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르를 벗겨라
베흐야트 모알리 지음, 이승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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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은 "화형" 과는 다른 느낌의 책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슬람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 때문에 거의 비슷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단지 이슬람 여성이 썼다는 것만 같을 뿐 매우 다른 책 같다
"화형" 의 수아드가 농촌에서 교육받지 못한 가난한 여성이, 종교와 관습의 희생자가 되어 부모에 의해 불태워지는 끔찍한 살인을 경험한 반면, 이 책의 주인공 베흐야트는 관습에 저항하여 투쟁해 나가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 준다
수아드가 매우 특별하고 지역적인, 보편적이지 않은 경우였다면, 베흐야트의 이 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일정 정도의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세계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보편적인 투쟁 이야기 같다
꼭 이슬람 여성이 아니라 할지라도, 미국의 변호사든, 대한민국의 여성 변호사든 자서전을 쓴다면 비슷한 느낌으로 쓸 것 같다

 
책의 주인공 베흐야트는, 수아드와 전혀 다른 삶을 산다
물론 그녀는 수아드처럼 농촌 중에서도 최악인, 이스라엘 점령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아니라, 이란의 농촌이긴 하지만, 사업가 아버지를 뒀기 때문에 학교도 다니고 심지어 대학 교육까지 받는다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망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고 다섯 명의 정부인과 서른 여섯 명의 여자들을 부양할 (이른바 시게) 정도로 능력있는 집이었다
큰아버지가 비록 살해당하긴 했지만 검사였던 점도 그녀의 집안이 중산층 이상은 됐다는 걸 보여 준다
"화형" 에서 보면, 수아드가 신발 신은 사람을 굉장히 부러워 하는 대목이 나온다
신발은 남자만이 신을 수 있는 일종의 특별한 상징 같은 것이었고, 그 마을에 사는 모든 여성들은 맨발로 다닌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 베흐야트가 예쁜 신발을 매우 동경한다고 나온다
웨스트 뱅크를 떠나기 전 한 번도 신발을 신어 보지 못한 수아드에 비해, 베흐야트는 딸을 사랑하는 부유한 아버지 덕분에 언제나 비싼 신발을 신을 수 있었다
벌써 두 여성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눈에 보인다

 
저자의 아버지 하신은 매우 특별한 이슬람 남성 같다
교육을 받아 읽고 쓸 줄 알았고, 외사촌인 아내와 빨리 결혼하기 위해 열 일곱 살에 군입대를 자원할 만큼 열렬히 사랑했다
또 사업을 통해 망한 집을 일으켜 세웠고, 장인이 죽자 오갈 데 없이 된 장모와 유복자 처남을 받아 들여 부양한다
이 때는 아직 자기 집안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전이었고 자신도 죽은 형의 딸과, 어린 동생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먹더라도 함께 먹고 굶더라도 함께 굶는다는 심정으로, 친정에서도 도와 주길 거부한 가엾은 장모와 그의 아이들을 받아들인다
저자의 표현대로 전혀 그럴 의무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다행히 외할머니는 교육을 받지 못한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여성으로, 저자에게 여성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임을 가르친다

 
마호메트의 외동딸이자 초대 이맘이었던 알리의 아내, 파티마가 아버지에게 자신이 천국에 1순위로 들어갈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버지는 엉뚱한 시골 여인이 1번이라고 답한다
자존심이 상한 파티마는 그 여인을 찾아갔는데, 세 번 놀랜다
먼저 일부러 밖에 딱딱한 빵을 내 놓은 걸 보고 왜 부드러운 상태로 먹지 않냐고 묻자, 사냥꾼인 남편이 밖에서 딱딱한 빵을 먹는데 나만 집에서 부드러운 빵을 먹을 수는 없다고 답한다
(여기까지는 착한 아내라고 칭찬할 만 하다)
다음에 입구에 세워진 막대기가 뭐냐고 묻는다
그러자, 남편이 집에 들어와 자신을 때리고 싶을 때 빨리 막대기를 찾을 수 있도록 집 앞에 세워 놓는다고 답한다
(점점 엽기 내지는 피학미로 흐른다)
마지막으로, 왜 구멍난 바지를 꿰매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 바지 사이로 음부가 노출됐기 때문)
그러자, 남편이 욕구를 채우고 싶을 때 바지를 벗지기 않고 재빨리 응할 수 있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러자 파티마는 그 집을 나서면서, 차라리 두 번째로 천국에 들어가고 말겠다고 고개를 흔든다

 
이 이야기는 저자의 외할머니가 그녀에게 들려 준 것으로써, 여자는 남자의 예속물이 아니고 동등한 인격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저자의 할머니는 우리나라로 치면 구한말에 태어난 분일텐데, 시골에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랐을 전통적인 여자가 이렇게 깨어있는 의식을 갖는다는 게 참 놀랍다
어쩌면 저자는 외할머니의 이런 독립적인 기질을 물려 받았을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저자가 자랄 무렵은, 팔레비 왕에 의해 서구화가 진행될 시절이라 군복무 대신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부대라는 것이 창설되어 여자아이들도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또 이렇게 교육을 받은 여학생들은 국비로 학교에 다니는 대신, 일정 기간 여교사로써 여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저자와 그녀의 언니도 이런 과정을 거쳐 선생님이 된다
이 때 교사로 나가게 되면 고향에서 떨어진 시골로 가야 하기 때문에 딸을 외지에 둘 수 없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치나, 외할머니가 자신이 손녀들을 데리고 있겠다고 나선다
비록 외할머니는 베흐야트가 교사로 발령나던 첫 날 세상을 떴지만, 손녀가 교사가 되는 것을 그토록 소원했던 이 분은 변호사로 성공한 손녀를 보면서 저 세상에서도 행복할 것 같다

 
그 후 베흐야트는 진보적인 남편을 만나 대학 교육까지 마친다
학교에서도 일등을 놓치지 않고,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혼자 입시 준비를 해서 법대에 입학한 그녀는, 결혼할 때도 대학 입학을 1순위로 내세울 만큼 대범했다
뿐만 아니라 일체의 지참금도 가져가지 않았고, 남편이 친정에 아내를 데려가는 조건으로 내놓는 돈도 거절한다
이런 관습을 깨는 행동이 용인된 것은, 그녀의 친정이나 남편이 모두 당시로서는 파격적일 만큼 자유로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결혼을 한 후 아이까지 미루면서 대학에 입학했고, 교사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번다
관습대로 시어머니와 시동생들을 부양하면서 말이다
매우 정열적이고 유능한 여성임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인 그녀의 성향이었다
그녀는 팔레비 왕조 때도 정부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지만,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이후에도 변호사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팔레비 왕조가 전반적인 부패에 물들었다면, 호메이니 정권은 중세 이슬람 율법으로 특히 여성들을 강압했기 때문에 간음한 여성은 말 그대로 돌로 쳐 죽이는 투석사형제를 도입하고, 차도르를 쓰지 않는 경우 채찍으로 70대를 치고, 네 번째 발각되면 사형에 처하는 끔찍한 법을 시행한다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물라라는 일종의 종교 지도자들이 법원에서 판사 위에 군림해 최고 결정권을 갖는 것에 대해 베흐야트는 크게 반발한다

 
이야기의 축은 타라 젠데라는 농촌 여성을 변호하는 것으로 옮겨 간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 재혼하라는 주위의 강압에 못 이겨 사게라는 일종의 한시적 혼인을 올린 후 아크바르라는 남자의 첩으로 들어간다
농촌에서 여성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으면 혼자 살지 못한다
과부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재혼을 해야만 한다
개인의 삶을 본인이 선택하지 못하고 사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관습인지, 그녀의 삶을 통해 잘 드러난다
문제는 아크바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점이다
본처 파테메는 그녀를 매우 질투했고, 유난히 아름다웠던 타라는 마을 여자들의 질투 섞인 적대감으로 힘들어 한다
다들 그녀가 자신들의 남편을 유혹할까 봐 두려워 했던 것이다
결국 여러 사건들 끝에 그녀는 파테메의 두 아이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뒤 기소된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책에서는 타라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아이들을 죽인 것이기 때문에 정신감정서를 동봉하여, 그녀의 무죄를 주장한다
의도적이지 못한, 정신착란 상태의 살인이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그녀는 무기징역에 처해지지만, 아이들의 어머니 파테메는 끝까지 죄값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형을 주장하고, 이슬람 혁명 이후 고의적 살인은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형벌을 받는다는 이슬람 율법 게사스에 의해 사형을 당한다
타라의 변론을 맡은 베흐야트는 그녀가 이미 무기징역에 처해졌고 의도하지 않은, 일종의 사고와 비슷한 살인이었는데도, 파테메가 남편의 사랑을 받은 타라를 질투해 끝까지 사형을 주장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만약 어떤 일로 내 아이가 둘 씩이나 정신나간 여자에게 살인을 당했다면 과연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줄 어머니가 흔할까?
비록 타라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검사측 말을 들어 보면 그녀는 살해 후 익사로 위장하려고 욕조에 두 아이의 시신을 집어 넣기까지 했다
또 정신감정도 세 명의 의사 중 한 명만이 이상하다고 인정했을 뿐이다
두 아이를 살인이라는 끔찍한 방법으로 잃은 어머니라면, 솔직히 용서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좀 더 확장시키면 사형 제도의 존폐와도 연결된다
범인을 사형시킨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 오는 것도 아닌데 피해자의 복수를 사회가 살인이라는 형태로 갚아 줄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나는 사형 제도에 반대한다
타라의 사형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결국 사형제도 역시 반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흐야트가 사형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만약 자신의 두 아들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진다

 
결국 저자는 이런 저런 사건을 맡으면서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되고 둘째 아들을 데리고 외국 여행길에 오르다가 독일로 망명한다
다행히 그 곳에는 남동생이 유학 중이라 정착하기 쉬웠다
호메이니를 지지하는 남편과 정치적 대립을 자주 겪던 터라, 또 남편의 안전을 위해서, 망명 후 이혼하고 대신 큰 아들 파르시드를 데리고 온다
어머니 때문에 국제 수영대회의 출국이 금지되는 등, 나름대로 박해를 받았던 파르시드는, 독일로 유학 온 후 망명해서 함께 살게 되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독일 망명 후 언어 문제 때문에 쉽게 독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두달치 생활비를 들여 독일 대학생 캠프에 참여시키는 어머니의 행동을, 아들은 매정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련의 행동들을 봐도, 확실히 베흐야트는 독립적이고 행동력이 있다
독일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법률적 지식을 살려 이란 망명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아마도 어학 실력이 뛰어났던 것 같은데, 통역관으로도 일하고, 자신이 독일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를 독일어 실력이라고 판단하고 아들에게도 빨리 독일어를 익힐 수 있도록 격려하는데, 오히려 이것이 고향을 떠나 온 아들에게 부담감을 주어 둘의 관계를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재 그녀는 재혼했고, 독일 시민권을 획득해서 망명자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업으로 삼고 있다
비록 전남편과 이혼하긴 했지만,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던 행운아이기도 하다
언뜻 생각하면 이란 남자가 아들들을 모두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머니 때문에 사회적 진출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마도 전 남편으로 하여금 아들들을 독일로 보내게 된 이유가 된 듯 하다

 
베흐야트는 매우 똑똑하고 결단력 있는, 그리고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글은 없지만, 그녀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매우 강인한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또 변호사라는 직분에 걸맞는 이란의 엘리트 여성이었다는 걸 느꼈고, 독일에서도 비록 망명자의 신분이지만, 시민권 획득을 위해 투쟁하고 거기서도 법과 대학을 다니고 자신의 능력을 살려 다른 망명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걸 보면서 평범한 여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은 "차도르를 벗겨라" 라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이지만, 실제로 책 내용은 이슬람 여성의 투쟁기라기 보다는, 한 여자가 걸어 온 인생 역경 같은 느낌을 준다
비단 이슬람 여성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보편적인 여성 이야기 같다
행동하는 여성, 베흐야트가 독일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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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굉장히 꼼꼼히, 정성들여 쓰시는 것 같아요. 배울 점이에요.
이 책 저도 꼭 보려구요^^ 님께 땡스 투를~

marine 2006-09-3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너무 길죠? 일종의 독서 일기 같은 거라, 제 일기장에 쓴 걸 적당히 손 본 후 옮긴답니다
 
사브리나 (1954)
빌리 와일더 감독, 오드리 헵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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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 영화
흑백 영화라서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로마의 휴일보다 더 재밌고 예쁘다
허리가 어쩜 그렇게 날씬한지, 놀라울 정도
비비안 리가 생각난다
험프리 보가트는 너무 아저씨라 깜짝 놀랬다
카사블랑카의 그 멋진 신사가 아니고 중년 사업가라서 영...
오드리 헵번, 너무 사랑스럽고 날씬하고 분위기 있다
컷트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린다

고전 영화의 맛이 있다
느닷없이 사랑에 빠지고 또 느닷없이 헤어지는 등 개연성 부분이 약하긴 하지만 인물에 초점을 맞춰 장면 변환이 느리게 진행한다는 점은 관객을 편하게 하는 힘이 있다
흑백 영화라 대사가 느려 귀에 꽂히는 문장들이 있다
사브리-나 라고 발음하는 그 액센트와 높낮이가 무척 매력적이다
백만장자와의 사랑은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사랑일까?
약자들은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데이빗이 사브리나를 형에게 양보하는 장면은 정말 황당했다
아무 개연성 없이 느닷없이 양보한다
첫눈에 반하기도 하는 게 사랑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딱 세 번 데이트 만에 결혼까지 가는 것도 좀 황당하고, 데이빗 역시 역에서 사브리나를 처음 본 후 바로 결혼하겠다고 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고전 영화의 연극적인 특성이라고 이해하면 그런대로 재밌게 볼 수 있겠다

운전 기사의 딸과 백만장자의 결혼!!
낭만적이다
계급 내 결혼이 아니라, 신분이동이 자유로운, 계급을 초월한 결합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데렐라들이 많이 나오고 바보 온달도 좀 많이 나와서 신분 이동이 자유로운 열린 사회가 됐음 좋겠다
터키의 술탄처럼 모든 권력을 손에 쥐었으므로 굳이 신하와 동맹을 맺을 필요가 없으니까 왕비는 출신을 막론하고 아무나 취할 수 있는 그런 식의 결혼이 많았으면!!
물론 절대 권력을 바라는 건 아니고, 사람들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결혼만은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택했으면 좋겠다
일본 여의사가 말한대로, 특히 여자들은 신분 하락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쉽게 결혼하지 못한다
결혼을 통해 자기가 속한 계급 아래로 떨어질까 두려운 것이다
남자들 역시 사회에서 버틸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 두려움 때문에 적어도 자신의 계급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즉 같은 계급의 여자를 고르는 것이리라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북유럽 같은 나라들은 결혼이 좀 더 개인적이고 자유로울까?
아니면 아예 프랑스처럼 결혼이라는 법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동거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결합할까?
하여간 동화 속 신데렐라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난한 처녀를 훈련시켜 세련된 도시 아가씨로 변모시킨다는 그 유명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해서 그 과정이 나오나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게도 부자 할아버지가 딱 한 장면 등장하고 말았다
돈으로 처 바르는 것 말고도, 교양과 세련미를 갖추는 교육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우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단순히 겉모습만이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 기품이 서리고 지적이고 우아해질 수 있다면 아마 누구나 쉽게 사랑을 느끼리라
돈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대단한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교육의 힘이 아닐까?
교육과 돈의 결합!!
그리고 노력!!
그런 과정이 좀 자세히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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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2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브리나하면 왜 항상 헵번 바지가 생각날까요^^

marine 2006-09-30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참 멋진 아가씨죠 하여간 전 오드리 헵번에게 완전히 반했어요 그 깜찍하고 귀여운 컷트 머리 하며...^^
 
4월 이야기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oncerto Grosso D minor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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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šœ지 감독의 1998년 작품

1시간짜리 짧은 영화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라는 평이 있던데, 영상이 아름답긴 하다

러브레터의 눈내리는 설원을 보면서 펑펑 울던 때가 생각난다

풍경 자체에 감동받았다기 보다는, 죽은 애인을 묻고 온 여자의 절절한 심정에 완전히 감정이입 돼서 오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눈내리는 들판에 누워서 방금 묻고 온 애인을 그리워 하는 장면은, 여배우의 아름다움과 풍경이 어우러져 가슴을 치는 그런 감동이 있긴 했다

 

4월 이야기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난 감정이입의 정도에 따라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 때도 개연성 여부, 즉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인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여부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것 같다

다소 분석적이라고 할까?

움베르트 에코가 한 말처럼, 소설을 쓸 때는 시공간을 분명히 한정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현실적인 얘기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 대한 분명한 정의와 한계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자기가 설정한 공간을 멋대로 바꾸어 버리면 혹은 작가 스스로도 불명확하게 여기저기서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면 개연성이 떨어지고 결국 독자는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줄거리 대신 의식의 흐름을 주제로 하는 소설들은 어려운 것 같다

나처럼 평범한 독자에게는 말이다

 

빨간 우산을 들고 서 있던 유명한 포스터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가장 괜찮은 부분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매혹적으로 보이던 그 우산이 사실은 찌그러진 우산이었다는 거다

전체를 찍은 게 아니라 여배우의 얼굴만 클로즈업 하니까 찌그러진 부분은 안 보였던 거다

역시 이래서 완성된 한 편을 다 봐야 한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더더욱 원작을 감상해야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세 갈래로 나뉘는 시골길을 여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나, 잔디밭에서 플라잉 낚시 연습하는 장면, 그녀가 사랑하는 선배가 들판에서 기타를 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었다

넓은 들판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무척 새롭고 낯설기까지 했다

무대를 설치한 것도 아니고 자연 속에 음악과 하나가 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재밌는 건, 그녀가 그토록 사모하고 대단한 스타라고 생각했던 선배가, 대학에 가서는 음악 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유명했다는 사실마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선배는 사실 여주인공의 생각과는 달리 그저 평범한 학생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내가 그렇게 유명했었어?

하고 묻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이 푹 나왔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 얼굴로는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기에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첫사랑 얘기는 다소 전형적인 감이 없지 않아 좀 시시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짝사랑 하는 남자가 진학한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그 대학에 합격했다는 마지막 독백은 그냥 없는 게 나았을 뻔 할 정도로 상투적이다

현실에서는 매우 잘 된, 가장 훌륭한 동기이자 짝사랑의 성공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처음에 그녀가 서점에 열심히 다니는 걸 보고, 낯선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즉 마음 붙일 곳을 찾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위안을 책에서 찾다니, 기특한 걸 이렇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일하는 선배를 보기 위해서였다

다소 맥빠진다

 

시골에서 올라온 대학 신입생이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과 첫사랑과의 만남이 잘 조화된 그런대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과장된 면이 없어서 더 좋았다

사랑니를 볼 때도,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감정의 과잉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었다

 

여주인공과 선배는 사랑을 시작했을까?

여자의 청순한 매력으로 볼 때 곧 선배에게 시들해지고 첫사랑은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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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2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오래 전에 극장에서 보았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나요...;;;;;;

DJ뽀스 2006-09-2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 나왔던 서점이 관광명소가 되었다던데, 학교랑 서점 한번 가보고 싶네요.

marine 2006-09-3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전 얼마 전에 DVD로 봤어요

DJ뽀스님, 저도 한 번 가 보고 싶어요 한 편의 뮤직비디오라는 평이 이해될 만큼 영상이 참 좋죠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 배두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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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을 그다지 재밌게 보지 못한 탓인지, 천재라고 일컫는 봉준호 감독이 내게는 그저 덤덤하다

데뷔작인 이 영화는, 좀 독특하긴 한데 그렇다고 대단한 주제의식이 있는 건 아니다

재벌 딸이라는 배두나는 어쩜 그렇게 여상 출신 가게 점원 같은 역할을 잘도 소화내 내는 걸까?

원래가 사치스럽지 않은 애인가?

신하균과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는데 안타깝다

시간강사로 떠도는 애환과 분노를 엉뚱하게 호강하는 애완견에게 푸는 주인공의 심리 구조가 섬뜩했다

코메디처럼 처리했지만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모르겠다

귀엽고 깜찍한 그러나 너무나 소시민적이고 소탈한, 대학생도 아닌 꼭 여상 출신일 것 같은 배두나!!

정말 그녀의 매력적인 큰 눈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김호정도 인상적이었다

두 살 어린 남편을 완전히 깔아 뭉개는 대사들

베짱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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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2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궁금했는데 아직 못 봤어요. 잘 만들었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꼭 봐야겠어요^^

marine 2006-09-3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블랙 코메디라고 할까요? 볼 만 합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 - [초특가판]
안소니 밍겔라 감독, 줄리엣 비노쉬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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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션트가 무슨 비행기 이름인 줄 알았더니, 단어 뜻 그대로 환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대략 황당...

매우 긴 영화다

2시간 40분이라니...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다

줄리엣 비노쉬는 오히려 조연 같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생각난다

단순히 사막과 아프리카 초원의 영상미 때문일까?

느낌이 왠지 비슷하다

 

비행기를 가지고 돌아 오겠다는 애인을 기다리며 동굴에서 숨을 거둔 여자의 시신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으면서 홀로 죽음을 맞을 때 그 심정!!

긴 헝가리 이름 때문에 적으로 몰려 수용소로 끌려 가는 남자

결국 동굴에서 죽어가는 애인을 살리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해 진짜로 독일군에게 가서 지도를 넘기고 비행기 연료를 얻은 남자는 느닷없이 독일군 스파이로 낙인찍히게 된다

영국군이 비행기만 내 줬더라면!!

캐서린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독일군에게 정보를 넘긴 알마시

영국군의 의심이 어처구니 없게 스파이를 만들어 버린 셈이다

 

마지막에 한나와 킵이 허망하게 헤어진 장면은 무척 아쉽다

킵이 인도인이라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일까?

성당에 그네를 매달아 천정의 명화를 볼 수 있게 해 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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