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생활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43
가와하라 아쓰시 외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자기계발서를 보면 조잡하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반면, 학술적인 책들은 그 깊이와 다양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중국사도 그렇지만 유럽사도 정말 흥미로운 책들이 많다.
이 시리즈는 학자들이 다양한 주제들을 선보이는 독특한 형식이다.
매우 작은 판형에 250 전후로 분량도 작지만 도판이 총컬러로 많이 실려 있고 무엇보다 내용이 정말 알차다.
이 책 한 권으로 중세 유럽 농민들의 생활상이 눈에 그려진다.
중세라고 하면 막연히 로마와 르네상스 사이에 낀, 교회가 지배하는 어두운 시대였다고 생각했는데 11세기 농업혁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나름 역동적인 시대였음을 확인했다.
거대한 성당들이 12~13세기에 지어졌던 사회적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조선 사회와 비교하게 됐다.
유럽은 수공업자들이 길드를 조직해 도시민이 되어 자치권을 획득하고 산업이 발전했는데, 왜 조선에서는 농민보다 하층민으로 취급되고 심지어 백정은 조선이 망할 때까지 최하층민에 머물렀을까?
유럽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빈민 구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조선에서 비슷한 기관이나 사회적 흐름이 있었나?
유럽의 농업은 말을 이용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가축을 방목해 고기를 얻었는데 조선은 왜 축산업이 없었을까?
목초지가 부족한 탓일까?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가 중세로부터 이어지는 유럽의 사회 전통에 기인한 것임을 새삼 확인했고, 현대화가 유럽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이해하게 됐다.
더불어 고려와 조선 시대 사회 경제 구조에 관한 책을 읽어 보면서 비교를 해 봐야 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재 심사정, 조선남종화의 탄생 테마 한국문화사 11
이예성 지음 / 돌베개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사정이라는 화가에 관심을 가진 것은 딱따구리를 그린 수묵담채화를 본 다음부터다.

책을 보니 특히 화조화에 능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삶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반면, 그림은 꽤 많이 전해지는 듯 하다.

저자가 심사정 연구자라 그런지 작품 하나 하나를 공들여 설명하는데 다소 지루한 게 단점이고 대신 그림 감상은 실컷 했다.

명문인 청송 심씨 가문에서 태어난 그가 할아버지 심익창의 과거 부정과 연잉군 암살 시도라는 엄청난 전과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평생을 잔반으로 불운하게 살았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조선 전기 때 권신으로 사형당한 김안로의 아들인 김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강세황이 주로 평론을 했는지 책에 많이 등장한다.

심사정은 보통 남종화, 관념산수화를 그려서 진경산수화를 그린 정선 보다 고루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책을 보니 단편적인 생각에 불과하고, 오히려 여기로 그림을 그리는 문인화가가 아니고, 조정에 출사지 못하는 형편상 전문적인 화원의 기량을 선보여 다양한 기법과 시도를 종합해 조선 남종화의 대가가 됐다고 한다.

특히 말년에 그린 촉잔도의 큰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한국화라고 하면 진경산수화의 정선과 뒤를 이은 김홍도, 19세기의 김정희 정도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모처럼 성실한 저작을 만나 의미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오류>

20p

심지원은 1622년 인조반정이 일어났을 때 일등공신으로 인조의 신임을 얻어

->인조반정은 1623년에 일어났다.

257p

도24의 제목이 안휘의 <종규원야출유도>라고 되어 있는데, 이 그림은 공개의 <중산출유도>이다.

또 안휘의 종규 그림 제목은 <종규우야출유도>가 맞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의 열두 풍경 - 루브르에서 루이뷔통까지, 조홍식 교수의 파리 이야기
조홍식 지음 / 책과함께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나 표지가 인상적이다.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좋은 디자인 같다.

파리에 대한 열 두개의 주제로 글쓰기를 한다.

일견 가벼운 면이나 감상적인 부분이 거슬릴 때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읽기 쉽고 흥미롭다.

특히 상대적으로 잘 몰랐던 프랑스의 현대 정치나 경제 부분이 재밌었다.

저자는 파리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친 독특한 이력을 지녀서인지 단기간의 유학생이나 주재원 보다는 훨씬 깊이있게 프랑스 사회, 특히 파리의 이모저모를 묘사한 듯 하다.


인상적인 것들

1) 미식에 대한 가치 부여.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 끼 식사로 캡슐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요즘 유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딱 질색이다.

책에 소개된 미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단순히 음식을 먹어 배를 채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조용준씨의 도자기 책에서 본 바와 같이, 음식 문화가 단지 음식 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담는 그릇과 테이블 셋팅, 식사 예절 등과 같은 보다 디테일 하고 섬세한 문화로 발전하길 바란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2) 에콜폴리테크니크라는 국립 엔지니어 학교는 한 해에 겨우 400명을 뽑는 진정한 엘리트 양성 기관이라고 한다.

서울대와 비슷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입학생 수로 봐서는 감히 비교할 바가 못 되는 수준 같다.

왜 프랑스가 과학기술 강국인지 이해가 된다.

더불어 고급예술교육 역시 공공교육으로 가능해 학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부럽다.

다른 건 몰라도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사다기 걷어차기가 안 되어야 할텐데, 요즘 교육 정책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3) 에티켓 이야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자영업자가 되고 보니 매너와 에티켓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오픈하기 전에는 소비자는 왕이라는 생각이 나 역시 강했고 책에 나온 바대로, 지인에게는 과하게 관심이 많고 타인에게는 매우 냉정한 한국인의 특성을 가진 터라 에티켓은 허례허식 같은 걸로 치부하고 내 권리만 주장했던 것 같다.

파리는 옛날 건물이 많고 방음이 안 되어 옆집 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자기 집인데도 매우 조심하고, 상점에 가도 직원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문화라고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이런 걸 가리키는 게 아닐까 싶다.

많이 반성했던 부분이다.


<오류>

184p

1883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파리를 방어하다가 희생된~

->보불전쟁은 1870년에 일어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꿈이 고고학자인 적이 있었다.

원래도 역사를 좋아했고 인디애나 존스 같은 영화 이미지가 겹쳐 막연히 동경했던 듯 하다.

고고학이 현장에 나가 유물을 발굴하고 연대를 정하는 매우 과학적인 학문이란 걸 알게 된 후에는 문헌으로 연구하는 사학자가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고, 고고학자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 됐다.

저자의 전작 <유라시아 역사기행>과 <춤추는 발해인>을 흥미롭게 읽었고 신간이 나와 도서관에 신청했다.

막상 받아보니 샘터에 연재했던 칼럼 모음집으로 아주 얇고 요즘 책값답지 않게 만원이라 신선했다.

너무 가벼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워낙 덜 알려진 북방 고고학이 주제라 그런지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중국과 러시아의 고고학자 이야기는 선배 학자들에 대한 저자의 존경심이 느껴지고 학문에 대한 열정이 생생히 전해져 뭉클했다.


의문점

1) 저자는 흉노의 황금문화가 3~5세기 무렵 초원에 퍼져 신라에 전해졌다고 하는데 다른 책에서는 연대가 너무 떨어져 있어 오히려 고구려 등을 통해 북방 문화가 수입됐고, 황금 문화는 신라에서 자생적으로 생겼다고 했다.

아무래도 나는 이 쪽이 더 신뢰가 간다.

북방 기마 민족의 신라 전파설은 이미 폐기된 학설이라 알고 있다.

2) 맥적이 고구려  꼬치구이라고 나온다. 

맥이 고구려를 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색을 해 보니 맥적의 기록 문헌은 4세기 동진의 간보가 쓴 <수신기>에 등장하는데 적인의 음식을 맥적이라 했고 오늘날의 양념 고기구이, 즉 불고기를 연상시킬 요소가 없다고 한다.

한나라 시대 문헌인 <석명>에도 맥적이 등장하는데 고기를 통구이 한 후 칼로 잘라먹는 유목민의 방식이라는 말만 나와, 흔히 노상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잘라 먹는 매우 단순한 방식이므로 특별히 고구려인의 음식이라 할 수 없고, 특히 오늘날 불고기의 원류라 생각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수긍이 간다.

흔히 알려진 속설에 대한 정확한 문헌 근거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듯 하다.


<오류>

163p

위트센은 1664~1665년에 러시아 대사로 방문했을 때 박물학적인 조사를 하며 표트르 대제의 친한 친구로 지냈고, 이 책도 그의 후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표트르 대제는 1672년생으로 위트센이 러시아 대사를 지낸 1664년에 친구가 될 수가 없었고, 당시 황제인 표트르의 아버지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와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食史 - 생존에서 쾌락으로 이어진 음식의 연대기
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도 예쁘고 내용도 재밌다.

막연하게 한국인의 음식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저자의 전공이 서양사라 서양의 음식인 빵, 포도주, 고기,치즈, 홍차, 커피 등에 관한 이야기가 역사와 함께 펼쳐진다.

밀을 가루로 제분하여 발효시켜 오븐에 굽기까지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대신 보관이 쌀보다 용이하고 기동성이 좋아 대항해 시대 때 저장 식량으로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서양은 숲과 목초지가 많아 소나 돼지, 양 등의 방목이 용이했고 축산업의 발달로 14세기 이후부터 육식이 점차 보편화 된 데 비해 한국은 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육식이 일반화 된 듯 하다.

한국과 서양 사회를 음식으로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인상깊은 구절>

60p

이 보리떡은 현대의 보리떡이나 보리빵과는 확연히 달랐다. 현대인은 대부분 과거의 삶이 얼마나 질이 낮고 고단한 것이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옛것을 미화하려는 속성이 있어서 사람들은 과거를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고, 그 때문에 역사 속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잊히기 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