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3
캠벨 프라이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정 박물관도 아니고 전 세계의 박물관을 대상으로 이집트 유물들을 소개한다는 취지는 멋진데 내용이 산만하다.

도록의 단점이 이 책에서도 느껴지는 바다.

유물만 설명하면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유물 자체의 소개보다는 전체적인 역사 서술의 맥락 안에서 유물을 소개하는 컨셉이 이집트 역사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번역이 어색하다.

원저자가 애매한 글쓰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이 어색한 것인지 하여튼 문장이 직관적으로 확 이해되지가 않는다.


199p

"후기 시대 내내, 장례 산업은 지속적으로 중요한 수요를 공급했고, 파라오 영안실의 살아남은 증거 대부분이 기원전 마지막 세기의 것이라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이것이 그 산업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사회의 더 큰 부분을 나타내는지, 아니면 단순히 더 잘 보존된 부분을 나타내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무덤들은 갈수록 공동의 것이 되어가는 듯한 한편, 시간이 흐르면서 전통적인 매장의 요소들은 유행에 뒤처졌다. 기원전 마지막 몇 세기 동안, 미라화된 동물들에 대한 거대한 종교적 산업이 나라를 휩쓸었고, 이는 신들을 위한 선물로 미라를 사고 봉헌하려는 순례자들을 해외로부터 불러들였다. 이처럼 신의 전통적인 파라오 동물 형태에 초점이 맞춰진 현상은 어쩌면 외세의 지배를 직면해 민족주의가 용솟음쳤다는 사실을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번역투의 문장이라 그런가 쉽게 안 읽히고 뜻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아니면 저자가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원저자가 직설적인 서술보다는 문학적인 비유적 서술을 해서 그런가?

하여튼 쉽게 와 닿지가 않는다.

그리고 기왕이면 유물의 명칭에 대한 원어 표기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본문의 유물 설명만으로는 부족해서 찾아보고 싶어도 원어 표기가 안 되어 있어 한글로는 검색이 어렵다.

장점은 역시 감탄스러운 도판의 생생한 표현력이다.

박물관 도록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고 자세히 나와 만족스럽다.

한 박물관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유수의 박물관의 유물들을 한데 모아 놨으니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집트 공예품의 정교함과 세련됨, 색채의 화려함에 다시 한 번 놀랬다.

본문에 이집트인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민족이었다는 글이 있는데, 수천 년 전의 눈화장 팔레트가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만 봐도 굉장한 멋쟁이들이었을 것 같다.

무덤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다 나온 색채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채색 조상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이집트 문화는 봐도 봐도 언제나 흥미롭고 신기하다.

아버지와 친딸의 결혼도 종종 나오는데 형식적인 혼인이었는지 정말로 부부관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족내혼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일인데 가계 단절 얘기는 못 들어 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세의 뒷골목 풍경 - 유랑악사에서 사형집행인까지 중세 유럽 비주류 인생의 풍속 기행
양태자 지음 / 이랑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공자와 일반 필자의 깊이 차이는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저자의 약력만 얼핏 보고 독일 대학의 교수인가 했는데, 역사를 전공한 작가인 듯하다.

그래도 앞부분은 중세의 여러 하층민 직업군을 소개해 줘서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었는데 뒷부분 정치사는 그냥 서양 야사 정도의 수준이라 실망스럽다.

주제가 중세인데 왜 르네상스 이후의 근세 유럽 왕실 이야기가 나오는 건지.

주제가 중세면 중세 왕가의 정치사를 언급해야 하는 게 아닐까?

뒷쪽으로 갈수록 편집북 수준이라 책의 밀도가 아쉽다.

중세는 단순히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아니라 전근대와 근대 사회의 차이를 보여주는 시대 같다.

전근대 사회라면 인권이 경시되고 인간의 욕망보다는 종교나 도덕성 같은 이념이 인간을 구속하는 사회라고 할까?

서양의 선교사들이 19세기 말에 조선을 방문해 놀랐던 여러 현상들은 동서양의 문화차이가 아니라 전근대 사회와 현대 사회의 시각 차이였던 듯하다.

이 책에 소개된 중세의 여러 모습들은 전통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보여지는 모습 같다.

공개처형이나 폭력주의, 고문, 경직된 이데올로기적 엄숙함, 가난, 전염병, 신분차별 등이 그러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맞는 얘기다.

앞서 읽은 책에서 계급투쟁이 우선이라는 모택동의 말에, 중국 농민들은 물질적 풍요를 원한다고 주장한 유소치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오류>

78p

프리드리히 3세(1831~1888)가 사신을 나폴리로 보냈을 때도 그들은 당연히 '여성의 집'에서 즐겼다.

-> 본문의 프리드리히 3세는 프로이센 제국이 아니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1415~1493 이 맞다.

92p

10세기 베네치아의 통치자는 자신이 마르쿠스 성인의 뼈를 북아프리카에서 빼내~

-> 마르쿠스가 아니라 성서의 기자인 마르코 성인를 뜻하는 것 같다.

99p

알브레히트 뒤러는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공작의 딸 아그네스와 결혼하였다.

-> 뒤러의 부인은 구리세공인이자 류트 장인의 딸이다. 위키를 찾아보면 patrician family Rummel 로 나오긴 하는데, 본문의 공작 가문을 뜻하지는 않는 것 같다.

209p

그녀와 가장 앙숙이었던 여자는 샤를 9세의 딸이자 남편의 정부였던 카트린 앙리에트였다.

-> 앙리 4세의 애첩인 카트린 앙리에트의 어머니가 샤를 9세의 정부였고 그녀는 발자크 당트라그 후작의 딸이다.

216p

어린 아들 루이를 14세의 오스트리아 공주 안느와 결혼시켰다.

-> 루이 13세의 왕비 안 도트리슈는 스페인의 펠리페 3세 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인의 오브제 - 답삿길에서 옛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읽는다 知의 회랑 13
전호태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신간 선택은 실패했다.

중국 박물관의 유물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를 짚어주는 컨셉이 신선하고 사진과 설명이 잘 어우러져 편집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알맹이가 부족한 느낌이다.

저자가 고구려 벽화 전공하신 분 같은데, 전에 이 분이 쓴 다른 책들도 나와는 안 맞는 느낌이라 별 감흥이 없었던 생각이 난다.

"중국인의 오브제"라는 제목답게 중국사 자체보다는 유물이 주는 역사적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듯 하고 그래서 매 꼭지마다 감상을 담은 시도 첨부했지만 하여튼 전체적으로 내용이 부족한 느낌이다.

전달하는 지식의 밀도가 너무 얕은 것 것 같다.

일종의 에세이 느낌이라 역사학자의 식견을 기대한 독자로서는 다소 실망스럽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에세이를 잘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만 년의 폭발 - 문명은 어떻게 인류 진화를 가속화시켰는가
그레고리 코크란.헨리 하펜딩 지음, 김명주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재밌다.

보통 구석기인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후로는 진화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지만 저자들은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아제 등의 분포 등을 근거로 지금도 인류는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동양인은 우유 소화율이 떨어지는데 서양인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 종류의 인간이라면 이런 차이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화, 즉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수준의 진화가 아니라 다양한 형질의 발현, 즉 다양한 특징을 가진 여러 개의 품종을 떠올리면 될 듯 하다.

자칫하면 인종주의에 빠질 수 있는 주장이라 신중하게 읽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과학이란 어떤 사실에 대해 근거를 갖춘 합리적인 설명이므로 "정치적 올바름"이 끼어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자들은 후기 구석기 시대에 동굴 벽화를 그린다던지 사냥 도구의 효율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바늘로 옷을 만들어 입는 등의 파격적인 문화적 변화가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를 통한 대립유전자 이입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가 남아 있다는 학설은 어디선가 본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단지 드물게 이종교배가 있었다고만 생각했지 그 유전자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폭발적인 문화적 성과를 이룩해냈다는 주장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유전학적 지식이 부족해 얼마나 가능성 있는 주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롭긴 하다.

보통 이종교배를 통해 이입된 대립유전자들은 중립적이라 세대를 거듭할수록 사라지게 되지만, 유리한 유전자라면 후대로 갈수록 살아 남아 자손에게 전달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단순히 돌연변이를 통한 유전자 변화와 달리 직접적인 교배를 통한 유전자 이입은 그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한다.


맨 마지막 장에서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의 지능이 높은 것을 설명한다.

사실 나는 유대인이 머리가 좋다는 의견이 그저 속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종족적 단일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정 직업을 계속 선택하다 보면 수학적으로 좀더 특화된 후손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머리가 좋은 대신 시냅스의 문제로 특별한 근육병에 잘 걸리기도 한다.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가진 겸상적혈구가 있는 아프리카인들의 후손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과학 잡지에서 왜 유난히 동아프리카인들이 단거리 달리기에 뛰어난가, 혹은 흑인들이 농구를 잘하는 까닭 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인종적 차이를 언급했던 걸 본 적이 있다.

"문화"라는 선택압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이 흥미로웠고 생물학적 불평등을 어떻게 수용하고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 2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얼음 공주와 미라 전사들 경희 고고학 고대사 연구총서 1
N.V. 폴로스막 지음, 강인욱 옮김 / 주류성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음 공주로 널리 알려진 파지릭 고분의 발굴에 관한 이야기다.

발굴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어 다 이해하기는 어려워 이 부분은 많이 건너 뛰었다.

기원전 4세기를 전후한 시베리아 초원 한복판의 고분들을 발굴한 내용이다.

흉노보다 더 오래 전 사람들이라 나라를 세운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초원을 옮겨 다니며 유목 생활을 하던 부족인데, 여사제 급의 무덤이 발굴되고 영구동결대에 얼어 있는 시신으로 미라가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유방암을 앓다가 낙마 사고로 20대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는 것도 분석해 냈다.

초원의 자연은 혹독하여 불임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주민처럼 인구가 번성하지 못하고 큰 나라를 이루지도 못했던 듯 하다.

고분에서 발견된 황금 장신구 때문에 황금의 나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황금이 많다기 보다는 황금을 중시 여기고 얇게 두들겨 장식품을 만드는 금박 기술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들의 주식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고기가 아니라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이고 곡물도 많이 섭취했다고 한다.

변경 지대에서는 농사를 짓기도 하고 양모를 정주민의 곡식과 교환하기도 했다.

이들에게도 가축은 매우 중요한 재산이라 생각만큼 고기를 주식으로 삼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고분에서 비단도 발굴이 됐는데 중국산 실크가 아니라 인도 등지에서 수입된 야생 누에로 본다고 한다.

파지릭 문화는 중국보다는 서역 즉 페르시아 문화와 교역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본다.

이들의 얼굴도 눈이 깊고 코가 높은 이란인 특성을 보였으나 점차 몽골로이드 형태로 바뀌어 갔다고 한다.

중국과의 교역은 그로부터 한참 후 흉노가 등장한 이후에나 활발했던 모양이다.

재밌으면서도 제대로 다 이해하지는 못해서 관련 서적들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