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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역사기행 - 서해컬처북스 4
요시무라 사쿠지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성서가 된 신화> 에서 유대교의 핵심 사상이 이집트 신화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한 것을 읽고 정리하는 기분으로 다시 읽게 됐다.
알라딘 리뷰를 보니 벌써 세 번째 읽는 셈이다.
재독할 책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역사 서문에 요즘은 워낙 컬러 사진이 실린 이집트학 최신 서적들이 많이 나와 흑백 도판 밖에 없는 오래된 이 책이 과연 독자에게 잘 전달될지 걱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우였다.
잘 쓰여진 책은 시대나 편집과는 무관하게 언제나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이집트학을 단순히 문헌 자료로만 연구하지 않고 극동에서 그 먼 이집트까지 가서 직접 발굴을 하고 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 그런지 저자의 전문성과, 이집트 역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책 곳곳에 느껴진다.
다만 대중을 상대로 한 교양서라 그런지 에피소드 삽입이 많아 재밌으면서도 약간 가벼운 느낌도 든다.
특히 마지막에 클레오파트라 부분은 역사서라기 보다는 베스트셀러 느낌이라 아쉽다.
이 저자는 쿠푸의 대피라미드 근처에서 두 번째 태양선을 발굴한 분이다.
1987년에 발견했다는데 뉴스를 찾아보니 세상에 아직도 복원 중이고 2020년 완공 목표라고 한다.
1950년대에 발굴된 첫 번째 태양선도 70년대에 비로소 대중에게 공개된 걸 보면 고고학 유물의 복원이 일반인들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나 보다.
제일 흥미로운 주장은 역시 피라미드의 실체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철썩같이 왕의 무덤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정작 피라미드 내부는 단단한 돌로 가득 차 있어 들어갈 공간이 거의 없고, 이집트 전역에 널려 있는 미라가 발굴되지도 않았다.
단 한 기의 피라미드에서만 시신의 다리 뼈가 발굴됐다고 하니, 저자의 주장대로 피라미드 = 무덤 공식은 아닌 것 같다.
부장품은 도굴했을 수 있어도 미라까지 전부 빼돌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피라미드는 거대한 석재를 쌓아올린 지구라트 같은 일종의 기념물이므로 분묘처럼 안에 따로 공간이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저자의 가설처럼 내세를 위한 장제전의 일부로써 기념비적인 성격을 띄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진짜 무덤인 분묘는 따로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가설은, 18왕조 종교개혁 때 아텐신을 섬기는 이들이 아케나톤 사후 쫓겨났는데 이들이 바로 애굽으로 탈출한 유대인들에게 유일신 사상을 전파했다는 것이다.
그리스나 유대인 문화의 기원이 더 오래 된 이집트였다는 주장이 학계에 널리 퍼진 모양이다.
블랙 아테네인들에서도 이런 주장을 접한 적이 있다.
간단히 말해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에서 건너왔고 그리스 신화의 모태는 바로 이집트 신화라는 것이다.
앞서 읽은 <성서가 된 신화>에서도 성경의 원전이 바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신화라고 했고 저자도 유일신 사상의 원류가 바로 아케나톤의 종교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이시스가 페니스가 잘린 오시리스로부터 아들 호루스를 얻은 것이 바로 처녀의 무염시태설이고, 사후에 오시리스로부터 심판을 받는 최후의 심판론, 오시리스와 호루스와 카가 일체라는 삼위일체론 등이 모두 기독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니 어떤 교리든 처음에 영향을 받은 원전이 있었으리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고고학적으로 과연 출애굽이 실제했느냐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만큼 출애굽을 사실이라 단정짓고 시작하는 가설들은 판단을 보류해야 할 것 같다.
바와 카의 개념이 항상 헷갈렸는데 저자가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준다.
카는 간단히 말해 우리의 본질, 즉 플라톤에게 영향을 준 이데라라 할 수 있다.
이 카가 눈에 보이는 형상에 붙은 게 바로 육체인 아크트다.
바는 영혼이다.
육체와 정신이 바로 아크트와 바인데 죽으면 바는 사후세계로 가고 육체는 썩어 버린다.
생명의 본질은 카는 머물 곳이 없으므로 미라를 만들어 카라 머물 수 있는 육체를 보존하는 것이다.
바와 카를 구분한다는 점이 독특하면서도 잘 이해가 안 갔는데 본질인 카에 정신인 바와 육체인 아크트가 붙어 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3천년에 이르는 긴 역사를 가진 이집트 일대기를 발굴 과정까지 소개하면서 지루하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어 정말 유익하고 재밌었다.
서양학자들이야 이집트 식민 지배 전력도 있고 제국주의적인 강탈이라는 측면에서 연구한다는 비난도 받는데 아무 관련도 없을 것 같은 극동의 나라에서 자비로 발굴을 한다는 게 약간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역사와 문화라는 것은, 특히 그 기원에 가까운 것들은 인류 문화의 보편적 자산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연구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이다는 말이 통용되는 듯하다.
한 가지 기록하고 싶은 것은,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누가 참 열심히도 밑줄 그으면서 봤다
그냥 밑줄 정도가 아니라 빨간 볼펜으로 동그라미, 꺽쇠, 별 등등 오만가지 표시를 다 하면서 읽은 모양이다.
정말 의아한 게 이렇게 열심히 읽을 정도면 책을 구입해서 보고 싶지 않을까?
다 함께 보는 도서관의 책에 이렇게도 대범하게 전 페이지에 걸쳐 낙서를 하고 싶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전에 알라딘 서재에서도 독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라 종종 그 분의 글을 읽곤 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일부러 자기 감상이나 밑줄을 그어 놓는다고 했다.
그러면 다음에 읽는 사람이 이 사람은 여기서 감동을 느꼈구나 하고 독서의 재미가 커진다면서 말이다.
다같이 보는 책에 본인 소유도 아니면서 저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이해가 안 갔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것 같다.
<오류>
402p
그러던 중 서기 23년 마침내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유대교 최대의 축제인 유월절을 맞아 예수는 예루살렘의 대신전 앞에서 유대교 개혁을 부르짖는 연설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대교 권력자들은 로마 총독을 부추겨 예수를 체포하고 골고다 언덕에서 처형하고 말았다.
-> 서기 23년이 아니라 30~33년 사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