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유발자들 (2disc)
원신연 감독, 원풍연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너무 독특한 영화라 적응이 좀 안 된다
포스터가 하도 괴상하고 제목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길래 호기심으로 영화를 보긴 봤지만, 아직도 글쎄요~~ 라는 기분이 든다
다른 리뷰를 찾아서 읽어 봤더니 한국 영화의 새 장을 여는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아서 다소 어리둥절 하다
음, 그렇다면 나는 기존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에 익숙해진 고루한 독자란 말인가?

착하고 사람좋아 보이는 이문식이 폭력을 가하는 나쁜 놈으로 나온다는 점이 약간의 반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이미지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석규 같은 경우는 안경을 쓸 때와 안 쓸 때가 매우 달라 보이는데 안경을 쓰고 나온 접속 같은 드라마에서는 매우 순하고 소심한 평범남이지만, 안경을 벗고 나온 초록물고기의 막동이 같은 역에서는 비열하고 잔인해 보인다
한석규라는 배우의 캐릭터 자체가 이미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석규의 역할 바꾸기는 어색해 보이지 않는데, 이문식은 아무래도 너무 귀엽고 착한 느낌이 강해서 이번 영화처럼 남을 해하는 역할을 맡으면 좀 부담스럽다

건 그렇고...
내가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마지막 결론 부분이었다
이문식이 착한 고등학생 김시후를 괴롭힌 이유가, 바로 그의 형인 한석규의 괴롭힘에 대한 복수 때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갑자기 이문식은 피해자로 돌변한다
그렇다면 김시후는 과연 뭔가?
감독이 왜 김시후가 겪은 부당한 폭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영화 내내 김시후는 끔찍한 폭력을 당한다
단순한 폭력이라면 그렇게까지 분노하지 않겠는데 이건 완전히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수준이다
살아있는 쥐를 먹으라고 하지 않나, 바지를 내리고 자위 행위를 강요하지 않나, 푸대자루에 집어 넣고 구타하질 않나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준의 모욕을 가하는 것이다
김시후가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 그를 괴롭히던 네 명을 모래사장에 묻고 불을 지르러 할 때 차예련이 경찰에 맡기라고 말리자 김시후는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게 어떤 건지 아냐고 소리친다
난 충분히 김시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친절한 금자씨" 의 이금자가 유괴범 백선생에게 잔인한 사적 복수를 했듯 영화 속의 김시후 역시 불을 지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그 분노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차예련이 말린 것도 당연히 이성적인 행동이지만, 솔직히 니까짓 게 뭘 아느냐는 냉소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가엾은 고등학생은 형이 저지른 죄로 인해 엉뚱한 복수를 당했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형과 동생은 냉정하게 말하면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다
영화 속의 이문식 캐릭터가 그래서 나는 별로 동정이 안 가고 오히려 더 잔인하고 위선자처럼 느껴진다
형에게 당한 복수를 동생에게 한다는 걸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태도가 가식적이고 역겹게 느껴진다
비록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지만 그 분노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 비록 그게 가해자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아닌 사람에게 푼다면 이미 자신 역시 다른 형태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네티즌들의 리뷰에서는 이문식을 동정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에 한석규가 용각산인 줄 알고 먹은 약이 바로 쥐약이라 급사한다는 결말이다
가해자가 오히려 경찰이 되어 다시 피해자를 응징하는 엿 같은 세상이라고 낄낄대던 한석규가 어이없는 착각으로 죽고 만다
감독이 알아서 복수를 해 준 셈이다
불쌍한 김시후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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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에 나온 앙증맞게 생긴 이미지와는 달리, 책을 읽어 보니 꽤나 말썽피우는 대책없는 개였다
독특한 이름의 말리!
만약 내가 개를 키우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공감하면서 읽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노튼 이야기와도 비슷한 맥락인데, "파리에 간 고양이" 가 반려동물에 대한 넘치는 사랑, 즉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해 못할 유대감과 강한 애착을 표현했던 책이라면, "말리와 나" 는 개를 키우는 사람이 겪어야 할 문제점 내지는 고생을 리얼하게 그려줌으로써 모든 애견인들에게 위안을 준다
마치 그래도 우리 개는 말리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 존 그로건씨는 아예 말리에 대한 자랑은 포기하고, 내 개가 세상에서 제일 형편없다고 고백해 버린 뒤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남들보다 못한 강아지를 키우는 저자의 고생과 가슴앓이에 많이 공감했고 또 굉장히 겸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노튼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기고 가장 훌륭한 고양이라고 거품을 물고 자랑하는 피터 게더스씨가 잘난 척 한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의 책은, 애견인들이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양면성을 각각 따로 풀어 쓴 책이다
그래서 전혀 상반된 입장의 두 책에 모두 120% 공감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나는 이 책에 더욱 많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게, 내가 키우는 세 살짜리 요크셔테리어 똘이가 워낙 애를 먹여서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똘이는 우리 집에 올 때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세 번의 수술을 거치는 동안 우리 식구들의 애간장을 녹인 개다
그래도 말리는 어디가 심하게 아픈 건 아니어서 다행스럽다
말도 못하는 짐승이 자기 아픈 걸 표현도 못하고 낑낑대면 우리는 또 그 개가 왜 괴로워 하는 줄을 모르기 때문에 너무 안타깝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개 한마리에 온 식구가 절절 매냐면서 갖다 버리라는 사람도 있었다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은, 죽으면 다른 개 한 마리 키우면 되지 않냐는 거였다
그 말은 마치 애가 죽으면 다시 하나 낳으면 되잖냐는 말과 같이 들린다
이미 우리 식구들과 강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똘이는, 결코 어떤 존재로도 대치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데,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절대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개는 그저 개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리는 아마도 과잉행동 장애가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아무리 먹어대도 절대 지방이 붙지는 않고 죽는 날까지 매우 튼튼했다
반면 우리 똘이는 아플 때 워낙 식구들이 뜻을 받아 줘서 버릇이 나쁘게 들었다
아파트에 사는데 식구들이 나갈 때 마다 짖는 건 기본이고 기분이 안 좋을 때 안으려고 하면 물기도 한다
앉아, 일어서 같은 고차원적인 훈련은 해 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워낙 몸집이 작은 견종이기 때문에 말리처럼 말썽을 크게 피울래야 피울 수가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렇지만 솔직히 말리처럼 큰 개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그로건네 집이 부럽다
대부분이 아파트 생활을 하는 한국에서는 말리 같은 대형견을 키울래야 키울 수가 없다
말썽을 피워도 좋으니 큰 개를 길러 볼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역자 역시 이런 대형견을 키울 수 있는 미국인들의 넓은 주거 환경을 부러워 한다

말리의 온갖 실수담과 말썽 피우는 걸 읽으면서 생명을 기른다는 건 희생을 각오하고 책임을 지는, 즉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마냥 좋기만 하고 마냥 기쁨만 주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또 그런 불편을 감수할 각오가 안 됐다면 그건 아직 개를 키울 준비가 안 된 것이다
그런 준비 없이 막연히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개를 키우다 보니 유기견들이 생기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섣불리 인터넷에서 무료분양을 원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솔직히 걱정이 된다
개 한 마리를 키우려면 드는 돈은 말 할 것도 없고,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그것도 1,2 년이 아니라 10년이 넘게 키워야 하는데 과연 어린 학생들이 키울 능력이 될까 염려스럽다
당연히 부모의 동의를 얻어 일정 부분은 부모가 책임을 져 줘야 하는데 막연히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데려오고 보는 무책임한 태도가 수많은 유기견을 양산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것 같다

말리의 노화와 죽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일단 당장 키우는 우리 개와 비교를 하게 됐고 언젠가 우리 똘이도 말리처럼 죽음을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많이 아팠다
개가 사람처럼은 아니더라도 좀 더 오래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기껏해야 10년을 조금 넘는 수명은 늘릴 수도 없는 것이고, 그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참 가슴아프다
또 넓게 생각하면 인간 역시 언젠가는 죽게 된다
지금은 함께 있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우리 가족도 언젠가는 영원한 이별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당장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가 그렇고 아빠 엄마 역시 나보다 먼저 세상을 뜰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죽음의 순간들이 누구에게든 올 것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면 노화는 또 어떤가?
나 역시 말리처럼 관절염으로 다리를 제대로 못 쓰고 이빨이 빠지고 기운이 없어 한 쪽에 축 늘어져 있는 그런 늙은 시절이 분명히 올 것이다
육체의 늙음이란 얼마나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인지...
아직은 노년을 생각하기엔 너무 젊지만, 가끔 이런 노년의 우울함을 기록한 책을 읽을 때면 가슴이 섬뜩해진다
어떻게 노년을 맞을 것인가도 잘 생각해 볼 문제임이 분명하다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 걸맞게 문장력이 괜찮은 책이라 마치 소설을 읽듯 술술 읽었다
노튼 이야기에 비해 문장력 면에서는 더 나은 것 같다
노튼 이야기가 세 편의 책으로 나눠져 시간차를 두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쓰여진 데 비해, 이 책은 한 편의 완결성을 가지고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분명하다
양도 400페이지나 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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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1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파리에 간 고양이" 노튼도 그렇고 말리도 결국 안락사 시켰잖아요 정말 안락사 밖에 답이 없는지 참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책 사면 머그잔 주나 봐요?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라...^^

marine 2006-10-2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덜 서운하네요^^
 
부부만담 : 아내로부터 살아남는 방법 -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공정할 뻔한 부부생활 지침서
좌백 지음 / 파란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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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는 영 안 맞는 책이다
이 부부가 쓴 무협지를 듣도 보지 못한 독자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터넷 게시판류의 글들이 매우 불편해서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인터넷에서 낄낄대며 웃을 때는 좋은데, 정작 책으로 출판되어 활자화된 내용을 읽을 때는 자꾸 그 가벼움과 경박함에 질리게 된다

한 가지 생각한 점이 있다면, 이제 바야흐로 남녀평등은 적어도 이념적으로는 그 당위성을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책에 나오는 부부들의 역할이 뒤바뀌어 아내가 남편에게 온갖 시중을 다 들어주는 책이라면 독자들의 분노를 샀을 것이다
설령 남자 독자라 할지라도 노골적인 가부장 책은 잘 읽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여전히 여자들이 가정일을 대부분 맡아 하고 한국 남자들의 가사 분담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런 역설적인 관계정립이 호응을 얻고 또 유머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리라

마님이 삼돌이에게 커피를 타 오라고 시킨다
독자들이 까르르 웃는다
반대로 대감이 삼순이에게 커피를 타 오라고 시킨다
독자들은 뭐 저런 마초가 있냐며 화를 낸다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은 꿈같은 얘기이기 때문에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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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1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속삭이신 님 때문에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했답니다 죄송은 그 무슨 당치도 않은...^^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무코야마 마사코 지음, 최성욱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도서관 대출 순위 상위에 랭크된 책이라 예약까지 해서 빌린 책이다
제목이 주는 말랑말랑하면서도 왠지 쿨한 느낌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걸까?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면 정말 120% 푹 빠져들게 되는데, 이상하게 다른 일본인 에세이는 정말 쉽게 안 읽힌다
뭐랄까, 굉장한 이질감이 느껴지고 공감하기 참 힘들다

이 책 역시 제목의 느낌과는 매우 다른, 실망스러운 책 중 하나였다
솔직히 저자가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번역의 문제인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필력이 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거창한 제목에 비하면 내용은 너무 가볍다...
왠지 동경 사는 오피스 걸이 후진국 여행하면서 자연친화적으로 살아야지, 이 수준의 감상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자연으로 돌아가자 내지는 친환경주의 분위기의 제목을 지었더라면 좀 더 책 내용과 가깝지 않았을까?
그리고 과연 그녀가 돌아 본 아시아의 주민들이 그런 낮은 생활수준을 진정으로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농촌 여행하면서 옛날 풍경 다 사라졌다고 도시인들은 안타까워 하지만 실상 농촌 사람들은 도시의 편의를 누리고 살길 원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고 말이다
피상적인 느낌의 시골 탐방기는 솔직히 이제 지겹고 거기에 지나치게 자연주의 운운하면서 멋대로 가치 부여하는 것도 왠지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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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책을 죽이는가
사노 신이치 지음, 한기호 옮김 / 시아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제대로 읽은 책은 아니다
맨 앞의 역자 서문은 우리 출판계의 현실을 짚어낸 글이라 재밌게 읽었는데, 본문은 역시 일본 출판계 이야기라 공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시사적인 책은 번역서를 읽는 경우 맥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상적으로 읽히기 마련이다
그나마 미국 쪽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기 마련이라 별 무리없이 읽어지지만, 일본 얘기만 해도 낯선 부분이 꽤 많은 느낌이다

간단히 느낀 바를 적자면
1. 일본의 도서관은 인기있는 책을 한꺼번에 다량 구입을 한다고 한다
한국 도서관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 할지라도 기껏해야 두 세권 (사실 세 권 구입한 경우도 나는 못 봤다) 이지만 여기는 화제가 됐던 "오체불만족" 같은 경우 한 도서관에서 무려 59권을 구매한 일도 있다고 한다
그 도서관의 입장은 대출율이 높은 책을 많이 구입해서 배치하는 게 이용자를 위해서도 당연하게 아니냐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이 무료 대여점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이용자 편의주의가 분명하고, 일본 도서관이 마치 기업처럼 이용자 실적을 높히는 것을 생산성 향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도서관에서 베스트셀러를 다량 구입하면 출판사의 이익이 그만큼 침해된다는 점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안 사서 문제인 줄 알았더니, 베스트셀러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이 사서 또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많이 빌려가는 책을 많이 구비해 놓으면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한 권의 책을 다량 구입한 만큼 다른 책 구입액이 줄어들기 마련이니,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도서관이 반드시 교양지상주의로 고상한 책만 갖춰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책을 무려 60여 권이나 비치해 둔다는 건 좀 심하지 않을까?

2. 일본 도서관은 신간의 약 3%를 구매하는 반면, 미국은 20%, 스웨덴은 무려 50%를 도서관이 책임진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는 몇 %일지 궁금하다
출판량의 일정 부분을 도서관이 책임져 주기 때문에 안 팔릴 책도 소신있게 출판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스웨덴은 도서정가제가 없기 때문에 출판사 보호 차원에서 어느 정도 물량을 책임져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한다
워낙 뜨거운 이슈인지라, 어떤 게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시중에 나온 값보다 더 비싼 값으로 기본 분량을 구매해 주는 미국이나 스웨덴의 정책은 분명히 출판계가 소신있는 출판을 할 수 있는 큰 버팀목이 될 것 같다

3. 서점에 대한 새로운 인식
나는 서점이 단지 책을 사는 곳인 줄만 알았다
대부분의 서점인들도 단지 책을 맡아 팔고 안 팔리는 책은 반품하는 위탁판매 장소로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책의 판매를 향상시키는 열혈 서점인들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어떻게 배치를 하느냐에 따라, 이를테면 가정법에 대한 책 옆에 이혼에 관한 책도 놓고, 이혼 과정을 훌륭하게 극복한 에세이도 함께 비치함으로써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게끔 유도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책 홍보는 인터넷 서점에서나 하는 줄 알았는데 왠걸, 서점에서도 홍보 전략을 짤 수 있다니, 새로운 사실이다
또 서점 직원은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 주는데 그치지 않고, 관련 서적을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서점 직원을 아르바이트생 개념으로 채용하는 서점은 잘 될 수가 없다
또 서점에서 자체적으로 홍보 문구 등을 만들어 고객으로 하여금 사고 싶은 생각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반스 앤 노블이 서점에 의자도 가져다 놓고 커피도 파는 이유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잠재적인 수요자까지 생각한 문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실 가격만 생각한다면 굳이 서점에 갈 것도 없이 집에 편안히 앉아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면 된다
서점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하려면, 서점 측에서도 단순히 있는 책을 판다는 개념만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
일본의 유명 서점인은, 스스로 순위를 만들어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거나 "가을에 읽기 좋은 미스테리물" "놓치면 안 될 여행서"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한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서점인이 있는 서점을 매출액도 출중하고 스카웃의 대상이 된다
나로써는 서점인이라는 단어 조차 생소하다
우리나라 서점들도 온라인 서점에 맞서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서점 업그레이드를 실시해야 할 것 같다

4. 유통의 문제
사실 이 부분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출판사에 전화해서 책 주문하면 곧장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단순한 과정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배송 문제가 만만치 않다
일단 서점의 경우 도매상들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은 다음, 일반 서점으로 유통시킨다
안 팔린 책은 정해진 기한 내에서 반품을 받는데, 작은 서점의 경우 잘 나가는 책들은 제때 오지도 않고, 차일피일 반품을 늦추다가 기한을 넘겨 안 받아 버리는 예가 많다고 한다
또 책값도 제때 지불하지 않아 서점으로써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반면 원하는 책을 주문해도 군소 출판사의 경우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들고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대체 왜 재고 정리가 전산화 되지 않는 걸까?
그래서 세븐일레븐 창업자는, 출판계의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출판사 책의 전산화를 주장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성공한 이유도 바로 재고정리를 완벽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물건은 전부 전산화 되어 매일 기록되는 판매량에 따라 각 지점으로 배송된다
만약 기한이 지난 게 있다면, 이를테면 삼각김밥의 경우 유통기한을 넘기면 그 자리에서 버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재고는 있을 수 없다
당연히 판매량과 재고량이 전산화 됐을 거라고 생각한 나로써는, 책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배송이 늦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뜻밖이다
인터넷 서점의 경우도 재고량을 한정없이 가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보관의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빠른 배송을 위해 일정 부분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책을 다 보관할 수는 없고, 결국 어떤 책들은 재고 보유를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없는 책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도매상에 문의를 하고 다시 출판사에서 책을 주문하는 사이 그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독자는 지치게 된다
그래서 일본 최고의 서점 CEO는 인터넷 서점에 대해 큰 걱정을 안 한다고 한다
어렵겠지만 출판물의 전산화 시스템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문제 같다

5. 전자출판
나는 E-BOOK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도서관의 보관 문제만큼은 전자책으로 되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한 많은 책을 보유할 수 있을 테니까
전자출판이 가능해지면 원칙적으로 품절은 없어진다
특히 원하는 책을 주문자에게 바로 인쇄해 주는 주문형 출판이 활성화 된다면 재고 문제도 해결하고 품절도 없어서 독자와 출판계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E-BOOK이 가독성 부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종이책에 많이 밀리고 있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출판계에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 책이 안 팔릴까?
과거에 비해 교육계층이 엄청나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업계는 불황에 허덕인다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더 이상 책으로 시간을 때우지 않기 때문인가?
그렇지만 반드시 시간 때우기만으로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출판업계의 만성 불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좋을지 참 난감하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르포 형태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사회 문제는 대학교수들 아니면 기자나 저널리스트들이 나서서 책으로 엮어낸다
국내인의 시각이 더욱 필요한 사회학 부분에서 국내 필자의 책은 찾아보기 힘들고 죄다 번역서들이라 항상 아쉽다
책값을 좀 내린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서 볼까?
반품률이 무려 40%에 이른다는데 과연 위탁판매 시스템과 도서정가제 유지가 서점을 살리는 길인지 의심스럽다
서점도 단순히 도매상에서 책 받아 진열해 놓고 안 팔린 것은 반품하는 식의 수동적인 자세로 있을 게 아니라 일본의 경우처럼 직접 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또 인터넷 서점의 경우 엄청난 할인율을 자랑하는데 이렇게까지 할인할 거라면 대체 책값은 왜 그렇게 높게 잡는 건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아예 할인할 생각으로 거품 가격을 책정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서점에서 제값 주고 사는 소비자는 바보라는 얘긴지 정말 답답하다
"생각의 나무" 에서 출간된 세계교양시리즈처럼 저렴한 가격을 매긴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출판계에서는 만성 불황인 마당에 그나마도 내리면 어떻게 사냐고 하소연 할 수도 있는 문제긴 하다

어쨌든 출판업도 더 이상 교양주의라는 권위에 기대는 시대는 간 것 같다
화려하고 즉각적인 영상물과 싸워야 하는 시대니만큼,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인류의 영원한 지혜의 보고인 책이, 매스미디어를 이기고 다시 지식의 왕으로 등극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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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13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게 때문에라도 갱지처럼 가벼운 용지 썼으면 좋겠어요 한 400페이지만 되도 갖고 다니기 꽤 무겁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