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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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 팔을 쓸어내린다.

오슬오슬 소름이 돋아나는 기분

무언가가 내 안에서 자꾸 흔들리고 소복하게 쌓여가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이야기들은 아주 짧다.

길어봐야 <아술>과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정도?

친구를 잃고 그 기억을 계속 복기하면서  상황을 다르게 바꾸어보는 내가 있다.

아버지의 모습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알아차리는 아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과정에서 꿋꿋하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어머니 역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된다. 

부부 사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교환학생을 집에 들였지만 그와의 관계에 점차 깊게 빠져들면서 오히려 마음속에 더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을 알아차리는 부부가 있다. 사랑하면 할 수록 내가 비워지는  것, 무언가를 넣으려고 애쓸 수록 빈 공간이 더 커지는 경험 그리고 애쓸 수록 멀어지는 마음들이 여기에 있다.

나를 채워주는 것들이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도 없는 내 빈 공간을 채웠던 어떤 시간들과 기억들이 있다. 그걸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 그렇게 부르기엔 너무 빈약하면서 동시에 너무 크다. 안정과 편안함 그리고 익숙한 느낌. 그냥 내 자리가 비워져 있었고 그렇게 내가 그 공간에 맞게 들어갔고 그리고 내 안의 어떤 공간을 적합하게 채울 어떤 시간과 인연이 있었던 것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형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빈 곳을 알게 된다. 형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주변 사람이 화자를 없는 사람으로 여기며 아무렇지 않게 형의 이야기를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듯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나는 어떤 마음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흔들리기도 했을테고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으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싶은 마음이 포개지는 순간들이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 그건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고 그저 시간을 함께 채워나가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니지만 낯선 누군가와 함께 한 그 시간이 어쩌면 내 영역을 더 크게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낯선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우월감이 더해진 관계에서 아마 나도 무언가 채워지고 반뺨 정도는 자란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른 남자의 부인을 사랑하는 아내를 아프게 지켜봐야 하는 남자도 있다. 누구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그 남자의 마음이 풀릴지 우리도 알 수 없다.

철없는 누나의 행동들이 어쩌면 가족중에 가장 다른 가족을 배려했던 마음이었음을 결국 나중에 동생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들은 짧지만 오소도소하다.

아름답다도 해야할까 아니면 잔인하다고 해야할까

건조한 문장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냥 무심하게 문장을 따라 읽는다.

어렵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선들은 너무나 우아하고 복잡하다.

감정단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하고 오묘한 무늬를 이루는 감정들이 흘러든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다보면 공허해지고 어이없다 싶다가도 아련하다.

후회가 되기도 하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잊고 잘라 낼 수도 없는 그 마음들이 이야기마다 흘러나온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마음을 위로받으려면 앤드류 포터를 펼치지 마라.

마음이 더 어지러워진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나는 계속 그 구멍에 내가 들어가는 꿈을 꾸고 친구가 무사한 꿈을 꾸며 혼란스러울테도 

아버지는 희미하게나마 계속 내 기억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누나는 귀찮을만큼 제멋대로였지만 깊은 속내가 있었다.

누군가를 그냥 단정하거나 상황에 대해 이건 이런 거야 라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가

여러겹의 파이처럼 얇고 덧대어진 시간의 결을 하나하나 벗겨내는 기분

결국 모든 상황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흔들리고 싶다면 앤드류 포터를 펼칠 일이다.  흔들리고 흔들려서 고갱이만 남길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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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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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기억을 잃어버리게 한다.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지워진다고 한다. 그렇게 점차 나의 최근 시간들이 지워지면서 과거의 내가 남는다. 과거의 나는 행복했을 수도 있고 불행하고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때이후 살아내 내 삶들이 사라지고 그때 그 순간이 남는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될까?

영화나 소설에서 치매에 대한 여러가지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소설가 명자는 치매를 앓고 앓고 있다. 기억은 지워지고 있지만 가끔 제정신이 돌아올 때가 있다. 아직 못다 쓴 소설에 대해 고민하고 대신 써주는 딸을 닥달하고 본인만 이해하는 문장들을 남겨놓는다. 따르 해환은 엄마의 암호같은 문장들, 단어들을 조합하며 머리를 쥐어짜내고 소설을 엮어내고 있다.

소설을 쓴다고 표현하지 않고 엮어낸다고 한 건, 일단 그 소설 전체의 플롯은 명자의 머리에서 나왔고 그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암호같은 문장들을 독해하고 파악해서 전체의 흐름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 것이 해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고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아닌  그 사람은 누구일까? 명자는 누구일까?

그 명자에게 끝까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쌈리에서 나온 아이의 뼈와 , 동주라는 이름, 그리고 해환이라고 동주의 아명을 붙여준 딸, 

암호같은 조각들을 붙들고 해환은 소설을 이어가고 엄마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있던 쌈리, 지금은 무너지고 조금씩 소멸되어가는 쌈리에서  미용실 언니를 만나고 붕어빵 할머니를 만나면서 소설의 조각들은 이어진다.

해환은 여러 버전으로 소설을 써나갔다.

처음 소설은 그냥 살인미가 여러건의 살인을 하다가 회개한다는 단순한 플롯이었다가 그 살인마가 연쇄살인마가 되었다가 사실은 피해자라고 생각한 내 엄마가 살인자였다고 했다가, 내가 살인자와 엄마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라고 했다가, 그 자식이 죽어 몰래 땅에 묻었다고 했다. 사실 친모가 아니라는 것까지  암호를 찾아 그리고 해환이 보고 들은 것들을 조합하며 계속 이어지는데 그 소설이 아니러니하게 진실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다.


말할 수 없었던 비밀, 드러날까 두려워했던 그것이 재개발로 뼈가 발견되면서 그렇게 조금씩 세상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이야기 속에는 가정폭력이 있었고 성매매 여성들의 불안과 막막함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욕심과 이기심도 있었다.

누구나 한가지씩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핫핑크 신사나 미나 , 명자와 동주 역시 비밀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하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결국 조금씩 흘러나온 그 이야기의 조각을 모아서 해환은 소설을 완성하지만 그 이야기는 영원히 세상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들었지만 그냥 내가 묵히기로 한다. 두 사람의 엄마를 위해서 


순간순간 해환의 나이가 40대인가 싶은 순간이 있었고 상모가 그렇게 어이없이 죽어야 했나 라는 마음이 있고

명자가 그런 느닷없는 행동을 해야했나 싶은 부분이 있어 추리미스테리물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지만

그 상황에서 명자나 동주, 미나, 해환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은 결코 작거나 쉬운 것들이 아니어서   비밀과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 이야기가 나에게로 흘러와서 다시 구성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

비밀을 털어놓고 보면 그 어마어마했던 것이 어쩌면 하찮아보이고 별 거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있어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는 걸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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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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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사실과 진실은 다른 얼굴이다. 치매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붙잡아야할 진실은? 동주와명자는관계속 피해자일까 공모한 가해자일까?진실은 꼭 밝혀야하지만 아프다.마지막장에서 다시 맨앞으로 돌아가야한다. 제대로 알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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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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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립기관

 

누군가를 위해 우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니다.

고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오래 그 사람을 기억해 주는 것뿐이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독립기관: 본인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타울적인 작용기관

우리 인생을 저 노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마음을 뒤흔들고 아름다운 환상을 보여주고 때로는 죽음까지 몰아붙이는 그런 기관의 개입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분명 몹시 퉁명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혹은 단순한 기교의 나열로 끝나 버릴 것이다.

 

2. 예스터데이

우리는 누구나 끊없이 길을 돌아가고 있다.

스무살이던 시절을 돌아보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외롭고 한없이 고독했다는 느낌뿐이다. 나에게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연인도 없었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친구도 없었다. 하루하루 뭘 해야 좋을지도 알지 못했고 마음속에 그리는 장래의 비전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내 안에 깊이 틀어박혀 있었다.일주일 동안 거의 아무와도 말을 나누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런 생활이 일년 쯤 이어졌다. 긴 일 년이었다. 그런 시기가 혹독한 겨울이 되어 나라는 인간의 내면에 귀중한 나이테를 남겼을지 그것까지 나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근사하게 들리는 충고를 하고 있어보이는 말을 던지지만 그건 나의 내면과 다를 수 있다. 그냥 아무 것도 없어서 텅 빈 마음이어서 그런 말이 더 쉽게 나왔을 수도 있다.)

 

그 시절 매일밤 나도 둥근선창으로 얼음달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두께 이십센티에 단단히 얼어붙은 얼음달을

 

4. 기노

물론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고 한동안 제대로 뭔가를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지만 이윽고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이런 날을 낮닥뜨리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아무런 성취도 아무런 생산도 없는 인생이다. 누구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했고 나자신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도데체 어떤 것인지 이제 기노는 이렇다 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고통이나 분노 실망 체념 그런 감각도 뭔가 또릿하게 와 닿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렇듯 깊이와 무게를 상실해버린 자신의 마음이 어딘가로 맥없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둘 장소를 마련하는 것 정도였다.

 

어디에선가는 현실과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된다. 나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 된다.

 

기노는 그 방문이 자신이 무엇보다 원해왔던 것이며 동시에 무엇보다 두려워해왔던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 양의적이라는 건 결국 양극단 중간의 공동을 떠안는 일인 것이다. 상처받았지 조금은? 아내가 그에게 물었다.

나도 인간이니까 상처 받을 일에는 상처받아. 기노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반은 거짓말이다.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 고 기노는 인정했다. 진짜 아픔을 느껴야 할 때 나는 결정적인 감각을 억눌러버렸다. 통절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회피하고 그 결과 이렇게 알맹이 없이 텅 빈 마음을 떠안게 되었다.

 

자신의 비좁은 세계로 도망쳐 그 안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아무것도 보지마. 아무것도 듣지마. 하지만 그 소리를 지워버릴 수는 없다. 설령 세상 끝까지 도망치고 양쪽 귀를 찰흙으로 막아버린다 해도 살아 있는 한 의식이 실날만큼이라도 남아있는 한 노크소리는 그를 쫒아 올 것이다.

그것은 그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람은 그런 소리로부터 완전히 도망칠 수 없다.

 

유리창너머로 무엇이 보일지는 대강 상상되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상상은 되지 않았다. 상상한다는 두뇌활동 자체를 지워버려야 한다. 어쨌든 나는 그것을 내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다.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내 마음이다. 어렴푹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있다.

몇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그래 나는 상처받았다. 그것도 몹시 깊이 기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서

그동안에도 비는 끊임없이, 싸늘하게 세상을 적셨다.

 

5. 드라이브 인 마이카

 

우리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고 해도

 

 

책을 정리하면서 책속의 문장들을 모아둔다.

책의 내용이 아닌 문장들이 필요하거나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다시 읽은 하루키는 음....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걸 느낀다.

이 소설집 <여자없는 남자들>의 각 단편의 여러 부분을 모아서 근사한 영화를 만들었다.

여자 기사를 고용한 배우 (영화에서는 배우이자 연출가) 차안 테이프에서 나오는 바냐 아저씨의 대사들, 섹스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흔적은 은밀하게 남겨놓은 소녀, 아내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 그대로 집을 나온 남편, 그리고 아내 정사 대상과 나누는 이야기들

여기저기서 뽑은 장면들이 모여 꽤 좋은 이야기 한 편이 되었구나

 

여자없는 남자들이란 남자들의 세계 라는 땀냄새가 풍길 것 같은 존재가 아니라 여자가 있었다가 없게 된 남자들, 그러니까 남겨진 남자들 땀냄새보다는 향수냄새가 은근히 남아 있는 조금은 관리한 모습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아예 없던 것보다 있다가 없는 것이 더 상실감과 외로움을 준다.

있을 때는 몰랐다가 부재하는 순간 느끼는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라는 걸 그들은 여자들이 없고서 비로소 알게 된다. 조금은 찌질하고 난감하고 귀찮은 남자들이다.

중년의 남자들이 나오는 (드라이브 인 마이카 영화에 차용된) 이야기들은 그냥 하루키의 세계구나 하는 걸 느낀다.

다시 읽었을 때 남는 건 젊은 청년의 이야기인 예스터데이다.

이 역시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친구를 잘 알지 못했음을 느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둘 사이의 어떤 여자에 대한 선망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하나의 성장소설처럼도 보였다.

화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잘 지내고 있다. 외형상 좋은 대학을 갔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가족이 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회성도 좋지만 사실 그렇게 보여진 모습과 달리 혼자 빈 시간을 계속 견디고 있었다는 말미의 묘사들이 좋았다.

사실 젊음이 싱그럽고 찬란하다는 건 그 시간을 지난 사람들의 후일담일 뿐이다.

그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이 견디는 시간일 수 있다.

무엇도 되지 못한. 그러나 무엇이 되기를 기대하며 바라보는 시선들에 둘러싸인,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즐겨야 한다. 외향적이어야 한다. 도전해야 한다. 등등등

그런 말들을 기성세대는 아무 생각없이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하나하나가 다 부담일게다.

화자는 자신의 친구를 보면서 툭툭 던지는 말들, 말하지 못하고 에두르는 표현들에서 친구를 한심하게 보기도 하지만 자신 역시 한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중에 어른이 되어 고백한다. 그때 친구의 여자친구가 들려준 얼음달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아주 작고 사소한 위로가 되었을까. 그렇게 화려하지만 허망한 달 반쯤은 물에 잠겨서 언젠가 녹아내려버릴 달., 그러나 매일 다시 그 달을 바라보는 꿈을 꾸는... 그 달이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기를

 

하루키의 남자들은 여자를 동경하고 숭배하지만 그 마음이 존중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아니 많이 씁쓸하다. 그냥 바라보는 대상일 뿐이다. 대상은 화려하고 멋질수록 좋은 법이니까

그냥 나와 같은 인간으로 함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 라거나 동료가 아닌 바라보고 숭배하고 감탄하는 존재로서 바라보고 그 부재를 슬퍼하고 후회하는 인간들이라....

읽긴 하지만 별루다.

책을 정리하기 전 다시 읽으니 정리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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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의 사라자드처럼 윤성희는 백일동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왕이 도파민 뿜뿜한 이야기를 원했다면 첫날 목이 달아날 수도 있겠지만 불명증으로 며칠 밤 잠들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면 오래오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재미가 없고 졸린다는 뜻이 아니다.

별일 아니지만 딧 이야기가 궁금한 이야기

듣지 않아도 그만일테지만 일단 귀를 기울이고 나면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윤성희는 줄줄 엮어낸다.

그건 그 이야기가 신기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같아서일 것이다.

어라 나랑 비슷한 경험이 또 있다고? 우리 부모같은 사람이 또 있어? 내 삶을 몰래 엿본게 아니야? 라는 의심이 들 이야기들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는 건 익숙한 그 인물이 나와 다른 선택을 할까? 지금 나의 이 고민에 대한 답이 있으려나? 그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아닐까

결국 나와 다르지 않구나 싶은 허탈함 별거 아니어서 실망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안도감에 잠깐이라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족에 대해 허무개그처럼 어이없고 당연해서 짜증나지만 쉽게 잊히는 에피소드들이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줄줄 끝없이 흘러나온다.

사고치고 무책임한 부모 무심한 자식들 짜증나는 형제들

너무 닮아서 미워지는 순간에도 애써 미워하지 않기 위해 엉뚱한 핑계를 대거나 먼산을 바라보면서 모르쇠하는 순간들 때로는 모른 척 할 수조차 없어서 애써 꾹꾹 눌러놓은 마음까지 그냥 내 이야기들이 무심하게 이어진다.

심심하지만 문득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

같 나온 모두부처럼 따뜻하기도한 이야기들이 줄줄 이어지는 것이 윤성희의 매력이다.

도데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두서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여기서 시작해서 저기서 느닷없이 끝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그냥 사는게 별거 아니구나 싶은 아랫배가 따뜻해 지는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그럴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는 조금은 허탈학고 조금은 해탈하는 마음이 드는 것

심심하고 슴슴하고 익숙한 집밥같은

너무 익숙하고 반복되어 물리지만 결국은 다시 찾게 되는 것

다 비슷하구나 생각하면서 책장을 덮지만 다시 신간을 클릭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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