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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탄생의 과학》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개별적이고 보편적인 개체로서 나의 위치를 알려주는 발생학’
인간의 몸은 하나의 세포가 수 십 조 개의 세포로 증가하여 온전한 개체가 된다. 우리는 이와 관련한 현상을 얼마나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이러한 주제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일이 생각해볼 기회가 흔치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듯 하면서도 사실 잘 모르고 있는 생물학분야에 발생학이 있다. 발생학은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발생학과 재생생물학을 전공한 저자가 국내 과학잡지에 2년 동안 연재한 글을 모은 《탄생의 과학》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상아탑에서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 연구 분야를 대중과 나누기 위해 쉽게 말을 고르고, 핵심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생물학 분야 중에서 발생학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를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한 시도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이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
《탄생의 과학》은 발생학이 관심을 갖는 영역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개괄적이면서 때론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수정란이 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온전한 개체로 되어가는 대부분의 과정이 산모의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되었다. 저자는 수정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수정 과정에 정자들의 경쟁과 능동성만 언급되어왔던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설명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난자는 수동적으로 정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존재다. 나팔관은 그 내부의 온도차와 액체의 흐름을 만들어내어 정자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고, 난자는 화학 신호를 내보내 정자의 방향을 유도한다. 저자는 양자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말(“과학의 목표는 점진적으로 편견을 없애는 것”)을 인용하며, ‘수정’이라는 생명 현상에 고착된 대중의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발생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접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줄기세포
이 책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주제는 ‘줄기세포’와 관련이 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유래된 세포’를 의미한다. 줄기세포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논문 조작 사건’과 미용을 목적으로한 전직 대통령의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관련한 의혹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용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생명체 내의 수정란은 끊임없이 분열하고 분화하면서, 다양한 세포가 된다. 이 때 다양한 기능을 가진 세포로 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잠재력’이라고 한다. 세포들은 발달잠재력에 따라 여러 등급의 세포들을 만들어낸다. 줄기세포의 경우, 세포의 분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의 발달잠재력은 점차 낮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포 분화의 후기 단계에서는 다른 종류의 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는 의미다. 저자는 일반 세포(발달잠재력이 없는 세포)로부터 역으로 발달잠재력이 높은 ‘만능 줄기세포’를 유도해낸 실험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 실험은 세포의 유연성이란 관점에서 생명체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발생학자들이 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에 주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유도 만능 줄기세포 연구가 자폐증과 같은 병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줄기 세포를 배양하여 임상 실험에 응용하면, 동물실험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동물실험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우려와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이슈가 되고있다. 동물실험은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큰 저항을 맞고 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줄기세포 연구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크게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다. 게다가 골수이식 분야에서 병의 치료에 활용될 수도 있다. 백혈병과 같은 희귀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을 통해 건강한 혈액성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혈 모세포를 이식해야한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조혈 모세포 기증’에 관한 광고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발생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게 되니 ‘조혈 모세포 기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줄기세포 연구에는 장미빛 미래만 있을까? 2018년 중국의 연구팀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의 복제 원숭이를 탄생시켜 화제가 되었다. 이 사건은 인간 복제도 원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과 학계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생물학계는 국제적인 연구지침으로 실험실에서는 인간 복제 배아를 14일 이내로만 유지하도록 정해놓았다. 수정된 후 약 17일 부터는 신경계가 발달하기 때문에, 그로인해 배아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함이다. 저자의 언급대로 생명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볼 것인가의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과학자 혹은 정책입안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 및 관련 종사자들은 올바른 전문지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과학행위의 의미를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여느 기술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 연구도 인류에게 유익하게 사용되거나 아니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이 주목해볼만한 생명과학 연구 주제의 문제점 혹은 우려사항을 담은 부분도 함께 언급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발생학 분야 전반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에 더하여 과학연구의 명암을 좀 더 균형있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발생학, 인식의 확장으로서의 역할
책에서 제시하는 발생학연구의 결과를 통해 세포의 놀라운 발달잠재성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은 분명히 우리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연구도 결국 사람이 수행하는 일이기에, 연구 과정과 결과에 연구수행자의 인식 한계 및 해석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언급한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수동적인 난자, 무기력한 난자’라는 일반의 편견을 바로잡았다. 난자는 10대1일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수정을 유도하기 위해 화학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었다. 균형감이 결여된 남성중심의 시각으로 형성된 생명현상의 편견은 합리적 과학행위를 통해 얻은 사실을 지속적으로 나눔으로써 바로잡을 수 있다. 이것은 과학으로서의 발생학이 나와 세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저자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언급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배아 발달과정 초기에 인간은 남성과 여성, 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곧 ‘인간에게는 모두 남성 및 여성 결정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성결정 유전자로 ‘SRY유전자’를 언급한다. 분화할 세포가 이 SRY유전자를 ‘읽게’되면, 남성 결정유전자들이 차례로 활성화되어 남성의 특성을 갖추어가고, 반대로 여성 결정 유전자들은 발현이 억제된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이 발생 초기에 결정된 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동안 노력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정체성은 평생동안 이를 유지하도록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쥐 실험을 언급한다. 실험자가 쥐의 성결정 유전자를 제거하니, 암컷의 난소 세포가 고환으로 변했던 것이다. 이 실험결과는 유전자에 기록된 성정체성의 유지 기작을 설명해준다. 어느 성인 남자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생물학적으로 여성화되어버린 사람의 사례를 알게된 적이 있다. 이것은 마법이나 신의 저주가 아니라 실제로 희귀하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몸이 발현된 성적 특성과 더불어 잠재되어 있는 다른 성의 존재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식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플라톤의 《향연》에는 세 가지 형태의 인간 원형(남성-남성, 남성-여성, 여성-여성이 한 몸을 이루는 인간형)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머리 둘에 팔과 다리 각각 네 개씩을 갖춘 인간이었다. 한 몸에 있는 인간은 사이가 너무 좋은 나머지 신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신화같은 이야기에서 신들은 원형 인간을 둘로 나누어 버렸고, 원형 인간은 지금의 인간으로 분리되었지만 언제나 자신의 반쪽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성결정 유전자의 발현 기작을 이해하게 되면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가 근거없는 상상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발생학의 지식을 통해 인간이 남녀 모두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 우리 몸이 발생 초기에 결정된 성을 유지하도록 평생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내 안의 다른 성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려준다. 우리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물을 때, 앞서 언급한 성결정 유전자의 발현 기작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보다 넓혀줄 수 있다.
인간이 두 가지 생물학적인 성의 잠재성을 함께 가진다는 이해에서 출발하면, 수십 억의 인간이 각각 개별적이고 다양한 성의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에도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수만큼이나 다른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성적 특성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정말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따져볼 수 있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개념에 익숙하지만, 생물학의 지식에 따른다면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허구적인 믿음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인간의 성을 유전적인 정의에따라 분류할 수 있다고 해도, 개별적인 인간의 모습, 무수히 다양한 성적 특성은 단 두 가지 개념의 범주로 나누기에는 부족해보인다. 과연 다양하고 개별적인 인간을 단 두 가지 성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에 ‘남성’과 ‘여성’이라는 개념들은 꽤 불확정적이고 모호하다는 인상도 준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모두 남성성과 여성성을 각각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개별적 인간은 무수히 많은 성적 특성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이렇게 다양한 개별 인간을 단 두 가지 모호한 개념으로 분류하도록 강제할 때, 이 개념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개별 존재들은 ‘비정상’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한다. 무수한 다양성을 보이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우리는 과연 ‘정상’ 혹은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간에게 ‘정상 남자’ 혹은, ‘정상 여자’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믿고 있는 ‘정상 남자’와 ‘정상 여자’라는 관념들은 분명히 생명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구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하고 포괄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성의 문제에 있어서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는 종교의 문제도, 정책입안자의 문제도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물학에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표현은 자연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통해 그 부조리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미묘하지만 다양한 인간의 성적 특성을 고려하면 인간을 분류하는 이런 기준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의 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들이 평생
노력한다는 위의
연구는 성의
정의, 성의 유동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79면)라고 언급했다. 나는 저자의 견해를 통해 사람들이 ‘성소수자’가 된 것이 개개인의 의지나 도덕적 타락에 의한 것이 아니며, 생명체가 본질적으로 지니게된 다양성의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곧 진화와 유전학의 관점에서 다양한 ‘성소수자’의 모습은 생명체가 마련한 결과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화기작은 애초에 생존의 문제 이외에 방향이나 목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과학자로서 저자의 언급을 좀 더 기대해보게 된다.
인간에서 우주로
내 안에 남성과 여성의 잠재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생물학 지식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의 세포들은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내 성의 발현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믿지만, 만약 외부의 어떤 영향으로 나의 성결정 유전자에 변형이 발생하게되면, 원리적으로 나는 언제든 여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철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과정에 현대생물학이 알아낸 지식을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이다. 물론 플라톤과 같은 고대의 철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생물학 지식이 없었지만, 상당히 예민하고 명민한 관찰자였음은 알 수 있다. 신화적 상상력으로나마 인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분류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물학 연구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되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편견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영향력있는 지식인들이 수많은 편견을 만들어내고 사회에 영향을 미쳐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편견을 바로잡는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발생학이라는 과학은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또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 하나의 세포에서 수십 조 개의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세포로 이루어진 온전한 개체로 변화되어감을 보았다. 이 현상은 ‘우리 몸은 하나의 소우주다’라는 표현이 결코 진부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세포 내에 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생명현상은 경이로울 뿐이다. 하나의 세포는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다양한 기능을 갖는 개체로 되어간다. 특히 배아의 분화과정에서 어느 순간 초기 대칭성이 깨어지고, 몸의 좌우 비대칭이 형성되는 기작은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특히 발생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알아낸 인간의 발생 과정은 다른 동물들의 발생 과정과 크게 다를바 없이 커다란 공통점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해본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오히려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까지 인식을 넓혀 생명현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가 지닌 다양한 발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대로 이루어지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생명체를 동등하게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거대한 자연이라는 우주 속의 일부임을 인식하는데 과학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탄생의 과학》은 발생학자의 지식을 일반 독자들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다만 인간 혹은 생명체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를 더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 활동을 통해 얻어진 합리적 인식이 우리의 편견을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화적 상상력은 인간의 왜곡을 통해 편견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은 역사를 통해 반복되어 나타났으며, 심지어 인간을 억압하고 커다란 고통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들은 구약성서의 삼손이 무너뜨린 필리스티아 신전의 거대한 두 기둥처럼 과학 활동에서 얻어진 지식을 통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식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음을 보다 설득력있게 제시해주었다. 이제 과학분야의 지식 없이 인간과 생명을 가진 존재에 대해 성찰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탄생의 과학》은 나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