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돌아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집니다 - 작은 몸짓 하나에도 헛헛해지는 마음에 대하여
오휘명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글들이 예쁘다. 예쁘기도 하지만 외롭기도 하다. 작가 오휘명은 남자지만 남자답지 않게 글씨체들이 부드럽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몰입의 즐거움을 즐겼고. 읽는 동안 작가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같이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읽는 동안은 세상과의 단절을 할수가 있어서 더욱 좋았다. 작가와 내가 같은 사람이 되어 책을 읽을때의 즐거움이 한없는 즐거움을 주었다. 만나보기 힘든 감성의 에세이집이었다.
"당신이 돌아 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집니다/오휘명"


 

"더 다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쓸쓸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고 다니지만요. 작고 밋밋한 것들을 수집하고 피난처 같은 가게들을 찾아다닙니다. 사랑과 사람아닌 것과 감정을 궁금해해요."



거의 모든 사람은 물이 빠지면 곧 사람을 버리거나 버려지는 사람이 되곤 했다. 나는 가끔 사랑을 물고 놀았다. 그러면 사랑도 나를 물고 놀았다. 풍선처럼 떠오르는 마음도 유원지의 그것들처럼 넉넉했다. 달았다. 하지만 사랑에도 껌처럼 단물 비슷한 게 있었다는 걸 나는 뒤늦게 안 거다.

하염없이 늪에 나락에 떨어질 것처럼 사랑은 달다. 그러나 그 사랑에 단맛이 떨어질때 버리지는 못하고 아직까지 안고 사는 것 같다. 사랑에 단맛이라는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것일까. 영원할거 같은 단맛을 맏을수 있을거라는 환상은 착각이었던거 같다.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목련엔딩'이라는 곡을 만들어 주고 싶다.정 안되면 그런 책이라도 써 주고 싶다. 나의 신세를 생각한다. 어쩌면 목련과 내가 참 많이도 닮은 것만 같아서. 분명 다르지만 비슷하게 태어나 자라났는데, 남들보다 주목 받지 못하는 사람. 조용하지만 나만의 향기가 있는 사람. 하지만 그리 주목 받지도 못하고 죽는건 아닐까 겁을 내고 있다.

나도 목련을 좋아한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곳에 피어 성질 급하게 축 늘어져 버려서 그러지만 어딘가 모르게 목련은 고상해서 좋다. 작가는 주목 받지 못해서 죽는건 아닐까 겁을 낸다지만, 조용히 피었다가 조용히 지니까 더더욱 좋아하게 된거 같다. 초연하다고 해야 할까.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버텨내는 목련이 그래서 더 좋다. 어쩔땐 목련은 누군가의 인생을 꼭 빼어 닮았다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선생님은 내가 중학교를 떠나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다니던 어느 날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선생님은 일본어 과목 담당이었고, 내가 중학교 이학년이 되던 해에 담임으로 만났다. 선생님은 내성적인 성격과 그로 인한 따돌림에 괴로워하던 내 친구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셨고 가끔 우리를 당신의 집으로 불러 들여 맛있는 밥을 먹여 주시기도 했다. 부득이하게 쓴 소리를 하거나 매를 들어야 했을땐 미안해서인지 화를 못 이겨서인지 본인이 눈물을 글썽이곤 했고 우리들 각각이 하고 싶은게 뭔지 늘 궁금해 하셨다.
유독 학생들에게 정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들을 본다. 나또한 작가처럼 중학교때 선생님을 잊지를 못한다. 체육이 담당이었던 선생님이었다. 두분이 체육 과목으로 계셨지만 아이들은 김태영 선생님을 무지 좋아했다. 1학년때는 우리반 담임이었던 선생님은 어려운 가정 형편을 항상 걱정해 주셨다. 졸업을 하고 나서 우연히 버스 터미널에서 만났을때 선생님은 나를 붙잡고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 우리는 세를 내서 살다 집을 지어 겨우 이사를 했던 때였고 자존심이 강한 엄마는 우리 가정 형편이 남보다는 낫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해보면 엄마는 자식의 공부보다는 농사와 돈벌이에만 급급하셨었고 좋은 가정 형편도 아니었다. 대학은 꿈도 꿔볼수가 없던 때였다.


 


 

사람이 큰 목소리로 우는 이유, 그리고 뭔가를 소리치는 이유는 누군가를 부르고 싶어해서, 여기에 내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다. 또 외로워서다. 어릴적 나는 참 조용한 아이었다. 어머니가 말씀 하시길 울어도 될 밥한 때도 울지 않았단다. 갓난아이를 고깃집 한구석에 볼품없이 눕혀 놨는데도 징징거리는 소리 한번은 안 냈더란다.
하지만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다 크고 나서야 목청껏 울거나 크게 누구라도 부르고 싶은 날이 많아졌다.
(중간생략)어쩌면 나는 이상한 돌연변이 비슷한 거라서, 성대가 가장 늦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은 뒤늦게 울고 소리 지르고 싶어 하는 거라고. 유난히 목소리가 큰 아이가 되고 싶은 밤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겠지.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그것들은 어떻게 훗날 나를 덮칠 것이다. 마치 쭈욱 뒤로 밀려 나갔다가 커다랗게 밀려오는 쓰나미처럼.
오래 전부터 지녀 온, 썩은 내가 진동을 라는 버릇이 있다. 뭐든 미루는 버릇이다. 다 자라고 나서고 미룬다. 전기세를 늦게 내서 전기가 끊기기도 통신비를 늦게 내서 신용 등급이 내려갈 뻔한 적도 있다.

누구에게나 이 버릇은 있지를 않을까.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꾸 미룬다. 버려야 할 썩은 감자를 버려 두어 뿌리가 나고 싹이 나는 경우가 있다. 때론 빛 갚을 돈이 있는데도 빛을 갚지 않고 원금을 늘리기도 한다. 지금도 나에게 처리해야할 일들이 있다. 간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번 달 말일이다. . 이 책을 읽다보니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하태평인 나의 이 성격은 고쳐지지를 않는다. 언제쯤 고칠수 있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달리고 달렸던 나. 달리는 것이 내 최선의 사랑이었던 날들. 그래서 참 볼품없기도 했다. 사이다와 우산 때문에 나는 뒤늦게 울어야만 했다.
윤종신 씨는 '외로운 사람이 사랑을 찾기 위해 애쓰면 매력이 없다'라는 말을 하려던 것이었겠지만, 나는 이게 연애가 진행중인 상황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달리고 달렸다는 말, 그래서 이별이 왔다는 말같다 내 해석이 맞는 것일까? 사랑한다고 해서 너무 자존감 떨어지게 잘 하려고 노력을 할 필요 없다. 결혼을 해서 살지만 나 또한 남편에게 너무 잘하려고 노력을 한다. 정말 피곤하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 될 건데, 같이 산지 오래 되었는데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사귀는 사이라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제 할일을 다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더 멋져 보이지 않을까. 굳이 사람 사이에 너무 애쓰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



작가 오휘명은 순수한 맑은 영혼을 가진것 같다. 글들에서 순수함이 느껴졌다.
비타오백명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애인이 이뻐해줄까라는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외로운거 같으면서도 엉뚱하기도 한 작가의 글이 사람을 흡수하는 힘을 가졌다. 여러번 소리내어 웃게 하는 작가의 마력은 아마도 순수함에서 나왔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쓰는 일은 느리다. 좋은 걸 보거나 접하면, 일단은 그걸 놓치기 전에 바로 메모를 해야 한다. 그리곤 그 투박한 메모에 살을 붙이거나 예쁘게 깍아 내야 한다.
글을 써서 전달하는 것은 무언가를 사서 건네는 것보다 훨씬 느리다. 작가 오휘명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글을 선물로하고 싶고, 그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거나 시의 주인으로 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 좋은 순간과 대목들만 만들어 두고 싶어했다.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도 이런 선물을 받아 보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여자들이라면 남자에게 이러한 선물로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볼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릴것만 같다.


작가는 이제 막 삼십대에 접어들었다. 그래서인지 글도 신선하다.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보는거 같았다. 이제 서서히 작고 소소한 식당을 찾아다니는걸 좋아한다. 나이를 들어간다는거를 느낀다. 사람의 관계에서 자주 넘어지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기에 책을 보는 내내 그 기를 받은 것만 같았다. 우리하고는 나이때가 다르지만 이러한 순수한 영혼을 담은 책들을 보면 우리의 마음도 젊었을적 그때를 기억하며 나래짓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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