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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oncerto Grosso D minor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와이 지 감독의 1998년 작품
1시간짜리 짧은 영화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라는 평이 있던데, 영상이 아름답긴 하다
러브레터의 눈내리는 설원을 보면서 펑펑 울던 때가 생각난다
풍경 자체에 감동받았다기 보다는, 죽은 애인을 묻고 온 여자의 절절한 심정에 완전히 감정이입 돼서 오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눈내리는 들판에 누워서 방금 묻고 온 애인을 그리워 하는 장면은, 여배우의 아름다움과 풍경이 어우러져 가슴을 치는 그런 감동이 있긴 했다
4월 이야기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난 감정이입의 정도에 따라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 때도 개연성 여부, 즉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인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여부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것 같다
다소 분석적이라고 할까?
움베르트 에코가 한 말처럼, 소설을 쓸 때는 시공간을 분명히 한정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현실적인 얘기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 대한 분명한 정의와 한계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자기가 설정한 공간을 멋대로 바꾸어 버리면 혹은 작가 스스로도 불명확하게 여기저기서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면 개연성이 떨어지고 결국 독자는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줄거리 대신 의식의 흐름을 주제로 하는 소설들은 어려운 것 같다
나처럼 평범한 독자에게는 말이다
빨간 우산을 들고 서 있던 유명한 포스터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가장 괜찮은 부분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매혹적으로 보이던 그 우산이 사실은 찌그러진 우산이었다는 거다
전체를 찍은 게 아니라 여배우의 얼굴만 클로즈업 하니까 찌그러진 부분은 안 보였던 거다
역시 이래서 완성된 한 편을 다 봐야 한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더더욱 원작을 감상해야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세 갈래로 나뉘는 시골길을 여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나, 잔디밭에서 플라잉 낚시 연습하는 장면, 그녀가 사랑하는 선배가 들판에서 기타를 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었다
넓은 들판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무척 새롭고 낯설기까지 했다
무대를 설치한 것도 아니고 자연 속에 음악과 하나가 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재밌는 건, 그녀가 그토록 사모하고 대단한 스타라고 생각했던 선배가, 대학에 가서는 음악 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유명했다는 사실마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선배는 사실 여주인공의 생각과는 달리 그저 평범한 학생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내가 그렇게 유명했었어?
하고 묻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이 푹 나왔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 얼굴로는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기에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첫사랑 얘기는 다소 전형적인 감이 없지 않아 좀 시시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짝사랑 하는 남자가 진학한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그 대학에 합격했다는 마지막 독백은 그냥 없는 게 나았을 뻔 할 정도로 상투적이다
현실에서는 매우 잘 된, 가장 훌륭한 동기이자 짝사랑의 성공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처음에 그녀가 서점에 열심히 다니는 걸 보고, 낯선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즉 마음 붙일 곳을 찾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위안을 책에서 찾다니, 기특한 걸 이렇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일하는 선배를 보기 위해서였다
다소 맥빠진다
시골에서 올라온 대학 신입생이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과 첫사랑과의 만남이 잘 조화된 그런대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과장된 면이 없어서 더 좋았다
사랑니를 볼 때도,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감정의 과잉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었다
여주인공과 선배는 사랑을 시작했을까?
여자의 청순한 매력으로 볼 때 곧 선배에게 시들해지고 첫사랑은 끝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