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186호 - 2019.겨울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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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 186(겨울)를 읽고



'식민주의라는 오랜 바이러스'의 존재

 


이번창작과비평 겨울호(186) 통해 문학계간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동시대 작가들의 시와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과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삶과 닿아 있는 현상들에 대해 예민한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문인들의  존재를 느낄 있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위협중이다. 하지만 내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던 일본과 관련한 편의 글에 드러난 현상이었다. 바로 일본의 패전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과 관련하여 벌어진 ‘4.24 교육투쟁 후꾸시마 오염수 문제였다. 편의 글을 읽고, 뇌리에 남은 단어는 식민주의라는 글자다. 4.24 교육투쟁(1948) 패전 일본 사회에 남아 있던 식민주의에 미군의 반공프레임이 개입되어 진행되었던 불행한 사건이었다. 한편 후꾸시마 오염수 문제는 식민주의의 관성이 키워낸 거대한 인재였다고 생각한다. 타자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가 전무하고, 심지어 가해자로서의 인식마저 결핍된, 일본 식민주의의 현재성을 확인할 있었다. 사건 모두 식민주의 관점에서 드러난 국가 폭력 사례들인 셈이다.


특히 4.24교육투쟁은 이번 겨울호를 통해 처음 알게 역사였다. 저자 정영환은 2010 2 24일자 <아사히 신문> 사설에 언급된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고교무상화제도 배제 움직임을 언급하며 글을 시작한다. 고교무상화법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고유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본래 취지다. 그런데 일본 사회에서는 유독 조선학교 교육문제에 북한에 이익을 준다 정치적 이유를 들어 교육의 형평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위배하고,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저자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며, 야당 보수층과 여당 모두 논리에 동조하게 현상의 근원을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배제 정책이라는 역사적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엉뚱한 논리를 들이대며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거나 논점을 흐리고 물타기를 하는 양상, 그리고 공산주의자의 선동이라는 색칠하기 수법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뿐일까. 2020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감지할 있는 부분이다. 작년에 일본의 어느 미술관에서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전시 중단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 점이었다. 마치 이번호에 실린 고교무상화제도에서 조선학교를  배제하려는 일본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아사히신문> 논지를 보는 같았다. 내가 보기엔 이들 일본의 언론 역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영역에서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천황제에 기반한 일본의 식민주의라는 막강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위협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식민주의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터져 나온 곳이 후쿠시마가 아닐까. 문제를 일본 내에서 꾸준히 언급해왔던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의 표현을 일부 빌려 얘기해보면, 식민주의라는 바이러스는 타자의 고통에 둔감하고, 이들의 희생을 요구하며,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바이러스는 오키나와에도 오래 머물고 있지만, 아직도 세가 약화된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도 들어와 단지 잠복하고 있는 것만 같다. 사회의 자정능력,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순간 바이러스는 언제든 다시 숙주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본지에 소개된 조선학교의 교고무상화제도 배제 ‘4.24교육투쟁’, 그리고 후꾸시마 오염수문제는 식민주의라는 바이러스가 다르게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처음 만난 창작과비평 겨울호(186)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건재를 과시하는 식민주의 바이러스의 존재를 강하게 느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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