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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년의 폭발 - 문명은 어떻게 인류 진화를 가속화시켰는가
그레고리 코크란.헨리 하펜딩 지음, 김명주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재밌다.
보통 구석기인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후로는 진화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지만 저자들은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아제 등의 분포 등을 근거로 지금도 인류는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동양인은 우유 소화율이 떨어지는데 서양인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 종류의 인간이라면 이런 차이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화, 즉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수준의 진화가 아니라 다양한 형질의 발현, 즉 다양한 특징을 가진 여러 개의 품종을 떠올리면 될 듯 하다.
자칫하면 인종주의에 빠질 수 있는 주장이라 신중하게 읽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과학이란 어떤 사실에 대해 근거를 갖춘 합리적인 설명이므로 "정치적 올바름"이 끼어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자들은 후기 구석기 시대에 동굴 벽화를 그린다던지 사냥 도구의 효율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바늘로 옷을 만들어 입는 등의 파격적인 문화적 변화가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를 통한 대립유전자 이입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가 남아 있다는 학설은 어디선가 본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단지 드물게 이종교배가 있었다고만 생각했지 그 유전자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폭발적인 문화적 성과를 이룩해냈다는 주장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유전학적 지식이 부족해 얼마나 가능성 있는 주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롭긴 하다.
보통 이종교배를 통해 이입된 대립유전자들은 중립적이라 세대를 거듭할수록 사라지게 되지만, 유리한 유전자라면 후대로 갈수록 살아 남아 자손에게 전달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단순히 돌연변이를 통한 유전자 변화와 달리 직접적인 교배를 통한 유전자 이입은 그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한다.
맨 마지막 장에서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의 지능이 높은 것을 설명한다.
사실 나는 유대인이 머리가 좋다는 의견이 그저 속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종족적 단일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정 직업을 계속 선택하다 보면 수학적으로 좀더 특화된 후손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머리가 좋은 대신 시냅스의 문제로 특별한 근육병에 잘 걸리기도 한다.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가진 겸상적혈구가 있는 아프리카인들의 후손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과학 잡지에서 왜 유난히 동아프리카인들이 단거리 달리기에 뛰어난가, 혹은 흑인들이 농구를 잘하는 까닭 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인종적 차이를 언급했던 걸 본 적이 있다.
"문화"라는 선택압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이 흥미로웠고 생물학적 불평등을 어떻게 수용하고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