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50명의 사람들이 풀어내는 제각각의  50가지 이야기

할머니가 오랜 기간동안 모아서 다락방에 꼭꼭 챙겨놓은 천조각들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고  뜬금없기도 하고 사소하고 지리하고 때로는 어정쩡하게 뚝 끊어진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크다란 조각보를 만든다,

결국은 사람,,, 그럼에도 사람,

통계뒤에 사람이 있고

지역뒤에도 사람이 있고

학생  주민 시민 국민이라는 이름도 결국 제각각 사람이 있다,

사람이 우선이라면서 늘 사람은 젤 뒤전이다,

국민의 심판을 달게 받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국민이 제각각 다양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나 하는 말일까

국민이 판단할 거다, 시민의 힘이다 학생들은 어떠어떠해야한다,...

말하기 쉽지

그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지는  존재가 아니라 제각각 하나의 존재라는 것

그건 늘 잊고 산다,

세상의 사람은 세상의 사람수만큰 각기 다른 성격이 있고 배경이 있고 감정이 있다,

그런데 자꾸 그걸 잊고 산다, 나부터..

이러이러하니 비정상이고 저러저러해서 이상한 사람이고  이렇게 행동하니 튀게 되고 너무 나데고 부담스럽게 굴고 까칠하게 굴고 무심하게 굴고  나랑 안맞고 나랑  취향이 틀리고 나랑 사고가 달라서.. 하면서 판단한다, 그 판단의 기준도 결국 사람의 수만큼....

 

그렇게  50명이 넘는 사람의 이야기가 제각각  자기 이름을 제목으로 걸고 펼쳐진다,

시시한 이야기도 있고 더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나랑 닮은 사람도 있고 내가 무지하게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도 있고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은.. 없다,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알고 있거나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소소하게 지나치던 사람이 저기서는 주인공이고 저기의 주인공은  다음 이야기에서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게 하나하나 가볍게 읽다가 "권나은"의 이야기에 목이 꽉 잠겨버렸다,

많이 친하지 않았고 많이 다르지만 좋아했던 친구

그 친구 사고로 죽었다,

죽은 이유가 드러내기에 꺼림칙하고  어쩌면 사람들은 배려하는 차원에서 혹은 입에 올리기 뭣하다는 이유로  그 죽음을 덮으려고만 한다, 그렇게 덮여진 죽음앞에 나은이는 마땅한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죽은 친구 승희가 가졌던 물건들을 모으고  나중에 그 물건들을 입고 쓰고 승희처럼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 ... 그렇게 조금은 달라지고 이상해진 나은의 행위들이 결국은 애도였다

 

정말이야 대학가서 잉ㅂ을거야 말하고 나니 그게 원래부터의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 나는 승희 옷을 입고 대학에 갈거야, 승희 옷을 입고 다닐 거야, 내가 입으니까 하나도 안 이쁘지만 어쩌면 졸업할 때까지 더 친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졸업하고 나선 한 번도 못 만날 수도 있지만 나만 승희를 좋아했던.... 나은은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고 방에 혼자 있고 싶었다, 가족들은 나은이가 커서 중학생 같더니 사춘기가 늦게 왔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은으로서는 그 흔한 설명이 차라리 나았다,

아마도 잊어버릴 것이다, 승희를. 나은은 그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다, 왜냐하면 벌써 중학교 때는 잘 기억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고작 고등학생인데도 몇년 전의 일들이 희미하다, 승희가 체육대회 때 계주를 뛰었던 것 같다,  계주를 이겼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응원을 했던 것만 희미하게 떠오른다, 반바지가 잘 어울렸던 승희의 일자 다리는 엄청 잘 뛰었었다, 종아리와 발목이 거의 비슷한 일자였다, 스포츠 만화주인공 다리 같았다, 승희가 철봉에 앉아 있던 것도 기억난다, 권나은 학원가냐? 너같은 애들을 뭐라고 부르게? 설치류. 설치류라고 부른대

학생이 죽으면 장레버스가 학교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가던데 그런거라도 했으면 나았을거다, 텔레비젼에서만 하는 건지 승희는 오지 않았다, 승희어머니가 너무 여력이 없어서 생각하지 못하신게 틀림없었다, 장례식장에도 선생님들만 갔는데 마치 승희가 잘못해서 죽은 것처럼 승희의 장례식장에 가면 뭐라도 옮을것처럼  못 가게 했다, 그랬기 때문에 아무것도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승희가 뭐 어때서? 승희를 나쁜 소문쯤으로 취급하는 건 말도 안돼. 승희는 정말 좋은 애였어

 

                                                                 P156

 

 

혼자 분하고 서러워서 눈물을 흄치다가 다음 장의 소개팅 이야기에 웃음이 난다,

울다가 웃으면 안되지만,,

살아가는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죽도록 서럽다가도 한마디에 벙긋 마음이 풀어지는 일

소개팅은 잘 이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참 서로에게 예의바르다는게 마음에 드는 에피였다,

그렇게 읽다가

 

기부금을 투명하게 쓰고 세세하게 기록하고 그걸 공개하고 나면 또 1년이 갈 것이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진 채 다친 동물처럼 실려온 여자들에게 아이들에게  그 일이 이제 지나갔다고 말해주면서 1년이 갈 것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또 바보같은 소리를 할 테고 거기에 끈질기게 대답하는 것도 1년중 얼마 정도는 차지 할테다,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누가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렷다, 본관의 입원실의 낮은 층 창가에 있던 사람이 잠깐 망설이더니 설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설아도 마주 흔들어주었다, 창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바닥만큼은 다정했다,

 

 

사람은 사랑때문에 웃고 사람때문에 울고 사람때문에 상처받고 위로받는다,

사회적인 존재인 사람은 그렇게 관계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모두에게 만족할 수도 없다...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는 방법이 좋았다,

모두를 모아놓고 그리고 안전하게 돌려보내 준 결말이 좋았다,

예전의 나라면...

이렇게 안이한 해피앤딩이라니... 하면 분개했을지 모르겠지만

이젠 어떤 사고도 없이 어떤 슬픔도 없이 무탈하게 모두가 안전하게 마무리 되는 게 좋다,

누구도 멋대로 나서지 않고 누구도 타인에게 지시하지 않으면서

각자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상식을 동원해서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마무리가 좋았다,

 

지금 현재 여기서 우리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사람때문에 머리아프지만

그래도 해결책 역시 사람임을 알고 있다,

사람이어서 저러면 안되는데.. 사람이라서 짐승만 못하기도 하고 사람이라 곧 들킬 꼼수를 쓰고 사람이라서 뜬금없고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라서 다행이고 사람이라서 행복한 일이 조금은 더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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