으로 바뀐 것이다.천일야화에서 셰에라자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매일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던 술탄의 마음속에 인간적인 유대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다정함과 잔인함을 함께 지닌 잠재적이고 조건적인 존재로 보았다. 집단의 정체성이 만든 경계에 따라 비인간화의 대상과 정도가 정해지는 것이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모든인간이 타인을 비인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본성은 인간이 등장하고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이 이런 존재라면, 우리는 타인과 접촉을 늘리고 인간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된 유대감을 모든 인종으로 확장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대인의 환경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첨단 개인기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각자의 삶에 침잠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여 사회적 접촉은 더욱 어려워졌다. 혐오와 타인을 비하하는 표현도 흔히 발견된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유대감이 옅어지기 쉬운 조건이다. 이 책을 읽고 세대, 계층, 인종 사이의 분리 현상에 저항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이해와 공감을 통한 연결됨이 중요한 이유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저자는 친화력이 우리 종의 생존비결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인류 생존의 비결을 담은 매뉴얼인 셈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친화력 이면에 우리를 소멸케 할 수 있는 공격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절실한 이유다. 우리가 타인에 대한 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는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무지했다는 징후일 수 있다.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고 앎과 지혜를 나누며 가 곧 가 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책에서 발견한다.




 

 


 

"친화력은 자기가축화 Self-domestication를 통해서 진화했다." (31)

"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았다. 친화력이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 (80)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했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123)

"사람은 같은 낯선 사람이라도 이왕이면 자신과 같은 집단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돕고 싶어 한다." (159)

"낯선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그들과 협력할 줄 아는 우리 종 고유의 능력을 갖춘 혁신가가 수백 명, 더 나아가 수백만 명으로 확산되면서 문화적 혁신이 한층 더 강화된 것처럼 말이다." (163)

"자신이 속한 집단을 향한 사랑이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공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187)

"우리의 본성을 길들이고 협력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우리 내면에 최악의 속성의 씨앗을 뿌린 것도 동일한 뇌 부위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다." (195)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이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며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서 두루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251)

"우리는 내집단의 구성원들이 위협받을 때, 평소에는 타인이나 외집단에게도 무리 없이 잘 느끼던 공감능력을 차단시킨다. 이에 외부자들도 위협받는다고 느껴 상대 집단을 비인간화하고, 여기에서 보복성 비인간화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 (263)

"유년기 동물학대는 사이코패스의 유년기 징후 중 하나다." (292)
- 저자의 경고

"사람을 동물과 다르다고 여기는 태도나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태도가 이민자나 흑인, 소수민족 등 사람 외집단을 동물로 비유하는 비인간화에 주된 역할을 한다." (293)
- 심리학자 고든 호드슨과 크리스토프 돈트의 연구 결론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300)
-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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