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정하 지음 | [스토리닷]
요즘은 개인 미디어시대라고 한다. 개개인이 지식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포하여 공유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갖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활발하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유투버들도 이러한 맥락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보다 오래된 지식 공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를 출판하는 일은 물론이고, 근래까지 활발했던 편지 쓰기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학창시절 숙제로 많이 하던 일기쓰기 또한 전세계인에게 공통된 오랜 글쓰기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방법에 관한 도서들을 많이 찾지는 않지만, 동네 도서관에서 책들을 구경하다 우연히 ‘책쓰기’에 관한 이 주황색 책을 발견했다. 요새 자서전 쓰기 활동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데, ‘책쓰기’는 이렇게 열거했던 다양한 글쓰기의 종착지 같은 활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는 책쓰기를 염두에 둔 예비 작가에게 전달하는 간결한 팁 같은 도서다. 요새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과 같은 공간에서 규칙적으로 모아둔 글들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한다. 저자는 책을 내려면 우선 해당 책을 쓰는 이유와 독자가 누구일지를 고민하라고 전한다. 나는 어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이 일이 잘 될까?’부터 염려하는 스타일이다. 내 스스로 ‘신중한 것’이라고 말하고, 타인들은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라고 표현한다. 도대체 ‘듣보잡’ 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 것인가. ‘엄숙하고 진지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내 글, 밋밋한 경험밖에 없는 내 이야기를 과연 누가 읽어줄지 생각하면 자신감 곡선이 곤두박질 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독창적인 책의 소재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다른 작가들이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나만의 경험이 녹아난 글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밋밋하고 보잘것없는 내 삶에서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것은 곧 글쓰기 과정이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시인 장석주 선생은 저서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에서 ‘졸렬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 이를 꾸준하게 밀고나가는 능력을 ‘재능’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던 것 같다. 자신에게 천부적인 ‘문재(文才)’가 없다면, 많은 문인들이 해온 글쓰기 방법을 적용하여 글쓰기 연습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이 활동에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기반은 예외없이 ‘독서’일 것이다. 책을 쓰기 위해 이미 다양한 책들을 꾸준히 읽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는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책을 써내기 위한 실천 팁을 나누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저자가 해당 분야의 지식에 정통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인간의 지식과 기억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책에 담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점검하고, 저작권 문제를 검토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아울러 예비 작가가 글을 짓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면 매일 써보고, 메모하며, 자신이 쓴 글도 끊임없이 읽어보고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현재 여러 책을 출간하며 활동하는 저자 세명의 ‘글쓰기/책쓰기’ 조언도 담겨 있다. 매일매일 상당한 양의 글을 써서 올리고, <새로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등과 같은 사전쓰기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등의 책을 펴낸 최종규 작가는 조언으로 ‘책쓰기를 생각하지 말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책쓰기’를 이야기하는 책에서 ‘책쓰기를 생각하지 말 것’이라니. 무슨말일까. 최종규 작가는 ‘글쓰기/책쓰기’와 ‘삶’의 무게 중심을 이야기 하고 있다. ‘글을 우리의 삶을 즐겁게 가꾸는 길에 얹도록 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평범하게 들리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언급한 ‘삶이 예술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된다’라는 표현과 본질적으로 같은 말일 것이다. ‘글쓰기와 책쓰기’이전에 우리의 삶에 무게가 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교와 명분에 우리의 삶이 잠식당하거나 균형을 읽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글쓰기/책쓰기’활동은 내 삶의 기쁨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어야한다는 말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책을 쓰려는 독자/예비작가들에게 보다 실용적인 정보를 주고 있다. 인세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거나 출판사에 자신의 원고를 투고할 때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출간계획서의 작성요령에대해서도
담고 있다. 관련 내용은 도서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자신의 원고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된 예비 저자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원고투고 전에 출판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라는 점에 주목해본다. 출판사마다 관심을 두고 있는 글의 방향이나 일종의 출판사별 취향, 혹은 결이 다를 것이다. 투고한 원고가 출판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사실 매우 낮다고 한다. 저자는 원고를 투고하기 전에 출판사에서 선호하는 글이 어떤 것인지 출판사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을 보다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초보 작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팁인 것 같다.
우리는 매일매일 수도 없이 타인과 소통을 하고있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가족과 친구와 끊임없이 문자를 주고 받기도 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는 비문인 표현들이 많이 오고 가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문장 혹은 글의 형태를 통해 매일 타인들과 생각을 주고 받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완결된 글이 담긴 책을 씀으로써 일상적인 소통을 넘어서 우리의 정신적인 성숙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식의 증가만이 아닌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서 말하고 있듯이, 책쓰기는 독자가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무형의 독자와 시도하는 대화 행위이기 때문이다. 책쓰기는 모든 이들을 위한 활동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자기 나름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책쓰기를 통해 타인과 나눌 수 있다. 이 ‘나눔’의 행위가 ‘책쓰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