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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 넛지부터 팃포탯까지, 심리와 세상을 꿰뚫는 행동경제학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4월
평점 :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인간의 삶이란 인류의 등장 이래 원래부터 팍팍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인지 혹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져볼 때가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무난히 헤처나가려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부수적으로 알아야만 할 것만 같다. 모든 기술을 뒤늦게 접하고 언제나 따라가기 바쁜 나는 아날로그 주의자라고 변명은 하지만, 첨단 기술에 익숙한 이들의 삶을 보아도 현대인으로서의 삶은 여전히 팍팍해보인다.
인간이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거쳐야하는 통과의례를 제대로 거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이다. 학업, 취직과 결혼, 육아 등등의 보편적인 인간의 조건과 의식주와 같은 삶의 기본 양식은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여기에는 작은 단위의 개개인에서부터 국가단위의 삶을 지배하는 경제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는 공부하기 어렵다거나 싫다고 하여 담을 쌓고 사회를 살 수는 없는 분야이다.
경제는 이제 현대인이 어느 정도는 알아야할 상식과도 같은 분야가 되었다. 심지어 무인도에서 혼자 사냥을 하며 먹고 산다고 해도 결국 ‘희소 자원’에 얻을 수 있는 보상(음식), 식량을 구하는 효율성을 따지는 이상, 그리고 최소한 두 사람 이상 살아가야 하는 경우, 부족한 자원의 분배와 교환 활동이 있는 이상 우리의 삶은 ‘경제활동’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서두가 이렇게 길어진 것은 현직 경제 분야 기자가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경제서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다.
이완배 기자가 저술한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은 독자들에게 주류 경제학과 다른 인간관에 기반한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소개한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이기적인 결정을 하는 존재’로 보는 주류 경제학과 다른 인간관을 바탕으로 사회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분야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에 대항하는 비교적 새로운 시도라고 이해된다. 무엇보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의 긴밀한 연계와 학제간 연구를 통해 자리잡고 있는 분야로 보인다. 곧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가정에서 벗어나 인간은 실수도 할 수 있고, 비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류 경제학과 다르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이기적이기만한 존재가 아니라 ‘이타적인 존재’이므로 타인을
위해 손해를 보기도 하고, 집단을 위해 개인이 손해를 보면서도 협동을 하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본문에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여러 경제학 이론은 복잡한 수식을 배제한 심리학 이론처럼 느껴진다. 최근 생물의 진화에 대해 현대 생물학이 제시하는 다양한 담론 중에서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부분이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행동경제학도 이렇게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경제학과 긴밀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탄생한 경제분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책의 전반을 바라볼 때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인간이 정말 복잡한 존재’라는 점이다. 심리학과의 학제간 연구로 자리를 잡은 행동경제학이
제시하는 연구들은 복잡해지는 인간 조건을 중심으로 반응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현상론이라는 인상을 처음 주었다. 물론
저자가 복잡한 경제학의 수식과 분석론을 걷어내고 대중을 위해 쉽게 정리한 사항만으로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무모하거나 턱없이 부족해보일 수 있겠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점은 인간에 대한 관점을 주류 경제학과 달리 좀더 유연하게 두고 있다는 점이다. ‘스놉 효과’처럼 인간이
사치품을 구입하는 행위는 빈부격차와 계급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면 나오기 힘든 설명일 것이다. 이
‘차별성(또는 개성)’은 오히려 ‘자본주의적인 개념’에서 발명된
인간의 욕망에 기인할 것이다.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놉 효과’는 더욱 강력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아울러 동수저, 흙수저 사람들이 금수저의
소비를 욕망하는 사이 우리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지 않을까. ‘자아 고갈 이론’의 교훈이 전해주듯, 우리의 욕망을 통제하는데 물리적인
에너지가 많이 들긴 하지만 반복 훈력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순환오류처럼 느껴지지만, 자본주의는 계급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욕망’하라는 메시지는
보낸다. 흙수저들은 자본주의 구조가 끊임없이 개개인에게 강요하는 ‘차별성’을 견뎌내기
위해 인내하고 통제력을 발위해야만 한다. 그리고 여기에 흙수저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는 관점의 연장선에서, 인간이 언제나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이 ‘복잡함’에는 타고난 본성의 측면 말고도 인간이 속한 집단이나 살고 있는 환경의 영향 또한 지배적이기도 하다. 곧 인간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른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도덕적인 사람들도 환경만 조성이 되면 타인에게 ‘잔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루시퍼 이펙트’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연구처럼, 인간은 어떤 규정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인간은 외부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현대 심리학의 연구에 힘입은
인간에 대한 충격적인 이해는 우리가 어떤 사회, 집단에서 ‘마법의 완장’을 차게 되면 다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이
점은 불법주차한 차가 어떤 상황과 환경에 있을 때 다른 결과를 줄 수 있다는 ‘범죄의 경제학’에서도 일맥상통하는 교훈을 준다. 나아가 프리모 레비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처음 겪은 동료 유대인들에 대한 유대인들의 폭력, 프란츠 파농이 이야기한 ‘수평 폭력’은 동일한 맥락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일깨워 준다. 분명 심리학의 영향을 긴밀하게 주고 받아 등장한 행동경제학은 보다 단순하게 인간을 바라보았던 주류 경제학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저자의 소개대로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이타성’을 가진 존재이며 협동하는 존재라고 바라본다. 결국 경제학이 다른 종류로 나뉜다면 이는 각각이 갖는 ‘인간관’이 어떠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이성에만 관심을 두던 주류경제학에 인간의 감성, 심리적인 요인을 추가로 고려하여 주류 경제학과의 차별성을 내세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지극히 복잡한 인간 개체와 인간 사회의 모습을 고려해볼 때다. 이성에 주로 주목하던 주류경제학이나 여기에 인간의 심리를 더 고려한 행동경제학은 크게 보아 ‘배다른 형제’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시말하면 경제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관찰할 때 고려할 ‘변수(parameter)’를 하나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문외한이기에 용감하게(?)
의문을 가져보게 된다. 나아가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심리’라는 추가 변수를 도입함으로써 사회경제 현상을 관찰하고 결론을 내리기 위한 어떤 집단심리의 ‘전형’을 가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당수가 한 번 입으면 다시 벗기 힘들다는 ‘꽃보다 화려한 등산복’을 입고 둘레길을 걸으시는 부모님들을 떠올려보자. 행동경제학은 이런 현상에 한 문장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집단의 심리를 이미 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사회현상은 분명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전제한 주류 경제학이 설명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한편 행동경제학이 심리학과 긴밀한 교류를 통해 발전되는 것은 결국 기업 마케팅에 매우 유용할 것 같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에서 이 ‘쓸모’를 누리는 주체가 팍팍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이 아니라 기업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분명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행동경제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좀더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집단심리를 관찰하고,
기업의 판매전략을 세우는데 오히려 더 ‘유용한’ 학문은 아닐런지. 인간의 심리를 고려한 ‘게임 이론’에 기반한 경제학을 알면 우리는 보다 주체적으로 살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보았을 때, 행동경제학자들이 분석의 대상으로 보는 인간 내지 인간 집단의 대상 그리고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빈곤층’은 아닐 것 같다는 점이다. 과연 행동경제학은 빈곤층의 삶에 무기가 되고 쓸모를 전해줄 수 있을까? 집단의 소비 심리에서,
명품에 집착하는 이들을 다룬 ‘스놉효과’와 ‘베블런 효과’의 대상으로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배제될 것이다. 이는 빈곤층과 무관한 현상일 것이다. 또 ‘마시멜로 테스트’처럼 ‘개개인의 노력이 인생을 바꾸는 것보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더 성공에 유리하다’라는 다소 허망한 결론을 알게된다고 우리의 삶에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있을까는 의구심을 갖게된다. 앞서 언급한 ‘자아 고갈 이론’처럼 자본주의가 개개인에게 ‘차별성’을 강요하는 메시지(혹은 광고)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부단히 ‘노오력’해야만 한다. 어찌보면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팍팍한 삶을 벗어날 방도를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무기를 주는 대신 현재 놓여있는 문제를 개개인이 해결하도록,
‘해결책의
개인화’에 맞추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팍팍한 삶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분야는 아닌 것 같다.
행동경제학은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알려진 사람이 실수를 하고, 사기를 당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됨을 알려준다.
아무리 천재적인 경제학자든,
철학자든,
심리학자든 이들의 연구는 인간 개체 및 인간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얻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이 제시하는 각종 이론들은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인류가 쌓아온 지혜의 보고에 이미 내재하던 ‘인간관’을 간단히 모형화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말로 정리한 것은 아닐까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현대인의 삶은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다양화해졌으며, 첨단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소재의 등장과 이를 둘러싼 인간 사회의 ‘동력학’을 관찰하고 분석하지만, 이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그리 복잡하거나 새롭지는 않은 것 같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처럼, 인류가 관찰하고 경험해온 지혜를 그렇게 많은 현대의 경제학자들이,
지구 역사 이래 최초로 제시하는 이론일 것인가. 그렇다고 믿기는 힘들다. 각 경제 이론의 결론이 제시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이미 오랜 문학작품과 철학서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내가 행동경제학을 좀더 알게되어 저자의 말대로 내 삶이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아니면 기업의 매출 증대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인지는 앞으로 좀더 지켜보고 판단해야할 숙제가 될 것이다.
#네이버원탁의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