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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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앞둔 나 김지영은 김추봉이 될 뻔한 과거가 있으며 원하는 일 대신 원하는 일로 이어질 수도 모르는 막연한 기대로 아카데미에서 인턴 사원으로 일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3명의 찌질한 인물들과 함께 즐겁게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계획에 말려들고 무모하며 동시에 가소로운 계획들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한다. 지영과 만난 숭고과 무인과 아저씨는 그렇게 세상의 물의에 작고 찌질하게 대응하며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그러나 그래서 바뀌는 것은 없다. 변하지도 않고 나아지지도 않는다.

비장하지도 않은 영웅심과 치기어린 장난 순간의 헤프닝같은 일들로 바뀔 세상도 아니다.

이들과 반대점에 지영의 남동생이있다. 지독히도 현실적인 인간이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먼저 익히고 경쟁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금의 평형성에서 벗어나버리면 못참으면서 한번 정해진 레일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기를 바라는 것

그건 어쩌면 그 네명의 찌질한 인물들도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다만 그 경쟁의 레일위애 올라탈 용기가 없거나 올라타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그냥 그렇게 바뀌기를 바라며 동시에 바뀌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지영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산다. 그렇다고 바뀌는 건 없고 그것밖에 다른 도리도 없다.

존재하지 않은 정진씨에게 위로받고 찌질한 장난에 아니예요 아니에요 하며 부정하면서도 다가가고

내가 욕했던 부장이 아카데미를 그만두는 일에 잠시 뭉클했다가 그로 인해 정직원이 되면 심드렁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그리고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가까이 있는 무옥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까지 그는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소시민이다

노력하고 도전해서 성공한 이야기는 바늘구멍만큼 적다는 걸 알지만

행여 그 행운이 내게도 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비리지도 못하고 스스로 채찍질 하며 살고 있는 삶

 

이야기를 읽으며 일본 소설<붕대클럽>이 떠올랐다.

거기는 십대 청소년들이 자기가 상처받았던 장소에 찾아가 붕대를 감는 이벤트를 벌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한다. 붕대를 감는 행위가 뭐 대단한 거냐고 하지만 누군가 내 상처에 많이 아팠겠구나 하고 한 번  바라봐 주고 알아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보여준다.

남들 눈에는 거리를 어지럽히고 더렆히는 붕대쪼가리지만 그 곳에 잠입헤서 아무도 모르게 붕대를 감고 사진으로 남기는  사소하고 무의미한 일이 그들에게는 큰 의미다. 다만 그 소설의 주인공들은 결국 멋진 어른이 되었고

지금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전히 알 수 없이 불안하고 조금은 찌질하다.

 

결국 우리가 사는 모습을 너무 투명하게 보여줘서 섬뜻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결국 그렇게 될 걸 그렇게 치열하게 아둥바둥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뭐 그렇다.

 

"가진 게 있으면 보수적이 된다.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서..."

모두가 그렇지 않겠지만

부모가 되면 결국 보수적이 된다.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 세상의 비바람앞에 작은 우산이 되어주기위해 발버둥치고 찌질해지고 비굴해지면서 조금씩 날카로운 모서리를 갈아가며 둥글게 자족한다.

너를 위해서라고...

그게 나라서 많이 공감하고 부끄럽다.

 

변하고 싶지만 변하지 못하고

변하는게 두려운 내 모습을 본다.

나는 이모양이어도 아이야 너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해야할거 같은

나 속의 찌질함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사족)주인공 친구 다인과  동생 지환이와 윤차장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들의 입장에서 4인의 찌질이들은 어떻게 보일지 그래고 그들은 어떤 찌질함을 숨기고 열심히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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