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유발자들 (2disc)
원신연 감독, 원풍연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너무 독특한 영화라 적응이 좀 안 된다
포스터가 하도 괴상하고 제목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길래 호기심으로 영화를 보긴 봤지만, 아직도 글쎄요~~ 라는 기분이 든다
다른 리뷰를 찾아서 읽어 봤더니 한국 영화의 새 장을 여는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아서 다소 어리둥절 하다
음, 그렇다면 나는 기존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에 익숙해진 고루한 독자란 말인가?

착하고 사람좋아 보이는 이문식이 폭력을 가하는 나쁜 놈으로 나온다는 점이 약간의 반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이미지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석규 같은 경우는 안경을 쓸 때와 안 쓸 때가 매우 달라 보이는데 안경을 쓰고 나온 접속 같은 드라마에서는 매우 순하고 소심한 평범남이지만, 안경을 벗고 나온 초록물고기의 막동이 같은 역에서는 비열하고 잔인해 보인다
한석규라는 배우의 캐릭터 자체가 이미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석규의 역할 바꾸기는 어색해 보이지 않는데, 이문식은 아무래도 너무 귀엽고 착한 느낌이 강해서 이번 영화처럼 남을 해하는 역할을 맡으면 좀 부담스럽다

건 그렇고...
내가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마지막 결론 부분이었다
이문식이 착한 고등학생 김시후를 괴롭힌 이유가, 바로 그의 형인 한석규의 괴롭힘에 대한 복수 때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갑자기 이문식은 피해자로 돌변한다
그렇다면 김시후는 과연 뭔가?
감독이 왜 김시후가 겪은 부당한 폭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영화 내내 김시후는 끔찍한 폭력을 당한다
단순한 폭력이라면 그렇게까지 분노하지 않겠는데 이건 완전히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수준이다
살아있는 쥐를 먹으라고 하지 않나, 바지를 내리고 자위 행위를 강요하지 않나, 푸대자루에 집어 넣고 구타하질 않나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준의 모욕을 가하는 것이다
김시후가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 그를 괴롭히던 네 명을 모래사장에 묻고 불을 지르러 할 때 차예련이 경찰에 맡기라고 말리자 김시후는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게 어떤 건지 아냐고 소리친다
난 충분히 김시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친절한 금자씨" 의 이금자가 유괴범 백선생에게 잔인한 사적 복수를 했듯 영화 속의 김시후 역시 불을 지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그 분노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차예련이 말린 것도 당연히 이성적인 행동이지만, 솔직히 니까짓 게 뭘 아느냐는 냉소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가엾은 고등학생은 형이 저지른 죄로 인해 엉뚱한 복수를 당했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형과 동생은 냉정하게 말하면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다
영화 속의 이문식 캐릭터가 그래서 나는 별로 동정이 안 가고 오히려 더 잔인하고 위선자처럼 느껴진다
형에게 당한 복수를 동생에게 한다는 걸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태도가 가식적이고 역겹게 느껴진다
비록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지만 그 분노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 비록 그게 가해자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아닌 사람에게 푼다면 이미 자신 역시 다른 형태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네티즌들의 리뷰에서는 이문식을 동정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에 한석규가 용각산인 줄 알고 먹은 약이 바로 쥐약이라 급사한다는 결말이다
가해자가 오히려 경찰이 되어 다시 피해자를 응징하는 엿 같은 세상이라고 낄낄대던 한석규가 어이없는 착각으로 죽고 만다
감독이 알아서 복수를 해 준 셈이다
불쌍한 김시후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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