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맑음 - 청소년과 함께 읽는 5.18 민주화 운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33
임광호 외 지음, 박만규 감수, 5.18 기념재단 기획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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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8, 맑음

임광호/배주영/이민동/정수영 지음  |  [창비]

 

 

지난 3 11 88세의 전두환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법정 앞에 섰다. 2017 4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하여 전두환은 시민단체와 유가족에 의해 고소되었고 불구속 기소로 재판받게 되었다.

(참고 기사 출처: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232160#08gq )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처럼 여전히진행중이다. 이번 재판에서 전두환은 법정에서 사과없이 5.18 당시 헬기의 기총소사는 없었다고 여전히 주장했다. 참고로 기사에 따르면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와 검찰 조사 등을 통해 5.18당시 헬기 사격은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이미 입증되었다. 기사는 나치가 집단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죽인 일이 없다고 주장했던 어용 역사가의 주장에 맞서 법정에서 진실을 두고 공방했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 <나는 부정한다> 떠올리게 했다. 영화는 진실을 왜곡하려는 집단에 맞서 역사를 올바른 사실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었다.

 

 

오늘은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5.18 민주화 운동(이하 5.18)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5 18, 맑음> 만난다. 책은 크게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전반부는 5.18 전후의 국내 분위기와 5.18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고, 후반부는 역사의 진실 찾기노력에 대해 국내외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며, 5.18이후 시민들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5.18 증언하는 세세한 자료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5.18 당시의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던 일반 독자에게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이 모든 문제의  약은 아니다]

이번 재판 기사를 보고 역사의 사건으로 세기 가까이 지나 관련자를 법정에 세운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여전히 진실을 부정하고 있는 책임자들의 한결같은 태도 역시 대다수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헛헛하게 만든다.  사람이 대개 괴로운 일을 겪고나면 주변에서 시간이 답이다라고 말해주곤 한다. 일면 수긍하게 되는 말이긴 하지만, 인간이 겪는 모든 괴로움에 대한 해결책은 분명 아닌 같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의 경우, 특히 5.18 같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은 경험은 경험자(생존자 혹은 유가족)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기 마련이다. 몸에 각인된 기억은 평생을 걸쳐 살아남은 이들을 괴롭히고 삶을 갉아먹을 있는 존재다.

 

 

5.18 당시 임신 8개월인 어느 부인은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배속의 아이와 함께,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가족 곁을 떠났다.   근처 저수지에서 수영하던 중학생 아이들이 공수부대가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계엄군에 직접 총을 들고 맞서 싸우지는 못해도 시민 부상자들을 위해 헌혈을 했던 어느 여학생은 헌혈 귀가하다 총에 맞고 다시 병원으로 실려온 사례도 있었다. 당시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평생 얼마나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야 했을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5.18 사람 사람의 희생자로 인해 유가족들은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광주 시민,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에 던진 트라우마를 낳은 역사적 사건이다. 특히 공권력의 정점인 국가의 군대 조직을 무방비 상태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어떤 예비 조치도 취하지 않은 휘둘렀기에 더욱 충격을 준다.

 

 

많은 기성세대들은 떳떳하지 못했던 집단의 과거를 들추어내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당연히 예상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집단이 공유하는 트라우마는 진실을 덮는다고 하여 잊혀질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나 전두환 회고록 처럼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사람이 회고록의 주장으로 진실이 드러나거나 집단의 트라우마가 해소되길 기대하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반면 아직도 직장에서 업무로 만나게되는 어르신 중에는 아직도 5.18 빨갱이 소행으로 진압과정에서 희생자가 생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놀랄 때가 있다. 가짜뉴스에 세례를 받고, 정보가 신념 내지는 교리가 되어버리면 정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5.18 더더욱 현재진행형인 역사라고 말할 있다. 유가족 이들의 친구 동료들에게는 시간을 약으로 삼아 과거를 덮는 것으로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가 치유되기 보다는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을 시작으로 하여 진실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

 

 

 

[우리가 있는 일이란]

책을 읽으며 평범한 시민으로서 우리가 5.18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우선 역시 5.18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체적인 이해를 갖지는 못하였지만 <5 18, 맑음> 통해 역사적 사건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처럼 막연하게 5.18 알던 사람들은 우선 5.18 대해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일반 시민으로서 있는 번째 선택일 같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을 내밀어 맞잡아 주는 일도 있지 않을까. 책에 소개된 아르헨티나의 오월광장어머니회 광주의 오월어머니집과의 연대도 그러하고, ‘5.18엄마가 4.16엄마에게보내는 메시지 또한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손을 내미는 일이다. 언론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독자 사이를 매개하는 필터의 역할도 하고 있으므로, 시민들은 언론의 기능을 이해하고,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언론의 기사를 보다 비판적인 안목으로 판단하는 시민의 태도 또한 필요하다.

 

 

책에서 저자들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며 기자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5.18현장을 최초로 담은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책에 힌츠페터에 대해 보다 자세히 소개가 되어 그가 남긴 사진 장과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알게 되었다. “우리 독일인이 2 대전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는 만큼 5.18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84)라고 언급하기도 했던 그는 기억하기 중요성을 알았던 기자였다. 책의 저자들도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언론은 진실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킬 있는 존재이면서도, 시민들을 연대하게끔 해주는 도구, 매개체의 역할도 한다. 힌츠페터 이후 다른 국내외 기자들의 사명감과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의 세부사항이 전달되어 공유되지 못했을 것이다.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고 의식있는 언론이 사회에 본분을 있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2부에서 특히 주목하게 부분은 일반 시민이자 탄광의 카나리아같은 역할을 하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글을 쓰는 문인들을 비롯하여 영화감독들 그리고 화가와 음악가들은 5.18민주화 운동을 모티브로 하여 각자의 재능을 발휘했다. 저자는 책에서 예술의 사명을 밝히고 있는데, 하나가 기억의 재현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명 예술 자체보다는 예술가의 것으로 보는 편이다. 예술가들이 담당하는 기억의 재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앞서 언론의 역할이 연대를 위한 도구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듯이, 예술가들 또한 자신의 작업을 통해 감상하는 시민들에게 다른 정서적인 연대를 촉구한다고 있겠다. 어쩌면 언론은 이성적인 연대, 예술가들은 감성적인 연대 가능하게 해주는 창문이 된다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은 사회 현상에 대해 아무런 사리없이 바라보고, 비판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표현이 글이든, 영상이든 혹은 음악이나 그림이든 예술가들은 모두 집단의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을 비롯하여 예술가의 역할은 개인 집단의 역사를 간직하므로써 집단의 기억을 강화해주며, 집단의 감수성을 예민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말할 있겠다.

 

 

 

[글을 나가며 - 이제 다시 시작이다]

5.18당시 계엄군의 광주 진압 작전명이었던 화려한 휴가 같은 이름의 영화 <화려한 휴가> 처음 보았을 받았던 충격, 영화 <박하사탕> 보았을 받았던 충격을 기억한다. 나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너무나 모른 살아왔음에 부끄러웠던 기억도 난다. 이후 나는 예술인들이 남긴 작업들을 통해 5.18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번 <5 18, 맑음> 통해 보다 많은 참고 리스트를 갖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5.18 대해 좀더 알아가는 ,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개인으로서 소박하게나마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반인륜 범죄에 공소시효란 없다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는 모리스 파퐁 재판부분이 또한 기억에 남는다. 사건 또한 내가 모르던 것이었는데, 파퐁은 비시 정부 시절 나치에 적극 협력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비시 정부 시절 당시 파퐁은 보르도 지역 유대인들 16,000 명을 체포하여 수용소로 보냈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87세의 파퐁을 법정에 세웠다. 법정에서 그는 명령을 수행했을 공무원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 일을 했고, 나치가 무슨 일을 벌이는지 몰랐다.”(178)라며 무죄를 주장했다고 한다. 진술은 한나 아렌트가  기록하고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진술과 너무나 흡사하다. “(아이히만) 자신이 맹세한 대로 모든 명령에 복종했고, ‘자신이 의무를 항상 완수하는데 상당한 자부심을 가졌다고 주장했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58) 아이히만도 역시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최종 해결책 위해 성실히일했던 공무원이었다. 파퐁이나 아이히만 역시 집단 속의 개인으로서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말인데 논리가 이들에게 일말의 면책 사유가 수는 없는 것이었다. 사례는 내게 우리가 스스로 비판적인 사유와 주체적인 결정을 내릴 있는 입장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있는가를 또한 있기도 하다.

 

 

의식있는 사회 각계층의 노력으로 5.18 기록한 각종 기록물들이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굴곡진 역사 속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같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한다. 5.18 사례는 우리가 살펴보아야할 과제의 출발점이 있을 것이다. 오늘 만난 <5 18, 맑음> 통해 여러 희생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있었다. 나는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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