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 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4
김주원 지음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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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운학은 어려운 것 같다.

다른 글자도 아니고 한글인데도 쉽게 와 닿지가 않는다.

저자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 중 하나로 애민정신을 들고 있는데, 서양 학자의 평가처럼 문맹을 혁파하려는 근대인적 사고방식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성리학적 인간을 교화시키려는 노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리석은 백성이 글자를 알면 오히려 교활해지고 법을 이용하려 들 것이라는 당시 높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교화시키면 좋은 심성을 가진 백성이 될 것이라는 의도는 매우 획기적이고 앞서가는 사고이긴 하다.

또 단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쉽게 표음문자를 만들 수 없는 일이니 과연 놀라운 언어학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요즘 쓰는 용어인 근대인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세종은 백성을 교화시켜 성리학적인 인간을 만들고, 또 중국과의 사대 외교를 잘 시행하기 위한 두번째 목적도 한글 창제의 큰 동기였을 것이다.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를 읽을 때, 중국어를 정확히 표기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갔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과연 외교 문서를 격식에 맞게 정확히 작성하려는 실용적인 목적도 매우 중요했던 듯하다.

요즘 생각하는 외교 의전 문제 정도가 아니라 사대는 건국된지 얼마 안 된 조선의 존망이 달린 매우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최만리 등도 이런 걱정 때문에 한글 창제를 반대했던 점도 컸으리라고, 저자는 공정하게 평가해 준다.

반대하는 신하들은 同文同軌, 즉 중국과 같은 글과 법도를 쓰는 한 문화권이기 때문에 중화 문명의 밖에 있는 오랑캐처럼 따로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리학과 사대주의를 국시로 삼은 신생국가 조선의 엘리트층으로서는 주장할 만한 논리였다.

이런 신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글 창제를 강행했다는 점도 세종 친제설의 간접 증거이다.

신숙주와 성삼문이 한글 창제를 위해 요동에 여러 차례 갔다는 것도 한글 창제 이후의 일로, 한자음의 정확한 정비를 위함이었다.

한글 창제 당시 집현전 학자들의 나이가 겨우 20대 초반이었다는 점도 협찬설 보다는 친제설 쪽에 무게가 실린다.

과연 세종은 대단한 언어학자였던 것 같다.

파스파 문자와의 유사성 등이 지적되는데, 기본적으로 한글은 네모난 형상을 지닌 문자이므로 자형이 비슷한 것은 당연하지만 발성기관을 본땄다는 점에서 창제 원리가 다르고, 중성의 모음표기 아이디어가 비슷할 수 있는데 당시 존재하던 모든 문자에 대한 연구 성과가 더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글의 위대함을 역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제 당시의 상황과 다른 여러 표음문자와의 관계 등을 함께 설명해 줘서 새롭게 한글의 창제 과정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동물 소리도 다 표기할 수 있다는 정인지의 서문에 대해, 이는 모든 소리를 다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문자라는 뜻이 아니라, 표의문자와는 다르게 아무 뜻이 없는 소리도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표음문자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정확히 지적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자연의 소리는 '음향'이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비슷하게 글자로 표현하는 것이니 특별히 어떤 문자만 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류>

196p

세조가 북경에 사은사로 가면서 동생인 임응대군에게 보낸 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임응대군이 아니라 임영대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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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천년을 가다 - 역사학자 4인의 문명 비교 탐사기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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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재독하게 됐다.

2012년도에 쓴 리뷰가 있는 걸 보니 벌써 8년이 지났고 거의 기억이 안 난다.

한국일보에 답사기 식으로 네 명의 전공이 다른 분야 교수들이 주제별로 짧은 글을 쓰는 방식이 독특하다.

대표 저자가 서문에 밝힌대로 네 사람의 의견이나 관점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 신선하면서도 통일성이 부족한 느낌이다.

특히 서양사를 전공한 최갑수 교수의 유럽 상대주의 관점은 관념적이고 당위적인 느낌이라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서양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거기에 대항하는 동양 사관을 인위적으로 만든 느낌이랄까?

몽골의 초원에 아무렇게 서 있는 톤육쿡 비석을 보고 자유로움을 느꼈는데 프랑스의 유적지에 루이 9세의 십자군 출정 경로가 상세히 써있는 안내판을 보니 국가의 억압이 느껴져 불편했다는 식의 기술에 거부감이 들었다.

역사적 유적은 후손들이 가꾸고 의미 부여를 하고 열심히 알려야 존재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저자는 또 유럽이 대항해에 나설 수 있었던 까닭은 단순히 항해술이 발달하고 모험심이 커서가 아니라 부족한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나갔다고 한다.

어제 읽은 박지향 교수의 책에 의하면 항해술이 발달하고 배를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 되야 비로소 해양 진출이 가능한 것이고, 또 사회가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분위기인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학혁명과 시민사회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간과하는 것 같다.

동양이나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은 물자가 풍부해서 전통 사회에 만족했고 서양이 자기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강제로 무역을 시작한 것인가?

너무 도식적인 설명이라 공감이 어려웠다.

다만 왜 서양이 근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느냐의 원인으로 만성적인 춘추전국 시대 상태로 서로 경쟁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에는 공감이 간다.

중국이 거대한 정치체를 너무 일찍 이룬 것은 지나친 안정성으로 자극이 적어 성장의 기회를 놓친 것인가?

이 책에서는 팍스 몽골리카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150여 년 만에 사라진 것은 그만큼 체제의 안정성이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의 정화 원정이 서양의 대항해와는 달리 단순히 조공국을 늘리고 중화주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비경제적 목적이었다는 박한제 교수의 분석에 동의한다.

그래서 오래 지속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시베리아 유형지에 관한 책을 쓴 한정숙 교수의 러시아와 몽골 관련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러시아는 유럽에 속하면서도 우랄 산맥 너머로 동진하면서 시베리아를 영토에 넣고 몽골 타타르의 압제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동양 문화와 동양식 전제정을 함께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 속의 동양 느낌이 남아있는 듯하고 표트르 1세의 개혁으로 친서구화 정책이 강해졌지만 근대정신 보다는 기술 쪽에 중점을 둔 실용적 변화였으므로 여전히 서양과는 구별되는 역사를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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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품격 - 작은 섬나라 영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박지향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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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품격, 제목에서부터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이 풍긴다.

좋아하는 필자였는데 어느새 은퇴를 하신 모양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320 페이지의 적당한 분량에 주제의식도 선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문장으로 쓰여져 금방 읽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학문을 하고 연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옳고 그름을 따지고 도덕적인 가치를 부여하기 위함일까?

윤리학이나 철학은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역사학의 목적은 결코 포폄에 있지 않고 정말로 그 사회를 발전시키거나 퇴보시켰던 진짜 이유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덕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는 본질이 아닌 것 같다.

식민지 피지배 경험이 있는 나라인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국 제국주의의 긍정성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심적으로 힘들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아닐까?

지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21세기의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저자는 영제국이 스페인 등과는 다른 상업주의 제국이었음을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영국은 무역을 통해 부를 획득하고 자신들의 제품을 팔기 위해 대양으로 나섰고 상인들의 무역활동을 보호해 준 것이 강력한 해군이었다.

섬나라라는 특성상 대륙을 지배하기 보다는 대륙들의 세력 다툼시 균형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국가를 방어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교과서에 영국 하면 고립주의 외교정책이라고 배울 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기본적으로 이들이 영토 획득보다는 무역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았기 때문에 굳이 대륙의 세력 판도에 끼어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아편전쟁도 그렇고 인도의 지배도 무역을 원했으나 현지에서 거부하자 지배 개념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지배가 목적이 아니었고 고대의 로마 제국처럼 영토를 넓히고자 했으면 해군이 아닌 육군이 필요했을 것이다.

자유무역을 할 수 있는 시장을 넓히길 원했던 그들이 전 세계 영토의 1/4를 가진 제국을 거듭나게 된 것은 책에 의하면 산업혁명 덕분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술과 생산량이 최고조에 이르러 압도적인 차이로 주변국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유지에는 돈과 인력이 많이 든다.

특히 인도처럼 거대한 땅덩어리를 영국의 인구로 직접 통치하기란 불가능했으므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현지인들의 협조를 얻은 간접통치 형태를 띠었다.

이 제국의 비효율성이 커지자 프랑스와는 달리 영국은 2차 대전 후 미련없이 떠나 버린다.

저자는 영국이 세계 역사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바로, 의회민주주의, 개인의 자유, 근면성실한 기독교적 윤리관, 노예제 폐지, 법치주의,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지적 풍토, 사유재산권 보장 등을 든다.

이것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식민지가 바로 미국이다.

항상 궁금했던 점이 왜 같은 유럽의 식민지였는데 미국과 캐나다는 잘 살고 남미는 못 사는 것일까였다.

다른 책에서 영국과 스페인의 통치 스타일 차이였다고 하는데 확실히 공감이 간다.

스페인이 지배하는 남미 대륙에는 본국과 똑같은 소수 지주 계층이 지배자로 건너가 구대륙과 같은 불평등하고 구태의연한 사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했느냐는 중요한 문제 같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상인들의 무역을 지지하고 사유재산권과 특허권을 보장해 주고 무엇보다 과학 이론을 실용기술로 바꾸는 지적 풍토가 확립되어 산업혁명이라는 엄청난 변화가 가능해졌다.

저자는 줄곧 자유무역주의가 인류 전체를 부유하게 만든다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반대되는 개념이라 좀더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무역은 소비자들에 더 많은 생활 속의 편리함을 주는 건 맞다.

자본주의 사회의 풍족함은 너무 당연한 현실이니 말이다.

정규재씨가 어떤 토론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누가 가장 이익을 보는가? 대기업인가?

그렇지 않다,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바로 소비자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대기업 체제에서 살아남기가 참 힘든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품질이 물건을 더 싼 가격에서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맨 마지막 부분에 인종주의와 다문화주의의 갈등에 대해 언급한다.

같은 아시아인도 거부하는 한국인이고 보면 영국의 인종주의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같긴 하다.

손해를 감수하고 도덕적 이상에 부합하게끔 노예제 폐지 운동을 했던 나라도 일상 수준에서 유색인종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문제인 모양이다.

단순히 인종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은 아예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니 국가의 통합을 위한 정책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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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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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은 마음을 혹하게 하는데, 내용은 역시나 기대 이하였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깊이있는 내용을 담기가 어려운 것 같다.

효율적인 독서법에 대한 갈증 때문에 독서법, 학습법, 시간관리법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되는데 읽을 때마다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아쉽다.

올바른 독서법이라는 게 과연 있기는 한 건가 싶기도 하다.

독서에 관심을 갖고 책을 좀 읽어 볼까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 하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저자는 독서의 유용성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 놨는데 확실히 독서는 지적 활동이므로 학습 능력과 연관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독서를 장려하는 것은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책을 읽어야 "공부"를 잘 하게 되고 기본적인 읽기 능력은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되는 건 맞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건 어렸을 때 얘기고 이미 직업을 갖고 있는 어른의 경우 독서가 과연 살면서 크게 중요할까?

나는 독서가 취미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경매나 주식책, 부동산책 읽는 것 보다는 직접 투자를 해 보는 경험이 훨씬 중요할 것 같다.

책 읽어서 돈 벌기는 어렵다.

내가 책을 읽는 까닭은 "너무너무 재밌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만족감을 주고 내 감정을 고양시키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최고의 취미 생활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보면 인간에게는 식욕이나 성욕처럼 알고자 하는 인식욕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공감한다.

나는 소설에 관심이 없고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인문서적이 좋다.

이 책에도 좋아하는 분야를 선정해서 읽으라는 조언이 나온다.

나도 처음에는 내가 정확히 뭘 좋아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들여다 보고 다양하게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일부러 골고루 읽었는데 지금은 관심있는 분야의 책만 읽는다.

독서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그에 비해 읽고 싶은 책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역사, 두 번째는 미술, 마지막으로 가끔 과학책을 읽는다.

독서의 장점은 돈이 거의 안 든다는 것이다.

구입을 한다 해도 다른 취미에 비하면 싼 편이라 생각하고 나처럼 도서관에서 빌리면 비용은 0원이다.

대신 시간이 많이 든다.

내 독서 생활의 가장 큰 관건은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여가 시간이 남자는 5시간, 여자는 3.5시간이라고 하는데 하루 독서 시간이 나도 3시간 정도 된다.

대신 수면시간이 줄어든다.

책에서는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녀도 책을 좋아하게 된다는 데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유전적 성향, 즉 타고나는 게 훨씬 큰 것 같다.

우리 부모님도 책을 좋아하는 분이지만 맞벌이인 엄마가 책을 읽어 주거나 골라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어려서부터 나는 책을 좋아했고 지금도 집에서 열심히 읽고 있지만 우리 딸들은 책에 별 흥미가 없다.

임신 기간에는 시간도 많아 정말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도 애들은 안 읽는다.

영양 섭취 잘 하고 스트레스 안 받는 정도의 수준이면 모를까 과연 태교라는 게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싶다.

저자가 부러웠던 점은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 친구와 매년 독서 계획을 세우면서 연애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정말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남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이 사람은 무슨 책을 읽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꽂이를 봤는데 세상에, 전공서적 하고 주식책 몇 권이 다였다.

너무나 실망스럽고 충격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신혼집을 차리고 나서 시어머니가 처음 방문하셨을 때 내 책장을 보시길래 내심 뿌듯했는데 하시는 말씀이, 넌 무슨 짐이 이렇게 많냐, 이러셔서 문화적 충격이었다.

하여튼 함께 1년의 독서 계획을 세우는 연인은 참 부럽고 멋지다.

확실히 독서 계획을 세우면 책 읽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고 흥미가 배가된다.

책에 대한 정보는 주로 알라딘에서 얻고 리뷰도 도움이 되고 책날개에 소개된 책이나 참고서적도 참조한다.

전에는 대형서점 가는 게 큰 낙이었는데 요새는 팬시점으로 변한 것 같아 아쉽다.

하긴 나처럼 책을 안 사는 사람이 많으니 오프라인 서점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변신일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74p

특정 분야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 이미 있다면, 그 사람은 초보 독서가로 머물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찾아 보고 읽어 보고 마스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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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20-04-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눈에는 단순히 짐으로만 보이죠..^^;; 보면 제 누나들도 보면 1년에 순수하게 자기가 읽고 싶어서 읽는게 10권이 안되는 것 같아요. 순간순간 즐거움만을 따지면 책 읽기보다도 더 재미있는게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독서보다 제 성격에 맞는 즐길거리는 찾기가 힘드네요. 바쁘거나 몸이 좋지 않아서 책을 읽지 못할때도 책을 만지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marine 2020-04-22 08:41   좋아요 0 | URL
가넷님 경우를 봐도 책 읽기는 환경보다는 타고난 성향일 가능성이 크네요.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일 것이다˝는 말이 사실일 거라 믿어요.
 
최명길 평전 보리 인문학 1
한명기 지음 / 보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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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라 읽기 힘들까 걱정했는데 최명길의 일대기를 그린 일종의 이야기책이라 하루만에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평전은 어쩔 수 없이 지루한 것 같다.

너무 세세하게 주인공의 일대기를 사료에 맞춰 기술하고 또 주인공의 관점에서만 당시 정세를 판단하기 때문인지 냉정한 비판이 결여되어 찬사 일색이 되고 마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유홍준씨의 완당평전이 재밌으면서도 김정희가 동아시아 최고의 예인이 되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의 전작 <병자호란>과 겹치는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최명길의 일생을 평가할 때 병자호란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일텐데, 그래서 약간은 지루했다.

얼마 전에 읽은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에서는 최명길을 비롯한 조선 측의 주화 노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조선을 굴복시키러 온 청 태종이 급하게 강화를 맺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사정 곧 천연두의 위협을 중요하게 언급해서 대조가 된다.

구범진 교수는 저자가 인용한 나만갑 등의 책이 당시 전쟁 상황을 정확히 기록했다기 보다 과장과 전해 들은 말이 많다고 평가절하했는데 아무래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명분론은 한국인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기본 심성인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패권국에 둘러싸인 오늘날의 한반도 사정을 걱정하면서 최명길처럼 현실적인 외교적 판단을 촉구했으나 여전히 명분론이 우세한 듯해서 안타깝다.

역사책에서 대명의리론을 읽을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것은, 조선 사대부들은 마치 명나라를 우리와 같은 한 나라로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는 점이다.

책에도 김상헌을 비롯한 척화신들의 당시 발언들이 많이 등장한다.

명나라는 부모의 나라이고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해 줬으니, 지금 오랑캐의 침략에 결사항전 하여 안 되면 모두 옥쇄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런데 과연 자신들의 옥쇄까지도 염두에 둔 주장이었을까?

삼학사들이 심양으로 끌려가 처형당하긴 했지만 그 외 몇이나 죽었나 모르겠다.

기개로 봐서는 인조가 출성한 이후 전부 자결을 하던지 아니면 명나라로 망명해서 청과 싸워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김상헌마저 위선적으로 자결하는 제스처만 취한 후 의리를 지키지 못한 군주를 위해 죽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빠져 나간다.

물론 김상헌을 비롯한 안동 김문이 노론의 중심축이 되는 과정은 단순히 비아냥 거릴 수준이 아니라 당대의 성리학 관념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조선 사회의 인정을 받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있었는지 다른 책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최명길의 후손은 소론이 되어 그 손자가 숙종 때 영의정까지 역임했으나 결국 주화파라는 비난을 받고 김상헌처럼 받들어지지 못했다.

그 역시 주자학을 익히며 대명의리론을 온 몸으로 받드는 성리학자였음에도 현실 정치에서는 실제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화합하고 협상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항복하는 국서를 찢기만 하면 결국 나라는 망하게 되니 붙이는 굴욕적이면서도 힘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약한 나라가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정말 맞다.

아마도 당시 조선인들로서는 청이 금나라처럼 일시적으로 흥기하다가 곧 망하리라 생각했을 것이고, 그 후 중국 전역을 통일할 뿐더러 중앙 아시아와 티벳까지 점령해 최고의 판도를 만들고 세계 최고의 문화 강대국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너무 강력한 상대를 만난 게 불행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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